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가게 : 노포의 탄생 - 전 세계 장수 가게의 경영 비결을 추적한 KBS 초특급 프로젝트 백년의 가게 1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지음 / 샘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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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가게- 노포의 탄생
 


 

 
 
최근 <이영돈 PD의 먹거리 X 파일 -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흥미롭게 읽었다.  어찌 보면 고지식하다할만큼 초심의 정성으로 가게(식당)를 운영하는 이들에게서 경탄과 함께 안타까움의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그 우려어린 안타까움은, '과연 이 착한 식당들이 얼마나 계속 착할 수 있을까?' 이란 질문으로 압축된다.  계속 착하기에는 영세한 그 식당들 앞에 유혹과 난항들이 많을 테니까. 이영돈 PD가 소개하는 착한 식당이 미니어처급이라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이 <100년의 가게>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머메드급이랄까? 이미 로컬을 넘어서 글로벌한 명성을 얻고 있고, 그 정통성을 유지하고 자본화할 이유를 갖추고 있으니까... 원하는 최상의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신뢰의 루트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자부심도 갖추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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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제작팀에 따르면 한국에는 100년 이상을 잇는 가게가 단 6곳이란다 (아이러니하게 이 책의 추천사는 푸릇푸릇한 신생 가게라 할 수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가 썼다.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은 비단 한국 뿐 만이 아닐텐데 어떻게 어떤 가게들은 세계대전이나 공산화의 압박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이어지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웠을까? '전통'이니 '장인정신'에 대한 생각들, 장인을 대우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100년의 가게>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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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작팀은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16개국에서 40여개의 장수 노포와 장인의 명가를 취재하였다. 이를 <명가의 비결>과 <노포의 탄생>,  2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일상에서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인 노포(老鋪)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뜻한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성격에 따라 노포 20곳을 크게 3부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미국 디저트, 프랑스 수제 초콜릿,체코 전통 하우스맥주, 일본 과자 등 듣기만 하여도 비행기 티켓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매년 가을 겨울이면 독일에서 가공 초콜릿을 박스 째 구매해 먹는 일인으로서, 프랑스 수제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의 마롱글라세와 콰트르는 프랑스 여행을 꿈꾸게 하는 이유가 될 정도로 강렬한 유혹이다. 짐작대로, 제작팀은 이르상제르의 성공 비결로 대대로 전해오는 장인의 기술, 신선한 친환경 재료, 차별화된 맛과 신제품 개발을 꼽았다.
 
 장인 정신, 최상의 재료, 손님과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은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 뿐 아니라 다른 장수 가게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요소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자신의 가게와 전통에 대한 애정과 민족적 자부심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르상제르 가게는 1차 세계대전당시 독일군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하고 가게 문을 아예 닫고, 정원에서 채소를 길러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터키의 디저트 가게, '카랴쿄이 귤류올루' 역시 1980년 군사정권치하에서 정부의 지시에 반발하여 1년 동안 바클라바를 팔지 않았다고 하니 그 결단과 자부심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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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을 대중은 어떻게 규정할까? 아마 '장인'이라는 말을 쓰긴 좋아해도, 실제로 '전통'이니 '장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백년의 가게>를 읽으니, 적어도 그 동안 놓치고 있던 장인 정신의 한 요소가 새로 들어온다. 한 분야의 명인이 되려면, 지루함이 새로워질 때까지 인내의 수련은 기본으로 사람을 진정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품을 갖춰야 하더라. 백년의 가게에 소개된 노포의 사장들을 보니...예를 들어 뉴욕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 4대 사장인 그레그 셰리는 9.11 사태 당시, 도시가 폐쇄되고 가게도 문 닫는 상황에서 매일 음식을 만들어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뉴욕 소재의 디저트 가게 베니에로의 사장 역시, 9.11사태 당시 매일 케이크를 인근 소방서에 기부했다 (가게 이미지 재고를 위한 상술이었을까? 그런 색안경이 자동으로 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백년의 탄생>은 단순히 창업을 꿈꾸는 이나, 가게 운영을 하고 있는 이들 외에도 세계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전통과 장인'이라는 화두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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