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
박원경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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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희롱추행폭력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놀라운 현실이 보인다. 여성, 어린이, 청소년 대상 책인 경우에는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재판 대응 매뉴얼은 없다. 그런데 성인 남성 독자 대상인 책들은 내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책은 당연히 없고, 내가 성범죄자가 되지 않는 방법에 대한 책도 없다. 그런데 성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잘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은 꽤 있다. 서점 말고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성범죄자에게 상담해주는 카페가 무진장 쏟아진다. 햐, 대한민국에 이렇게나 많은 성범죄자들이 있구나. 이게 현실이구나.

 

쓸데없이 학구적인 성격이다보니, 도대체 이런 책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서 그중 한 책을 찾아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은 마치 피해자의 법적 대응방법을 알려 주는 매뉴얼북 같다. 그런데 이 책도 범죄자를 위한 책이다. 신고나 고소 전에 사건을 마무리하거나 검찰 조사 단계에서 끝낼 방법을 찾거나 법정에 가더라도 처벌을 최소화하기위해 발악하는 온갖 팁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미성년 여성과 성매매해서 걸렸을 경우에 나이를 모르고 했다고 우기는 방법, 같은 것. 강간 했다가 걸렸는데 정액 디엔에이 같은 빼박 증거가 나오면 형을 감량하기 위해 매일매일 반성문을 써 내랜다. 피해자가 아니라 판사님께! 맙소사!( 새끼들아, 처벌받기 싫으면 아예 처음부터 안할 생각을 하란 말이다! 그리고 반성은 피해자에게 해야지 왜 판사님께 하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고소를 하면 저 새끼가 이렇게 나오겠군, 하는 수를 미리 읽는 방법으로 이 책을 사용하면 되겠다.

 

여튼, 피해자 입장에서 성범죄 사건과 고소, 재판에 대응하는 매뉴얼북이 절실하다. 관련 기관에서 비매품으로 낸 책은 있지만, 대중적으로 서점에 유통되는 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페미니즘적 해설이 붙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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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르고 혼자 고침 - 소소한 집수리 안내서 자기만의 방
완주숙녀회.이보현 지음, 안홍준 그림 / 휴머니스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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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전기 문제로 동네 수리센터 아저씨를 불러 고치고 집주인에게 청구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집주인 할아버지가 어찌나 싫은 소리를 하던지,,,  며칠 후 서점 블로그 들어왔다가 블로거 오로지 관객이 이 책에 대해 쓴 리뷰를 보았다. 유레카! 이건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 참 좋다. 쓸데없는 사설 없고 실용적 목적에 충실하다. 정확하고 쉬운 설명에 알기 쉽게 그려놓은 일러스트가 함께 있다. 고치는 순서대로 고치는 과정을 그림으로 여러번 보여준다. 보고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퐁퐁 솟는다. 얇고도 충실하다.

 

그런데, 당장 세면대 물이 잘 안내려가서 이 책을 펼쳐들었건만, 막막하다. 123페이지부터 잘 설명이 되어 있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세면대는 밑에 배수관을 가리고 있는 장식 같은 게 굳건히 붙어 있는 것 아닌가. 127쪽에 의하면 이건 '반다리형 세면대'인데,,,, 먼저 이 다리를 떼어 내어야하는데,,,, 이게 엄두가 안 난다. 얘도 도자기 일종같은데 이걸 다 깨 부셔야하나? 그러면 집주인 할아버지가 날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흠, 더 연구해 보자. 여튼, 유용한 책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어른의 삶을 완주해내야하는 숙녀들의 생필품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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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10인의 과학자들이 뽑은 내 마음을 뒤흔든 과학책
강양구 외 지음 / 바틀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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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열 명이 각각 읽은 책 이야기. 그들이 책과 세상을 과학적으로 읽는 태도를 읽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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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엄청나게 가깝지만 의외로 낯선 가깝지만 낯선 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2
후촨안 지음, 박지민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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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책이다. 일본 음식을 설명하는데,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일본 현지에서 그 음식을 잘하는 식당을 소개한다. 음식의 역사와 식당의 역사가 같이 나온다.  식당 주소도 있어서 실제로 찾아가기도 쉽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존 여행서적보다 조금 더 깊이있고, 전문 인문서보다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딱 좋을 책이다.  

