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담 醫對談 - 교양인을 위한 의학과 의료현실 이야기
황상익.강신익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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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담對談醫


<의대담-교양인을 위한 의학과 의료현실 이야기>는 강신익 교수와 황상익 교수가 네 차례에 걸쳐 가졌던 대담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저자 강신익 교수는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소장으로서 <몸의 역사, 몸의 문화>, <인문의학: 인문의 창으로 본 건강>, <의학 오디세이> 등을 집필했고, [사회와 치의학] 외 다수의 역서를 내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전향 이전 20여년 동안 치과의사로서 의료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어느 순간 환자를 으로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과감히 인생 경로를 전환했다고 했다. 대담자 황상익 교수는 강신익 교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으로서 의료윤리를 전공한 의철학자이다.


한국의 의료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려는 두 인문의학자의 시도. ‘인문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의 깊이와 폭을 가늠할 수 있게, 역사학, 철학, 윤리학, 진화심리학, 생명 과학 사회학과 의료 인류학 등 인접 학문들의 이론들을 종횡무진 엮고 잇는다. 또한 인술 VS 상술’, 의사사회의 이상과 현실, 의료사고와 인간이 존엄성, 의료제도와 의료윤리 등과 같은 철학적 물음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인술의 함의, 현대 한국사회의 과잉의료화, 한국 의료보험의 역사 등 의역사학의 전반적인 이슈들도 대담에서 아우른다. 그렇다고 이 의철학자와 의학역사가는 결코 비전공자 독자를 소외시키 않는다. 보라매 사건이나 영화 <치코>, 이태석 신부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현실적 사례와 소재들로서 독자에게 인문의학의 주제에 현실적 공감을 갖게 한다.

특히 강신익 교수가 의술은 인술이네.’하는 현실을 무시한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의술은 역사적으로 본디 상술도 띠어 왔기에 의과대학교 학생들에게 이태석 신부를 모델로 삼으라 강요할 수는 없다는 솔직한 말하는 부분에 큰 공감이 갔다. ‘인술VS상술의 논의 구도를 만들면서 정작 인술로서의 의술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도 없이 의사에게 인술을 이데올로기로서 강요한다는 비판에도 공감이 갔다. 이 외에도 서구 사회의 특정 맥락에서 나온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국의 의료현실에 탈맥락적 탈역사적 개념으로 무조건 들이대는 태도에 대한 비판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의대담>을 읽기전에는 의료 현실에 대한 문외한으로서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던 이슈들이었다.

1의료 현실에 청진기를 대다에서는 건강의 자기 책임 이데올로기확산과 이 흐름을 간파한 자본의 개입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건강이 재화의 소비로 성취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기는 태도를 지적한다. 그 외에도 인술 이데올로기의 횡포성을 지적하는 등 두 대담자는 우리가 간과해 왔던 의료현실 이면의 이데올로기를 해부하려 한다.

2의료, 과학 이전에 문화다에서는 우리 의학의 역사를 짚어본다. 흥미로웠던 점은 치과의사 출신 강신익 교수가 학부 때부터 품었다던 질문 왜 치과대학은 의대에 속하지 않고 따로 있을까?’에 대한 답이었다. 답은 의외로 합리적 필요성이 아닌 경제적 필요성에 의한. 의학의 역사를 사회문화적 변주 속에서 발전해온 역사의 산물(p.135)로 살펴보아야 논의가 풍부해짐을 보여주는 답이었다.

