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온라인에서 떠도는 쪽글 중 인상 깊어 기억하는 문장은 "모두가 책 쓰려고만 하려 들고(작가 타이틀 달고 싶어 하지만) 읽지는 않는 시대" 이다. 소장용 책 사기는커녕, 대출하려 도서관 가는 일도 손꼽는 경우가 대다수. 이 와중에 동네 서점들은 어떻게 살길을 모색할까?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 요즘 작은 동네 서점이 뜨는 이유이다.

한 열흘 전 우연히 과학책방 "갈다," 이름을 들었다. 검색해보니 오호, 콘텐츠뿐 아니라 설립 취지까지도 '과학' 중심으로 특화된 독특한 서점. 뜻을 같이한 과학계 종사자 100여 명이 합심해 연 과학전문서점이다. 단순히 책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저자와의 만남이나 강의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과학을 친숙하게 소개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려는 서점으로 이해했다.


이렇게 흥미로운 공간을 새로 알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내친김에 바로 강연 예약을 한다. "항공우주연구원- 우주와 항공 이야기"


사진: 과학책방 갈다 인스타그램


찾기 어렵지는 않았는데, 금요일이라 명동 종로 거쳐 이동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책방 대표인 이명현 박사가 어린 시절을 지냈다는 삼청동에 위치한 서점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지라 사진이 어둡다. 로고 "갈다"는 "갈"과 "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는데, 과학사의 위인을 잘 모르는 이들도 금방 유추할 수 있겠다! "갈릴레오"와 "다윈"!


이명현 박사의 인터뷰 내용 중, 어린이를 따로 염두에 두고 꾸린 공간이 아닌 이유로 엄마들 손에 끌려서 아이들이 이 서점 찾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더 반갑다는 이야기인데, 오늘 강연에는 놀랍게도 9살 꼬마가 '강릉'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맨 앞줄에서 어찌나 리액션을 강렬하게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던지! 게다가 척척 박사. 항공우주에 관심과 열정이 큰 친구이구나를 느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강연장에서 7시 30분에 예정된 강의는 실제로는 7시 40분쯤 시작했는데 강의자인 '임철호' 원장님이 어찌나 분위기를 잘 리드하며 청중과 소통하던지 90여 분이 훌쩍 지나간 듯. 12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PPT 자료 중 청중이 더 흥미롭게 듣는 부분에 집중해서 우리나라 항공우주 발전상과 현 모습을 알려주었다.


강연 듣고 나니, 서점 문 닫을 시간이라 2층에 있다는 카페를 구경하지는 못했으나 1층 서가는 비교적 매의 날카로움으로 스캔하고 왔다. 저 "시녀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여태 미루고 있었다. 2월 도전작으로 선정!


"갈다"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강연, 강의가 열린다니 예의 주시! 이명현 대표의 말처럼 "과학문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공간으로 성장하여 오래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길!




과학책방갈다,갈릴레오다윈갈다,삼청동책방갈다,마을책방갈다,이명현대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9-01-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명헌 박사의 그 갈다!
요즘 동네책방이 뜨는가 본데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한군데씩 다녀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2019-01-30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래 다녀온 전시회들은 입소문으로는 '역대급'일지라도, 실제 가보면 인생샷 배경으로 스스로 낮춘 전시라는 인상을 받아서 웬만한 강추 리뷰에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키스 해링의 작품은 어디에선 지 기억은 안 나더라도 많이 보아왔기에 왠지 겉만 알고도 아는 듯 착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의 이름이 Kiss가 아닌 Keith Haring임을 검색하다 알게 된 이상 부끄러워서라도 꼭 전시회 가봐야겠단 결심이 생겼지요. 전시회장이 유치한 DD도 평소 지나치기만 했지, 내부에 들어가 본 적 없으니 자하 하이드(Zaha Hadid)의 DDP도 구경하면, "키스 해링展" 나들이는 "꿩 먹고 알 먹고"의 보람 삼겠다는 예감이 들습니다. 그 예감, 잘 맞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운 전시 다녀와서 10,000보 걸었더라도 다리도 가뿐, 마음도 흐뭇합니다.


