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엊그제(?) 마태우스님의 새책이 나와 반가운 마음에 포스팅을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어제 마태님이 이책을 보내 주셨다. 어찌나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던지. 

 

   

 

 

받고 바로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날 나의 포스팅을 보고 서프라이즈 한 거라고 답신을 보내 주셨다. 아, 이런... 꼭 그러려고 해서 그런 건 아닌데.ㅠ

 

첫장엔 겸손하게도 저렇게 쓰셨다. 세상에 필요없는 책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읽는 것이 너무 한정적여 문제지. 나를 다섯 명쯤 복제시켜 놓고 책만 읽게 만들면 후련할까? 세상에 그 많은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어느 날엔가 세상을 하직할 생각을 하면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금쪽 같다. 그리고 난 아직 이렇다할 작가도 못 된다. 그야말로 사람을 잘 만난 덕에 책을 냈을 뿐이지 아직 책을 낼 정도로 속이 여물지 못했다.  

 

책 서문에 마태님 첫 책에 대한 흑역사에 대해 나온다. 어느 날 대구 지역에서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 중 한 분이 <마태우스>란 책을 불쑥 내밀며 사인을 해 달라고 하는데 이 책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 어찌나 얼굴이 붉어졌는지, 그러면서 첫 책이 실패한 건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제대로 쓰지 않은 탓이라고 쓰셨다. 그게 정말인지는 나는 그 유명한 <마태우스>를 읽지 않았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고, 공감하는 건, 누구에게나 이 '첫'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다 있구나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첫사랑, 첫시험, 첫성적표, 첫발자국 그리고 첫책...

 

나 역시 첫 책에 대해 트라우마 없지는 않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나도 작가야 하며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 보다 책을 더 체계적이며, 알뜰살뜰하게 읽고 리뷰하며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넘쳐 난다는 걸 알았을 때 난 거의 매일 이불킥을 해도 모자랐다. 마태우스님은 그 첫책을 없애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하는데, 오늘도 출판사 창고에 잠들어 깨어 날 줄 모르는 내 책에 나는 감사를 해야하는 건지,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미안하다면 오직 출판사에 미안할 뿐이다.ㅠ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가 않은게, 내가 마태님의 서프라이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1년쯤 전 <서민 독서>가 나왔을 때 생각지도 않게 보내주셨다. 그리고 마태님은 나에게

두 번째 책을 내달라고 하셨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그때 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땐 트라우마가 있기 전이기도 하고. 그 기한을 1년 정도로 잡았는데, 민망하게도 초고의 3분의 2를 써 놓고 답보상태다. 지난 여름 너무 더워서 중단하고, 그나마 날씨가 선선해져 다시 붙들까 했더니 모처에서 대본을 써 달라고 해서 그것 쓰느라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마태님께 약속한 시간을 못 지킬 것 같다. 이를 어쩐다. 난 어쩌면 작가가 되겠다고 하고는 이처럼 게으르고, 욕심도, 야망도 없는지.ㅠ

 

그래도 마태님처럼 꾸준히 책을 내시는 걸 보면 힘이 난다. 모처럼 다시 열심히 써야지 한다. 이 책은 어찌보면 자기계발서의 느낌도 나기도 하는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마태님의 글은 유머와 친절함이 베어있다.  

 

득템

 

앞서 내가 대본을 써 준 모처라는 곳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서 대본으로 참여해 준 것이고. 그곳에 무사히 안착만 한다면 나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여기가 아니어도 플랜B가 없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할 수만 있으면 뮤지컬 대본을 쓸 생각이다. 

 

뮤지컬에 관한 책이 꽤 여러 권 나와 있긴 하지만 대본을 쓰는 작가가 읽을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대체로 제작 아니면 배우들이 읽으면 좋을 듯한 책들이 대부분인데 그중 이 <뮤지컬>이란 책은 뮤지컬 제작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대본에 관한 부분도 상당히 다루고 있어서 끌렸다. 그리고 <뮤지컬 레시피>는 우리가 알만한 고전 명작이 어떻게 대본으로 옮겨지는지를 다룬 책이다. 나에겐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됐다. 