3의료, 증상을 알면 처방이 보인다에서는 한국의 의료문제를 복지 프레임에서 볼것을 제안하고 있다. ‘3분 진료라는 화두를 두고, 시스템과 제도의 탓으로 돌리며 의료복지의 수준을 개탄하지 말고 이 문제를 문화적 프레임, 인문학적인 접근에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담>을 읽으니, 강신익 황상익 교수의 자유로운 지적 여정을 따라 소개된 책들과 이론들을 다시 훑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교양인을 위한 의학과 의료현실 이야기참 적절한 부제같다. 교양인이라면 우리의 의료현실과 인문학적 논의의 대상으로서의 의학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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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다 - 마흔부터 갱년기까지 여자를 위한 내몸 테라피
니케이 헬스 프리미에 지음, 여성중앙 기획 / 중앙M&B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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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또각또각 킬힐신던 20대 여대생 시절, 5~6종을 정기구독했던 패션잡지에 30대 40대 나이의 여성이 등장하면 까마득히 먼 세계에서 온 이방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유독 나이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의 신문에서 이름자 옆에 표기된 나이에서도, 30, 40은 참 두렵고도 먼 숫자였지요. 하지만 이제 30대는 타자화의 대상이 아닌, 바로 제가 속한 그룹이 되어버렸네요. '마흔부터 갱년기까지 여자를 위한 내몸 테라피' 라는 부제의 <엄마가 아프다>도 처음엔 '내가 아닌 그 누군가들의 이야기'라 거리두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나.......바로 '신체적 노화'라는 하강 리듬을 타기 시작한 제 이야기더군요. 편안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책읽기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아니, 더 솔직해져야 겠군요. 사실 활자화된 노화의 증상과 예방법을 머리로 차갑게 따라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성속옷제조업제 와코르 산하 과학연구소에서 45년에 걸쳐 무려 4만명을 조사한 결과를 시각적 자료로 대비시켜주니 마음에 미동이 왔어요. 소위 '피망형의 못난 생김에 납작하기까지 한 중년 여성의 처진 엉덩이' 사진. 20대의 탱글하게 솟은 엉덩이 근육과 대비되는. 바로 나이듦에 따라 근육과 지방의 결합이 느슨해진데서 온 신체 변화이지요. 신체 노화의 바로미터라 할 피부노화도 활자로 읽다가 이미지 사진으로 보니 바로 경각심이 드네요.

다행히 <엄마가 아프다>에서는 노화의 과정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도 '곱게 늙기의 해법(본문에서는 '웰-에이징 솔루션'이라 표현되죠)' 도 제시해줍니다. 늘어져가는 얼굴 피부 리프팅을 위해서는 3분 소안근 운동법을 제안합니다. 안티에이징의 떠오르는 별 쾌면을 위해서는 요가 포즈를 소개해줍니다. 이 외에도 골다공증 예방 케어, 기억력 증진 운동, 발효식을 통한 안티에이징 등, 가히 중년 여성을 위한 "내몸 사용 설명서"라 할만 합니다. 사실 '내몸 사용 설명서'라고 유통되는 개념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네 건강, 네가 책임지셔야지, 네 아름다운 노화, 네가 미리 관리해서 잘 늙어봐야지'하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이 논의는 차치하고, <엄마가 아프다>를 핸드백 속 쏙 들어가는 실용서로 활용하면 독자는 든든해질 듯 합니다. 호르몬, 폐경, 만성피로, 통증, 골다공증, 장 건강문제 등 여성이 노화과정에서 겪는 증상들을 12가지 키워드로 쉽게 풀어주고 있으니까요. 떄론 자가진단의 페이지나, 노화과정에 대한 보다 전문적 용어도 등장하기에 알차게 뭔가를 얻어가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권위있는 닛케이 신문사가창간한 여성 잡지 ' 니케이 헬스 프리미에' 에서 발행한 내용인만큼 '알찹니다.' 우선 제게 가장 절실한 몇 가지 사항부터 기억하고 <엄마가 아프다>를 침대 머릿맡에 두고 자주 반복해 읽으렵니다. 이 책을 아직 못 읽어본 분들을 위해 살짝 소개해볼까요?




1. 노화가 진행되가면서 하루섭취열량을 줄이더라도, 단백질은 여전히 동량 공급해주는 게 좋다.