DDP 구조를 미리 살피고 갔더라면 헛걸음을 안 했을 텐데, 곡선 건물 외곽을 따라 반바퀴 크게 돌고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2층 내려가는 뱅뱅 맴맴을 했습니다. 헤매다 원점으로 돌아와 매표소를 찾았습니다.

매표소 못 찾아서 문의하시는 분들, 저뿐만은 아니어서 창피함은 덜 했습니다. 신한 카드 소지자는 20% 할인받으실 수 있어요. 저는 '고작 몇천 원'하며 그냥 갔다가, 기념품으로 티셔츠 2벌을 제 값 다주고 사려니 속이 쓰렸어요. Goods 구매 시,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도슨트는 11시, 13시, 15시, 17시 평일에만 4회 진행합니다. 3시 20분에 입장한 저는 도슨트를 포기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신청했어요. 신분증이 없으면 신용카드를 맡겨야 하므로,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실 분은 꼭 신분증 챙겨가세요.

전체적으로 키스 해링전의 기본 설명 틀은 키스 해링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많이 의존해 짠 듯하더군요. 전시회 다녀와서 아래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는데, 전시회에서 소개했던 짤막한 동영상들 출처가 이 다큐였어요. https://youtu.be/GPlzHR_WyVA



전시장 입구에서 "키스 해링" 展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티스트 대형 사진에 대형 작품 이미지, 덕분에 입장 전부터 기대 수치가 올라갑니다. 단순화된 아이콘, 왜 키스 해링이 그래피티 하면서 최단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단순화된 이미지를 그렸는지를 금새 알게 되었어요.


전시장 들어서면, 짐작대로 "뉴욕"에서의 키스 해링부터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키스 해링이 1980년대 뉴욕 지하철에 낙서 같은 분필 그림들을 그려대면서 유명해졌다는 건, 다들 아시는 이야기니까요. 키스 해링은 경찰에 잡혀갈 위험을 되레 짜릿한 스릴 삼아, 지하철역 광고판의 검은 바탕을 생기 넘치는 선들로 채웠어요. 엄청 빠르더라고요. '치고 빠지기' 전략이 생각났어요. 잽싸게 그리고 잽싸게 자리를 뜨기. 하루에 40점의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더군요.


소수 엘리트만 향유하는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다던 키스 해링. 자신은 예술가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한 많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강렬한 소명의식도 보입니다.

The Public has a right to art

The public is being ignored by most contemporary artists

....

Art is for everybody.

키스 해링의 일기장 中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키스 해링,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유명한 baby 아이콘 외에도 키스 해링의 다소 음란한 이미지 작품도 볼 수 있었네요. 또한 키스 해링이 다른 아티스트나 셀러브리티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도 처음 알았어요. 예를 들어, 80년대 미국 자타공인 최고 미녀 브룩 쉴즈와의 사진작업, 그 전설적인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Bill T. Jones와의 바디 페이팅 작업, 스스로를 상업화시킨 아티스트라는 평가에서 공통점이 많은 앤디 워홀을 모티브로 한 'Andy Mouse'까지. 특히 저는 아름다운 뒤태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는데 빌 T. 존스의 몸이라니 작품 앞에서 떠나기가 싫었습니다.



빌 티 존스의 팬이라면 키스 해링과의 작업과정을 담은 아래 동영상도 감상해보세요.

https://youtu.be/iw2hADJQrmo



이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저는 키스 해링을 예술계의 엘리티시즘에 반발한 독창적 이단아이자 성공한 아티스트쯤으로 생각하고 그쳤을 거예요. 키스 해링은 31살이라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기 전에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더군요.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리고 아마도 그의 작품으로 상상하건데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람들 만나고 작품 팔고 돈 벌고, 또 다시 아이들과 사회 소수자(특히 성 소수자)를 위해 그 돈 환원하고....

우주 비행선과 외계인, 우왕좌왕하거나 혹은 외계존재를 우상화하는 사람들 이미지는 키스 해링 초기 작품에서도 등장하던데, '탈핵무기'를 주장하는 포스터가 참 인상적이지요?



그 외, 앨범표지 작업도 많이 했더라고요. "Album Art" 라고 부르네요



공공 장소에 놓일 대형 조각이나 배너 등의 작업도 했습니다.



