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며칠 안남았네요. 어제 책을 주문하고 도서관에 갔었는데-이 욕심 다들 이해하시죠?ㅠ- 책트리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더라구요. 크고 멋진 나무 트리도 있었지만 작은 책트리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어봤어요. 이젠 뭐든 책 위주인것 같습니다.헤~* 마지막 구매이길 바라며(진심) 주문한 책이 와서 도서관에서 본 책트리처럼 쌓아봤어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인데 엘레나 페란테의 책을 빌리려고 왼손으로는 휴대폰으로 책 위치정보를 보고 있던 상태에서 문학자료실로 발길닿는대로 터벅터벅 걸어가 마음닿는 서가에 오른 손을 턱 올렸어요. '여기서 부터 찾아보자' 뭐 이런 생각으로요.그런데 눈을 들어 오른손 있는 곳을 보니 글쎄....



이렇게 떡 하니 찾던 책이 있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바로 왼손으로 사진을 찍어왔어요!! 이건 실화입니다.

지난번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 마르셸 프루스트의 책을 찾을 때였어요. 책과 운명이란게 있다면 저에겐 이런거 아닐까 싶어요.(아님 잠재된 초능력의 발현?) 


그리고 소소하게 자랑꺼리를 끼워보자면 거의 1년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라디오를 구매했어요. 저는 책 이외에는 돈을 요즘 거의 쓰질 않아요(찔려서 구차하게 또 강조)물론 간식욕심은 좀 있습니다.그럼이만.


헤헷




  

  

  

  





도서관에서

  

& 원서2권 (쉿!)





* <산시로>와 <행인>을 주문했다가 혹시 안맞으면 쩌나 걱정되서 <산시로>는 취소하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책 2권을 샀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한권 읽었는데 어떤 대목에서 만연체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부디 행인은 마음에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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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25 14:12   좋아요 1 | URL
우와👍 감사해요 스콧님!! 이제야봤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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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것이 할머니가 오래전부터 그리워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P84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몰입도 높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제노바, 밀라노, 칼리아리의 풍경을 이 책의 문장을 지팡이 삼아 더듬어 걷고 또 걸었다. 과거에 대해 전해들은, 할머니를 많이 사랑했던 손녀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차 대전 말 폭격때문에 홀아비가 된 할아버지를 만나 부부가 된 젊은 시절의 할머니는 결석 때문에 홀로 요양을 간다. 그곳에서 역시 결석 치료를 하러 온 재향군인과 할머니는 사랑에 빠진다. 평생을 기다린 사랑은 짧았지만 할머니의 영혼을 흔들었고 남은 그녀의 생애를 가득채울만큼 찬란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 언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할머니를 향해 투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 할머니는 너무 좋아서 가슴앓이를 하며 온종일 흥분에 휩싸였다.- P30


할머니는 남편인 할아버지와는 사랑없이 무덤덤하게 지냈다. 잠을 잘 때도 각각 멀찍이 떨어져서 자다가 한번씩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서로에 대한 친밀함이 없었다. 결국엔 둘만의 은밀한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재향군인은 피아노 연주도 좋아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할머니가 지은 시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할머니의 재능을 보지 못하고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던 고향사람들이 이상한 거라며 그녀를 위로할 줄 알았다. 그렇게 재향군인은 외모나 감성 모든 면에서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할머니의 공허함은 만노거리의 집과 피아노가 채워 줄 것이다. 재향군인은 할머니를 품에 안고 귓가에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바이올린, 플루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오케스트라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시간 눈밭 행군을 할 때나 수용소 들판에서 독일군들을 즐겁게 해 주느라 개들과 음식 쟁탈전을 벌일 때, 머릿속의 오케스트라악기 소리와 시로 버틸 수 있었다.- P40


결석 때문에 한동안 아이를 가질 수 없던 그녀는 요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임신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은 재향군인과의 사랑의 결실일까? 아이는 커서 피아니스트가 되어 전세계를 누빈다. 할머니는 평생 재향군인을 그리워하고 잊지 못했지만 그와의 황홀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만의 달나라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사랑은 역시 사람을 '살게' 한다. 손녀에게 전해진 할머니의 사랑은 그렇게 또 '살아 남아'손녀의 삶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1959년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작가 밀레나 아구스는 이 작품에서 누군가의 어머니 또는 할머니가 가슴깊이 담은 애절한 사랑을 전한다. 2016년에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1992년작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사랑의 용기'를 떠올렸다.이 소설처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그려냈는데 특히  I'II be seeing you 라는 배경음악이 이 소설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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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1 2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al di pietre>연출 영상 연기 👍

원작을 뛰어 넘었습니다 ^^

청아 2021-12-21 21:34   좋아요 5 | URL
영화 기대됩니다ㅎㅎ오늘 밤에 보려구요!! 😊

coolcat329 2021-12-21 2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눈물을 흘리셨다니 😢
저는 사랑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궁금하고 무엇보다 저와 취향이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에요. 선물하려면 먼저 읽어야 하기도 하고...😌

청아 2021-12-21 21:42   좋아요 5 | URL
😭 사랑 이야기 좋아하는 친구라면 특별한 선물이 될꺼예요! 울긴했지만 읽는 내내 저까지 행복했어요😊

