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비밀 - 독일 최고의 비밀 정보요원이 알려주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적 비법
레오 마르틴 지음, 김희상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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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관계의 비밀
 
 
 
1976년생, 아직 마흔 못미친 나이에 피부미남, 세련되고 지적인 외모, 경찰 교육을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데다 독일 정보부 국내 치안부 요원으로 10년이나 활약했으니 두뇌 역시 비범할테고, 아무튼 매력적이다. <관계의 비밀>의 저자 레오 마르틴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10여년을 '음지'에서 보내고 나니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햇살을 누리는 기쁨이 상당한가보다. <관계의 비밀 (원제: Ich Krieg Dich! 넌 내편이야!)>이라는 민감한 주제의 책도 자신있게 펴냈다.
 
이 책은 '정보요원 양성 심리학 교과서'의 본문을 인용해 가며, 소위 끄나풀을 조직에 심는 전략 및 정보부 요원의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해준다. '이런 책 잡음 없이 출간할 수 있었으려나?'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보도 실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끄나풀, 독일에서는 '파우만(정보 협력자, 내부 거래자)'에게 사례금을 줄 때, 가명일지라도 비용지불에 대한 서명을 한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았을 정도.
 
레오 마르틴은 versatile 이라는 영어단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다재 다능하다. 우선 그는 비밀정보요원으로서 최상의 자질을 갖추었다. 얼마나 마피아 조직에서 정보원 확보를 잘 했던지 동료들이 '영혼 사냥꾼," "하드 코어 소프트 킬러"라고 까지 불렀다고 한다. 성공의 비결? 그는 심리학 박사도 프로파일러도 아니지만 인간의 본성을 냄새 맡고 그 정보를 분석할 줄 안다. 게다가 정보원과 직업상의 동료 뿐 아니라 사람 일반을 대할 때 프로다운 전략을 알고 행한다.
둘째, 레오 마르틴의 글 쓰기 재주도 탁월하다. 340여페이지에 이르는 두터운 책이지만 한 달음에 읽히는 것은 <관계의 비밀>의 독특한 구성 덕도 크다. 정보요원 지침서를 인용해가면서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며서, 소챕터마다  첩보소설같이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파우먼(V-Mann)을 침투하려는 조직에 심고 활용하는 이야기를 티코프라는 인물을 사례로 한 긴장감 넘치는 실화로 소개한다. 중간 중간 요원 포켓북이라는 쉬어가는 요약 페이지도 담아주었다.
 
<관계의 비밀>을 읽고나면, 흥미로운 첩보 소설 한권을 읽은 듯한 쾌감에 더해,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득력'과 '신뢰'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활용할지를 배울 수 있어 뿌듯하다. '난 정보부에서 일하지도 않고, 사람과의 만남을 전략적으로 계산하고 접근하는 류가 아니야'하면서 만남 뒤의 작동하는 고도의 전략과 연출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도 <관계의 비밀>을 권하고 싶다. 레오 마르틴이 말하지 않았는가?'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소통이란 없다 (p.21)'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말이나 행동의 기저에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의도가 있으니. 레오 마르틴이 열어준 요원 포켓북의 기술을 제대로 배워서 부정적 조작 (manipulation)이 아닌 긍정적 조작의 방향으로 기술을 써보자.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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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처음 읽는 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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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현대 프랑스 철학
 
 
 
 
 중학교 사회 기말고사를 위해 이름만 외웠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만에 읽으니 부끄러웠다. 마치 읽어본 적 있다는 양, 다윈의 <종의 기원>을 종종 언급하다가 막상 친구로부터 두꺼운 원서를 선물받고는 책장 장식용으로 고이 모셔두기만 했음을 고백한다. '나 이래뵈도 샤르트르의 <말>과 <구토>는 고등학교 때 읽었거든?,' '메를로 퐁티, 무용 평론에서 자주 들어보던 이름인데?''한국에서 대학나온 사람치고 설마 롤랑 바르트랑 미셸 푸코 책 하나 안 읽어보았으리라고?' 하였건만, 정작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에 대해 이름 이상의 것을 설명하라하면 머릿 속은 백지. 그래서 두꺼운 책에 도전장을 내었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에.......살구핑크빛 표지에 '처음 읽는'이라는 겸손한 문구도 마음에 들었다.
 
