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책상 배치를 바꾸니 "하루 두 권 책 읽기"가 껌 씹기 수준이었습니다. 비워낸 휑한 공간에서의 책 읽기, 집중이 잘 되었거든요. 그러다 점점, 스마트폰이 손에 착착 들러붙어버리니 '하루 2권' 행진은 사오 일 만에 STOP. 역시, 이노무 스마트폰!!!!!!

다행히, 연휴에 다시 불붙었습니다. 어제는 4권이나 읽었네요. 글 밥 적은 청소년 책들이었거든요.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 『밍기민기』,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 『노랑무늬영원』.

요즘 친구들, 참 복받았습니다. 이렇게 재미난 책들, 다양한 장르에서 신간이 쏟아지니 말입니다. 초등학교 때 문학전집과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 셜록 홈스 전집, 동아백과사전을 반복해서 보던 기억이 나, 원하기만 한다면 책의 홍수에 풍덩할, 요즘 친구들이 부러워집니다.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은 환경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서 의기투합해 쓰셨습니다. "환경과교육연구소"라는 협동조합 소속의 연구자이자 교육자들이십니다. 어린이들 친숙해할 SF 영화를 '환경'을 키워드로 여러 저자가 나눠 맡아 썼습니다. "레버넌트"와 "매드맥스" 분석 에세이가 그중에서도 인상적입니다. 분석이 예리하거나 참신해서 인상적이라기보다, 누구나 영화 보며 스치듯 생각할 수 있던 주제들을 '환경문제와 생존(공존)'이라는 키워드 아래 뜻 모은 일군의 저자들이 실제 활자로 옮겨냈다는 그 실천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밍기민기』는 (아마도 저 그림책을 그리던 당시 30대 중반, 미혼이었을 작가가 조카 덕분에 수집한 에피소드를 제목처럼 맹랑명랑하게 그려낸 만화책입니다. 몇 대목에서는 킬킬 웃으며 읽었어요.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 아! 이 책 엄지척입니다! 한동윤 저자는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온몸으로 힙합을 좋아하고 알고, 대중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분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스트리트 댄서, 댄스 강사였다다 음악평론, 저술가로 활동하는 분이라네요. 인터뷰를 찾아 읽어보니, 이 분도 "Soul Train"에서 영감받았군요. 한동윤 저자 인터뷰는 아래에서~~http://naver.me/xJIMkXo7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 젊은 작가인데 이처럼 어두울까 하며 읽었던 기억. 그녀가 이렇게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을 줄 모르고 그저 음울한 분위기만 기억했네요. 『노랑무늬영원』, 세 번째 소설집이라는데 여전히 힘들게 읽었습니다. 가깝건 멀건, 아프거나 죽고, 신체이건 마음이건 마비당해서 의지대로 못 살고, 가족이 있어도 점점 점으로 존재해서 외롭고 뭐 한강 소설집의 느낌이 여전합니다. 이채롭게도 이 책에는 문학평론가들의 '평론'이 실려있지 않네요.

2월 책 읽기 행진은 계속됩니다.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와 『자살폭탄테러』를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 가을에 모아둔 밤을 까먹듯, 겨울에 양분 쌓았다가 봄에 개구리처럼 튀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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