2.매 식사전 1분동안만 몸을 쭉 하늘로 뻗는 '몸펴기 호흡'만 잘해주어도 활력이 넘친다.

3. 많이 웃는다.

4.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근육과 지방의 결합을 느슨하게 하므로 빠른 걷기를 권장한다.

5. '먹거리'와 '먹기'에 총체적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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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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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도서검색어로 '인문학'을 설정하고 검색해보라. 국내도서에만 600여종의 도서가 검색된다. 명문 서울대의 인문대학에 수강생 미달로 강의는 폐강되고, 신입생이 몰리지 않아 학과 통폐합으로 살 길을 모색하던 때가 엊그제같다. 그런데 요즈음 인문학 열풍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가 재발견되고, 인문학의 지위가 복권되는 듯 하다. 막장 드라마를 즐겨보는 전업 주부들조차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소비하고, 청소년도서조차 대학입시 연계 인문학활용법을 담아 낸다. 그 넘쳐나는 수백종의 인문학서 중에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인문학 강사로 활동중인 김경윤 작가가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잡지에 연재하던 글들을 엮어 낸 책이다. 김경윤. 그는 작가되기를 소망하여 영문학과에 진학하였고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운동권 학생들에게 당대 널리 읽히던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였다 한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소박한 제목 그대로, 아직 인문학이란 이름을 탐색중인 작가가 소박하게 엮어낸 짦은 독서록같다는 인상이다.



인문학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기 보다, 물음을 어떻게 던지는가, 현상에 어떤 물음을 던질 수 있는가와도 가깝다라고 한다면, 김경윤 작가의 화두는 '우리 인문학은 없는가?'로 시작된다. 그 화두 하에, 김경윤은 자신이 꼽은 '39인의 인문학의 대가'들을 철학, 문학, 역사의 세 장에 걸쳐 묶어서 소개한다.



고백컨데 국사 교과서 혹은 역사 교과서에서 스쳐가듯 지나갔던 인물들의 저서를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이황, 이이, 이익, 정약용 등. 위인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그들이 삶의 진리와 삶의 이유에 대한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독서가 없었다. 김경윤 작가는 '좀 읽고 얘기해봐'라고 하듯, 종횡무진 문학작품 사회과학, 인문서들을 누비면서 각 사상가들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늘어놓는다. 한 사상가 당 6~7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기에,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독자에게 소개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숱한 고전을 정독하였을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자극을 받는다. 원전을 읽어봤어야지 김경윤 작가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던 혹은 응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아이는 서양철학서로, 둘째 아이는 '명심보감'으로 아내의 태교를 도왔다는 김경윤 작가. 책읽기를 업삼은 그의 행복한 책읽기, 삶의 일부가 된 인문학적 느림의 글쓰기가 부럽다. 그가 39명의 사상가를 낱낱 해석하거나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큰 흐름으로서의 '진정 우리 인문학은 없는 것인가?'의 화두를 천착한 한 호흡의 긴 글을 독자를 위해 선사해주기를 기다리고 싶다. '무엇을 일컬어 우리 인문학이라 할 것인가?' '왜 우리의 것이 중요한가?' '우리 인문학의 쟁점은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가?' '유행으로서의 인문학 공부와 김경윤식 인문학 삭혀먹기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들을 좀더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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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최고의 요리비결 2 : 김막업 선생님 편 - 쉬운 설명, 깊이 있는 팁, 딱 떨어지는 맛! EBS 최고의 요리비결 시리즈 2
김막업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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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최고의 요리비결

 

 

 

 

 


 

TV 시청에 그다지 취미가 없었지만 "EBS 최고의 요리비결"만큼은 빼놓지 않고, 빼놓았다면 재방송으로라도 꼭꼭 시청했었다. 부드러운 남자의 전형 박수홍이 앞치마를 두르고 진지하게 요리보조에 진행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도 흐뭇했지만, 무엇보다 배워가는 게 많은 요리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김막업 선생님의 요리스타일도 <EBS 최고의 요리비결>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소탈하게 조근조근 박수홍과 대화하듯 설명해주는 대로만 따라하면 뚝딱뚝딱 얼추 비슷한 차림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레서피가 책으로 나오면 온라인 검색 없이도 부엌에서 맛내기 참 편하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살뜰히 엮어 책으로 나왔으니 독자로서 반갑고 고맙다.