 

편집도 좋다. 빽빽한 사진으로 가득찬 여행서적이나 맛집 소개 책들과 달리 사진이 깔끔하게 한 쪽에 한 장 혹은 두 장만 들어 있다. 보기 편하다.   

 

처음 소개되는 음식은 당연 돈가스다. 메이지 유신과 일본식 양식의 탄생을 상징하는 음식. 그외 스시나 소바 등 일본, 하면 생각나는 뻔한 음식들이 이어진다. 쌀과 채소, 두부 등 식재료 자체를 다루는 점도 재미있었다. 다른 일본 음식 서적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커피 역시 그랬다. 그런데 4번째로 소개되는 위스키는 뜻밖이었다. 알고보니 일본은 세계 5위의 위스키 생산국이라 한다. 스코틀랜드 본토 위스키가 일본으로 전해지고, 다시 일본인 특유의 모방과 학습, 일본화에 의해 다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어 현재 일본산 위스키는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세계 위스키 연감>을 보면 2007, 2008년에 '니카' 회사의 '요이치'와 '산토리'의 '히비키(響)'가 각각 싱글 몰트 위스키 부문과 블랜디드 위스키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단다. 

 

다른 음식 역사는 다른 책에도 많이 있으니 위스키 부분을 요약 소개해 보겠다.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이렇다.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는 일본에서 와인을 만들어 성공한다. 이어 위스키 국내 생산을 위해 다케쓰루란 젊은 직원을 스코틀랜드로 유학 보낸다. 다케쓰루는 귀국 후 1924년 완공된 야마자키 위스키 증류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위스키를 만든다. 그런데 그가 배워온 스코틀랜드 스타일 위스키는 정통 스모크 향이 나서 일본인들 취향에 안 맞았다. 제품이 인기가 없자 회사는 다른 스타일 위스키를 개발하라고 요구했지만 다케쓰루는 정통 위스키 생산을 고집했다. 길이 갈라졌다. 회사를 나온 다케쓰루는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다. '니카'회사다. 도리이 신지로는 와인 제조 경험을 넣어 일본다운 독특한 향을 가진 '가쿠빈'을 1937년 출시한다. 히트였다. 이후 만든 '히비키'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니카 회사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제조법을 배우러 온 일본 유햑생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아가씨가 있었다고 한다. 학업을 마친 마케쓰루가 귀국하자 당시 (메이지 말, 다이쇼 초기? 정도 추측 - 껌정 추측) 배와 기차를 갈아 타고 무려 50일이나 걸려서 일본으로 찾아와서 결혼해서 같이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다케쓰루 리타의 사연이다. 헐?

 

사실 이 책은 작년에 읽었다. 그런데 위스키 좋아하는 사장님이 '히비키'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산토리 히비키 역사가 줄줄 떠오르는 거 아닌가? 어? 나는 위스키를 안 마시는데 어떻게 히비키 20년을 알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이 책을 읽고 기록은 안 해 놓은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 훑어 보고 리뷰 남긴다. 다시 봐도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은 타이완 저자가 썼다. 중국어로 된 원서를 번역하면서 우리식 한자음로 옮겨 놨다. 책 이름이 <침초자>이런 식인 것까지는 괜찮은데  '아즈치모모야마 시대'가 '안토도산 시대'로 표기되고, '메이지다이쇼'가 '명치대정'으로 나오는 등, 널리 쓰이는 일본 역사 용어까지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한 것은 좀 태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중국어로 된 책이라도 일본에 대한 책이면 일본 쪽 전문가에게 한번 검토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앞의 이야기가 별로 놀랍지 않다면,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일본 최초의 카페는 타이완과 관련이 있다!  - 71쪽

어떤 지역은 1년에 겨우 1모작밖에 할 수 없다. - 187쪽

 

그래도 위 부분처럼, 대만 작가가 썼기에 은근 재미있는 서술을 찾는 재미도 있다.

