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 냉장고를 들여 놓느라 고생 좀 했다.
어제까지 쓴 냉장고는 거의 16,7년쯤 썼던 것 같다.
작년부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한 걸 그래도 바꾸기가 뭐해 여태 쓰고 있었다.
전기 코드는 내가 뽑았는데 느낌이 좀 묘했다.
어떤 물건이든 오래 사람의 손을 타면 그 물건에도 영혼이 깃드는 걸까?
괜히 냉장고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노후된 로봇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내 따라든 생각은 아마도 울엄니가 직접 냉장고를 구매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지 싶었다.
살아오는 동안 엄마는 몇번의 냉장고를 바꾸었을까?
엄마가 갓 결혼했을 때만해도 냉장고는 그렇게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너무 비싸서 혼수품목에도 들지 못했다. 정말 있는 집에서나 들여놓는 거의 귀중품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TV만큼이나 두 대 이상 보유하는 시대로 바뀌었으니 엄마는 대여섯번쯤 냉장고를 바꾸었을 것이다.
엄마는 냉장고를 새롭게 들여놓고 그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파김치가 되었다.
예전엔 새 냉장고 쓴다고 그저 신이났었겠지.
수고했어 엄마. 그리고 구 냉장고 너도 수고했다.
요즘 냉장고는 성능이 좋아 20년은 너끈히 쓴다는데, 엄마도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