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양 한중일 비교문화 십이지신 시리즈 6
이어령 책임편집 / 열림원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중일 삼국 문화에 나타난 양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 읽었다.

 

제 1부에서는 한중일 문화 속의 양, 2부는 회화 속, 3부는 문학 속,  4부는 종교 속, 5부는 양의 이미지와 상징성을 다루고 있다. 각 부마다 총론이 있고 한국 중국 일본 식으로 각론이 있다. 그런데 총론과 각론 이야기가 거의 겹친다. 또 각 부별 이야기도 많이 겹친다. 한중일 여러 학자들이 모여 한 꼭지씩 쓴 원고를 모은 책인데 저자별 수준 편차도 심하다. 심지어 중국 문화 속의 양 이야기를 쓰신 정재서 교수님도 좀 역량 발휘를 다 안 하신 듯.

 

타이틀에 편저자로 걸린 이어령 교수 이름만 믿고 사 보면 낭패다. 인터넷에 있는 조각조각 정보를 모아 놓은 수준밖에 안 되는 글도 있다. 260페이지에 15000원인데, 겹치는 내용을 다 빼버리면 150쪽 정도되는 빈약한 책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 보는 셈이 된다.

 

리뷰를 쓰다보니 분노가 일어난다. 어쩜 이렇게 반복적인 내용이 겹치는 것을 그대로 실어 단행본을 만들 수가 있을까?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담당자는 원고를 수거해서 틀에 앉히는 것 외에 별다른 노력을 안 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아무런 권한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쓴 것에 대해 사과한다.)

 

양띠 관련해서 12월부터 나오고 있는 신문 칼럼 읽어보니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 많다. 게다가 이 책의 초반부만 보고 베낀듯한 글이 많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십이지지 중 양 관련해서 볼만한 단행본은 이 책 밖에 없다는 사실.

 

이 시리즈가 열두 띠 동물을 다 다룰 수 있을까?  이 시리즈는 2011년부터 시작해서 현재 사, 오, 미까지 뱀, 말, 양 세 동물을 다루었다. 곧 2016년 병신년 원숭이 편이 빨리 나와야할텐데. 현재 이 책 상태로라면 이 시리즈의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피지로 책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서 찾아 읽었다. 원하는 내용을 찾았다. 한 양에서는 양피지 넉 장이 나온다. 그래서 보통 성서 한 권 만드는데 200마리의 양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재료비도 비쌌을뿐더러 필경사 혼자 작업하려면 18개월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었기에 책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도시 주택 한 채를 팔아도 겨우 6,7권 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종이책과 인쇄술 보급 이전까지는.

 

이정도 알아냈으니 발췌독으로 끝내도 되는데, 햐~ 이 책, 무지무지 재미있다. 내가 관심있는 서양 중세 문화가 이렇게 종횡으로 얽혀 있다니. 다른 자료 찾아 읽어야하는데 시간 없는데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한달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서양 중세의 주된 책인 양피지로 만든 수서본을 다룬다. 서양 중세 예술사 전공자가 썼다. 초기의 책은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였다. 양피지 두루마리를 거쳐 양피지를 접어 잘라(당시에도 4절, 8절 개념이 있었다) 현재 책의 모습과 같은 코덱스 형태가 발명된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삽화가 들어간다. 현재 우리에게 서양 중세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그림들은 거의 다 이 수서본의 삽화에서 인용되고 있다. <베리 공의 호화로운 기도서>등등 말이다. (이 책은 '시도서'로 번역)

 

책은 크게 보면 서양 중세 문화사, 예술사를 담고 있지만 통사식이 아니다. 책, 수집가, 독자, 채식사 등등 챕터 별로 서술되기에 한번 나온 내용이 반복된다. 게다가 기본 중세사 지식이 없으면 인물과 지명 나열만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지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역사에 접근하는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 보겠다. 146쪽 '어느 왕녀의 독서 인생' 꼭지에서는 막스밀리안 황제의 딸인 마르그리트 도트리슈가 소장한 책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다른 역사서에서는 그녀가 네덜란드에서 훌륭한 섭정 역할을 했고 매우 지적인 여성이었다, 정도로 소개된다. 건조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녀의 수서본 소장 목록들을 보니, 과연 그녀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 지적 갈증을 느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런 식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것, 참 재미있다. 중세인들이 정령들의 존재를 믿었던 것은 그들의 신화적 사고 때문이 아니라 책에 그렇게 씌여 있었기 때문이라니,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이 창조한 세계 자체가 한 권의 책이라고 설교했다니, 그래서 책에 대한 중세인의 믿음을 반영해서 이 책의 제목을 지었나보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수서본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믿고 읽을만한 최애리 번역자이시다. 관심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 보시라. 강추.

