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은 유망한 IT기업 사장의 전원주택과 운전기사 가장의 반지하셋방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리얼리티로 양극화 문제를 얘기하지만 고용과 소득 분배, 복지 확대만으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부자는 악하고, 빈자는 착하다는 식의 구시대적 관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맥락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사회가 진보할수록 빈자에 대한 혜택은 늘어난다. 그러나 정작 빈자는 선거 때마다 자기 계급을 부정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한다. 가난한 현실의 삶보다 풍요를 좇는 현실의 욕망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장자는 마침내 마음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아내가 죽자 장자는 슬퍼하기는 커녕 통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애도는 하지 못할지언정 이건 너무 심하지않은가. 장자는 대꾸한다. 사람이 죽으면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법이라고.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뒤나 모두 삶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태어나기 이전 상태에 대해 슬퍼한 적이 없는데, 왜 죽었다고 새삼 슬퍼하느냐고이와 같은 장자의 위로에 공감하려면, 인생을 보다 큰 흐름의 일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죽은뒤의 상태뿐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까지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거대한 담론이나 이념, 세상을 뒤흔들 커다란 사건이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예컨대, 2021년 3.1절 대통령 연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비내리던 기념식 중간 고 임우철 애국지사의 젖은 담요를 바꾸어 드리라는 대통령의 말과 눈빛은 여전히 또렷이 기억한다결국 추억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다국민들도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로 문재인정부를 기억하고 결국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허무함을 느낄때 마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허무의 근원을 깊이 파고들거나 건너 뛰거나 무시하거나 또는 극복 했을까?김영민교수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허무는 명혼의 피냄새와 같은 것이고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씼어도 지워지지 않는다이게 피할 수 없는 인간 조건 같은것이라면 잘 응시하는 일이 필요하다인간은 허무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인 만큼, 이 진실을 직시하면 여러 세속적 가치나 명예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얘기다이 차가운 직시야말로 허무와 공존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삶에서 달콤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다- 그 죽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에 달콤함의 레시피를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