독창적인 그림책도 있습니다. 20개의 이미지를 두고, 보는 이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작품인데요. 직접 20장의 그림을 눈으로 천천히 감상하며 이야기 만들어보심이 어떠할까요?



키스 해링, Untitled (1985)

전시회 외벽 대표 이미지화한 작품인 "무제 (1985)"는 직접 보니 규모가 상당하네요. 밝음 에너지 뿜뿜. 발랄하고 통통 튀니 아무튼 가까이 두고 싶은데, 작품 메시지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키스 해링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니, 그는 반전, 소수자 인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가볍게, 대중에게 어필하도록' 표현하는 데 재능을 발휘했다고 하니까요.



말 그대로 '눈 떠보니 명예와 부'를 거머 쥔, 예술계의 스타 아이콘으로 떠오른 키스 해링. 성공하면서 삶의 반경도 분명 뉴욕 밖으로 넓어졌습니다. 일본, 이집트,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며 경험 세계가 깊어지자 작품에서도 그 폭과 깊이가 느껴지네요. 예를 들어 이집트 방문 경험은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 형상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피라미드를 가까이서 보면, 역시나 해링의 아이콘들이 버글버글.






마찬가지로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 토착미술에 영감 받은 작품.



죽음을 모티브로 그렸다지만, 역시나 키스해링스러운 발랄함(?)이 느껴지는 작품. 전시장의 핑크와도 색감이 어울립니다.



이 리뷰를 쓰며 키스 해링을 검색해보니, 그는 '게이 아트' 예술가라고도 불리는 군요. '아기' 형상을 대표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평소에도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아이들과 작업도 하고 아이들을 돕는 일도 많이 했다기에 저는 그와 그의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더해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막상 이번 전시회에 가보니, 눈만 크게 뜨고 본다면 엄청 섹슈얼한 이미지와 상징들이 그의 작품에 많이 배치되어 있네요. 특히 그가 유명해지기 전 그려서 많이 팔았다는 작품의 원본 이미지들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하긴, 새삼 '놀랍다'고 하기엔 그는 늘 금기를 무시하고 금기를 넘으려던 캐릭터였죠?




천재는 요절한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그는 요즘처럼 SNS 채널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80년대에도 충분히 자신을 적극 드러냈기에 이름을 제대로 남기도 떠났네요.



Shop을 운영하며 대중들이 쉽게 그의 작품,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팔았다네요. 이번 DDP전시에 판매 중인 작품은 생각보다 저렴했어요. sold out이 많아서 원하는 옷을 고를 수는 없었지만 저 역시 기념품을 남깁니다. 이렇게 키스 해링은 대중의 마음을, 욕구를 잘 읽었나봅니다.




일단 출구로 나오면 재입장 불가, 다시 한 번 더 들어가고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전시였습니다. 시간 여유두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얼굴만 봐도 성적이 보였"(4쪽)던 자칭 "잘 나가는 입시강사"(4쪽)였다던 저자 이민정은 한국에서 열린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가 그녀의 교육관을 뒤흔든 한줄기 빛을 본 듯 하다. 그것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가 있다면 스탠퍼드에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으면 제가 이 책을 쓰지도 않았겠지요."(20쪽)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학생 대다수가 스탠퍼드 유학 비용을 쉽게 해결할 수도, SAT고득점 얻어 입학 허가서를 받기도 어려우므로 바로 이 책,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을 썼다 한다.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제목이 길다. 요새 뜨는 드라마 "SKY캐슬"을 향한 대중의 관심으로 미루어, 이 제목 자체로 많은 독자들을 모으리라 예상된다. 열심히 쓴 좋은 책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의문부호가 많이 생기는지라 리뷰가 치우칠까 봐, 의도적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해본다.