새파랑 2021-12-21 21:3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들의 근원(?)이 궁금하네요. 사랑의 결실이 맞는건가요? 아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면 읽어봐야 되는데 ㅎㅎ
노래랑 잘 어울리는 작품 같아요. 이 책은 1월에 만나자 ^^

청아 2021-12-21 21:45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스포가 될것같아 숨겼습니다. 결말을 모르고 봐서 그런지 더 재밌었어요!😁 노래좋죠ㅋ

잠자냥 2021-12-21 22:14   좋아요 4 | URL
스포 질문 금지!! ㅋㅋㅋㅋㅋ

청아 2021-12-21 22:24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항상 느끼지만 은근 예리하신것 같아요ㅋㅋㅋㅋ

오거서 2021-12-22 12:23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한데 질문 금지 당하니 …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 입니다. ^^;

청아 2021-12-22 12:28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 이 소설 115페이지로 얇은데다 음악얘기도 나와서 더 공감하실것 같아요! 마지막 반전을 향해가는 미스터리한 면도 흥미진진해요!😁

페넬로페 2021-12-21 22: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달나라에 사는 여자는 어떤 여자의 모습일까요?
언제나 사랑이 정답입니다^^

청아 2021-12-21 22:41   좋아요 5 | URL
완벽한 모습이죠ㅎㅎ
사랑은 언제나 완벽함^^♡

mini74 2021-12-21 2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로도 마음이 뭉클한데요. 달나라의 사랑이 궁금해집니다.~~

청아 2021-12-21 23:12   좋아요 3 | URL
요즘 읽는 책마다 마음에 쏙들어서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예요ㅎㅎ스포일 당하지마시고 꼭 읽어보세요! 115쪽으로 짧고 인상적이예요😉

오거서 2021-12-22 12:28   좋아요 2 | URL
미니님이 <죽은 등산가의 호텔> 스포 안 해서 책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
궁금해서 이 소설도 …
다행히 영화가 있군요 ㅎㅎㅎ

청아 2021-12-22 12:30   좋아요 1 | URL
스콧님께서 영화도 고퀄이라고 하셨어요ㅎㅎㅎ 저는 오늘 마저 보려고요!!

독서괭 2021-12-21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자꾸 리뷰들이 궁금증 자극!! 영화까지 보시면 감상이 더 풍부해지겠네요^^

청아 2021-12-21 23:27   좋아요 4 | URL
영화보고 콜라보로 올리려다가 그냥 썼어요ㅎ오늘 밤 보고 너무 재밌으면 내일 사진추가 할 수도 있습니다🤭ㅎㅎ

책읽는나무 2021-12-22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진정한 독자님 같아요^^
소설을 온몸으로 느끼시는 분!!!😊😊

청아 2021-12-22 09:41   좋아요 4 | URL
책 읽으면서 제가 감동을 잘한다는걸 알았어요 독후감을 좀 단순하게 적었는데 실제로는 더 복잡한 일들이 있고 더 재밌어요!!🥰😄

책읽는나무 2021-12-22 09:51   좋아요 4 | URL
감동 미미님♡
저도 드라마나 영화를 넘 푹 빠져서 보면 그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요.다른 드라마를 봐도 흥미가 없어질 정도던데..요즘은 책도 살짝 그렇더라구요...넘 강렬하게 읽은 책이 있으면 다른 책 잡고 읽기가 힘들던데...미미님은 매일 매일 책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드시겠어요ㅋㅋㅋ
저는 현실세계와 책의 세계가 때론 분리가 안될 때도 있어 혼란스럽기도??ㅋㅋㅋㅋ
암튼 이 책도 기대만발입니다^^

청아 2021-12-22 10:11   좋아요 4 | URL
맞아요!!ㅋㅋㅋ일정 텀을 둬야하는데 제가 1년 목표 독서기록이 이번에 좀 부족해서 서두르느라 연속적으로 읽고 올렸어요ㅋㅋ 사는 동안 되도록 많이많이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21-12-22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읽었으니 이제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후훗.

청아 2021-12-22 10:15   좋아요 3 | URL
아, 어제 영화보다 잠들었는데요 꼬띠아르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삶을 사는 기분이란 뭘까, 그 고통과 고독은 또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후힛😉
 

내가 지켜본남성 집단의 문화는, 각 구성원이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기 어렵게 만든다. 거꾸로 서로에게무감각하게 하는 것으로 구성원 간의 결속을 강화한다.
인간의 삶은 모두 같지 않다. 성별이 같고 나이가 비슷한사람이라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살며, 모두가 개별적이고구체적인 형태로 자기 삶을 경험한다. 그것은 대충 뭉뚱그릴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배웠다. 남성문화가 각 구성원의 개별적 자아를 허락하지않는 이유는, 그것이 집단의 존속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때문이다. 
- P35

우리가 모두성(性)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무지한 상태라는것. 이는 인류 역사상 담론생산자의 90% 이상이남성이었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인류의 삶이 절반이라는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 무지는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 P37

