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이정재를 닮은 사람과 사귄적이 있다.연애에 관한한 누구나 한 두가지 이상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당시 나의 철학은 '미남은 용기있는자의 것이다.'였고 그 이유는 친한 친구가 커피숍에서 완벽한 자기스타일의 한 남자에게 고백을 한 뒤 차인 일을 내게 고백한 것이 계기였다. 그 용기에 감동받은 나는, 운명처럼 내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면 고백을 해야겠다. 굳게 다짐했었다. 그러다 이정재를 똑닮은 그를 우연히 보았고 터질것 같은 심장을 안고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저기 여자친구 있으세요?"(친구가 고백한 남자에겐 여친이 있었다. 그래서 이 질문부터 해야했다.) "없는데요" "아 그럼 연락처좀 주실래요?" 나는 성공했고 한동안 주변의 경악과 부러움을 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전망 좋은 방'의 루시 때문이다. 루시는 사촌언니 샬럿과 함께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조지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피렌체의 광장에서 놀라운 일을 목격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끌림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루시는 큐피트의 화살을 맞았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황을 꼬이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루시의 꼬인 매듭은 스스로를 거짓된 삶으로 이끌게 된다. 포스터의 언어를 통해 독자는 스스로를 살피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P.128 이탈리아가 그녀에게 마법을 베풀었다. 그녀에게 빛이 더해졌고, 또 그가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림자까지 더해졌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간직한 내밀함의 미덕을 감지했다.
그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의 여인 같았다. 우리가 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녀 자신보다 오히려그녀가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들 때문이다. 그녀가 말해주지 않는 그것들은 분명히 이 세상의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주변 인물들이 의도치 않게 도움을 주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포스터의 다른 소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만큼이나 이탈리아의 정취에 빠져들게 되는 이 소설은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배경 속에서 갖가지 성향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작품의 흥을 돋우게 된다. 다음 작품을 구상중인 작가와 남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다면서 피해를 주는 샬롯, 오만한 이거 목사와 친근하고 자상한 비브 목사, 직설적이지만 관대한 에머슨씨와 세실까지도. 하지만 이들의 적지않은 역할에도 루시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녀 자신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72 하지만 그녀가 주연 배우를 아무리 열심히 외면해도, 불행하게도 무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운명의 장난인듯 샬럿이 강을 떠나 루시를 데리고 간 곳은 시뇨리아 광장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녀는 돌들, 로지아,분수, 궁전 탑 같은 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띈다는 걸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한순간 그녀는 유령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원작을 그런대로 잘 살린 영화를 찾아봤다.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얄미운 세실연기는 한동안 머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부록에서 포스터는 그들의 뒷얘기를 덧붙이는데 역시 누구보다 세실의 미래가 압권이다. (궁금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어쩌면 사랑이 위대한 것은 사랑으로 발생하는 열정과 용기가 삶의 전반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심지어 염세주의에 빠져 삶에서 의미를 잃은 청년에게도 말이다. 사랑과 용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마치 이탈리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