공부는 순수학문으로 접근해야지 취업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말입니다... 전 세계의 교육 추세가 학령기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과 기업가 정신 교육의 비중을 점점 더 늘리고 있습니다. (38쪽)

자기 자신을 사업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야 합니다. "나도 사업가가 될 수 있다."라는 자각이 생기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가 생깁니다. (39쪽)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 본문 중




이민정 저자는 두 아이를 각각 캐나다와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입시강사로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노하우에 더해 한국미래교육협회 (futureedu.co.kr)를 운영하는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를 집필했다. 군데군데, 책장 넘기다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꽤 많은 이유는, 사교육-공교육을 떠나 저자가 교육현장에 오래 몸담으며 숙성시켜온 내공력 때문일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SKY 보다 훨씬 중요" (27쪽) 하고 SKY진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오류이기에, 이젠 4차 산업혁명기를 준비하며 모두가 "내 안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서 기업에 고용 당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창업하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독자만 1등 하는 경쟁주의가 아니라, 협력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같이 잘 살려는 태도를 체화해야 한다고 한다. 듣기엔 멋진데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익숙한 이야기들의 조합이다.



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에서 (비록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형 인재'니 '4차산업혁명 시대' 라는 단어를 수십여 번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이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막연한 수준의 단어들 외에, 어떤 구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상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이민정 저자가 그리는 근거리 미래사회, 즉 "4차산업혁명시대"의 속성과 밑그림을 알아야, 다가올 미래 시대에 왜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살려내야 하는지 저자 주장의 당위에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 왜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잘 살려면, 창업을 해야 하지? 모두가 대학을 창업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 창업하려 애쓴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얼 하지? 왜 창업이 살 길이고, 왜 기업가 정신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가치이지? 그런데 정작 이민정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왜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 국민 수준의 기업가化를 꾀해야 하는지 여백은 채워주지 않은 것 같다. 난 그게 젤 궁금한데......

또 하나의 궁금증. 저자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 프로그램을 현지 응용한 디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수만 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 측과는 이에 대한 어떤 사전 조율 혹은 인가가 있었나? 스탠퍼드 대학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창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스탠퍼드 대학 마케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궁금증 둘. 한국에서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과연 그 학생이 창업에 성공해서 스탠퍼드대학 출신 창업가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을까? 저자가 1장에서 극찬한 snapchat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Google회장 에릭 슈미트와 Youtube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랑 대학수업후 뒤풀이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퍼드 식 인맥의 덕을 보진 않았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자랑하는 인맥과 글로벌한 외국어 소통능력이 없는데 과연 저자가 운영한다는 '미래교육협회'의 디자인싱킹 수업을 듣고, 불과 4시간 만에 창의력을 신장시킨다고 미래에 대비한 "4차산업형인재"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2~3시간, 길어봐야 4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8쪽)했다지만, 진정 wild world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능력 창의능력만큼이나 글로벌 인맥과 학교이름이 주는 아우라의 힘이 크지 않을까? 스탠퍼드 나온 사람을 어찌 따라잡나.....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 어마무시하게 실리콘벨리를 끌어왔고 끌어갈거라면, 스탠퍼드 식 창업가 교육프로그램이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대학의 글로벌 인맥과 자원이 순항지원하는 힘이 더 클거라고 본다.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생각 전혀 없지만, 과연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단기 이수한다고 해서 스탠퍼드 대학 출신처럼 창업가 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까? 그렇다면 결국 답은 열심히 SAT 점수 올리고, 추천서 써서 스탠퍼드 가는 것? 모르겠다.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래 인재상을 '기업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에 안정적 성공을 도모하려면 창업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를 자꾸 도발시켜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에서 사람의 품격과 취향을 덧씌워 상상할 나이에 들어선 것도 같다. 핏줄 팔딱거렸던 시절, 거리에서 번쩍이는 간판과 로고만 보았다면 이젠 공간을 드나들던 사람들을 상상한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십수 번 찾으면서, 나는 이곳을 스치거나 머물렀던 배우, 김민기 대표, 관객, 스텝, 또 그 누군가......를 상상한다. 또 안다. 내가 이 극장을 다시 찾으리라는 것을. '학전블루,' 이 공간, 극단 나아가 여기 속한 사람들을 열렬히 응원하리라는 것을.