메두사는 원래 포세이돈의 연인인 아름다운소녀였으나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뱀이 되는 무서운 형상으로 변하였다. 문학에서메두사의 이미지는 남성의 시선을 받는 여성 또는 남성의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여성이자 동시에, 남성을바라보는 여성의 시각, 스스로 욕망의 주체가 되는 여성의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파괴와 재생의 상징성을 가진메두사가 베르사체의 로고로 사용되는 것이나 페미니즘적인의미를 갖게 된 것은 흥미롭다.
메두사의 눈은 희망없이 세상을 바라다보는 현명한거울, ‘삶의 이면에 배어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읽어내는버림받은 자의 거울‘이 된다. 배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어온타자로서의 여성성.
- P40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16세기말부터 17세기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단심문 활동에는 각국의 세속권력이 관계되어 있었다. 질서를 어지럽히는이단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였지만실제로는 이단자의 몰수재산을 목표로 교회와 국가가이단적발을 서로 다투었던 것이다. 멀쩡한 이들도 이단으로몰리면 개인이나 단체의 재산을 빼앗길 수 있었다.

이를 중세의 억압된 성도덕의 풍선 효과적 표출이라고보는 학자도 있다. 즉 육신과 세속의 기쁨을 지옥과 사탄에연결하여 설명했던 중세의 억압된 욕망이, 교회에서여자를 발가벗기고, 여자의 몸에 난 털은 모조리 다 깎고,
이곳저곳을 바늘로 찔러보는 집단적 가학성사디즘을불러일으켰으리라는 것이다. 마녀재판은 그 시대가 겪었던종교적 금욕의 억압에서 탈출하는 비상구였던 동시에 자신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마녀사냥은 그 극적이고교훈적인 효과 덕분에 삽시간에 번졌고, 마녀로 몰린 자들을광장에서 화형에 처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열광적인광기의 상태로 현혹시켰다.
- P46

마녀사냥은 대표적인 ‘희생양 메커니즘‘이다. 그것은개인적, 집단적으로 분열되고 개인들의 관계가 파국에이르렀을 때 나타나곤 했다. 종교전쟁, 악화되는 경제상황, 기근, 가축들의 전염병이 당대 농촌사회를 휩쓸었던불행의 목록이다. 사람들은 연속된 불행에 대한 납득할 만한설명을 찾았고, 마침내 불순한 사람들의 마법과 저주마녀의 불길한 행동에서 그것을 찾아냈다. 

심판관은 공동체의희생양으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해 개인 간의 분쟁을 악마적마법의 결과로 해석하고 자백을 끌어냈다. 자백하지않는 자에게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심문과 혹독한 고문이가해졌다. 마법사를 인정하는 방법 한 가지를 보자. 용의자는강이나 늪, 운하에 던져졌다. 만일 물위에 떠오르면 "역시마녀야. 악마는 자기를 경배하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지않아" 라며 즉시 처형했다. 

물론 빠져 죽은 자는 결백한 자로간주되었다. 마녀사냥의 주된 공격대상은 여성이었는데,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이란 원죄로 각인되어 있는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성을 악마의 심부름꾼이라생각했다. 여성의 육체 자체가 두려움을 자아낸 것이다.
- P47

그렇다면 성매매란 무엇일까? 성매매 여성은 이러한남성들이 투사한 왜곡된 여성 이미지의 끝판왕이라 할 수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에서 자발, 비자발 따위의 말은먹히지 않는다. 여성이 원하는 것에 대한 대화와 평등과는가장 거리가 먼 것이며, 철저히 일방적인, 그래서 폭력이쉬이 자라나는 것이 바로 성매매다.
- P48

피해자들만입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정작 말해야하는 쪽은 그보다 훨씬 다수인 가해자들이다. 가해를 저지른일본 남성들은 입을 다문 채로 두고 우리는 어째서 피해여성에게만 그 일에 대해 묻는 걸까. 이것은 이상하다.
- P55

이처럼 성폭력 문제에 둔감한 일본 사회에서 남성들은여성의 입장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다. 더구나 일본사회에서는 포르노를 너무나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할 수있다. 포르노가 홍수처럼 넘치는 사회에서 나를 비롯한 일본남성들은 마치 물에 빠지듯 포르노가 그려내는 ‘남녀 관계‘,‘섹슈얼리티‘를 받아들이며 성장해왔다.
- P57

남성은 자신의 욕망을 대면하기보다 타인 여성을통해서 대리 욕망을 꿈꾼다. 타인의 만족을 자신의 만족으로치환하는 것이다. 아마 문제는 타인의 욕망을 꿈꾸면서도욕망에 이르는 방식은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그 이중성에있지 않을까?  - P63

대부분의 야동은 남성의 폭력적이고공격적인 성적 지향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집니다.
이에 대한 정치적 공정함에 대한 판단이 결여되어 있음은물론 그것이 새로운 공정함을 위한 역설적 은유로도 쓰이지못하기 때문에 포르노라고 불립니다. 다만 전제가 말이 안 되는만큼, ‘그렇다 치고‘ 라는 선언으로부터 구성된 내부에서조차리얼리티가 확보되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구차해집니다.

