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불면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성격 때문일 것이라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지적인 동시에 겸손하며, 사려깊은 동시에 냉철하고, 일도 잘하지만 옷도 잘 입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그다지 냉철하지도 지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항상 거절을두려워하며 오해에 쩔쩔맸다. 그녀는 누군가 화가 나 있으면
‘혹시 나 때문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도 어느새 그 사람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혹은 요구하지도 않은 해명을 하고 다니며 자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앞에서 "그게 아니고......"라며 더 많은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를 괴롭게 하는 것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누군가 알아차렸으며, 속으로 경멸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꿔보려 했다. 그녀는 변명만 하고 사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오해를 견디고 사는 일이란 얼마나 더 외로워야만 가능한 것인지. 그녀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뭔가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마다 곤혹을 치르곤 했다. - P90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사람, 그러나 그것이 내 이름인 것이 이상하여 자꾸만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냉소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허영심이 많은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냉소적이고 허영심도 많지만 어쨌든 나를 좋아한단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알기‘ 전에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 하나 가끔은 알 수 없는 쓰다듬에 숨죽이는 사람이다. - P114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대화창 앞에서 오줌보를붙든 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싶은 사람. 그러나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나는 사려깊은 사람‘이라는 식으로도 나를 말할 수있을지 모른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지만, 당신보다 당신의 절망을 경청하고 있는 나의 예의바름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례한 사람이다. 나는 오만한 사람을 미워하지만 겸손한 사람은 의심하는 사람이다. 나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내가 그동안 그것들을 ‘그다지‘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고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모르는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는 다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아도 끄덕이는 사람,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 P117

그때 당신과 나는 어렸고,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를걸으며 지하철역을 찾고 있었다. 더위 때문에 흔한 우스갯소리조차 하지 않는 나의 눈치를 보고 있던 그는 갑자기 내게 게임을 하자고 했다. 종목은 ‘무엇무엇 했으면 좋겠다‘ 놀이 내가 그게 뭐냐고 묻자, 그는 그냥 하고 싶은 걸 얘기하면 되는거라고 말했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해도 된다고. 지쳐 있던 내가 그러자고 하자 그는 갑자기 신이 나서 말했다.
"더이상 욕망이 없는 사람이 지는거다?"
그는 우선 담뱃값이 안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하루 용돈이 이만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복권에 당 - P133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사람이다. 하여, 우리는 흐르는 물에 손을 베이지 않고도 칼을씻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실천문학』 2004년 가을호 - P138

묵히, 이젠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는 듯 잠자코 있었다. 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며 당장 자리를 떠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일이었다. 나는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아버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한쪽 손을가만히 흔들어주었다.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나는 그만울컥해서 입안 가득 물고 있던 호흡기를 놓쳐버릴 뻔했다. 아버지는 나를 잊지 않은 것이다. 저런 미소는 오직 나를 잊지않은 사람만이 지어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이아버지의 선물이라고 확신했다. 아버지. 그러니까 아버지는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내게 인사를 하러, 다만 한번의 인사,
사랑의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저 미소를 연습하느라 이토록 늦게 도착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나를 향해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가 내게
"그동안 외계인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말한다손 치더라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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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7-20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오랫만에 알라딘 들어왔더니 닉네임을 바꾸셨네요^^

청아 2024-07-21 20:31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알라님! ^^ 네. 사진까지 바꾸면 다들 못 알아보실까봐 일단 유지하고 있습니다. 헤헷
 


  





"욕망이 없는 사람이 지는 거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



타인의 우물에서 마음을 끌어 올리는 사람들은 오래도록 우물 속을 들여다본 사람들이다. 심연은 오직 그것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만 비밀을 드러낸다. 김애란은 그런 작가다. 그의 글을 읽으며 위로 받았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진실과 거짓은 모두 힘이 있다. 진실에는 거짓이, 거짓에는 진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완전한 것은 없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질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하여, 우리는 흐르는 물에 손을 베이지 않고도 칼을 씻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실천문학' 2004 가을호, 김애란




나는 도로 위에 반듯하게 누웠다. 울음을 삼키면서.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더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에 가게 될 거라고. 믿었다. 아주 잠시면 끝날 거라고. 그런데 왜 울음을 삼키고 있나? 뭐가 서러워서? 뭐가 아쉬워서? 곧 그런게 다 없어질텐데 기쁜 일이잖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대하던 동시에 두려워하던 것은 오지 않고 다른 것이, 사람들이 왔다. 경찰들이. 



