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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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Time P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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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경험하지만, 선입견이 참 무섭다. 봄철 메이크업에나 쓰일듯한 살구빛 표지에 하이힐을 신은 엄마가 아이를 들쳐매고 달려나가는 표지.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 가사 *  휴식 균형잡기"라는 부제를 보고 워킹 우먼의 고해성사 겸 자기계발서라고 짐작했다. 오판이었다. 더군다나 <타임 푸어>를 읽지 않았더라면 '오호라! 통재여'할뻔 했다. 그 정도로 저널리즘 정신이 투철한 기자 출신 저자는 숱한 인터뷰와 현장취재로 얻은 자료에,  B급 학자들이라면 명함을 감추고 싶어질만큼 맹렬하게 학문적 자료를 탐독하고 분석하여 유려한 문체로 엮어내었다.  표지만 보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애매한 살구빛을 취하는 엄마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손해다. 무조건 읽어라. 며칠이 걸리더라도, 종횡무진 배치된 자료의 방대함에 압도될지라도 무조건 읽어라. 특히 저출산 대한민국 사회에서 엄청난 세금을 써가며 출산장려정책을 고심하는 정책입안자들이여, <타임 푸어>를 꼭 읽어보라!

*

<타임 푸어>의 첫 몇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해도, 저자 브리짓 솔트과 나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다. 멀티 테스킹을 일상화하고, 맺고 끊어가며 일하기 보다 뭉뚱그려 해결하기를 선호하는 습성이 나랑 비슷했으니까. 실제 그녀는 퍼듀 대학의 조직심리학자인 엘렌 에른스트 코섹 박사가 "'퓨전 애호가 (fusion lover)'라고 부르는 극단적 통합(ubentegrator)'유형 (408쪽)"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10시간 넘도록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뚝심에 더해, 집필을 위해 과감하게 집을 떠나오는 결단이다. 쉽게 말해, 우선 순위의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 투자하는 분배력 말이다. 브리짓 솔트에게 불도저 같은 행동력이 없었더라면 이 놀라운 책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녀의 머릿 속에서만 그물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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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의 전반부에서는 '바쁨'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짚어본다. 톨스타인 베블렌이 <유한 계급론(Leisure Class)>에서 유한계급이 '과시적인 한가로움'과 '대행적 한가로움'을 통해 신분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분석했다면, 최근의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바쁨의 과시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 높인다고 한다. '시간=돈=자원'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의식, 무의식적으로 바쁨을 과시할 뿐더러, "저절로 바빠졌다"는 수사를 채택한다고 한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해도 불행한 사회, 주인이 아닌 노예의 삶으로 이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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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솔트의 주장에서 가장 경청할 부분은 바로  "쫓기는 삶(overwhelm) (40쪽)"이 개개인이 시간관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구조적인 문제는 지적이다. 우리는 "바쁘다, 바뻐"를 연발하면서도 정작 삶의 완성도와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호소하면, '시간관리능력의 부재'나 '무소유와 반대로 가는 과잉욕망'을 탓하는 개인 비난의 논리에 익숙해있다. 즉, 개인이 욕심을 버리거나 시간관리를 잘하면 해결되리라고 문제를 간과해버린다. 하지만, 브리짓 솔트는 '쫓기는 삶'을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이상적 노동자'라는 문화적 이상향(ideal type)에의 환상을 양산하고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미친 리듬을 비판한다. 동시에 이러한 압박은 특히 여성에게 불리하다며, 젠더의 요소를 가미해 분석한다.  본인 스스로가 두 아이를 키우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이상적 모성(ideal motherhood)'과 이상적 노동자 사이에서 괴로웠던 체험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특히  "여성의 시간은 오염(262쪽)"되기 쉽다는 지적을 한다. 오염되고 분절된 시간감각으로는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flow)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여성 스스로 '죄책감, 두려움, 양가감정'이라는 자기 비난을 그만두고 시간 효능감을 높이도록 전략을 세우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등, 브리짓 솔트는 독자에게 최선의 대안을 보여주기 위해 말그대로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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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를 읽다보면 불도저같이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그녀의 기질을 느낄 수 있는데, 그녀는 "나는 왜 항상 시간이 부족할까?"의 질문에 답하며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질문을 바로 바로 해결한다. 아니 적어도 바로 바로 그 질문을 답할 최적격의 권위자와 전문가를 직접 만난다. 놀라운 열정과 행동력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독자는 '시간의 아버지'란 별명을 가진 사회학자 존 로빈슨,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팻 뷰캐넌, 국방성 차관이었던 미셀 플루노이, 인류학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사라 블래퍼 하디 등 많은 저명인들의 인터뷰를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실제 '균형잡힌 삶'이 가능한지를 모색하면서 많은 기업인, 사회운동가 및 보통의 엄마아빠들을 직접 만나고 비단 하루뿐이라도 그들의 삶을 체험해본다. 웬만한 열정과 완벽주의가 아니고서는 이루기 어려운 성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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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때, 자기계발서 여러권 대신 <타임 푸어> 한 권을 가방에 넣어가 탐독하라! 나 역시 브리짓 솔트의 신참 팬으로서 그렇게하려한다! 그녀의 카피캣은 아니더라도,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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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는 각주만 70페이지에 이른다. 저자 브리짓 슐트가 여성학, 사회학, 진화 생물학, 심리학 등 다방면의 학술서는 물론이요 방대한 양의 저널과 신문 기사 등을 참조했음을 알 수 있다. '참조'만이 아니라 완전히 브리짓 슐트의 브뤼꼴리쥬 작업을 통해 방대한 자료의 옷감이 새로운 수공예맞춤옷으로 탄생했다. 저자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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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육아와 전문번역가로서의 일을 병행하며 시간에 압도당해 살아왔다는 안진이의 번역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303쪽에서 Kung이라는 여성을 언급했는데, 혹시 !kung족의 오역인지, 아니라면 !kung족 일원으로서 Kung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인지 궁금하다. !Kung족의 경우 지을 수 있는 이름의 풀이 남 녀 성별에 따라 제한된 편인데, 아직 kung이라는 이름의 일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역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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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경제학 - 경제인이 되기 위한 깊고 맥락 있는 지식
이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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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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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고놈, 왠지 전문가 집단에서나 통할 비밀 공식과 숫자로 치장한 도도한 놈 같아 모른 척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왠지 나만 손해 보게 될까 싶은 조바심에 손 놓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까막눈 주제에 경제학 교과서를 뒤져보자니 '억!' 소리만 나오는데……. 이럴 때 경제 전문가가 속 시원히 농축액 몇 숟가락 떠 먹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얇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아달라는 의미가 물고기 잡는 감각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각종 경제 뉴스와 경제 정책을 접할 때 '호갱'이 돼서 휘둘리지 않고, 어떤 프레임에서 해석할지 방향이라도 누가 제시해주었으면 싶다. 그런 욕심에서 만난 저자가 바로 이진우이다.