🌟🌟🌟🌟🌟 - P84

처지도 목적도 생각도 전혀 다른두 사람이 서로 다른 내용을 떠든다고 해서 그것을 대화라고부르지 않는 것처럼, 나는 성매매가 연인과의 섹스와는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P113

자본주의사회에서 생산 수단을 가지지 않은 인간은 누구나 노동을팔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노동이 인간의 기본권을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성(性)이 성(聖)스러운 것이어서가아니다. 돈으로 누군가의 장기를 사는 행위가 용인되지않듯, 성매매를 포함하여 타인의 인격이나 신체의 자유를억압하는 모든 노동은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되는 판매 노동자들에 대한인권침해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인격은 누구도 사거나 팔수 없기 때문이다.

🌟🌟🌟🌟🌟 - P114

그는 또한 신발 산업 내의 노예 노동을 예로 들며성매매와 인신매매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신발산업과 달리 성매매는 인신매매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성 판매가 그렇게 만족스러운 일이라면 인신매매는 왜존재하는가? 인신매매로 인해 강제로 성을 파는 여성들이존재하는데도 ‘좋아서 하는 여성도 있을 것‘ 이라고 자위하는것은 합리적인 태도인가? 그가 줄곧 주장하는 것처럼우리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 이성과 합리로 접근할 필요가있다. 그러나 이성과 합리는 성급한 일반화와 부적절한비유 따위가 아니라 정확한 실태 조사와 사례 연구, 그리고성매매의 존재가 역설하는 젠더 불평등과 인간 착취에 대한이해다.

ㅡ체스터 브라운의 책 ‘유료 서비스‘에 대한 비판 - P118

"섹스는 무엇인가? 그리고 성매매는 무엇인가?"
"돈을 받고 성을 파는 절대다수는 어째서 여성인가?"
- P118

성매매 집결지에 필요한 것은 해답이나 결론이 아니라 질문이다

🌟🌟🌟🌟🌟 - P123

 노르딕모델

스웨덴을 중심으로 노르딕 국가 중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성매매관련 법, 제도, 정책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 노르딕 모델을 채택한국가는 강요나 강압에 의한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성매매를 했을 시,
‘성 구매자에게 최대 1년까지의 구금 혹은 벌금형을 부과하고, 성매매여성이 미성년자이거나 강압에 의해 성매매를 했을 시에 성 구매자를가중처벌한다. 또 성매매 알선, 중재자의 경우 최대 5년형까지 처벌 받을수 있고, 인신매매범의 경우 최대 10년~12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성매매, 여긴 돈 낸 사람만 처벌 받는다. <오마이뉴스>, 2014.09.26.
11:18 수정, 2018.03.30. 22:40 접속,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6019) - P143

"성매매는 남성 문제다."
- P153

성매매를 성매매 여성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여성을 위하는 것이기보다 더욱 고립시키는 방식일 수도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매매 현장의 바깥에 있는사람들도 성매매 문제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방관자도 될 수 있고 목격자도 될 수 있지요. 많은 폭력이나차별의 문제 해결 과정이 그렇듯이 이들의 역할은 매우중요합니다.

🌟🌟🌟🌟🌟🌟🌟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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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21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미, 책 정말 많이 읽소!ㅋㅋ

청아 2021-12-21 16:45   좋아요 1 | URL
지난번 읽은건데 이제야 밑줄 올렸어요ㅋㅋㅋㅋ저는 늘 배고파요 스텔라님!😆

stella.K 2021-12-21 16:59   좋아요 1 | URL
아, 이 밑줄긋기 직접 써요?
뭐 스맛폰으로 찍으면 변환된다던데 한 번도 안 해 본지라...

청아 2021-12-21 17:05   좋아요 0 | URL
사진 찍어서 올리죠ㅋㅋㅋ이 기능 너무 좋아요!!

2021-12-21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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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1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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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할머니는 하느님께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물었다. 어째서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인생에서 겪어 볼 만한 고통인 사랑을알지 못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한 뒤 밭에 나가 일하고, 그 따분하기 짝이 없는 수예 교실에 나가고, 머리에 물동이를이고 샘까지 가서 마실 물을 길어 오고, 열흘에 한 번씩 빵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고, 우물에서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닭에게 모이를 줘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하느님이 사랑한 번 해 볼 기회도 주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할머니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님은 이런 생각들이아주 큰 죄이고 세상에는 다른 일도 많다고 말했지만, 할머니에게 사랑 외에 중요한 일은 없었다.
- P11

칼리아리 사람들은 그 어떤 일에도 노여워하지 않고 폐 끼치는 행동도 하지않았다. 바닷바람이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만든 듯했다. - P17

세상일에 관심 없는 할머니 말고는 다들 라디오 런던을 들었다. 1944년 봄 이탈리아 북부에서 600만 명이 파업을 하고 로마에서 독일인 32명이 살해됐으며, 독일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이탈리아인 320명을 색출해 총살했다. 제8군(Eighth Army, 1941년제2차 세계대전 중에 창설된 영국의 아전군, 1945년 전쟁 종결과 함께 해체되었다. 옮긴이)은 또 다른 도발에 대비하는 중이었고, 6월 6일 첫새벽에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했다
- P18

