요즘 밤이면 EBS2에서 하는 강연 프로를 계속 듣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강연>, <마스터>, <클래식>을 연이어 방송하고 있는데 유명 강사진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나는 한동안 이것을 보느라 다른 방송은 거의 못 볼 지경이었는데 그렇다고 매번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건 아니다. 보다가 깜빡 잠이 드는 경우도 많다. 밤에 불 끄고 누워서 들으니 그럴 수 밖에. 또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원래 강의든 강연이든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난 학교 때 공부를 못 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관심 있는 건 책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 강연을 듣는다는 건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밤마다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불꽃이 팡팡 터지는 느낌이다. 한밤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암튼 지금까지 가장 오래 편성을 한 건 강신주의 강연이다. 매일 25분씩 한 주에 네 번, 4주를 강연했으니.  

 

첫날 강신주 교수를 봤을 때 그가 아닌 줄 알았다. 일부런지 아니면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살이 엄청 빠졌다. 그러다 보니 얼굴에 굵은 주름도 보인다. 특히 이마. 한 10년 전쯤 그의 독자와의 만남에서 봤을 땐 거의 깍두기 머리에 약간은 촌티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살이 빠지니 세련된 것도 같고. 늙은 것도 같고, 암튼 묘한 조화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아낌의 인문학을 강연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아껴달라고 한다. 들으면서 과연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린 사랑 포화 상태에 있지 않나? 그것도 말로만. 사랑과 아낌이 같은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뭔가 그득히 채움이지만 아낌은 오히려 빼고 깎는 느낌이다. 

 

아무튼 그 문제의 강연집이 최근 책으로 나왔다. 읽어보고 싶긴한데 오래 전 <감정수업>을 사 놓고 읽지도 않았다. 읽으려면 그것부터 읽어야겠지.

 

어제 알라딘 TV에서 그가 나온 걸 봤다. 난 그가 그렇게 웃기는 줄은 몰랐다. 이렇게 웃기는 사람이라면 K 본부에 나올 땐 꽤 근엄하게 하고 나오는 거다.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요즘 어찌어찌하다 보니 웃기는 책을 많이 읽게 됐다. 요즘 대세는 잘 생긴 것 보다 웃기는 거라고 하던데. 책도 문장이 좋은 것 보다 웃기는 게 대세는 아닌가 싶다. 작가도 웃길 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니. 웃기지 못하는 작가는 작가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박상영 작가 알라딘 TV 고정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던데 뭐 어디 가면 굶겠냐마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나? 본인이 그렇게 바라는데 고정시켜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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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7-3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거 라디오 방송으로 조금 들은 적 있어요 아침 11시부터 12시까지 텔레비전 방송으로 한 걸 라디오 방송으로 해주는 거예요 텔레비전 방송보다 좀 늦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텔레비전 방송이어서 목소리만 들으면 누군지 몰라요 처음에 이름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하지 않을 때도 있더군요 그렇게 잘 듣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말했네요 예전에는 그 말 안 한다고 그러더니 지금은 넘쳐나죠 그래도 진심이겠지요 저는 거의 안 하지만...


희선

stella.K 2020-07-30 14:39   좋아요 1 | URL
아, 그게 라디오에서도 하는군요.
저는 라디오는 잘 안 듣는지라......
이런 프로 좋긴한데 새삼 드는 생각은 모든 강연자가
다 강연을 잘하는 건 아니구나 싶어요.
어떤 사람은 좀 헤멘다 싶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강연 잘하고 그걸로 돈 버는 사람 좀 부럽긴 하더군요.
강신주도 어떤 땐 좀 헤멘다 싶은데 그래도 이 사람 강연 들으면서
철학을 좀 알아야겠구나 싶더군요.

syo 2020-07-3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봤는데, 진짜 상영님 말 겁나 잘하던데요?? 부러웠다.....

stella.K 2020-07-30 14:44   좋아요 0 | URL
스요님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ㅎㅎ
입담 좋은 사람 보면 부럽긴하죠.
알라딘 TV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긴한데
의외로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안 보는 사람도 있긴한가 봐요.
박상영 작가 웃기니까 급관심이 가더군요.
공중파에선 어쩌면 그리도 점잖던지 깜빡 속고 있었습니다.
알라딘 TV 끝까지 봐요. 웃겨요.팧하하하하~

페크(pek0501) 2020-07-3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신주 님의 책을 사 놓고 훑어보기만 하고 정독을 못한 1인입니다.
저는 밤에 일찍 누으면 오디오북을 듣거나 유튜브로 강의 들어요. 눈을 감고요.
눈을 쉬게 해 줘야 할 것 같아서요.ㅋ

stella.K 2020-07-30 21:27   좋아요 1 | URL
앗, 저도 방금 언니 서재에 다녀왔는데...ㅎㅎ

진짜 그 프로 정말 좋은 게 눈감고 듣기만 해도 된다는 거예요.
그러다 잠 들면 땡이지만...ㅋ
물론 어떤 강연은 재방송도 해서 나중에 챙겨보기도 하죠.
그건 아직 올레 TV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안 해 주더라구요.ㅠ

후애(厚愛) 2020-08-0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이에요^^
이제 무더위 시작인 것 같습니다.
대구는 비가 그리 많이 내렸는데도 시원하지가 않았어요.
습도가 있어서 불쾌지수에요.
건강 챙기시고요, 시원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0-08-01 14:57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8월이 가장 덥다고는 하지만 입추가 있고,
말복이 있고, 여름의 끝이 보이는 달이기도 하죠.
조금만 견디면 될 것 같습니다.
모쪼록 수술 잘 받으시고 건강히 여름 나십시오.^^

Zara Kim 2020-08-16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든 자주 보고 싶은 박상영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