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 조금은 정치적이고 목구멍까지 쌉싸름한 맥주 이야기
야콥 블루메 지음, 김희상 옮김 / 따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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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맥주, 두 가지가 한 권에 들어있는 책이다. 무조건 즐겁게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책 내용은 좀 애매하다. 맥주에 대한 통시적인 역사를 다루거나 맥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맥주에 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하려면 이 책보다 이기중 씨 책을 보기를 권한다. )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 시대의 맥주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은 게르만, 현재 독일 지역 맥주에 대한 내용 위주이다. 그렇다고 충실한 생활사나 미시사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맥주에 얽힌 독일 민중의 이야기를 편히 듣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양조장 노동자들의 일당을 맥주로 지급했다거나, 수도원에서 40일동안의 금식기간을 버티기 위해 액체빵(맥주)를 빚어 마셨다거나, 1516년의 맥주 순수령, 옥토버 페스트와 비어 가르텐의 유래, 맥주 값 인상에 민중들이 데모를 했다거나, 로자 룩셈부르크도 히틀러도 맥주홀에서 연설을 했다거나,,, 책에는 뭐 그런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한편, 금주 캠페인에 대해서는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퇴근 후 일상까지 지배하려 들었다는 논평을 한 점 등 신선한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은근 문장이 유머러스하다. 맥주 한 캔 들고 편안히 킥킥거리며 읽으면 딱.

 

"나 게링거는 매일 저녁 식사 때 헬레스(라거 맥주라고 보면 됨)를 마시곤 했다. 500cc잔으로 세 잔이면 어김없이 내 기분이 달라졌다. 긴장이 풀어지고 안락의자에라도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아, 이제 다 끝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를 열심히 산 사람이 누리는 저녁의 평안함'이라고 할까. 종종 아주 쓸모 있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위의 인용 부분은 토마스 만이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에서 인용한 부분이란다. 그런데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이 책에는 맥주에 대한 여러 자료 인용이 다양하다. 기본 내용은 다른 역사서에서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자료 인용을 접할 수 있어서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이었다.

 

참, 중세에 맥주를 많이 마시는 여인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사례를 읽고 나니, 내가 현대에 태어난 것이 무진장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 감사의 잔을 감브리누스(독일 전설의 맥주 양조의 수호신)께 바쳐야하니까, 다시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자야지.


*** 사소한 지적이다. 서구를 배경으로한 다른 옛 목판화, 풍자화, 사진 등은 다 '1920년의 더블린'하는 식으로 연대가 표시되어 있는데, 341쪽의 변발한 중국인들이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홍콩의 가판 술집' 사진만 연대 표시가 없다. 적어도 100년 전 사진으로 보이는데. 저자의 실수일까, 국내 번역과 제작시 편집실의 실수일까. 마치 현재 아시아인의 모습을 왜곡해서 보이려하는 의도가 있는듯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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