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콜린 테일러 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얇은 분량이지만 음식사에서 다루어야할 핵심은 다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서술하는 내용은 커리라는 음식이 세계화된 역사인데 한편 근대 제국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의 가지가 자라날 여지를 준다.

 

이 책에 의하면, "커리는 향신료를 넣은 고기, 생선 또는 채소로 만든 스튜다. 밥과 빵, 옥수수 가루를 비롯한 탄수화물 음식과 함께 먹는다. 향신료는 가루나 소스 형태로 만들어 쓰거나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구입해 쓴다.” 그래서 책은 커리 가루를 뿌려 구운 독일 소시지 요리도 소개한다. 향신료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커리가 되기 때문이다.

 

'커리’라는 단어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시절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인도 회사의 관리와 장교들이 인도 음식을 먹으면서, 남부 인도에서 채소와 고기를 기름에 볶은 매콤한 요리를 부르던 카릴(karil) 혹은 카리(kari)란 말을 ‘커리(curry)’라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가 세계화된 길은 두 갈래다. 영국을 통해 유럽과 영어권 국가로 전파되는 한편,  인도인 계약 노동자들의 이주를 통해  커리도 이주했다. 이 점에서 커리가 요리로서 갖는 위상도 두 갈래로 나뉜다. 유럽과 영어권 식민지에 전해진 커리는 희귀한 동양 향신료를 넣은 스튜로 여겨져 고급 요리가 된다. 일본의 카레 라이스,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나라에 들어온 카레 라이스는 고급 양식당에서 먹는 문명의 요리였다. 한편, 인도의 이주 노동자들을 따라 간 커리는 토착 식재료와 식문화를 만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요리되어 각 지역의 국민 음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흠, 그래서 싱가폴에서 생선 대가리 카레 라이스를 노천 식당에서 파는 건가? )

 

 

 

1807년 대영제국이 노예무역을 폐지하고 이어서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한 것은 커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영국은 해방된 노예들 대신 백만 명 이상의 계약 노동자를 인도 아대륙에서 데려와 서인도 제도와 남아프리카,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스리랑카, 피지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게 했다. 지역마다 새로 유입된 노동자들의 식습관과 토착 식재료가 만나 새로운 종류의 커리가 생겨났다. 비슷한 현상이 네덜란드 식민지에서도 일어났다.

-24 ~ 25쪽에서 인용

 

음식 하나로 근대 제국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이렇게 한 번에 궤뚫어 볼 수 있다니. 통사나 지역사, 사건사가 아닌데도 역사를 담고 올바른 세계관을 행간에 넣었다. 책 자체의 내용 뿐만 아니라 저자의 글쓰기 능력 등,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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