 

*** 사족 : 요새는 책이 아닌 인터넷으로 글을 읽고,  분절된 노트로 쪽 넘겨가며 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죽 내려가며 글을 쓴다. 이제 코덱스의 시대가 가고 다시 두루마리의 시대가 온 듯. 스크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와 역사가 담긴 옷 이야기 - 동서양의 옷에 얽힌 뜻밖의 문화사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이윤혜 옮김 / 혜문서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이따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매우 변태스럽게 학구적일 때가 있다. 나는 팬티의 역사가 너무 궁금하다. 15세기에 만들어진 베리공의 호화로운 기도서를 보면, 2월달에 농가에서 불을 쬐고 있는 아낙네들 그림이 있다. 치마를 들고 불을 쬐는 모습을 보면, 두 여인의 치마 안은 그냥 알몸이다. 왜 이런 것일까?

 

역사서 읽어가다보면 묘하게도 팬티(팬츠, 넓게봐서 바지 포함)와 여성 억압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지를 입었다는 죄목이 추가되어 화형당한 잔 다르크, 스커트 속이 보이기에 승마와 자전거 타기 등 여성의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사실들, 바지는 이교도와 남성의 옷이기에 금지당했던 역사,,,,  이런 이야기를 띄엄띄엄 각종 역사책에서 주워 읽으면서 나는 팬티의 역사를 한 편의 글로 좌악 꿰어 읽기를 원했다.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원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니 이런 역사를 책으로 이미 써 놓은 사람이 있었다. 역시나 일본 저자다. 다른 급한 작업 제쳐두고 주문해 읽었다. 아, 이런 쓸데없는 호기심이라니.


책 제목은 <문화와 역사가 담긴 옷 이야기>이지만 옷 이야기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사복, 넥타이, 바지, 스커트, 제복, 민족 의상, 속옷, 팬티,  코르셋과 브래지어, 잠옷, 손수건, 모자, 잠옷, 가발, 보석, 화장, 향수 등 인간의 알몸에 걸치고 붙이고 그리고 뿌리는 모든 것을 다룬다. 각 꼭지는 짧다. 예전의 나라면 돈 아깝고 시시했을 텐데, 이제 좀 읽어서인지 행간의 이야기를 내가 다 채워갈 수 있어서 그리 책이 수준 낮아 보이지 않았다. 손수건 이야기만 해도 이 책에 나온 것 외에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올리버가 손수건 소매치기를 배우는 장면이라든가, <오셀로>에서 데스데모나 모략에 사용된 손수건 등 여러 이야기가 팝업북처럼 책갈피에서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아, 재미있다.

프랑스 혁명과 바지의 관계라든가, 스커트를 짧고 가볍게 만든 신여성의 역할, 파자마와 아랍 문화 등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많다. 고갱의 그림에 나오는 무무 드레스는 선교사 영향일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하와이의 알로하 셔츠 역사는 뜻밖이었다. 알로하 셔츠가 하와이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이주해간 일본계 이주민의 체크무늬 기모노에서 유래했다니!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은 어디에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일본인 저자의 책이어서, 일본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은근 일본 근대 문화사도 엿볼 수 있다.

 

팬티는 여성용 속옷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다. 드로어즈가 개량된 것으로 팬티라는 호칭은 이미 1845년 미국에서 불리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짧은 쇼츠가 나온 것은 1924년 전후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여성은 어떤 속옷을 입었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여성들은 노팬티 차림이었다. 물론 고대부터 속옷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얇은 직물을 입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의복이었지 특별히 속옷으로 고안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속바지라고 할 수 있는 드로어즈는 중세 말기부터 남성들이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여성들은 거부감이 심해서 좀처럼 입지 않았다.

- 본문 140 ~ 141쪽에서 인용

 

책 내용과 관련은 없지만 한 마디.

