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역사 - 근대 영국사회와 생산, 언어, 정치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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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례 중심으로 공장 시스템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공장제도의 발전과 지식인의 담론, 공장 노동에 대한 국가 간섭을 기본축으로 하여 19~20세기 영국사를 정리한다. 이런 식으로 근대 영국사에 접근하다니,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혼자 공부하는 내겐 면공업 공장을 중심으로 산업 혁명기 공장과 19세기 전반기을 다룬 2부가 유익했다.

 

내가 나중에 다시 찾기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본다. '1부 전시대의 유산'은 산업화 이전의 생산방식, 생산조직, 노동과정을 다룬다. 수공업자 사회의 장인, 직인, 도제 시스템이 잘 설명되어 있다. 16세기 이래 농촌 공업이었던 선대제도 다룬다. 

 

'2부 산업화와 공장의 원형'은 영국 산업 혁명기 면공장을 중심으로 공장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방적기에서 증기기관까지 기술 개량의 역사를  개관해준다. 면공업 공장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공장 시스템을 둘러싼 지식인의 담론을 분석하고 정부가 공장법을 제정한 배경을 설명한다. 이 부분이 흔히 아는대로, 산업 혁명기 공장 제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되어 좋았다. 1833년 공장법은 18세 미만 연소자 야간 작업 금지 및 12시간 노동일, 9세 미만 아동 고용 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있어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입법 의도까지 선의는 아니었다. 대자본가들은 법안에 찬성했지만 아동고용 제한 및 보호 규정 반대한 자본가의 주류는 중소 수력 공장주들이었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 이에는 중소 공장을 몰락시키기 위한 대공장주의 잇속 계산이 깔려 있었다. 면공업 분야 방적기의 지속적인 개량과 더불어 신식 기계를 도입한 대규모 자본가의 공장에는 솜줍기나 실잇기를 맡는 아동 보조노동력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아동 보호나 인권 차원만은 아니었다. 아, 이래서 통사로 훑어보지 말고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역사서를 읽어야 하나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1833년 공장법은 대자본과 중소자본의 이해관계 대립을 암묵적으로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자본가들은 공장실태에 비판적인 사회여론을 진정시키고 가능하면 그 병폐의 대부분을 중소공장주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어 했을 것이다.

- 212쪽에서 인용

 

'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는 포디즘 체제를 다루고 있다. 20세기 초 공장은 내구소비재 산업 중심이 된다.  작업의 기계화, 부품 표준화, 일관작업 생산방식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른바 포디즘 체제가 등장했다.  이 체제는 인간의 노동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 초래했다. 그외 노사동거체제 확립 이전의 공장법 체제가 대공장을 대상으로 어떻게 변모해왔는가 등등 노사 관계 역사가 전개된다.

 

'4부 탈공장의 시대'에서는 정보통신 혁명, 디지털 혁명, 물류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논한다. 이러한 변화를 저자는 무거운 근대성에서 가벼운 근대성으로의 전환이라 말한다. 

 

책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산업혁명기 영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저자 이영석 선생님의 영국사 책은 다 지식욕을 충족시키면서 현학적이지 않아서 읽기 편하다. 이런 흥미로운 책을 기획해 출판해내는 푸른 역사 출판사에도 관심이 간다. 뭐, 그냥, 나란 인간은 좋은 책을 읽고나면 저자와 출판사에 마냥 고마워지는, 한없이 착한 마음이 생기는 독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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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지음, 강주헌 옮김 / 이마고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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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리뷰 안 쓰던 시절에 읽은 책이라, 이번에 뭐 좀 찾다가 다시 읽고 리뷰 남긴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왔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책 같은 느낌이 없다. 유럽 중세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미술 전공자나 일러스트 그리는 분들께도 강추. (역사서 삽화 보면 엉뚱한 인물이 스트라이프를 입고 있는 예가 많다. 전혀 고증이 안 된 셈)이 저자는 문장, 동물, 색으로 중세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라, 강렬한 제목이다.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 금기시되었던 스트라이프가 어떻게 활동적인 젊은이를 상징하는 무늬가 되도록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문헌이나 미술 작품, 복식사 등등을 통한, 저자의 다른 저작인 <블루, 색의 역사>와 같은 추적의 역사를 보여준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트라이프는 차별의 상징이었다는 것. 줄무늬는 눈에 확 띄기 때문에 다른 것과의 차이를 의미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적 의미를 가졌다. 기독교 유럽에서는 구약성경 레위기에 '두 종류의 실로 짠 의복을 몸에 걸쳐서는 안 된다'는 구절에 거슬러 올라가 스트라이프를 배격한다. 그래서 스트라이프 옷은 유대인, 죄인, 광대, 유랑 연애인, 사형 집행인, 매춘부 등 차별받는 집단들이 입는 옷이었다고. 한편 줄무늬는 창살처럼 외부와의 경계이자 그 안의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의미도 있기에 환자복이나 잠옷, 아기 옷이나 용품, 수영복, 침대 시트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던 스트라이프가 프랑스 혁명의 세로 스트라이프 삼색기의 영향을 거쳐 근대에 이르러 활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 매우 재미있다. 얇은 분량에 집약적으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고대에서 근대까지 방대한 문화사의 흐름을 압축해 놓았다.

