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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지난 12월에
읽은 <중년의 철학>. 종교 철학교수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38세에 충격적인 가족사의 베일을 벗겨지자 소나기를 맞듯 중년의 습격을 당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정신과 상담을 청하거나 소위 '고주망태 꼬장'이라도 부려서 떨쳐내야할 충격을 철학과교수답게 고상하고도
학술적인 성찰로 풀어낸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그 문체와 수다의 속도감에 있어서 <중년의 철학>의 극점에 있는
에세이라고나 할까. "50년 넘게 너무 많은 말을 해왔으니
혀를 깨물고라도 남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유인경 기자. 얼마나 속사포쏘듯 폭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살아왔을지를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니 가히 상상히 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인정한 달인 수준의 "뻥 &구라"를 구사하는 유인경 기자. 그녀의
수다는 시원스럽고 재미있고 통찰을 담고 있다. 50대에도 '귀엽다'라는 찬사(?)를 들을만 하며, 매일 점심 약속이 수첩에 빼곡할 만큼 친구가
많기도 하겠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고 나니, 나역시 그녀와 수다 떨 기회가 생긴다면 두손 들어 환영하고
싶어졌으니까.
유인경 기자는 6남매중 막내이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 아침을 콘플레이크로 때우고 등교할 때 친정 아빠의 극진한 사랑으로 아침부터 서대문 도가니탕집 순례를 마치고 등교했단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막내의 기질의 그녀의 글에서 묻어난다. 그녀는 자신감에 충만하다. 자신의 매력과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하기에
그녀의 수다스러움은 당당한 기풍을 담는다. 스스로 '굵고 짧은 체형'이라거나 셀룰라이트를 언급하지만 심지어는 외모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이 삶에 대한 열정과 활기와 뭉뚱그려져 뜨거운 열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삶에 지치고 무료한 중년들이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면 정신이 번뜻 들 정도로.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유인경 기자는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서 50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면서 인생 장거리 마라톤의 운동화 끈을 다시 죄인다. 잘
달려서 1등해보겠다고, 폼나는 죠깅 포즈로 남들 부러움좀 받아보겠다고가 아니라, 이번에는 달리면서 주위 경관도 돌아보고 숨도 고르고 천공이 열려
하늘의 기운과 소통하는 대자유를 맛보고 싶다고......
30대인 내게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는
몇 가지 이유에서 무척 참신했다. 우선 그녀는 한국의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빠져있는 '착한 엄마, 완벽한
엄마되기의 신화'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위의 지인이나 육아서의 화자들은 온통 '자식의 행복 = 내 행복, 가족의 미래'식으로 이야기 하며
육아의 질과 성공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던데 유인경 기자는 해탈했다. 자식성공, 남편 뒷바라지에 연연하는 데서.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반경이
좁아지는 대게의 중년여성들은 온통 자식 자랑, 남편 자랑 혹은 흉보기로 소일하기 쉬운데, 유인경 기자는 기자 직업이 준 혜택으로 화려한 사회적
관계망을 자랑한다. 조영남. 이외수 정운찬 총리, 김정운, 장미희, 피천득 등 많은 사회 명사들과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단순히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적 자원에서 배운것, 나눈 것, 감동받은 점들을 솔직하게 늘어놓는다. 독자 역시 거기서 배우게 된다.
둘째,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다보면, 유인경 기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얼마나 깊이 있는 독서를 해왔나 알 수 있다. 어마 봄벡과 나딘 스테어의 시를
병렬 배치해서 50찬송을 전하고,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 대한 자신의 분석도 곁들인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인위적으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유기자의 풍요로운 지식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독서의 흔적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올라온다. 이런 열정적이고 자기 확장을 즐기는
50대라면 필경 10년 20년 후에는 멋진 사건 하나 칠 것 같아. 유인경 기자 역시 잠재의식속에 사건을 일으키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지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의 마지막 페이지에 '65세에 전재산 탕진하고도 치킨 소스 비법을 팔러 돌아다니다 KFC체인점을 연 커넬
샌더스' '74세에 <인간학>을 집필한 임마뉴엘 칸트> 96세까지 강연과 집필활동을 해온 피터 드러거 등의 이름을 열거하였다.
10년 후 유인경 기자가 어떤 유쾌한 사고를 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