남편들은 모두 공산주의자라 러시아를 응원했다. 러시아군은1945년 1월 17일 바르샤바를 정복하고 28일은 베를린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 연합군은 3월 초에 쾰른을 짐령했다. 처칠은 이제 연합군의 진격과 독일군의 퇴각은 그리 큰문제가 아니라고 장담했다. 3월 말 패튼과 몽고메리 장군이 패주하는 독일군을 뒤쫓으며 라인강을 넘었다.
- P21

할머니는 도시 사람들답지 않게 매사에 심각해하지 않는 이웃들이 좋았다. 술리스 이웃들은 일이 잘 안 풀려도 "뭐 됐어!" 하며 넘어가고, 무척 가난한 살림살이에 접시를 깨뜨려도 어깨나한번 들썩이며 깨진 조각을 주웠다.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운을 만들어 부를 쌓기보다 차라리 가난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이었다. 칼리아리 같은 도시는 검은 돈을 챙기거나 전쟁으로집을 잃은 불쌍한 사람들이 그나마 쓸 만한 물건이 있나 찾으러오기 전에 폐허를 뒤져서 도둑질하는 사람이 많았다. 술리스 이웃들은 굳이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할머니는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기센 바람이 부는 바스티오니 성벽에서바라다보이는 거대한 풍경이 보잘것없는 작은 삶일지라도 멈출수 없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 P22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시적인 속내를 단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내뱉으면 할머니더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붉은 테두리를 두른 조그만 검은색노트에 모든 생각을 적어서 식비‘ 약값‘ ‘임대료‘라고 적힌 돈봉투들과 함께 비밀스런 물건을 넣어두는 서랍에 숨겨 놓았다.
- P23

할머니는사랑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스스로 원하지않으면 잠자리를 함께 하거나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행동을 해도찾아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이 다가오게 만들도리가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 P26

방에 들어서자 창문 아래 책상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노발대발 화를 내더라도 다시 역으로가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건 순전히 그 책상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책상이라는 걸 가져 본 적이 없었고 탁자에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언제나 남몰래 무릎에 노트를 놓고 쓰다가 누가 오는 기척을 느끼면 얼른 감추곤 했다.

책상에는 호텔 이름을 새긴 종이가 가득 든 가죽 파일과 잉크병, 펜촉을 끼운 펜 그리고 압지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코트도 벗지 않은 채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책상의 가죽 파일에 넣은 것이었다. 혹시 누가 갑자기 들어와 노트에 적은걸 보기라도 할까 봐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나서야 커다란 더블침대에 앉아 저녁 먹을 시간을 기다렸다.
- P28

그 재향군인은 허름한 가방을 들었지만 차림새는 매우 세련되었으며 한쪽 다리를 목발에 의지했어도 아주 잘생긴 사내였다.
할머니는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재향군인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다. 호텔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훤칠한 키에 짙고 깊은 눈동자, 부드러운 피부, 가느다란 목, 강하고 긴 팔, 크지만 어린아이처럼 순박해 보이는 손, 약간 곱슬거리는 짧은 수염, 선명하고 도톰한 입그리고 살짝 구부러진 코.
그날 이후 할머니는 식당이나 베란다에서 그를 훔쳐보았다. 남자는 필터 없는 나지오날레 담배를 피우거나 책을 읽고, 할머니는 식탁용 매트에 지루해 죽을 때까지 수를 놓으러 베란다에 나가곤 했다. 할머니는 남자 조금 뒤쪽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남자의 이맛살과 날렵한 코, 무방비 상태로 튀어나온 목젖, 흰 머리가나기 시작한 곱슬머리, 소매를 걷어 올린 풀 먹인 새하얀 셔츠 안의 바싹 마른 몸, 힘센 팔, 고운 손, 바지 속에 감춰진 탄탄한 다리한쪽, 낡았지만 완벽하게 광을 낸 구두까지, 무엇인가에 홀린 듯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장애가 있는데도여전히 강하고 아름다운 몸에서 풍기는 위엄 때문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 P30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 언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할머니를 향해 투명한미소를 지어 보이면, 할머니는 너무 좋아서 가슴앓이를 하며 온종일 흥분에 휩싸였다.
- P30

어릴 때부터 에밀리오 살가리의 모험소설을 읽다가 해군에 자원했는데, 원래 바다와 독서를 좋아했다. 아주 힘든 시기에 위안이 된 시들을 특히 좋아했다. 전쟁이 끝난 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전 제노바에서 밀라노로 이사해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데 어떻게든 제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온통 하얗게 칠한 방 두 개짜리 반지하 연립에서 살았다. 1939년에 결혼하여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도 있었다.
- P31

부모님은 어떤 식으로든 딸을 계속 공부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지는 게 두려워 집에 붙잡아 두었다. 선생님에게는 자기들 사정을 모르니 다시는찾아오지 말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읽고 쓰는 법은 배워서 평생 동안 남몰래 글을 썼다. 할머니의 글은 시였다. 아마도할머니의 생각이 담겼을 것이다. 할머니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살짝 꾸며서 적은 시들이었다. 할머니는 글 쓴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할까 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향군인에게는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털어놓았다.
그만큼 믿음이 갔던 것이다.
- P32

할머니도 그에게 손을 가져갔다. 며칠 동안 베란다에 앉아 관찰한 그 남자의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목덜미, 셔츠의 천, 탄탄한두 필과 어린아이처럼 고운 손, 방금 닦아 윤기 나는 구두 속에 들어 있는 한쪽 다리와 나무 의족을 위대한 예술가의 조각품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 P35

