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를 지배하게 될 단어는.....................................................

 

갱. 년. 기 되시겠습니다. 빰빰밤 빰빠라밤~

 

이거 원. 살다살다 이 단어에 꽂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긴 뭐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어딘가는 조금조금씩 또는 된통 아프면서 살아왔을 겁니다. 그것을 쉽게 잊고 살 수 있는 건 젊다는 이유 때문이었겠죠. 돌이라도 씹어 먹겠다던 그 젊음 때문에 우린 어딘가 조금씩 아파도 금방 금방 잊고 살아왔을 겁니다. 근데 요즘은 어딘가 아프면 암에 걸린 건 아닌가? 올해가 내가 죽을 수인가부터 따지고 앉았습니다. 

 

한 5, 6년 전에 갑자기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지인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거 갱년기에요. 이제부턴 모든 걸 갱년기의 관점에서 이해하세요."

솔직히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렇구나 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심각해 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김이 빠지던지. 겨우 갱년기 가지고 이 난리법석을...? 그도 그럴 것이, 그땐 아직 갱년기를 논하기엔 좀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암이나 죽을 수 보단 낫긴 했죠.

 

제가 이걸 쉬 인정 못하는 게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요통, 신경통, 관절통 뭐 이런 건데 전 이게 30대 중후 반 무렵에 오기 시작했는데 그 나이에 갱년기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TV에서도 할게 없으면 갱년기 특집을 다루고 있을 때 내 주위의 나와 비슷한 또래 여성들 갱년기를 좀 우습게 보더라구요. "나도 갱년기 되게 무서울 줄 알았지. 그런데 TV는 시청률을 위해 늘 안 좋은 케이스만 다뤄서 그런 거고 그것도 다 견딜만 해요. 그리고 우리 엄마 세대들 다 먹고 사느라 갱년기 모르고 살아왔다고 안 그래요? 그런 것처럼 멋모르고 지나가는 게 갱년기에요." 다 이랬습니다.   

 

그러고 보면 울엄니도 그러긴 하더군요. 난 갱년기의 갱 자도 모르고 살았다고. 옛날에 그런 게 어디있냐며 배부른 여자들의 투정처럼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사실은 맞습니다. 저의 엄미 시절엔 갱년기의 의학적 정의도 제대로 정립되기 전이었을 테니, 아니 적어도 단어만 있었지 이만큼 연구가 활발하진 않았을 테니 기껏해야 스트레스 아니면 나이들어 생기는 병이라고 했겠지요.

 

사실 저의 엄니도 30대 중후반에 요통 땜에 꽤 고생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것도 유전적 요인 때문일 겁니다. 그러더니 40대엔 두통과 변비로 고생하셨습니다. 또 5, 60대무렵엔 다리가 아프다고 그러고. 그런데 그게 알고 보면 갱년기 증상에 속하는 것들이거든요. 그러면서 난 갱년기 모른다고 딱잡아 떼는 걸 내가 믿다니.  

 

그런데 이런 저도 갱년기에 대해선 아직도 놓치고 간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장 건강은 그럭저럭 쓸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이상하게 화장실을 드문드문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정도는 거를 수도 있지만 3일 4일만에 간다는 건 제 인생 역사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뭐지...? 싶더군요.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니던 교회 청년부 목사님 아드님이 소화기 이상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나도 그런 건가? 아님 암인가? 

 

그래서 뒤져봤더니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변비에 더부룩 답답함이 포함이 되어 있더군요.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마침 몇달 전에 엄마가 변비가 있다고 하여 사 둔 약이 있었는데, 사 놓고나니 당신은 거짓말 같이 변비가 사라지고 정작 제가 그 덕을 보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변비약은 심할 경우 안 먹는 것 보단 먹는 게 낫긴 하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유쾌, 상쾌, 통쾌한 건 아닙니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지 말입니다. 사실 저는 갱년기를 은근히 기다린 것도 사실입니다. 월경을 하지 않게 될 테니. 전 또래보다 오래하거든요. 그런데 앞으론 월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갱년기 증상과 맞바꾸게 생겼습니다.ㅎㅎ 

 

암튼 그러던 중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이해하라고 충고했던 그 지인을 엊그제 모처럼 만났습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뜸 나더러 얼굴이 좋아졌다길래 갱년기를 사는 사람이 얼굴이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은가 하여 그 얘기를 했더니, 역시 한국인은 한 술의 제왕들인 것 같습니다. 그 지인 한 술 더 떠 자기는 일주일 동안 화장실을 안 간 적도 있다더군요.

 

내가 놀라 "아유, 그러고 어떻게 참았어요? 그런 말 안 했잖아요." 그러자

"제가 원래 참는 거엔 도가 터잖아요."

그래. 그건 인정이다.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데 그 지인은 지금까지 만나면서 얼굴 한번 찡그리는 건 못 봤다. 그게 다 참는 거였다.

"원래 병은 자랑하라잖아요.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바라보라면서. 진작 가르쳐줬으면 이렇게까지 걱정 안 했을텐데."

"글쎄요. 내가 왜 그랬을까요? 호호호."

하긴 우리가 다른 할 얘기도 많은데 고작 만나서 똥 싸는 문제로 시간을 버릴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말했다시피 내 주위 사람들은 갱년기 별거 아닌 사람들만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중에 한 사람이 이 갱년기 싯점 지인이고. 