 철학 문외한에게도 친절하리라는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고,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은 친절한  서술방식을 택했다. 철학서로는 이례적으로 '해요'체 '합쇼'체로 쓰인데다 필자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지적 편력을 혹은 취향을 드러낸다. 자크 라캉을 소개한 김서영은 "너희 엄마도 모른단다"라는 자캉의 말을 24세에 처음 만났단다. 이후 라캉 전문가인 숀 호머(Sean Homer) 교수에게 지도 받으며 라캉 개론서를 두권이나 번역한다. 철학 아카데미의 대표인 김진영은 롤랑 바르트를 그의 "육체적인 삶과 지적이며 공적인 삶을 상호 관련해서 개괄하는 방식"으로 적고 있다.
 
사실 이 고마운 프로젝트는 '철학 아카데미(http://www. acaphilp.or.kr)'의 2012년 가을 학기 기획강좌에서 시작되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비제도권 평생교육기관'을 모토로 삼는 이 학교의 좁은 물리적 공간 탓에 프랑스 현대 철학 수강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에 강의를 글로 재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 시간과 노력을 잡아 먹는 성가신 작업을 총 12명의 저자들은 기꺼이 나누어 맡아주었다. 이렇게해서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가 일반 대중과 만나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철학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조광제는 말한다. "우리 나름의 철학 사상을 꾸릴 작업이 무르익지 못했고.......중략......다른 이들이 형성한 철학 사상의 진의를 정확하게 해독 (p. 9)"하는 것이 순서라고. 철학 사상에서의 배타적 민족공동체나 국가 공동체의 독선을 따르지 않되, 한국 사회가 지닌 특수성에 프랑스 현대 철학에서 해독한 진의를 적용해보자는 취지에 철학 까막눈 독자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샤르트르부터 바디우까지, 우리 눈으로 그린 철학 지도"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는 장 폴 사르트르, 모리스 메를로-퐁티, 엠마뉘 엘레비나스, 모리스 블랑쇼, 롤랑 바르트,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알랭 바디우를 소개한다. 어짜피 철학 지도 독도법(讀圖法)에 까막눈이지라 아무 철학자를 탐사시초로 삼은들 어떠하리란 생각으로, 이름이 친숙한 철학자 순서로 읽어내려갔다.  
 
 
먼저 <사랑의 단상>으로 왠지 친숙한 이름부터.....롤랑 바르트의 사적인 삶, 공적인 삶, 그리고 지적인 삶의 상호관계를 꿰뚫어 보는 김진영이 아니었던들, 바르트가 왜 '경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그 경계를 넘나드는 부드러운 사유(p.157)'의 철학자이며, 그의 카멜레온적 변신력과 기민한 지적 이동성이 실패자의 콤플렉스와 관련되는지의 이해를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세에 발병했던 폐결핵으로 프랑스 지성계의 중심에 진입할 수 없이 주변을 머물러야 했던 바르트, 어머니 사망 이후에는 '죽음''연민''애도'의 테마를 중심으로 사유했다니, 앞으로 롤랑 바르트를 읽게 되면, 행간에서 그의 이런 사적인 삶이 중첩될 듯 하다.
 