연극, "고추장 떡볶이" 보고 온 소감이 이야기하려는 데 '주저리주저리'가 길었다. 학전 어린이 무대의 대표작, 벌써 몇 번째인가? 세 번째 본다. 어린이 연극이라는데 어른이 주책이지 왜 보고 또 보느냐고? 게다가 120분짜리 작품이라는데? 아직 못 본 분들 하시는 말씀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재미있다. 메시지 정말 좋다. 믿고 보는 학전 블루, 역시 엄지 척! 어린이 연극이라지만, 객석에는 혼자 앉은 어른, 어른끼리 온 관객들도 꽤 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추장 떡볶이" 배우와 스텝, 김민기 대표, '학전블루'를 응원하는 팬들일 거다.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혜택도 많고, 무엇보다 그 팬심 잘 키워나갈 수 있다. 2년마다 회원 갱신해야 하지만(현재 나는 유료회원 기간이 끝나서 재가입 이벤트 날짜를 기다리는 일인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12살이다. 12년째 살아 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 연극상을 수상했고, 제 17회 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과 연기상을 더했다. 10살짜리 비호와 유치원생 동생 비룡이가 엄마 없이 집을 보면서, 떡볶이를 만든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그 안에 아이들이 키워야할 좋은 가치들을 다 담고 있다. 어린이의 자립 능력, 자존감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 등 좋은 메시지를 120분 안에 노래와 연기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

다. 꼬마 관객 입장에서는 치약 까지 짜넣어 휘저을 뻔한 떡볶이가 과연 완성될까? 궁금할테고.


비호와 비룡이 역은 해를 바꿔 "고추장 떡볶이" 무대 올릴 때마다 바뀌는 것 같은데, 나는 2016년 박철완 배우의 연기를 여전히 기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방지축 귀여운 유치원생, 그러나 다 하고 싶고 잘 하고 싶고 어엿한 한 명으로 대접받고 싶은 그 귀여운 마음을 참 잘 표현해냈다. 2019년 출연진 역시, 학전에서 배출하는 배우들인 만큼 엄지척. 120분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즈음이면 관객들이 주제곡을 절로 따라부르게 된다. 제목이 "아이들도 뭐든지" 인데, 몇 번 부르고 나면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건강한 자존감이 높아진다. 노래가 넘 좋으면, CD 구매하면 된다.


"고추장 떡볶이" 다 끝나고 박수칠 때 꼬마가 몇 시냐고 묻는다. 2시간이 지났다니, 꼬마답게 놀라며 "30분 지난 줄 알았으니, 엄청 재밌는 거 맞네"하며 혼잣말 한다. 재미있는 걸 하면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꼬마인지라. 다만, 1시 공연 끝나고서는 '아딸' 떡볶이를 먹을 수 없어서 4시 공연을 더 탐내했다.

요렇게 떡볶이를 먹기 좋게 담아, 공연 끝나고 극장 나오는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서비스는 토요일 4시 공연과 그 외 공연들. 혹 예매하실 때는 떡볶이 시식을 염두하시라.




포토존에 사람들 몰리기 전에 찰칵. 어린이무대인만큼 좁아도 깔끔하고 안전하게 꾸며놓았다.


공연 티케팅하며 할인 받는 방법이 다양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왠지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은데, 설연휴 가족할인 받아 대학로 나들이겸 동선 짜봐도 좋겠다. 어린이를 둔 가족이라면 근처에 과학관, 마로니에 공원, 박물관 등이 있으니 하루 코스 설 연휴 즐기기에 딱일듯.


가상현실의 재미와 자극이 현실 세계의 생동감과 온기를 못 이긴다. 아니, 못 이겼으면 좋겠다. 긴긴 겨울 방학, 아이들이 폰 끄고 가뿐하게 일어나서 대학로 학전블루, "고추장 떡볶이" 보러 나왔으면 좋겠다. 클릭클릭, 영화 예매해서 대형 스크린에 4DX의 감각 자극 받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생동감과 온기에 비하랴. 놓치면 또 내년, 혹은 그 후년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니 2019년 공연하는 김에 꼭 감상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월 3일 로그인?" 영화 다 보고 나오니, 이제서야 홍보 포스터의 문구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1월 3일" 개봉했군요. 저는 1월 10일에 보았으니, 개봉 후 일주일 차에 극장 찾은 셈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졸업했거나 기말 시험 끝난 중 고등학교 학생 단체 관람객이 가장 많더군요. 혹은 방학 맞은 유치원 꼬마들과 엄마의 조합도요.

