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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도서검색어로
'인문학'을 설정하고 검색해보라. 국내도서에만 600여종의 도서가 검색된다. 명문 서울대의 인문대학에 수강생 미달로 강의는 폐강되고, 신입생이
몰리지 않아 학과 통폐합으로 살 길을 모색하던 때가 엊그제같다. 그런데 요즈음 인문학 열풍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가 재발견되고, 인문학의 지위가
복권되는 듯 하다. 막장 드라마를 즐겨보는 전업 주부들조차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소비하고, 청소년도서조차 대학입시 연계 인문학활용법을 담아
낸다. 그 넘쳐나는 수백종의 인문학서 중에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인문학 강사로 활동중인 김경윤 작가가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잡지에 연재하던 글들을 엮어 낸 책이다. 김경윤. 그는 작가되기를 소망하여 영문학과에 진학하였고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운동권
학생들에게 당대 널리 읽히던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였다 한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소박한 제목 그대로, 아직 인문학이란
이름을 탐색중인 작가가 소박하게 엮어낸 짦은 독서록같다는 인상이다.
인문학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기 보다, 물음을 어떻게 던지는가, 현상에 어떤 물음을 던질 수 있는가와도 가깝다라고
한다면, 김경윤 작가의 화두는 '우리 인문학은 없는가?'로 시작된다. 그 화두 하에, 김경윤은 자신이 꼽은 '39인의 인문학의 대가'들을 철학,
문학, 역사의 세 장에 걸쳐 묶어서 소개한다.
고백컨데 국사
교과서 혹은 역사 교과서에서 스쳐가듯 지나갔던 인물들의 저서를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이황, 이이, 이익, 정약용 등. 위인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그들이 삶의 진리와 삶의 이유에 대한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독서가 없었다. 김경윤 작가는 '좀 읽고
얘기해봐'라고 하듯, 종횡무진 문학작품 사회과학, 인문서들을 누비면서 각 사상가들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늘어놓는다. 한 사상가 당 6~7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기에,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독자에게 소개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숱한 고전을 정독하였을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자극을 받는다. 원전을
읽어봤어야지 김경윤 작가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던 혹은 응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아이는
서양철학서로, 둘째 아이는 '명심보감'으로 아내의 태교를 도왔다는 김경윤 작가. 책읽기를 업삼은 그의 행복한 책읽기, 삶의 일부가 된 인문학적
느림의 글쓰기가 부럽다. 그가 39명의 사상가를 낱낱 해석하거나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큰 흐름으로서의 '진정 우리 인문학은 없는 것인가?'의
화두를 천착한 한 호흡의 긴 글을 독자를 위해 선사해주기를 기다리고 싶다. '무엇을 일컬어 우리 인문학이라 할 것인가?' '왜 우리의 것이
중요한가?' '우리 인문학의 쟁점은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가?' '유행으로서의 인문학 공부와 김경윤식 인문학 삭혀먹기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들을 좀더 던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