 

문제는, 앞의 책은 좀 비싸고, 뒤의 책은 품절로 나온다. 아니 언제 이 책이 나왔다고 벌써 품절이란 말인가? 과연 손에 넣을 수 없는 건가 싶었는데, 밑져야 본전이라고 중고샵을 털어 보았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두 권 다 중고샵에 나와 있다. 그것도 반 가격에. 개인샵도 나와 있지만 난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다. 배송비가 붙어서. 적립금 곧 만료 된다는 알라딘 독촉에 땡큐, 땡큐를 외치며 질러버렸다. 

 

오래 사 둔 책이 효도한다       

 

오페라와 뮤지컬. 둘의 차이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밖에는 얘기할 수가 없다. 적어도 뮤지컬이 오페라 보다 훨씬 늦게 태어났고, 조금 더 대중적이라는 것 외에 내가 무슨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뮤지컬을 공부하려면 필히 오페라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오페라는 옛날과 달라 굉장히 역동적이고 보다 화려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고고함을 유지한다. 어찌보면 오페라와 뮤지컬은 자매면서 자웅동체 같은 것은 아닐까. 

 

별일 없으면 나는 내일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 사실 이 스케줄이 없었으면 박종호가 운영하는 풍월당에 가서 파두에 대해 알아 볼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도 오라고 해야 갈 수 있는 거지만. 지난 봄 한 종편에서 했던 <비긴 어게인>은 포르투갈이 배경이었다. 그때 들었던 파두가 생각나 가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포기하기로 한다.

 

비록 하이라이트 공연이지만 뭔가 예습을 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침 박종호가 쓴 <불멸의 오페라 II>에 '니벨룽의 반지'를 다룬 부분이 있어 읽어 보는 중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일 하이라이트 공연 가지고는 택도 안 될 것 같다. 책에 의하면 이것은 바그너가 무려 28년 간 쓴 필생의 역작이고, 공연도 무려 4일 동안 17시간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1800년대 이야기다. 바그너가 그 시대의 사람이니까. 그는 이 하나의 공연을 위해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했다. 오죽했으면 '니벨룽의 반지'를 위한 공연장까지 세웠을까? 가히 악마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내일 공연은 잘 해야 2시간을 넘지 않을 것 같은데 과연 봤다고도 할 수 있을까? 

 

나는 박종호를 지난 2008년도에 처음 접해 보았다. 이탈라아 음악 여행기였는데 음악적 지식도 지식이지만 문체가 정말 좋았다. 왜 이렇게 글을 잘 써? 질투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원래 글쟁이도 아니었다. 문학수 기자가 음악에 관해 쓰면 그냥 잘 썼다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워낙에 그쪽에 전문가고 글쟁이니까. 그런데 박종호는 그쪽 통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다. 어쩌라는 건지.

 

어쨌든, 그러고 난 그의 책을 다시 읽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인가? 저 <불멸의 오페라> 1, 2권이 역시 알라딘 중고샵에 굉장히 싸게 나온 것이 포착됐다. 그것도 (거의)새책으로. 결국 신이 들렸을까, 그 두 책을 모두 구입을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래도 내가 정신이 나갔다 싶었다. 크기도 크거니와 두껍긴 왜 그렇게 두껍던지. 내가 아무리 박종호를 좋아한다고 해도 도무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땐 이미 결제가 끝난 상태라 돌이길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가지고 있다 중고샵에 다시 갔다 팔아야지 했다. 

