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자유롭게 뻥! - 황선미 인권 동화, 중학년 베틀북 오름책방 6
황선미 지음, 정진희 그림 / 베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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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유롭게
 
 
 
 
 
 
 
축구공과 착취되는 어린이 노동,  인권문제를 상징하며 잘 팔리는 아이콘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책, 다큐멘터리, 신문 등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네요. 어린이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이 없는 이라도 '응, 알아! 축구공 어린애들이 만든다지!'의 피상적 수준으로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만큼이요. 사실, 황선미 작가가 그 '축구공'을 주요소재로 인권동화를 쓴다하기에 읽기 전에 '진부함'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 성적만 올리면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십수만원대 나이키 축구화 척척 사주시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한민국 꼬마와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축구공을 바느질하며 삶을 꾸려야 하는 소위 제 3세계의 아이들을 대비한다면 이미 그 소재만으로 어느 정도 내용이 추정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탁월한 심리 묘사와 구성으로 주목받으며 신인문학상, 농민 문학상 등을 수상한 황선미 작가는 진부한 소재를 감동적이고도 재미나게 풀어냈습니다. '인권동화'라는 타이틀 때문에 혹 훈계조일까싶었던 선입견마져 '뻥' 날려주었네요. 
 
 
 
 
한국 아이 이경주, 그리고 라임.
또래의 두 소년은 정진희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본문에서는 만나는 일이 없습니다. 옴니버스 영화처럼 경주는 경주의 이야기를, 라임은 라임의 힘에 겨운 삶을 이야기합니다. 황선미 작가는 '풍요 VS 빈곤'의 단순 대립구도에 두 소년을 위치해 놓은 건 아닙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이경주는 축구공 하나 사겠다고 십수만원을 모을 수 있는 풍요를 즐기는 아이로 보이나, 실은 결핍의 갈증을 안고 사는 꼬마입니다. '마음껏 놀고, 마음껏 축구공 뻥 차보고 싶은 갈증.' 정진희 작가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경주의 건조한 삶을 사각형의 답답한 프레임에 비유하여 그렸습니다.
*

 

 
VS 
 
라힘은 새벽에 일어납니다. 여섯 살난 동생 말리까도 새벽에 일어납니다. 우물에 물을 길러 가야 하거든요. 아홉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장인 라힘은 학교가 아닌 모한 아저씨네로 걸어갑니다. 그 곳에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앉아서 축구공 바느질을 합니다. 공 하나에 1620번의 바느질, 종일 눈이 빠질 정도로, 바늘에 찔려 손이 퉁퉁 부을만큼 일해도 고작 공 3개를 완성할 수 있답니다. 받는 돈으로는 하루 밥값을 간신히 치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라힘은 하루에 공 여섯개 만드는 숙련공이 되는 가련한 꿈을 품고 있는 기특한 가장입니다. 그래서 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 속 같은 라힘의 이야기 속에 황선미 작가는 복숭아를 자주 등장 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라힘이 토마토를 텃밭에서 키우게 될 거라는 암시를 줍니다. 복숭아와 토마토를 통해서 작가는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신나게 자유롭게 뻥!>의 마지막 장, 부록 페이지에서 황선미 작가는 보다 직설적으로 메세지를 전합니다. "모든 어린이는 행복해야 해! 어린이 놀권리 보장하라!"라고요. 그리고 작가는 더합니다. "경주와 라힘, 두 아이가 만나는 일이 생길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어떤 물건이 누군가의 귀한 시간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아는 일만큼 좋은 경험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이 우물처럼 생각 깊은 사람을 만들겠지요." 저는 황선미 작가의 말에 독자의 한 마디를 더하고 싶습니다. "우물처럼 깊은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고.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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