 
 한국근대현대문화사상 연구소의 허경 대표는 푸코를 전공한다하면 '그게 누구냐?' 묻던 1980년대와, '아직도 푸코를 공부하냐?'라는 반농담을 들었던 1990년대 중반의 한국지적풍토의 변화를 꼬집으면서, 푸코의 영향력은 유행처럼 그리 쉽게 사그라들 수도, 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web of science'의 통계결과까지 제시하며. 나남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해준 미셸 푸코책을 수집하여 고이 전시'만' 해놓은 날나리 독자로서 허경 대표의 푸코 해설을 읽으니, 다시금 도전 욕구에 불이 붙는다. 우선 그는 푸코에 대한 오해들 - 푸코의 사유를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포스트구조주의,포스트마르크주의 혹은 비합리주의로 보는 관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스스로가 동성애 성향을 가졌던 푸코는 정상이란 오직 정상 놀이에서 승리한 지배적인 개념일 뿐이며, 사람들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진리 역시, 사실은 무수한 진리 놀이(jeux de verite)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삐딱이의 시선을 제시한다. 허경 대표 역시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단어 자체가 일본어이며, 우리가 탐구해야 할 대상은 영원불멸의 절대 진리라는 허상이 아니라, 조건화된 문제틀 자체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살피는 작업이라고 덧붙인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흔히 영어의 have 동사를 사용하여, '문화를 가지다' '권력을 가지다' 권력을 잃다' 식의 경제적 소유개념을 권력에 부가하는데,  푸코에게 권력은 '주어진 상황에 존재하는 요소들 사이의 전략적 배치(에 의해 파생되는 효과)'이자 복수의 권력관계이지, 획득,탈취, 양도, 계약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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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가게 : 노포의 탄생 - 전 세계 장수 가게의 경영 비결을 추적한 KBS 초특급 프로젝트 백년의 가게 1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지음 / 샘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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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가게- 노포의 탄생
 


 

 
 
최근 <이영돈 PD의 먹거리 X 파일 -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흥미롭게 읽었다.  어찌 보면 고지식하다할만큼 초심의 정성으로 가게(식당)를 운영하는 이들에게서 경탄과 함께 안타까움의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그 우려어린 안타까움은, '과연 이 착한 식당들이 얼마나 계속 착할 수 있을까?' 이란 질문으로 압축된다.  계속 착하기에는 영세한 그 식당들 앞에 유혹과 난항들이 많을 테니까. 이영돈 PD가 소개하는 착한 식당이 미니어처급이라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이 <100년의 가게>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머메드급이랄까? 이미 로컬을 넘어서 글로벌한 명성을 얻고 있고, 그 정통성을 유지하고 자본화할 이유를 갖추고 있으니까... 원하는 최상의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신뢰의 루트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자부심도 갖추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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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제작팀에 따르면 한국에는 100년 이상을 잇는 가게가 단 6곳이란다 (아이러니하게 이 책의 추천사는 푸릇푸릇한 신생 가게라 할 수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가 썼다.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은 비단 한국 뿐 만이 아닐텐데 어떻게 어떤 가게들은 세계대전이나 공산화의 압박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이어지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웠을까? '전통'이니 '장인정신'에 대한 생각들, 장인을 대우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100년의 가게>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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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작팀은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16개국에서 40여개의 장수 노포와 장인의 명가를 취재하였다. 이를 <명가의 비결>과 <노포의 탄생>,  2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일상에서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인 노포(老鋪)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뜻한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성격에 따라 노포 20곳을 크게 3부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미국 디저트, 프랑스 수제 초콜릿,체코 전통 하우스맥주, 일본 과자 등 듣기만 하여도 비행기 티켓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매년 가을 겨울이면 독일에서 가공 초콜릿을 박스 째 구매해 먹는 일인으로서, 프랑스 수제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의 마롱글라세와 콰트르는 프랑스 여행을 꿈꾸게 하는 이유가 될 정도로 강렬한 유혹이다. 짐작대로, 제작팀은 이르상제르의 성공 비결로 대대로 전해오는 장인의 기술, 신선한 친환경 재료, 차별화된 맛과 신제품 개발을 꼽았다.
 