소란스러운 시간은 지나갔다. 여기저기 몸에 난 상처에 감사했다. 이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죽었으리라. 내 소란은 살려달라는, 도와달라는 외침이었으니까. 




미루다가 30분 달리기 도전 8주차 버튼을 눌렀다. 20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이제 너무나 친숙해진 남성의 목소리가 '너는 미션을 완수할 수 있노라' 응원한다. 멘트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달리다가 달려드는 개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이 부분에서 나는 한참을 웃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물을 치우는 데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달려드는 개를 말리다가 자칫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달리기를 부추기는 건가 웃음을 부추기는 건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달리는 것'입니다. 나레이터는 달리기 뿐 아니라 삶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진지해진 채로 달렸다. 




이건 그 사람이 골라준 책이다. 한 사람과 헤어지고 2년이 되어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그저 숨만 붙어 있는 존재로 살아가던 내게 재밌으니 읽어보라고 책을 내밀어준 사람. 나를 보고 싶어하고 내 목소리를 자꾸만 듣고 싶어 하고 내 컬러링이 바뀐 이유를 궁금해하고 나랑 운동하고 싶어하고 나랑 살고 싶어하고 나랑 맛있는 걸 먹으러 가려 하고 술이 달다고 말할 만큼 인생의 쓴 맛을 아는 사람. 락과 재즈를 듣는 사람. 내가 늘 선망하던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 그럼에도 나를 어렵다고 하는 사람. 나는 더 어려워져서 그 사람의 푸앵카레의 추측이 되고 싶다.  페렐만이 오래도록 내게 사로잡힐 수 있도록. 이렇게 될 줄 알고 서래의 마지막에 그렇게 울었나보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이 시간도 지나갈 것이다. 나는 결국에는 나로 남고, 누구나 그렇듯 바람에 사라질 날이 오고야 말겠지.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달리기로 했다. 욕망하기로 했다. 장애물 때문에 너무 오래 고심하지 않으면서 그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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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7-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성되지 않은 독후감입니다. 완성되면 이 댓글은 지울게요.

2024-07-12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2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2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4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1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07-19 16:04   좋아요 1 | URL
혼자 괜찮은 척 잘 연기하다가 갑작스럽게 고해한 기분입니다.ㅎㅎ

알겠습니다 수하님>.<
 


      








어느 날 초록색 조끼를 입은 세븐일레븐의 사장이 내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엉겁결에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손에 들린 리더기가 잽싸게 컵라면의 바코드를 읽어낸다. 

"여기 사세요?"

구리색 피부에 살집이 좋다. 나는 컵라면 값 650원과 함께 네, 라는 말을 지불하며 세븐일레븐을 황급히 나온다. 

그런데 그후로 세븐일레븐에 갈 때마다 그 남자는 내가 물건을 사는 족족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학생이세요?"

"네."

"3학년?"

"네."

"여기 K대학?"

"아니오."

"그럼 어느 학교 다녀요?"

나는 대충 학교 이름을 얼버무린다. 그러곤 다음 질문이 설마 '전공이 뭐예요?'는 아니겠지 생각한다. 그가 묻는다. 

"전공이 뭐예요?"

아마 내가 문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그는 자신의 문학관에 대해 열변할 것이고, 미술을 전공한다고 하면 개중 유명한 미술작가를 들먹일 것이며, 이벤트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하면, 또 '그게 뭐 하는 과냐' '언제 생겼냐' '그거 졸업하면 뭐 하게 되냐'등의 질문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는 나를 '안다'라고 말하겠지.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 식품공학. 그는 "어유, 그럼 살림 잘하시겠네"라고 농담을 건다. "그럼 언제 졸업....."이라고 남자가 다음 말을 이으려 한다. 그때 만일, 전자레인지가 삐ㅡ 소리를 내지 않았고, 잘 익은 햇반이 내게 무사히 건네지지 않았다면, 그는 내게 '좋아하는 체위는 뭐냐'고까지 물어봤을지 모른다. 내가 세븐일레븐 로고가 새겨진 반투명 비닐봉지를 들고 황급히 나가려 했을 때, 그는 내ㅐ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한 여고생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언니 잘 있어요? 그 시립대 다닌다는....."