김막업. 아직 이 분의 이름이 생소할 이를 위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대한민국 한식 1세대 요리선생님, '요리 외길 인생 40년'의 요리장인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요리를 위해 유학을 다녀오거나 본격 수업을 받지는 못했다고 하다. 그래도 고향 삼천포에서 자라면서 어깨 너머로 어머니의 손맛을 유심히 관찰하고 맛보고 묻고 따라 만들어 본것이 오늘의 김막업 선생님을 있게 했단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은 여느 요리책처럼 계량법이니 육수만드는 비법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차별점이 있다면, '영양소금' 만드는 법도 보너스로 알려준다는 점. 늘 죽염만 요리용 소금으로 써왔는데, 다시마와 미역을 활용한 영양 소금도 한 번 만들어봐야 겠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EBS 최고의 요리비결>에 소개된 100여 품의 레서피에 아울러 그 음식을 담고 있는 그릇에 눈이 갈 터이다. 바로 '광주요' 작품들이다. 김막업 선생님과 인연이 깊은 광주요 도자기에서 협찬해주었다. 음식마다 어울리는 빛깔과 두께감의 그릇을 보니, 눈요기만으로도 푸드 스타일링의 공부가 되는 듯 하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에서는 7가지로 크게 묶어 요리법을 소개한다. "정성 담은 매일 밥상," "최고의 국물 요리," "최고의 김치와 장아찌," "손맛보양식," "추억이 담긴 밥상," "손맛 담은 별미 요리," "최고의 손맛 비법 & 손님상 차림"의 7가지. 100여품의 레서피를 하나 하나 공부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살폈다. 아무래도 "장아찌"류는 가장 도전하기 엄두가 안나는 종류였다. 그래도 김막업 선생님이 '한번 배워두면 다양한 재료로 활용 가능한 만능 레서피'로 '깻잎장아찌'를 추천한 만큼, '깻잎장아찌'만큼은 시도해봐야 겠다. 이제까지 내게 익숙한 레서피와 사뭇 다르다. 된장 양념을 팬에다 보글보글 끓이고 깻잎은 소금물에 무려 2주나 절여서 사용한다. 그 정성들인 양념을 보니, 결코 사먹는 장아찌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을 보게 되리라고 김막업 선생님이 장담할 만도 하다.



 

100여 품의 레서피 중에서 한파의 겨울 저녁에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바로 '불고기 버섯 전골'. 냉장고를 뒤져서 '미나리 대신 쑥갓'을 넣고, 새송이 버섯 대신 팽이버섯을 넣어 얼추 비슷한 흉내를 내었다. 김막업 선생님이 결코 빼놓지않는 멸치다시마 육수까지 따라했다. 살짝 거칠었지만, 따뜻한 국물요리덕택에 마음까지 훈훈. 다음 번에는 반드시 '김치말이 쇠고기'를 넣어 제대로 만들어 보아야 겠다.



 

 

 

김막업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맛내기의 비결

1. 신선한 식재료가 '맛보장'의 가장 기본적 요건!

2. 양념은 조금씩 2~3회에 걸쳐서!