 

관객 입장을 유도하는 "1월 3일 로그인문구야 말로 "주먹왕 랠프2"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듯 합니다. 1편에서는 게임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게임랜드 안의 모험을 환상적으로 그렸다면 2편에서는 광활한 인터넷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유동하는 무수한 캐릭터들을 살려냈습니다. 정말이지,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누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니랠까봐, 디즈니의 지적재산들인 캐릭터들이 무료 찬조 출연도 무더기로 합니다. 공주들이 버글버글!

 

 

가상현실, 정보의 바다, 시공간을 초월해 교차하고 흐르고 차단되는 정보의 흐름을 어떻게 이런 멋진 상상력으로 풀어냈는지 감탄하며 보았지요. 성인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들도 많고, 만화 속에서 또 게임을 하는 액자형 구조로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게임 플레이어가 된 듯한 스릴도 느낄 수 있어요. 흥행몰이 할 만 하더라고요.

 

알고리즘도 의인화했어요. 스웩 넘치는 여성 캐릭터로.

인터넷 접속 처음 한, 랠프가 GOOGLE 빌딩을 보고, '고글이 엄청 많이 있나보다'하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 로고와 주요 용어들이 당장 10년 후에는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이해될까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요새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심각하게 읽고 있는지라 『주먹왕 랠프2』를 정말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미래에의 불안이라는 현을 건드려서 진동이 계속 남았어요. 계속 진동하니 불편하네요.

 

 

1. 랠프와 바넬로피의 관계

'우정, 단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는 있지만 랠프가 '바넬로피'에게 보이는 소유욕, 집착이 불편하던 차에 영화 속에서도 이를 콕 집어 괴물로 형상화시켰더라고요. 영화 속에서는 '바넬로피'의 눈물 어린 호소에 괴물로 형상화된 그 비틀어진 의식(개인이건 집단의 것이건 혹은 어떤 흐름이건)의 막힌 매듭히 풀리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현실 혹은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 개인의 눈물어린 호소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겠지요. 일단 인간의 마음구조를 반영한 프로그램 스위치가 작동하면, 개인 차원에서의 바로잡음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괴멸이죠........

 

 

2.과도한 새로운 재미 추구는 현실 도피의 다른 모습

영화 속, 바넬로피는 반복되는 일상을 지긋지긋해하면서 모험하고파 안달입니다. 일상의 평온함에서 안정을 취하는 친구 랠프를 마음 속으로 무시하기도 하지요. 대놓고는 아니지만. 인간 아이라면 분명 미성년일 바넬로피는 인터넷 세계 게임 중에서도 'Slaughter Race'라는 폭력과 광기와 죽음이 범벅된 위험 집합체에 자석에 끌리듯 끌립니다. 그리고 마치 그 세계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양 선언하고 핑크캔디, 핑크 팽크 하던 sugar rush라는 유아기를 스스로 끝냅니다. 랠프는 그런 바넬로피의 결정을 존중해서 빠이빠이 손을 흔들어주고요. 바넬로피가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자극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을 어린 아이들이 보면 모험으로 착각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과연 모험일까? 극단의 재미와 스릴만을 찾는, 반복되거나 예측가능한 일들을 '일상'이라 폄하하고 탈출하려는 모습은 '현실도피'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요?

 

3. 무력한 인간들, 혹은 connected

"주먹왕 랠프2"에 현실세계의 인간이 몇 명이나 등장하나 복기해봅니다. 우선, 오락실 주인 할아버지, 게임 중독자 10대 2명, 그리고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게임기의 조종간을 망가뜨렸던 소녀와 그 동생 등. 등장하는 모든 인간이 온라인 접속이건 게임 접속이건 연결된 상태입니다.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인간들 외 어떤 인간이 이 만화에 등장했는지 다시 짚어봐도 안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무서운 생각들은 요새 읽는 책 때문에 드는 것이겠죠? 뭐, 영화야. 디즈니가 만들었는데요 뭘, 최고로 잘 만들었죠? 디즈니는 10년 후에도, 15년 후에도 계속 있을 로고 아닙니까? 잘 만든 영화에 후추 치는 이야기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