 장인 정신, 최상의 재료, 손님과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은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 뿐 아니라 다른 장수 가게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요소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자신의 가게와 전통에 대한 애정과 민족적 자부심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르상제르 가게는 1차 세계대전당시 독일군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하고 가게 문을 아예 닫고, 정원에서 채소를 길러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터키의 디저트 가게, '카랴쿄이 귤류올루' 역시 1980년 군사정권치하에서 정부의 지시에 반발하여 1년 동안 바클라바를 팔지 않았다고 하니 그 결단과 자부심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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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을 대중은 어떻게 규정할까? 아마 '장인'이라는 말을 쓰긴 좋아해도, 실제로 '전통'이니 '장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백년의 가게>를 읽으니, 적어도 그 동안 놓치고 있던 장인 정신의 한 요소가 새로 들어온다. 한 분야의 명인이 되려면, 지루함이 새로워질 때까지 인내의 수련은 기본으로 사람을 진정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품을 갖춰야 하더라. 백년의 가게에 소개된 노포의 사장들을 보니...예를 들어 뉴욕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 4대 사장인 그레그 셰리는 9.11 사태 당시, 도시가 폐쇄되고 가게도 문 닫는 상황에서 매일 음식을 만들어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뉴욕 소재의 디저트 가게 베니에로의 사장 역시, 9.11사태 당시 매일 케이크를 인근 소방서에 기부했다 (가게 이미지 재고를 위한 상술이었을까? 그런 색안경이 자동으로 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백년의 탄생>은 단순히 창업을 꿈꾸는 이나, 가게 운영을 하고 있는 이들 외에도 세계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전통과 장인'이라는 화두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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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 착한 식당을 찾아서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제작팀 지음 / 동아일보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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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탁을 찾아서
 
 
 

 
 
 
마을 사거리에 신장개업한 슈퍼마켓에서 오픈 기념으로 아이스크림을 정가의 80%가격에 판매했지요. 이 곳을 지날 때면 항상 10L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에 가득 찰 정도로 아이스크림들을 사가는 고객들이 보이더라고요. 제 입, 제 가족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합성 색소며 첨가물이 아닌데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친환경 재료, 착한 음식들 먹겠노라고 하면 "적당히 GMO고 MSG 뱃 속에 넣어주고 살아야 오히려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궤변으로 제 까탈스러움을 비꼬는 분들도 계시죠. 착한 음식 먹고 싶다고 식당 까탈스럽게 따져대면, "그러러면 차라리 텃밭에 직접 키워서 직접 해먹지. 요즘 세상에 깨끗한 집 밖 음식이 어딨다고.....다 그냥 알면서도 먹는거지."하는 분들 많지요. 그래도 어쩌나요? 여전히 착한 먹거리, 착한 식당에서 착한 음식 먹고 싶은 걸요. 아니, 소신껏 깨끗한 음식 만드는 착한 분들이 아직은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아보고 싶은걸요.
*
이영돈 PD가 바로 제 소망을 풀어주었네요.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너무 재미있어서 한 달음에 다 읽었습니다. 부록까지 총 350페이지에 이르는 이 두꺼운 책은 채널A에서 2011년부터 절찬리에 방영중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란 프로그램을 활자화한 거예요. 발품, 깐깐한 검증, 또 재검증의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우리 먹거리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따져주었던 그 프로그램, 책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 그 장인정신이 느껴지네요. 이영돈 PD는 서문에서 "착한 식당, 착한 사람들이 인정받고 성공하는 사회가 되는 꿈을 잃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읽고 나니, 정말 이렇게 양심과 소신을 지키는 분들이 인정받는 사회, 건강한 식문화 만들기에 모두 동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기네요.
 
총 4부 - 재배에서 조리까지 100% 토종 감동의 먹거리, 행복하게 자란 식재료 자족의 먹거리, 식품첨가물 없는 자연의 먹거리, 정통 방식 그래도 고집의 먹거리-에 소개된 여러 착한 식당 중에서 착한 손칼국수 편을 본문을 인용해서 소개해볼게요.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의 구성과 내용을 감잡을 수 있을 거예요.
 
착한 손칼국수 - 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부부의 1년 
 
 
 

 
어느 동네든 먹자골목엔‘손칼국수’간판이 있게 마련. 하지만, 어떤 식당에서도 밀가루를 반죽하거나 밀거나 써는 흔적은 없고 주문한지 10분이면 뚝딱 쫄깃한 칼국수 대령이다. 그 비결? 간단하다. 칼국수 반죽할 필요 없이 공장에서 기계로 뽑은 면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쫄깃한 식감을 위해 프로필레글리콜(propylene glycol) 및 타피오카 전분 조제품 등을 넣은 공장 제조 국수도 얼마든지 식당서 직접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단다. 홍두깨로 면발을 눌러 얇게 펴겨나, 손으로 쥐어서 더 꼬불꼬불하게 만들면 된다나? 과연 손칼국수 간판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착한 식당은 없을까?
 
