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음식문화 에세이. 전문적인 음식문화사같은 성격은 아니다. 한 음식이나 식재료의 역사 문화 배경을 깊게, 일관된 시선으로 추적하지 않는다.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심에 따라 종횡무진 국경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만약 내가 한 5년 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책을 시시하게 여겼을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묵직한 역사책만 높이 평가하던 독자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를 쉽게, 재미있게 풀어놓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안다. 빨리 술술 읽히면서도 은근 깊은 내공을 보이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사실, 감자의 역사나 뭐 그런 거는 다른 단행본에서 읽어서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뻔한 역사를 자유자재로 드리블하는 능력은 이 저자의 이 책이 최고다.

 

예를 들자면, 감자의 역사에서 일반 독자들이 의외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 즉 종교적 반감 때문에 굶어 죽어가면서도 유럽 농민들이 감자를 거부했다는 사실 정도야 어느 책에서나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반전 한 번. 마리 여사는 여기에 또 한번 반전의 역사를 보인다. 감자 요리에는 버터 소스를 발라 먹어야했기에  너무 비싸게 들어서 귀족들 사이에 먼저 인기를 얻었다는 것. 결국 감자는 도입 의도와 달리 가난한 농민들을 위한 구황작물이 아닌 셈.

 

이런 뒤집기식의 구성은 마리 여사의 장점이다. 곳곳에 보인다.

 

나보다 마음 착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리라. 덧붙이자면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다.

- 24쪽에서 인용

 

'할바'를 추적하는 엄청난 호기심, '고향에서 뻗어나온 가장 질긴 끈은 위에 닿아 있다''사랑은 위를 거쳐서 온다'등 적절한 속담의 인용, 러시아의 통조림인 '여행자의 아침식사'를 놓고 러시아인의 민족성을 말하는 부분, 커다란 순무 이야기에서 감자 이전 러시아 민중의 주식이 순무임을 밝히는 점, 미식을 즐기는 이탈리아 프랑스 군대가 약하다며 일본군도 식도락을 즐기는 오사카 사단이 약하다는 주장, 과거 대영제국과 현재 미국이 세계에 진출한 저력을 앵글로색슨족이 맛없는 요리에 익숙한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독특함, 동서 기독교회 분리의 원인을 신맛나는 러시아 흑빵에서 찾아보는 기발함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책 내용보다 저자의 개성적 시각을 주의깊게 보았다.

 

이만큼 대중적 역사문화 에세이를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저자가 또 있을까. 요네하라 마리는 자신의 강점을 알고 정확히 사용한 글쟁이다.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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