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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에 내가 없다
권지연 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결혼 전의 저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애쓰던 장녀였습니다.
⠀⠀⠀결혼 후에는 아내가 되었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그 역할들을 수행하는 동안 하루하루는 참 바빴고, 그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그러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마흔을 넘기면서 문득 돌아보게 되었습니다.⠀'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어디로 그렇게 꽁꽁 숨어버린 걸까?'⠀'꺼낼 수는 있는 걸까?'⠀'꺼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내 가방에 내가 없다>조서연 저 외 7명 / 작가의집에세이 / p 266〰️〰️〰️〰️〰️〰️〰️⠀⠀⠀⠀예민한 날이면 아내라는 이름도,엄마라는 이름도 잠시 가방 밖에 내려놓고오직 '나' 하나만 챙겨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이 책의 제목에 있는 '가방' 은단순히 들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라,우리가 살아가며 짊어지는 역할과 책임,그리고 인생을 담아낸 표현이라는 것을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어요⠀⠀⠀여러 명의 작가가 각자의 삶을 풀어냈지만비슷한 시간을 지나왔기에전달하는 메세지가 연결되는 느낌이었어요⠀⠀⠀⠀⠀⠀⠀⠀"활달하고 적극적이던 소녀는 멀어졌다.대신 가족의 스케줄을 먼저 살피는 사람만 남았다.⠀내 약속은 자주 취소되었고, 내 의견은 '괜찮아'로 정리되었다.⠀아이들이 늘 우선순위였다.그게 좋은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이라 믿었다.⠀그 끝에 나는 맨 뒤로 밀려나 있었다.사랑이라 믿으며 나는 나를 포기했다.밀려난 시간 끝에 '나 없는 가방'이 남았다."— 권지연 작가님⠀⠀⠀⠀⠀⠀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려고 애쓰는 동안가장 뒤로 밀려난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아마 많은 기혼 여성들이이 문장을 읽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저 역시도 그랬고요⠀⠀⠀⠀⠀⠀그렇다고 엄마라는 삶을 후회하거나희생만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아닙니다.⠀⠀오히려 엄마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사랑과 성장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언젠가 다시 갈림길 앞에 서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해도,나는 아마 같은 길을 향하게 될 것 같다.⠀아이를 품으며 겪었던 그 모든 소란함과 고단함을 다 알고도,나는 기꺼이 다시 '엄마'가 되는 길을 택할 것이다.⠀그 길 끝에서만 만날 수 있는 눈부신 경이로움과나를 키운 뜨거운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별초 작가님⠀⠀⠀⠀⠀⠀⠀엄마라는 삶을 사랑하지만,그 안에서 나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두 감정은 늘 공존합니다⠀⠀⠀⠀⠀⠀⠀마흔 중반이 된 지금,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하지만 꽁꽁 숨어 있어서 찾지 못했던 '나'를이제 조금은 찾아냈다는 것.⠀⠀그 '나'를 가방 깊숙이 밀어 넣지 않고,함께 데리고 살아가는 연습을 해봐야겠어요⠀⠀⠀⠀⠀⠀⠀<문장들> 독서모임에서 함께하는 조서연 작가님의 글을 계기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지만,한 사람의 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펼쳤다가여러 작가들의 삶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각자의 나이도, 환경도, 살아온 이야기도 다르지만글 속에는 묘한 연결감이 있었습니다.⠀⠀⠀⠀같이 울컥하고, 같이 응원하고,"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안을 받았거든요⠀⠀⠀⠀특히 40~50대 여성이라면이 책이 건네는 이야기들에 더욱 깊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 사람.혹은 이제 다시 '나'를 찾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이 책 속에서 자신의 가방을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