나는 그 후로 세븐일레븐에 가지 않는다. -김애란





닉네임을 바꿨다. 내가 닉네임을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 어릴 적 떠나보낸 내 이름과 비슷하다. (고맙게도 엄마가 보내주었다.) 그 이름이 촌스러워서 싫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사정을 알게 된 당시 남자친구가 이름이 뭐길래 그렇게 싫었냐고 집요하게 묻자 "청아"라고 거짓말했다. 당시 이청아 배우가 활동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차라리 '청아'면 낫겠다 생각하고 뱉었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뭘 말해야 할까? 너무 오래 고민했다. 결론은 말하고 싶다. 못 견딜 만큼. 그래서 바꿨다.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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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7-10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땜에 금방 알게 되었는데
전의 이름과 느낌이 완전 달라요 ㅎㅎ
청아~~
일단 목소리가 닮았어요.
달려라, 청아♡♡♡
저는 어릴 적 촌스러운 이름을
그대로 달고 살아요~~

청아 2024-07-10 12:35   좋아요 2 | URL
이름 바꾸고 첫 댓글을 주신 페페님 고맙고 반갑습니다♡♡♡
저보다 촌스럽진 않으실 것 같은데요?^^ 지어주신 할아버지가 저한테 악감정 있으셨나 했는데 엄청 예뻐하셨대요. 그럼 왜그러셨을까요ㅋㅋ 지금은 워낙 흔한 이름이라 예전 이름에 대한 감정이 조금 바뀌었어요.

거리의화가 2024-07-10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뀐 닉네임도 참 예쁩니다. 아직 어색하지만 차차 입에 붙겠죠?ㅎㅎ 어릴 때는 제 이름이 싫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불러준 뒤로는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이름은 특히나 경험이 그에 관한 생각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제 닉네임이 이미지와 매칭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바꿔보려 했다가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했고 딱히 떠오르는 것이 생각나질 않아 그냥 내버려두고 있네요.

청아 2024-07-11 09:42   좋아요 1 | URL
화가님 예쁘다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불러줄때까지 기다릴껄 그랬나봅니다. 로멘틱해요!ㅎㅎ
쭉 같은 닉넴으로 하려다가 어제 계기가 있었습니다. 헤헤

잠자냥 2024-07-10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 닉네임을 바꾼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 ㅎㅎ 새로운 시작 아무튼 응원합니다!

청아 2024-07-11 09:44   좋아요 1 | URL
네! 잠자냥님^^ 그 사연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공개될 예정입니다. ㅋㅋㅋㅋ 응원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4-07-10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닉네임을 바꾸셨군요. 얼른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글 자주 써주셔요!!

청아 2024-07-11 09:47   좋아요 0 | URL
약간 레트로한 느낌이죠?ㅋㅋㅋ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

2024-07-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07-12 12:1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쟝쟝님>.< 이 닉넴이 입에 붙으시도록 오래 사용해볼께요!

cyrus 2024-07-12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아’를 국어사전에 찾아봤어요. 좋은 뜻을 가진 단어였네요. 푸르고 아름다운 눈썹, 미인을 뜻한대요. ‘청아’라는 이름에 과거 이름(미미, 美美)이 겹쳐 있군요.^^

청아 2024-07-12 22:44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바꾸길 잘했네요^^ 사이러스님 찾아봐 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수이 2024-07-1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

청아 2024-07-13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수이님 글쓰기 응원해요!^^

잉크냄새 2024-07-13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지? 했네요. 미미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해석하자면 달콤함(蜜蜜) , 비밀(秘密)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아 2024-07-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런가요? 잉크냄새님 고마워요>♡
 

사랑에 대해 정의 내린 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미시마 유키오가 잘 그려냈다. 야한 장면이 없는데도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몰입해 읽다 보면 덩달아 가슴이 미어진다. ˝이 세상의 열정은 희망에 의해서만 훼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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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역사상 오랜 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어낸 러시아 수학자가 있다. 그레고리 페렐만. 100만 달러라는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그는 수상을 거부했다. 왜 돈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우주의 비밀을 쫓고 있는데 어떻게 백만 달러를 쫓겠는가?" 




오늘, 오래 미루었던 일을 하나 처리했다. 친구는 힘들었겠다 위로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고 끝마친 후에는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미루었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 친구들. S가 둘 있다. 어떤 선택의 순간 앞에서 이들은 유독 명료해 진다. "와 어떻게 그게 돼?" 나는 매번 신기하다. 그럼 나를 놀라게 한 새로운 상황에 대해 S인 친구가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들려 준다. 들을 때는 나도 그러고 싶어진다. 하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대체로 난 늘 하던 대로 행동한다. 