"우리의 미소에 입 맞출까요.?"
그가 할머니에게 제안했고, 두 사람은 촉촉한 키스를 끝없이나누었다. 잠시 후 재향군인이 이 미소 입맞춤은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 5곡에서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 P36

할머니는 새로 짓는 집은 정말 아름다울 거라 믿었다. 집 안에 볕이 가득 들어오고,
방마다 창밖으로 배가 떠다니는 바다 풍경과 함께 오렌지색과 보라색 석양, 아프리카로 떠나는 제비 떼가 보일 것이다. 아래층에는 파티룸과 오랑주리 (orangery, 유럽 북부 한랭지에서 오렌지 등의 과수를재배하는 건물-옮긴이)가 있으며, 계단에는 붉은 카펫을 깔고, 베란다에는 물을 뿜는 분수까지 만들 것이다.
- P37

이제 할머니의 공허함은 만노거리의 집과 피아노가 채워 줄 것이다. 재향군인은 할머니를 품에 안고 귓가에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바이올린, 플루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오케스트라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시간 눈밭 행군을 할 때나 수용소 들판에서 독일군들을 즐겁게해 주느라 개들과 음식 쟁탈전을 벌일 때, 머릿속의 오케스트라악기 소리와 시로 버틸 수 있었다.
- P40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조용히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의 모든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싸늘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좋았다. 아빠는 언제나 스웨터를 뒤집어 입고 나타났으며 계절이바뀌는 것도 몰라서 기관지염이 올 때까지 여름 티셔츠를 입고다녔다. 다들 정신 나갔다고 아빠를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미남인데도 이런 모습 때문에 여자들이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빠의 음악에 대한 광기가 유행에 맞지 않았는데, 아빠가 천재성을 보인 고전 음악도 여자들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빠가 기절하도록 좋았다.
- P44

내가 태어난날 아빠는 뉴욕에서 라벨의 〈콘체르토 인 솔〉을 연주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흥분해서 연주를 망칠까 봐 아빠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조금 자랐다 싶자 엄마는 박스와 보행기, 카시트, 유아용 그릇을 하나씩 더 사서이곳 만노거리에 갖다 두었다. 그 후 아기 용품을 급하게 챙길 필요 없이 할머니에게 나를 맡긴 뒤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아빠에게 날아갈 수 있었다.
- P44

 할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나아져서 할머니가 쇼팽이나 드뷔시, 베토벤의 음악에 흠뻑 빠져오페라를 듣고, 나비부인》과 《라 트라비아타 때문에 훌쩍이거나, 전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포에토 해변에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돌로레타 부인, 판니 부인과 커피를 마시는 모양이라고 넘겨짚었다.
- P48

피아노가 집으로 오는 날 할머니는 너무 행복해서 메렐로거리에서 만노거리까지 트럭을 앞질러 뛰어왔다. 머릿속으로는 재향군인이 할머니를 위해 쓴 시의 앞부분을 점점 빨리,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단숨에 읊었다.

"당신이 스쳐 가는 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당신이스쳐 가는 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당신이 스쳐가는인생에 가느다란 신호를 남겼다면,
- P49

빈 화분에 들어가서 머리에 나뭇가지를 붙이고 숨은 적도 있었다. 그다음 날도 똑같은 소동을 벌였다. 인형이나 장난감을 집에 가져가려 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더 커서는 책도 가져가지 않았다. 공부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할머니 집에 있어야 하는데, 특히 사전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핑계를 댔다. 친구들을 초대할 때도 할머니 집이 테라스가 있어서 더 좋았다. 무엇이든 다 할머니 집이 좋았다.
- P51

지지부진한 농업 개혁이 농부들을 파산시켜 삶터를떠나게 만들었다. 여자들은 남편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하녀 일을 다니고, 남자들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지도 못하며 보호 장비조차 없이 유독성 산업 물질을 마셔야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사르데냐 출신임을 보여 주는 ‘우(u)‘ 발음이 들어가는 성을 부끄러워했다.
- P72

이주자들이 사는 아파트가 벌집처럼 모여 있는데, 전에 살던 옥상방과달리 화장실과 주방도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다. 그리고 이주민도 밀라노 주민으로 받아들여져 이주민을 두고 수군대지 않았다. 이제 남북 간의 싸움은 뒷전이 되고 산바빌라성당을 둘러싼적색분자(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와 흑색분자(네오파시스트)의 분쟁이화두가 되면서 남부 사람들을 ‘테룬‘이라 부르지도 않았다.
- P73

사촌들은 아빠가 정치에 무심한 것과 부자를 미워하지 않는 것, 파시스트를 때려 본 적도 맞아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용서하지 못했다. 사촌들은 아직 어린데도 카파나(Capanna, 도시 빈민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학생 운동 - 옮긴이) 집회를 따라다녔다. 1969년 5월에는 밀라노에서 시가 행렬에 참가하고, 1971년에는 국도 점령 시위에동참했다. 몇 번 다투긴 했지만 아빠와 사촌들은 서로 좋아하고매번 화해했다. 심지어 그 유명한 1963년 11월, 부모님 몰래 창문으로 빠져 나와 지붕을 돌아다니며 놀던 시절 다락방에서 의형제까지 맺었다.  - P74