 

아, 그런데 박종호 새삼 바그너만큼이나 악마적인데가 있다. 도대체 이 엄청난 책을 한 권도 아니고 무려 3권을 썼다. 그것도 짜깁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발품 팔아가며 썼다. 워낙에 백과사전이라 건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박종호는 박종호다 싶다. 과연 내가 이 책을 고히 간직했다 중고샵에 내놓을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든다. 오래 사 둔 된 책이 효도한다. 언제 사 놨나 싶은 책을 읽고 감동하게 되는 책이 있다. 우린 바로 이런 행운을 맛 보려고 책을 그렇게 오래도록 간직하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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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오페라 책 정말 엄청나더라구요. 옛날부터 탐을 많이 냈었는데, 득템하셨네요.
박종호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죠?

저런 다방면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면서 짜증납니다....

stella.K 2018-11-02 14:52   좋아요 0 | URL
ㅎㅎ 생긴 것도 봐요. 영국 신사 같이 잘 생겼잖아요.
같은 남자들이 보면 정말 짜증날 것 같아요.ㅋㅋㅋ

이걸 어떻게 다 정리를 했을까 싶어요.
그때 적립금만 없었어도 감히 살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여러모로 행운이었죠.
책이 커서 보관하기가 좀 벅차다는 것외엔...^^

blanca 2018-11-02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책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스텔라님, 뮤지컬 쓰신다니 너무 근사합니다. 두 분 다 참으로 부럽습니다.

stella.K 2018-11-02 14:57   좋아요 0 | URL
참 부지런하세요 마태님은.^^

그냥 흉내만 내는 거죠.ㅋ
앞으로 운이 좀 계속적으로 따라줬으면 좋겠어요.
워낙에 엎어지기도 잘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 으샤으샤가 잘 되야하는데...


cyrus 2018-11-0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 시절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을 때 풍월당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관심사가 확 달라져서 가보고 싶은 장소가 헌책방으로 바뀌었어요... ㅎㅎㅎ

stella.K 2018-11-02 17:02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 관심산는 자꾸 바뀌는 법이지.
클래식이 좋아진 건 아닌데 그냥 관심이 가네.
풍월당 서울 사는 나도 못 가봤다.
언제고 가 볼 날 있겠지. 헌책방은 나 같은 경우 일부러 자제하고 있지.ㅋ

희선 2018-11-0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을 4일 동안 17시간 하다니 엄청나네요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공연 시간이 아주 길었다는 말 어딘가에서 봤군요 어디에서 주워들었을지... 책 받으신 거 축하드리고 뮤지컬 대본 잘되기를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18-11-03 18:56   좋아요 1 | URL
어제 하이라이트 공연 보고 왔는데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공연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것도 다 할 수 없어서 총 4부작을 내후년까지
나눠서 할 거라더군요.
제작비만도 130억인가가 들어간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공연 단가가 좀 비싸더군요.
전 감히 언감생심입니다. 그냥 유튜브나 뒤져 볼까 합니다.ㅠ

페크pek0501 2018-11-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뮤지컬 대본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신 것 같네요. 그 분야에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마태 님의 책 출간, 축하드리고요... (드는 생각이 꼭 이렇게 날아다니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 누구는 뛰지도 못하고 걸어가고 있는데... ㅋ)

stella.K 2018-11-03 18:56   좋아요 0 | URL
글쎄..괜히 자극을 받네요.
아직 이렇다하게 정해진 건 없는데.
물들어 올 때 노저으랬다고 뭐라도 하고 있으면
길이 열릴까 싶기도 하고.

마태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마태님 때문에 자극 받는 것도 있죠.ㅎ

후애(厚愛) 2018-11-0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뮤지컬 대본을 쓰신다니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오래 사 둔 책이 효도한다 제목이 참 좋습니다. ㅎ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8-11-05 14:08   좋아요 0 | URL
에이, 흉내만 내는 거라니까요.
그리고 오늘 저 <뮤지컬>이란 책을 조금 읽었는데
뮤지컬 작가는 희곡 작가 보다도 못하다고 나와있더군요.
희곡은 씌여진 그대로 올리지만 뮤지컬 대본은
그대로 올라갈 수 없다고. 그래서 하나의 기술자라고.
그러니까 의지가 확 꺾이던데요?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