 있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말이네 할매 칼국시(가창칼국수)’같은 자리에서 18년째 장사하고 있는 마을 토박이 식당엔 '100% 우리 밀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작진은 100%라는 "완전무결한 숫자를 쓴다는 건, 흠 잡을 데 없는 진실이거나 지독한 뻔뻔함,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고 기대 반 의심 반의 태도를 보인다. 이 의심은 곧 감동과 감탄으로 변하는데......식당 주인 부부는 식당에서 5분 거리에 600평대의 밀밭에서 밀농사를 직접 짓는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전혀 쓰지 않고. "손님에게 내놓는 칼국수 한 그릇에 꼬박 1년이라는 시가을 담은 셈이다. 재료 준비에 그 어떤 식당이 이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일까. 밀의 모종을 심는 그 순간부터 부부의 상차림은 시작된 것이다 (p.33)"라며 제작진은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게 ‘말이네 할매 칼국시(가창칼국수)'는 착한 식당에 선정되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는 착한 손칼국수 외에도, 착한 순메밀국수, 착한 콩국수, 착한 달걀, 천연 효모로 순리대로 발효시킨 착한 빵, 재탕 없이 깨끗한 기름으로 튀긴 착한 튀김, 착한 커피, 인도식 정통 카레, 진짜 육수를 쓴 착한 냉면, 착한 감자탕, 착한 떡, 착한 나물 밥상, 착한 손두부, 통발로 잡은 자연산 미꾸리로 만든 착한 추어탕, 오전에 물질로 딴 전복으로 오후에 손님을 대접하는 착한 전복죽 식당 등이 소개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하고, '주소가 어디야? 상호가 뭐야?'하며 당장 찾아가보고 싶지요? 하지만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제대로 읽으려면, 단순히 식당 이름을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 착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우리 먹거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도 함께 배워야 할 거예요.
 
 
예를 들어, 벽오리농장의 박대수 대표는 닭의 존엄성을 헤아리듯 늘 닭에게 깍듯하게 대한다해요. 닭들이 낳은 달걀을 가지러 갈 때면 나무 상자의 뚜껑을 똑똑 두드리며 "미안 미안 알 꺼내간다"하고, 농장 견학온 가족들에게도 향짙은 향수나 반짝이 옷에는 주의를 준다네요.

 
 
 
 
 
VS
 
 
착한 튀김집 '요요미'를 운영하는 박종명 사장은 "튀김을 만들 때 속으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라고 말해요. 재료를 손질할 때도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한다네요. 착한나물밥상 '걸구쟁이네'의 부부는 유난히 부부애가 각별해요. 횡성장에 17년째 다니고 있는 횡성장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캐다 파는 나물을 사오거나, 직접 산으로 들로 깨끗한 나물을 캐서 요리한데요.
 


 

<떡의 미학>(서대문구 연희동)을 운영하는 김명순씨의 전통음식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은 감탄을 넘어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떡의 성분을 소수점까지 표기해놓을 정도입니다. 물론 유화제나 인공 색소 따윈 넣지 않고요. 절구를 이용해 직접 떡을 치고, 밤을 새워 약식을 만듭니다. 호두 껍질이 들어가면 떡맛이 떫어진다며 일일이 호두살 하나하나 속껍질을 벗겨낸답니다. 오죽하면 손톱이 빠지기까지 했다네요. 이모와 전통문화로서의 떡을 이어가고자 떡 만들기를 배웠던 조카 혜정씨는 두텁떡 재료 손질에 지쳐서 6개월 만에 포기하고 나가기도 했을만큼 떡재료 손질에 온 정성을 기울입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읽다보니, 착한 식당의 주인들에게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유난히도 가족애, 부부애가 애특하고 모두 표정에 욕심이 없이 선량해보입니다. 착한 음식을 만들어서 일까요? 착한 음식 많이 먹다보면 우리 얼굴도 더 환해질까요? 건강한 먹거리와 착한 식당을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져준 이영돈 PD와 제작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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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유롭게 뻥! - 황선미 인권 동화, 중학년 베틀북 오름책방 6
황선미 지음, 정진희 그림 / 베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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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유롭게
 