할머니는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사랑을 쫓아 버리는 광기 같은 걸 물려준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 것이었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아무에게도, 그 어디에서도 초대받지 못해 항상 혼자였으며, 어쩌다 시도한 애정 표현도 유치하고 서툴러서 그 누구도 함께 하려 하지 않았다. 고학년이 되어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할머니는 세상엔 다른 일도 많다는 것을 알려 주려 했고 할아버지도 설득해 봤지만,
아빠는 그저 웃고 말 뿐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1969년 7월21일 밤 암스트롱이 달에 상륙했을 때도 아들이 졸업 연주회 때문에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35-1>을 끝없이연주하던 모습을 잊지 못했다.
- P75

같은 단어의 중복 사용 같은 실수를 찾아낼 때마다 할머니 엉덩이를 한 대씩 살짝 때리거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나중에 다시 쓰라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아."
재향군인이 제노바와 밀라노 억양으로 지적해도 할머니는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상 즐거웠다.  - P82

재향군인이나 그의 친구 조르지오 카프로니 혹은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가여운 시인 디노 캄파나의 묘사를 보면, 칼리아리도제노바처럼 어둡고 미로 같고 신비롭고 습하다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게 눈부신 지중해의 빛이 쏟아지는 길이 나타나는 곳이다. 그런 곳에 이르면 바쁘게 지나다가도 낮은 담이나 철제 난간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그토록 ‘풍요로운‘ 하늘과 바다, 태양을 즐기지 않을 수 없다.  - P82

할머니는 칼리아리와 바다 그리고 나무와 벽난로, 말똥, 비누,
밀, 토마토, 따끈한 빵 냄새가 뒤섞인 고향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그 남자, 재향군인을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세상그 무엇보다 그 남자가 좋았다.
- P84

그에게는 아무것도, 심지어 결석을 배출하느라 함께 소변을 보는 일도 부끄럽지 않았다.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것이할머니가 오래전부터 그리워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 P84

아버지의 돌 사진에는 할머니가 없다. 사람들이 "생일축하합니다."를 외치며 축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감정이 북받친나머지 방으로 도망쳐 울고 말았던 것이다.  - P86

엄마 말에 의하면 한 집안에서 누군가는 혼란을 짊어져야 한단다. 인생이란 원래 둘 사이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이 굳어지고 언젠가는 멈춰 버린단다. 밤에 악몽 없이 편안하게 잠들고, 엄마 아빠의 결혼생활이 별다른 충돌 없이 유지되고, 내가 첫 남자 친구와 결혼하고, 우리 가족에게 큰 위기가 닥치지 않고, 우리 중 자살을 기도하거나 쓰레기통에 뛰어들거나 몸에 자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할머니가 그값을 치러 준 덕분이었다. 모든 가정에는 희생을 치르는 사람이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이 지켜지고 세상도멈추지 않는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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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나 많은 밑줄!

청아 2021-12-21 16:28   좋아요 2 | URL
다 읽고 울었어요ㅠㅇㅠ

건수하 2021-12-21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밑줄긋지 않았던 문장들이 있어 다시 보니 좋네요.
이래서 같은 책을 읽고 공유하는게 좋아요 :)

청아 2021-12-21 19:33   좋아요 2 | URL
맞아요!ㅋㅋㅋ 저 밑줄 너무 많이해서 ‘내가 왜이러고 있나‘ 했어요. 다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집은 깨끗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깨끗했던 적이 없었다. 에밀리는 이 집에, 자기 자신에게, 나오지 않는 라디오에,
타이어가 구멍 난 자기 자전거에 애정을 잃었다. 두 방문객은여름 파리를 여태 쓸지 않았다는 것, 비질을 한 곳이 없다는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 P23

두려움이에밀리가 말한 사랑을 고갈시켜 껍데기만 남았지만, 방문객앞에서 그랬듯 에밀리는 사랑의 잔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슬퍼할 수 없었고, 애도할 수 없었다.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차를 타고 떠난 그들은 이 사실을알까? 다른 이들이 물으면 이 사실을 설명해줄까?
- P27

"레깃 짓이야." 매클루스가 말했고 나머지는 말이 없었다.
네이피어만이 함께 레깃을 의심했다. 올리비에를 제외한 나머지는 당황했다. 새들은 목이 부러졌고 그중 한 마리는 머리가뜯겨 있었다. 흙 위에 누워 있는 새들의 깃털은 이미 축 늘어졌고 구슬 같던 눈은 흐릿해졌다. "잔인한 놈들." 뉴컴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목소리에 항의나 감정의 기미는 없었다. 올리비에는 그 소녀의 짓임을 알았다.
- P29

올리비에는 교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면서 부당한 보복을 예상했으나 자신이 스스로의추측을 발설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그러지 않는 것은, 자기생각을 비밀로 감추는 것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 P34