 

*** 오류

 

4쪽 :

모노 미야(茂呂 美耶) 작가 => 모로 미야

 

110쪽, 250쪽 : 

가이세키 요리 설명이 나오는데 가이세키(懷石) 요리와 가이세키(會席) 요리를 헷갈려 써 놓았다. 원서 서술에서부터 생긴 문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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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마리
이노우에 유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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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다 읽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작가시기에 더이상  요네하라 마리 작가의  책은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요네하라 마리의 책이 더 나와 있었다. 마리가 쓴 책이 아니라 마리에 대해 여동생이  쓴 책이다. 이노우에 유리. 즉 결혼전 요네하라 유리. 일본은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 것을 잊고 잠시 누구지?라고 생각했다.

 

 

 

책은 음식에 얽힌 추억 위주로 고인인 언니 마리를 추억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모인 원고로 구성되었다. 마리의 <음식견문록>을 읽은 독자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할바'라든가 '여행자의 아침 식사' 통조림 등등 군침 도는 이야기가 자매의 추억과 얽혀 쏟아진다. 지역 유지인 친가  요네하라 가문 이야기라든가 그 시절 소련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어린 나이에 보고 겪은 사연 등등, 요네하라 마리가 쓴 에세이에 나오는 이야기가 색다른 결로 다시 등장한다. 당연히 마리 책의 오류(?)를 잡아내기도 한다. <프라하의 소녀 시대> 에서 중소대립때문에 학교에서도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유리가 울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유리 본인은 자신이 운 것은 중소 갈등이 아니라 남자아이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 밝힌다.

 

 

자매의 아버지 요네하라 씨는 아시다시피 일본 공산당의 거물이고 어머니도 만만찮은 인물이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혼자 노년의 나이에 프랑스에 유학가서 2년을 공부하고 돌아오신 사연을 읽으니 자매의 지적 능력과 당찬 성격, 글솜씨는 유전인가 싶다. 아래 대목, 유머 감각마저 자매는 닮았다.

 

우리 둘 다 정리정돈 잘하는 아버지도, 공붓벌레 어머니도 닮지 않았다. 원래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까.

- 99쪽에서 인용

 

 

가사노동 돌봄 노동에 서툰 언니 마리가 동물을 키우고 나서 변했다는 사연을 저자는 또 이렇게 빵 터지게 쓴다. 아래, 마리의 책 제목인<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를 이용한 유머다.

 

 

이로 인해 어머니도 나보다 훨씬 열심히 곰상스럽게 돌봤다. 인간 수컷이라면 이 정도로 마리를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 164쪽에서 인용

 

 

언니 마리에 대한 인물평도 곳곳에 있다.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라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제 틀 안에서는 개성적이요 재미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에게는 틀이란 게 없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언니는 타고난 에너지로 정신을 자유럽게 활짝 열어 젖히고 살았다. 그 결과로 약간의 곤란함도 즐거움도 함께 받아 들였다. 덕분에 주위에도 불똥이 튀는 일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리워진다.

 - 208쪽에서 인용

 

아래에 밝힌 요네하라 마리의 모습은 뜻밖이다.

 

마리는 미지의 것, 익숙지 않은 것은 못 먹었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미지의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면 지레 겁을 내어 망설였다.

- 87쪽에서 인용

 

 

 

어린 나이에 낯설고 말 안통하는 프라하의 소련 학교에 다니면서 서로를 의지하던 자매는 다른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기까지 반년 동안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로 뛰쳐나와 서로의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는 일본 학교에 적응이 안 되어 자매는 더욱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유리가 집에서 먼 홋카이도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자매는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게 된다. 편지로 시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로 가면서 둘은 점점 멀어진다. 이 과정을 저자는 담담히 묘사한다. 젊은 나이에 작고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서.

 

대단한 다독가인 요네하라 마리가 역사 문화 지식을 경쾌하게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마리 작가가 쓴 책은 아니지만 동생 유리 저자의 책을 통해 요네하라 마리의 개성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동생인 이노우에 유리 역시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이다. 언니의 후광과 별개로, 이 저자의 글 자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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