 

이 책도 재미있지만 좀 얇아서 아쉽다면, 저자의 다른 책인 <블루, 색의 역사 : 성모 마리아에서 리바이스까지>와<곰, 몰락한 왕의 역사>를 강추한다. 앞서 두 권은 역사서지만 <우리 기억 속의 색>은 에세이다. 저자의 개인 체험과 고백이 많이 들어가는데 은근 까다로운 성격의 저자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진지하게 썼는데 독자는 빵빵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위키로 들어가보니 저자의 다른 저작들 목록이 주루룩 보이는데, 빨리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Noir: Histoire d'une couleur>는 개인적으로도 매우매우 궁금하다. 나도 모르는 <껌정의 역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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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역사, 상상과 욕망의 시공간 살림지식총서 205
임종엽 지음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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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지식 총서 시리즈라고 다 입문자 용은 아니다. 필자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극장, 정확히 말하면 서구 극장건물의 역사를 간략히 다루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만감이 교차했다.

 

건축 전공 교수인 저자는 자신이 아는 바를 최대한 응축해서 90쪽 안에 담았다. 그런데 사실에 기반한 지식 전달보다 자신이 아는 바에 대해 의미 부여하고, 이를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신 것 같다. 곳곳에 추상적이고 아름답고 긴 문장들이 보이는데, 정작 독자인 내가 극장의 역사에 대해 뭘 읽었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내용이 없다. 서구 극장의 역사가 그리스 극장에서 로마, 중세 유럽, 엘리자베스 왕조시대 극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정도. 굳이 극장의 역사에 대한 서적을 따로 찾아 읽지 않아도 서양문화사나 셰익스피어 조금 읽어본 독자라면 다 아는 정도의 내용이 있다. 

 

물론, 이 시리즈 성격 상 제한된 분량 안에 극장의 역사를 다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예상 독자를 생각하고 책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했다. 지식 위주로 가고 저자의 논평은 자제했어야 했다.  

 

역사는 문명과 전쟁을 동시에 진행시키지만 그 문화의 흐름을 역행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극장의 모습이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이되면서 인간들은 사회적, 정치적 적응의 과정을 통해 상징과 은유를 읽어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상상과 실험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선험적 자아 대신 절대적인 상상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형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본질에 더 충실하며, 인식에 의한 상관주관성보다 상상에 의한 통주관성에 더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변환의 과정에서 추출되는 고전에 대한 최초의 좋은 사례가 된다.

- 본문 44쪽에서 인용

 

내가 이상한가, 싶어서 위에 본문을 인용했다. 무슨 내용인지 당신은 의미가 명확히 이해되는가? 내가 바보였던가?

 

국내 저자가 한글로 쓴 책인데, 이상하게도 읽는 내내 나는 엉망으로 번역된 외국 철학서 읽는 기분이 들었다. 문장의 외적 형식을 봐도,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도 않고 지시어가 남발되어 의미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내용을 봐도, 곳곳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좋게 봐서 추상적이고 나쁘게 봐서 현학적인. 나도 책 꽤 읽은 사람이고, 나름 역사 쪽으로는 배경 지식이 좀 있어서 저자가 웬만큼 생략해 써도 행간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편인데,,,,  아아, 내 능력 부족 탓인가? 아님 단지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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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역사를 바꾸다 - 인류 문화의 흐름을 바꾼 50가지 철도 이야기 역사를 바꾸다
빌 로스 지음, 이지민 옮김 / 예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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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역사를 바꾸다>라는 국내번역본 제목보다 <Fifty Railways that Changed the Course of History>라는 원제가 이 책의 개성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에는 50개의 철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통사 스타일이 아니다. 국가나 대륙 상관없이 '1916 시베리아 횡단철도', 하는 식으로 한 철도에 대한 내용만 다룬다. 한 철도 당 8쪽 정도 할애한다. 그 철도의 역사와 관련한 유명인의 멘트, 인물, 그 철도가 등장하는 문학이나 영화, 음악, 음식, 제도 등등 그 시대 전반의 이야기를 담는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본다. 최초의 철도는 증기기관과 관계없이 중세 독일 탄광에서 시작했다. 광부나 석공은 레일을 깔고 그 위에서 말이 수레를 끌게했다고. 스페인의 경우 본국보다 10년 빨리 식민지 쿠바에 철도를 부설한다. 담배와 설탕 수송 용도로 놓은 카마구에이-누에비타스 철도다. 1837년 말이 끄는 방식에서 증기 기관차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세계 최초의 농업용 철도였다고. 1865년에 토머스 쿡은 미국 대륙횡단 철도와 수에즈 운하 개통하자 222일 소요되는 세계 일주 여행 사업을 벌였다고. 그런데 그 대륙 횡단 철도는 감자 기근으로 이주한 아일랜드 노동자들과 중국인 노동자(쿨리)들이 놓았지. 한편,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쓰게 된 동기는 1870년 봄베이에서 캘커타까지 한번에 연결된 인도 철도 개통이었다고. 1870년 프로이센 - 프랑스 전쟁 때 프로이센은 철도로 병력을 빨리 수송한 덕분에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독일 통일의 기초는 철도였다고. (동화 <뉘른베르크의 난로>에서 난로에 들어가 기차를 타고 독일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시기, 터너 등 기차역을 그린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많은데 여기에는 이런 심오한 배경이 있었다.