올리비에를 제외한 모두가 그 생각을 했다. 다인스는 이 세계의 질서 바깥에 있었다. 이들은 다인스를 때리거나 괴롭힐수 없었고, 그에게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잡역부가 갈까마귀를 키우는 곳을 알긴 했지만 혐의를 물으면 자신이 그동안 침묵해온 것들을 폭로할 가능성이 높았기때문이다. 다인스는 다루기 힘든 사람이었다.
- P37

올리비에가 그곳에 있으면 마치 더 잘 만들어진 예시처럼 보였고, 나머지는 부주의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학생들은 청소년의 느낌이 두드러졌다. 재킷 소매가너무 짧았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뻗쳤으며, 목소리가 걸걸하고 막 자라기 시작한 까칠한 수염 아래 피부가 울긋불긋했다그러나 올리비에가 이 성년의 서곡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이 남겨진 데 대한 유감 없이 받아들인 그 깡마른 꼴사나움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P38

원래는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게 사생활에 침입하는 데 능했고, 스스로도 자부심이있었다. 그러나 올리비에는 두 번, 혹은 세 번이나 불시에 시선을 돌려받고 감시하던 눈을 즉시 내리깔아야 했다. 이 식당가정부의 이름은 벨라였다. 하지만 식당과 바깥에서 벨라는‘그 소녀‘로 통했다.
- P40

책이 꼭 필요했던 여자는 가게에서 나오면서, 차에 타면서 그라일리스의 눈에 자주 띄었다. 그가 여태까지 알았던 종류의 여성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나름의 아름다움이있었다. 침착한 태도와 옷차림에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드러났고, 해버티 씨가 은퇴한 것을 모르고 멍한 얼굴로 그가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할 때는 더욱더 다른 사람들과 달라 보였다. 그녀는 그라일리스와 이야기를 나눌 때 미소를 지었고,
그는 전에 그녀의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다음번에는 대화가더 길어졌고, 그다음 번에는 더욱 쉬워졌다. 

그녀에게 어떤 소설가를 추천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프루스트와 맬컴 라우리를, 포스터와 매덕스 포드를, 개스켈 부인과 월키 콜린스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그녀를 위해 더블린 사람들》을 한 권 더 들여놓았는데, 기존에 있던 책은 비를 맞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브라이턴 록》과 《밤은 부드러워로 그녀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녀는 혼자서 엘리자베스 보웬을 찾아냈다.
점심시간이면 그는 깔끔한 그녀의 거실에서 와인을 따랐다.
그들은 자신이 경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신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속의 경솔한 사람들에 대해, 팰리스 플롭하우스에 대해, 취한 광장과 돌코테 물방앗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P116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으나,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우정으로 전과 달라진 방 안에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통제하는 능력을 잃지않았다. 그녀는 지나간 과거를, 그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배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커피를 내오면 그는 내리는 비나 차가운 봄의 햇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고, 다시 와일드펠 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넓은 현관을 배경으로 계단 위에서 있었고, 그의 백미러에 보이던 그녀의 모습은 곧 버드나무로 바뀌었다.
- P117

이 모든 것은 가식, 일종의 기만과 관련이 있었다. ‘유감이에요.‘ 로즈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박스트리 카페에서 내뱉은 그토록 많은 말을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로즈는 부버리 씨의 신뢰를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부버리 씨가 신뢰를보이기도 전에 이미 그를 배신했다.
- P196

무용 선생이 연주한 음악은 그때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것과 차원이 달랐다. 이음악은 쏜살같이 달려나가다 부드러워졌고, 잔잔했고, 느렸다. 진홍색 벽지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시선 위에서 음악이 춤을 추었다. 음악은 아무도 앉지 않은 의자 위에, 꽃병과 장식품 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점점 위로 떠올라 천장의 새하얀 꽃잎에 닿았다. 브리지드가 두 눈을 감았고, 무용 선생의 음악이어둠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음악의 선율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달라졌다. 개똥지빠귀의 노랫소리가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과, 브리지드가 스케나킬라 언덕을 넘을 때 옆에서 세차게 밀려들다 졸졸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음악이 멈췄을 때 침묵은 전과 같지 않았다. 마치 음악이 침묵을바꿔놓은 듯했다.
- P262

2월의 그날 밤, 언덕의 자갈길에는 서리가 끼어 있었고 하늘에선 별들이 환하게 타올랐다. 브리지드는 그 별들이 아까 들은 음악을, 그 아름다움을, 자신이 느낀 감정을 더욱 찬양하는것 같았다. 노력해보았지만 그 선율은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 쏜살같음과 느림과 잔잔함, 지금 곁에 흐르는 개울이 만들어내는음악은 거실에서 눈을 감았을 때 들렸던 것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케나킬라 언덕을 넘는 동안 브리지드는 그때 있었던 것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고, 그것은 브리지드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부엌 뒷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 P264

"괜찮아요?" 그녀가 물었다. "괜찮은 거예요?" 말투에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야 할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사랑의 까다로운 특성을 잘 알았다. 사랑은 거의 언제나 잘못된 대상을 향했다.
- P269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다렸다."

트레버는 이 소설들을 통해서 누구나 마음속 깊이 자신만의 비밀을간직하며 살아가고, 그 비밀이 우리를 끝내 고독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놀랍게도 트레버 덕분에.
그 고독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_ 백수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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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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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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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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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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