 

그러더니 나중엔 더 충격적인 얘기도 합니다. 한 4, 5년 전에 모로코 선교 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목 주위가 빨갛게 달아 오른 적도 있었다구요. 리얼리...? 그땐 우리가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을 땐데 그런 말 전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 지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갱년기의 시점에서 바라봐 줘야하는 건 아닌지.

 

의학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병은 자랑하랬다고 그러다 잘못된 이상한 정보를 접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랑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덜 외롭고 지나친 걱정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이 겪고 있는 갱년기 증상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사실 이제 시작된 변비가 언제 호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갈런지. 그래도 돌이켜 보면 저의 장도 지금까지 줄기차게 잘도 써 먹었단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나만큼이나 나이들었을 텐데 젊을 때를 생각하면 안 되겠죠. 그냥 수고했다고, 너 탈 나도 된다고 기회 한 번 줘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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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4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9-02-1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합니다. 저는 몇 년 전 갱년기 시작인데 심하지 않고 약한 증상으로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더위를 잘 탑니다.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안 춥고 그래요. 원래 추위 잘 타는데 갱년기로 체질이 변한 건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친구가 있으면, 쟤가 갱년기라서 그런가 봐, 하고 봐 줍니다. 사춘기처럼 예민할 수 있거든요. 처음엔 불면증과 함께 시작됐는데 불면증은 없어지더군요. 변비라면 야채, 과일 많이 드시고 몸을 많이 움직이세요. 걷기를 추천합니다. 장 활동을 돕는 차원에서요.

다 인간이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ㅋ

stella.K 2019-02-14 19: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오래 전부터 어딘가가 조금씩 아팠다니깐요.
전 이제 완경이 될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은 벌써 됐거든요.
앞으로 어떤 증세가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잠이 좀 줄었어요. 그러다 없어지는 수도 있군요.
그건 좀 희망적인데요?
고맙습니다. 이 귀한 증세를 공유해 주셔서.^^

서니데이 2019-02-14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애전환기를 맞으셨군요.
갱년기라는 말의 ‘更‘이 다시 라는 의미가 있어서, 2차 사춘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도요.
얼마전에 보았는데, 중국어로 ‘更好的‘ 이라는 말이 ‘더 좋은‘ better의 의미라고 하더라구요.
stella.K님도 더 좋은 해, 더 좋은 시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녁이 되니 날씨가 차갑습니다. 저녁 맛있게 드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9-02-14 19:1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그래서일까요?
저의 엄니도 오히려 노인이 되니까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기운이 저 보다 더 좋아요. 걸음걸이도 저 보다 빠르고.
좋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갱년기라...이거 좋아요 눌러요? 말아요? 아....누르지 말까?????ㅋㅋㅋ

stella.K 2019-02-15 13:5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렇지 않아도 저는 좋아요가 저조한 편인데
카알님마저 안 눌러주시면 누가 누른단 말입니까?
잘 하셨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5 13:56   좋아요 0 | URL
칭찬 맞죠? 전 이런 칭찬 좋아합니다 좋아요👍👍👍

stella.K 2019-02-15 14:1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럼요.^^

2019-02-1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4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9-02-15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갱년기를 심하게 했었습니다.
우울증까지 와서 약까지 복용하고요.
거기다 감정 기복이 굉장히 심해지기도 했고요.
근데 아직도 갱년기인 것 같습니다.ㅋㅋ
변비도 여전하고 어지럼증도 있고요.^^;;

stella.K 2019-02-15 14:1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생각 많이했는데...
그런데 후애님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연배가 높으신가 봐요. 과거형으로 쓰시니.
보통 갱년기를 40대 후반에서 50대 중후반으로
잡던데 어떤 의사는 그걸 좀 더 광범위하게
잡더라구요. 그 연령대를 넘어서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그렇지 않아도 변비가 추가 됐을 때 좀 우울하더라구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선배들은 조언하더만요.ㅎ

2019-02-15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9-02-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 된지 한달도 안되어서 약 먹고 쉬고 있어요

stella.K 2019-02-15 14:1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잘 치료되길 바랍니다.^^

하늘바람 2019-02-1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스테라님도 좋아지시기 바래요

psyche 2019-02-16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은 보면 불면증을 제일 괴로워하더라고요. 잠을 못자는게 사람을ㄴ 미치게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정말 잠이라면 누구에게도 듸지지 않는데 잠을 못자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저는 폐경의 증상이 시작된건 한참 전인데 갱년기 증상이 거의 없어서 나는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불면증이 슬슬 시작되더니 얼마전부터는 안면홍조도 시작된 거 같네요. 호르몬이 변하는데 아무 증상이 없을 수가 없겠죠. 증상의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잘 이겨냅시다!

stella.K 2019-02-16 14: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저의 어머니도 오랫동안 불면증이셨죠.
아마 갱년기 때부터 최근까지.
오히려 연로해진 지금이 잠이 조금 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노인분들 잠 없다고 하시잖아요. 그러고 보면
계속 나쁘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그러다가도 좋아지기도 하고.
뭐가 안 좋아지면 당장 어떻게 될까봐 걱정하고
전에 안 그랬는데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 더 안 좋은 영향을
낳는 것 같습니다.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시케님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