3. 자신의 요리에 애정을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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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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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지난 12월에 읽은 <중년의 철학>. 종교 철학교수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38세에 충격적인 가족사의 베일을 벗겨지자 소나기를 맞듯 중년의 습격을 당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정신과 상담을 청하거나 소위 '고주망태 꼬장'이라도 부려서 떨쳐내야할 충격을 철학과교수답게 고상하고도 학술적인 성찰로 풀어낸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그 문체와 수다의 속도감에 있어서 <중년의 철학>의 극점에 있는 에세이라고나 할까. "50년 넘게 너무 많은 말을 해왔으니 혀를 깨물고라도 남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유인경 기자. 얼마나 속사포쏘듯 폭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살아왔을지를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니 가히 상상히 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인정한 달인 수준의 "뻥 &구라"를 구사하는 유인경 기자. 그녀의 수다는 시원스럽고 재미있고 통찰을 담고 있다. 50대에도 '귀엽다'라는 찬사(?)를 들을만 하며, 매일 점심 약속이 수첩에 빼곡할 만큼 친구가 많기도 하겠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고 나니, 나역시 그녀와 수다 떨 기회가 생긴다면 두손 들어 환영하고 싶어졌으니까.



유인경 기자는 6남매중 막내이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 아침을 콘플레이크로 때우고 등교할 때 친정 아빠의 극진한 사랑으로 아침부터 서대문 도가니탕집 순례를 마치고 등교했단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막내의 기질의 그녀의 글에서 묻어난다. 그녀는 자신감에 충만하다. 자신의 매력과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하기에 그녀의 수다스러움은 당당한 기풍을 담는다. 스스로 '굵고 짧은 체형'이라거나 셀룰라이트를 언급하지만 심지어는 외모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이 삶에 대한 열정과 활기와 뭉뚱그려져 뜨거운 열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삶에 지치고 무료한 중년들이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면 정신이 번뜻 들 정도로.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유인경 기자는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서 50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면서 인생 장거리 마라톤의 운동화 끈을 다시 죄인다. 잘 달려서 1등해보겠다고, 폼나는 죠깅 포즈로 남들 부러움좀 받아보겠다고가 아니라, 이번에는 달리면서 주위 경관도 돌아보고 숨도 고르고 천공이 열려 하늘의 기운과 소통하는 대자유를 맛보고 싶다고......

30대인 내게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는 몇 가지 이유에서 무척 참신했다. 우선 그녀는 한국의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빠져있는 '착한 엄마, 완벽한 엄마되기의 신화'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위의 지인이나 육아서의 화자들은 온통 '자식의 행복 = 내 행복, 가족의 미래'식으로 이야기 하며 육아의 질과 성공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던데 유인경 기자는 해탈했다. 자식성공, 남편 뒷바라지에 연연하는 데서.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반경이 좁아지는 대게의 중년여성들은 온통 자식 자랑, 남편 자랑 혹은 흉보기로 소일하기 쉬운데, 유인경 기자는 기자 직업이 준 혜택으로 화려한 사회적 관계망을 자랑한다. 조영남. 이외수 정운찬 총리, 김정운, 장미희, 피천득 등 많은 사회 명사들과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단순히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적 자원에서 배운것, 나눈 것, 감동받은 점들을 솔직하게 늘어놓는다. 독자 역시 거기서 배우게 된다.

둘째,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다보면, 유인경 기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얼마나 깊이 있는 독서를 해왔나 알 수 있다. 어마 봄벡과 나딘 스테어의 시를 병렬 배치해서 50찬송을 전하고,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 대한 자신의 분석도 곁들인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인위적으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유기자의 풍요로운 지식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독서의 흔적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올라온다. 이런 열정적이고 자기 확장을 즐기는 50대라면 필경 10년 20년 후에는 멋진 사건 하나 칠 것 같아. 유인경 기자 역시 잠재의식속에 사건을 일으키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지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의 마지막 페이지에 '65세에 전재산 탕진하고도 치킨 소스 비법을 팔러 돌아다니다 KFC체인점을 연 커넬 샌더스' '74세에 <인간학>을 집필한 임마뉴엘 칸트> 96세까지 강연과 집필활동을 해온 피터 드러거 등의 이름을 열거하였다. 10년 후 유인경 기자가 어떤 유쾌한 사고를 칠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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