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의 경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주도하였기에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귀가 트이지는 않은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봄"을 연주한 이서정은 뭐랄까, 곡을 차갑게 이지적으로 해석한다는 인상? 그녀가 입은 하늘거리는 연노랑 실크 블라우스와 대조적으로 근엄하고도 지적인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의 한규현 바이올리니스트는 선화예중,선화예고, 한예종을 거쳐 미국 신시내티 음대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재원이시네요. 이분은 달콤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카리스마가 넘치고 격정적인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을"의 양정윤은 바로 이 분 이신데요. 처음엔 수줍은 듯한 태도로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내 온몸으로 곡에 몰입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