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젊을 때 모두 가난했다
가난의 의미가 예전과 다르게 더 혹독한 삶을 살게하는 시대에 살아 그런지 마음이 더 먹먹해진다

선생님의 시로 인해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었고, 조금 덜 아파 할 수 있었습니다
멋진 시를 이 세상에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경림선생님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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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gial 2024-05-22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신경림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