  




궁극적인 위협은 외부로부터, 근본주의적 타자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우리 자신의 무기력함과 도덕적 해이, 명확한 가치관과 확고한 참여, 헌신과 희생정신의 결여에서 온다는 비판이다. 지젝은 라캉의 '행위' 개념을 빌려 진정으로 윤리적인 행위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삶의 과잉'이며, 기꺼이 목숨을 걸 만한 무언인가가 있다는 자각이다. 목숨을 걸 만한 삶의 과잉은 자유, 명예, 존엄성, 자율성 등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한 과잉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죽기를 각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과잉'이다. 그런 과잉이 없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게 아닐뿐더러 삶 자체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삶의 과잉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위다. 212



이 대목을 읽으면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흔히들 '사랑하는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완전해진 듯한 착각, 상대의 모습에 씌워진 콩깍지,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당장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을 듯한 충만함. 그 사람으로 인해 우주가 가득 찬 듯한 환각, 셀 수 없는 비이성적인 감정들이 쏟아진다. 그러니 정상이 아닌 상태고 지속되어서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런 '과잉'상태를 겪은 후, '상실'의 순간을 통과해야만 그 중간에 위치한 현실이란 땅 위에 발 딛고 선 자신을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이 미친 상황을 경험하지 않고는 얻어낼 수 없는 결론이다.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요즘 생각하고 있다. 내가 무슨 노력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결국 하고야 마는 일들과 내가 죽어도 할 수 없는 일들. 양 극단 사이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바뀌는 성향,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극단은 어떤 면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버려야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고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해 봐야 사랑이 그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척하는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극단적인 무엇은 그것의 반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페렐만이 돈과 명예를 보잘것없는 것으로 대할 수 있는 건 우주의 비밀을 푸는 작업을 최대의 가치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고? 전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최근에 직접 겪고 보니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그뿐이다. 헤헷.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부로에게 겨우 두 켤레의 양말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졸라대는 배달부에게 볼펜을 주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그럴 수밖에 없지.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엮는 일 따위는 쉽게 할 수 있어.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97



  



전쟁으로 눈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로 인해 실어증, 간질을 앓게 된 동생과 타국의 난민촌에서 살게 된 오마르. 어딘가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는 어머니를 원망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며 살아가다가 학교에 들어간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조금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고향에 돌아가면 농사를 지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다니지 않았다. 막상 학교에 가보니 불가능할 것 같던 동생과 떨어져 있는 것도 그에게는 가능했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현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잠시라고 생각했지만 난민촌에서의 생활은 몇 년으로 이어졌고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소수의 사람들은 유엔과의 인터뷰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아 미국이나 캐나다에 정착할 수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오마르와 동생 하산은 미국으로 가게 된다. 어렵지 않은 영어로 채워져 있어서 수월하게 읽었다. 오마르가 기회를 얻게 된 점은 감동적이었지만, 뒤에 남은 친구들. 특히 오마르 보다 더 똑똑하고 꿈도 명확했던 마리암이라는 여자아이가 부모에 의해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을 강요당하고 어느새 배가 불러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딸을 낳았는데 마리암은 절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오마르를 위해 지어준 시는 그런 그녀의 상황 때문에 더 아름답고 슬펐다. 어린 나이에 죽을 뻔한 위기와 끝이 없을 듯한 절망을 경험한 오마르는 자신이 어떤 기회를 얻은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겠지. 그러니 아직도 난민캠프를 찾아가고 그들을 돕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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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6-30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고리 페렐란!
참 멋진 사람이지만 음, 음~~

고민하면 굉장히 힘들 것 같아도
막상 해결하면 뭔가 싹뚝 자른 것처럼 뒤도 안 돌아보게 될 정도로 상쾌할 때가 있더라고요.

우리도 우주의 비밀을 푸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청아 2024-06-30 22:59   좋아요 1 | URL
멋지죠! 최근에 그에 관한 다큐를 찾아봤는데요. 이 사람이 인터뷰를 안 하는데 한국 취재진이 집요하게 찾아가서 알아낸 결과 어떤 연구소에서 ‘충돌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해 조금 실망했어요. 충돌이라니까 무기 개발 쪽이면 어쩌나 싶어서요. 부디 아니길 바랍니다. 돈을 쫓는 사람이 아니니ㅎㅎ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고 페페님은 저에게 그런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그레이스 2024-06-30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학 있는데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청아 2024-06-30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인만의 이 책을 어제 샀어요. 페렐만에 대해 쓰다가 그냥 같이 올려본거예요. 레드북 보다 읽기 수월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쟝쟝 2024-07-0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죠. 꼭 힘을 들여야 하는 까닭은 아닐텐데요. 너무 마음쓰지 마시기를.

청아 2024-07-01 22:21   좋아요 1 | URL
네! 쓰고보니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건 아니었어요.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쟝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