 
 
 
 
 
 
축구공과 착취되는 어린이 노동,  인권문제를 상징하며 잘 팔리는 아이콘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책, 다큐멘터리, 신문 등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네요. 어린이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이 없는 이라도 '응, 알아! 축구공 어린애들이 만든다지!'의 피상적 수준으로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만큼이요. 사실, 황선미 작가가 그 '축구공'을 주요소재로 인권동화를 쓴다하기에 읽기 전에 '진부함'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 성적만 올리면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십수만원대 나이키 축구화 척척 사주시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한민국 꼬마와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축구공을 바느질하며 삶을 꾸려야 하는 소위 제 3세계의 아이들을 대비한다면 이미 그 소재만으로 어느 정도 내용이 추정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탁월한 심리 묘사와 구성으로 주목받으며 신인문학상, 농민 문학상 등을 수상한 황선미 작가는 진부한 소재를 감동적이고도 재미나게 풀어냈습니다. '인권동화'라는 타이틀 때문에 혹 훈계조일까싶었던 선입견마져 '뻥' 날려주었네요. 
 
 
 
 
한국 아이 이경주, 그리고 라임.
또래의 두 소년은 정진희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본문에서는 만나는 일이 없습니다. 옴니버스 영화처럼 경주는 경주의 이야기를, 라임은 라임의 힘에 겨운 삶을 이야기합니다. 황선미 작가는 '풍요 VS 빈곤'의 단순 대립구도에 두 소년을 위치해 놓은 건 아닙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이경주는 축구공 하나 사겠다고 십수만원을 모을 수 있는 풍요를 즐기는 아이로 보이나, 실은 결핍의 갈증을 안고 사는 꼬마입니다. '마음껏 놀고, 마음껏 축구공 뻥 차보고 싶은 갈증.' 정진희 작가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경주의 건조한 삶을 사각형의 답답한 프레임에 비유하여 그렸습니다.
*

 

 
VS 
 
라힘은 새벽에 일어납니다. 여섯 살난 동생 말리까도 새벽에 일어납니다. 우물에 물을 길러 가야 하거든요. 아홉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장인 라힘은 학교가 아닌 모한 아저씨네로 걸어갑니다. 그 곳에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앉아서 축구공 바느질을 합니다. 공 하나에 1620번의 바느질, 종일 눈이 빠질 정도로, 바늘에 찔려 손이 퉁퉁 부을만큼 일해도 고작 공 3개를 완성할 수 있답니다. 받는 돈으로는 하루 밥값을 간신히 치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라힘은 하루에 공 여섯개 만드는 숙련공이 되는 가련한 꿈을 품고 있는 기특한 가장입니다. 그래서 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 속 같은 라힘의 이야기 속에 황선미 작가는 복숭아를 자주 등장 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라힘이 토마토를 텃밭에서 키우게 될 거라는 암시를 줍니다. 복숭아와 토마토를 통해서 작가는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신나게 자유롭게 뻥!>의 마지막 장, 부록 페이지에서 황선미 작가는 보다 직설적으로 메세지를 전합니다. "모든 어린이는 행복해야 해! 어린이 놀권리 보장하라!"라고요. 그리고 작가는 더합니다. "경주와 라힘, 두 아이가 만나는 일이 생길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어떤 물건이 누군가의 귀한 시간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아는 일만큼 좋은 경험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이 우물처럼 생각 깊은 사람을 만들겠지요." 저는 황선미 작가의 말에 독자의 한 마디를 더하고 싶습니다. "우물처럼 깊은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고.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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