늘 생각하는 건데, 일본에는 참 별별 사소한 역사서가 많이 나온다. 기존 역사서에 중요하지 않게 구석에 잠깐 등장한 이야기들을 모아 한 주제 아래 새롭게 짜내는 책들이 많다. 그럴려면 굵직한 역사서를 먼저 두루두루 섭렵해야 한다. 결국 저자에게는 시간과 양의 싸움이다. 원서로만 봐서는 능률적이지 않다.  원서 한 권 볼 시간이면 번역서 30권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에 이런 대중 역사서를 쓰는 저자층이 두꺼울 만큼 외국 역사서 번역서가 많이 나와있다는 것에 관심이 간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 대해 들으면, 나는 그들이 자국어로 번역된 세계의 최신 선진 서적들을 접하고 자국어로 연구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럽다. 어차피 공부는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가졌다면, 시간과 양에서 승부가 나지 않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발의 역사
로리 롤러 지음, 임자경 옮김 / 이지북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책이 내게 오는 것, 참 신기하다. <이야기 속의 구두 총집합> 뭐 이런 글이랑, 전에 쓰다가 맘에 안 들어 덮어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보완해서 다시 쓸 생각을 해보고 있던 중, 선물받은 책이다.

 

신발은 대개 그 사람의 존재를 상징한다. 신데렐라나 이아손의 예에서처럼. 이렇게 알던 사항도 있고, 프랑스의 나막신 사보(sabot)를 산업혁명 초 프랑스 노동자들이 기계 속에 던져 넣었던 사실에서 사보타주(sabotage)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처럼 이 책으로 처음 안 사항도 있다. 아, 그래서 신현림 시인의 시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가 혁명적으로 느껴지는 거였나보다.

 

<장화 신은 고양이>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아이디어를 얻었다. 고양이가 신은 이 장화가 그냥 우리식 장화가 아니라 귀족 전사, 총사들의 부츠였다. 고양이 얘가 기사들의 부츠를 신었기에 주인인 방앗간집 세째아들을 영주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다른 두꺼운 서양 복식사 서적을 찾아 부츠의 역사를 파 보면 뭔가 나올 것 같다. 신난다. <Where Will This Shoe Take You?>라는 이 책의 원제가 딱 내가 쓰다만 <장화 신은 고양이>의 숨은 주제에 들어맞는 듯!

 

간략해서 정보가 많지는 않고 번역이 엉망(동화를 요정 이야기라고 번역한 부분은 정말 심하다)이지만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었기에 만족한다. 영미권 논문 목록 위주이긴 하지만 참고 문헌 정보가 의외로 충실한 점도 맘에 든다. 이 책을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
루시 프래트.린다 울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의 큐레이터 두 분이 박물관에 소장된 구두를 중심으로 중세에서 현대까지 구두와 구두장식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도판이 많아 보기 흥미롭다. 단점은 이 박물관에 소장된 구두 중심이어서 영국의 구두와 영국의 유행에 영향을 준 프랑스 구두만 다룬다는 것. 그리고 중세부터 시작한다는 것. 큰 역사 흐름은 잡아주긴 하나, 독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책이 너무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중세의 뾰족구두 풀렌을 보면서는, 건축과 복식 디자인이 세트로 다니는 것이 새삼 신기했고 프랑스 혁명이후 구두 디자인이 소박하고 단순해진 과정은 재미있었다. 서양인이 중국의 전족을 야만시하면서도 자신들 역시 작고 좁은 발을 선호해서 여성 구두를 터무니없이 작게 만든 것을 보면 웃기다. 영국 청교도 혁명당시 크롬웰 측은 소박한 단화를 신고, 이에 맞서 왕당파들은 화려한 부츠를 신은 것을 보니, 얼마전 본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퍼시가 긴 부츠를 신고 블링블링을 외쳐댄 것이 마구마구 이해가 되었다. 여튼, 역사책 읽거나 사극 보면서 궁금했던 소소한 점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이 책 덕분에 장화 신은 고양이에 대해 쓰던 글을 마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이사했는데, 구두가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꿈을 꾸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심란할 때는 내가 남의 구두를 신고 불편한 마음으로 외출하는 꿈을, 이사한 다음날은 내가 맨발로 새집의 마루를 걷는 꿈을. 역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인간에게 구두란 그 실용적 기능과 패션과 유행과,,,, 이런 것을 모두 넘어, 영혼의 상태를 담는 그릇인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