 

다가올 20세기에 다국적 회사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어하던 철도 회사들은 화가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  79쪽

 

이렇듯 책에는 철도의 역사와 맞물린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내겐 1939년의 어린이 수송 기차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독일, 체코 등 유럽에서 박해받던  유대인 어린이들을 모아 런던 증권 중개인인 니콜라스 윈턴이 영국으로 피난시켰다고 한다. 이런 쉰들러 리스트 같은 일이 있었다니. 언젠가 이 이야기를 깊게 파서 써 보고 싶다.

 

여튼,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산업혁명 시기, 근대에 대한 글 쓰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흥미로운 글감이나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타는 많지만 도판이 풍부한 장점이 있어 그럭저럭 넘어갈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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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철도
사단법인 해외철도기술협력협회 지음, 최경수 옮김, 한국철도협회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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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책이다. 애들 문제집만한 크기에 440여 쪽이나 되는 분량에 세계 132개국의 철도에 대한 정보를 대륙별, 다시 국가별로 빽빽히 정리했다. 맨 앞에 서론 격으로 철도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각 나라별로 간략히 그 나라 역사 요약 소개, 철도 역사 소개, 경영 조직, 철도의 특징, 장래 개발 계획, 외국 원조와 기술협력 등등을 깨알같이 담았다. 지도도 충실하다. 철도 덕후들을 위한 백과사전 격이라고나 할까? 물론 읽는데 엄청난 감동과 재미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되었을까, 그 과정의 역사는 뭘까,,, 이런 점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번에는 철도의 역사에 꽂혔다. 산업혁명 시발국가 영국에서 시작한 철도가 유럽으로 퍼지고, 제국주의의 역사와 함께 식민지에 건설되고,,, 표준궤와 협궤, 광궤 채택에 따라 당시 국제 정세와 해당 지역의 산업, 지형이 보이고,,,, 사전 읽듯 걍 무미건조하게 읽다보니 무언가 개안의 순간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도시를 연결하는 본격적인 철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664km의 노선으로 1851년에 개통되었다. 이 노선을 건설함에 있어서 5피트(1524mm)게이지를 채용하였다. 이유는 철도창업 약 20년 전에 나폴레옹에 의한 침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126쪽 러시아편에서 인용

 

스페인의 기복이 심한 국토에서는 강력한 대형 기관차가 필요하였으며, 또 육지를 이어가는 것 이외에 나라의 침략을 막는 군사상 요청도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는 다른 광궤(91668mm)를 일반적으로 채용하였다. 이 때문에 스페인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국제열차는 국경에서 궤간을 변경하기 위하여 국경역에서 차체를 들어 올려 대차 또는 차축을 교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 209쪽, 스페인 편에서 인용

 

결국 대영제국이 식민지인 인도로부터 면화 등의 원재료를 반출하기 위한 수송로로 철도가 부설된 것이다. 1850년대 철도 초창기에는 인도 정부가 보증하여 민간자본에 의해 철도가 건설되었지만 1860년대 이후에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철도를 건설하였다. 1920년대에는 주요 노선을 '인도의 표준궤도(1676mm)'로 하였다. 그 후 지선을 건설함에 있어서는 공사비가 싼 협궤를 채용한 결과 인도에는 크게 나누어 1676mm와 1000mm,762mm 3종류의 궤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 77쪽, 인도 편에서 인용

 

남들은 기차 타고 좀비들이랑 바닷가에 여행가는 이 시기에, 나는 지금 도서관에서 협궤 광궤 미리미터 따지고 메모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기차타고 처들어와서 포켓몬을 잡아가든 말든, 나의 여름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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