 한국기자협회 경제보도부분 기자상을 받은 경제전문기자이자,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로서 그에게는 '경제탐정'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인용해보자면, 이진우는 "경제 사안을 살필 때 원인과 과정을 중요시하고, 관계자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는 습관" 때문에 탐정으로 불리며 동시에 여기저기서 모셔가고 싶어하는 탁월한 경제해설가라 한다.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읽고 나니, 그가 '일상의 경제학'에 주목하여 대중의 눈높이를 친절하게 맞춰준 경제해설자라는 평에 공감한다.


*
경제 전문가 이진우 기자가 90%를 위한 경제학, 일상과 접점을 이루는 경제학을 지향함은 <거꾸로 보는 경제학>의 목차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총 4장 구성의 각 제목은 다음과 같다. 1장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데 왜 우리는 점점 가난해지는가,’ 2장 ‘소비자가 될 것인가, 호구가 될 것인가,’ 3장 ‘국가는 성적으로 말하고, 국민은 피부로 말한다,’ 4장 ‘경제 이론으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 비전문가들도 한번쯤 궁금해봤을 질문들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주 접하는 소식들과 엮은후 해석을 해준다. 그의 최대 강점은 '진단'하고 '답'내리는 판결자 역할이 아닌, 독자가 경제 현상 이면의 그물망을 들쳐볼 수 있도록 맥락을 제시하고 해석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 스스로 미디어매크로(Mediamacro)라는 용어를 빌어 말하길, 자신의 글 역시 "필자만의 좁은 생각에서 나온 글들이므로 넓게보면 '미디어매크로'의 범주에 속한 편협한 스토리일 가능성이 크다. 독자들도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의심해주면 좋겠다.(7쪽)"라며 해석의 다양성을 자극한다.
 

 

총 22개의 소챕터 모두 흥미롭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이슈들은 "밤에는 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까? (32쪽)", "세금에 붙는 이자는 누구의 것인가?"(106쪽) 등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역발상의 혁신성'에 게슴츠레 떴던 눈을 크게 뜨게 된다. 제목 <거꾸로 보는 경제학>처럼, 기존 나의 상식을 뒤흔드는 해석이 많았다. 경제 현상의 일면이 아닌 다면을 중층적으로 파악하는 훈련이 체화된 기자와 범인의 차이가 아닌가도 싶다.

*

 

 

 

 

예를 들어, 평소 나는 제왕절개 출산비율의 증가를 '과잉의료화'라는 부정적인 코드로만 해석해왔는데 이진우 기자는 이를 정부의 인구조절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산부인과의사들의 기대수입이 낮아지자 그 영향으로 제왕절개시술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저자는 공무원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내 고정관념과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공무원 연금 문제를 연금 사슬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단순히 '많으니 줄이자'의 답을 도출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의 연금 수준이 높아야 하고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를 대할 때 저울의 다른 한족에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도 함께 올려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54쪽)". 공기업 퇴직자의 낙하산 인사 역시 무조건적으로 막았을 때, 재직 중 뇌물 수수가 횡행하게되지 않을까 저울질하라는 것이다.

*

지금 이 글을 카페에서 2잔째 라테를 마시며 쓰고 있는데, 나 같은 '까페애호가'를 카페 사장들은 '계륵'으로 본다고 한다. 계륵을 몰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에어컨 쌩쌩하게 가동시키기가 있다는데, 지금 손끝이 저릴 정도로 오한이 든다. 까페 에어컨 찬바람이 엄청나게 잘 돈다. 저자는 이 아이디어를 본인의 아이들에게 적용해봤다 한다.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몇 시간 째 노는 아이들 친구들더러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에어컨을 꺼버렸더니 15분도 안 돼서 밖으로 나가더란다. 핵심은 '자연스럽게'이다. 중앙은행이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계륵 퇴치법으로서 에어컨 가동전략을 소개한 이진우 기자의 필력에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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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루비 빨간 구두 루비
케이트 냅 글.그림, 이승숙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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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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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창조한 피터 래빗을 능가할만큼 사랑스러운 토끼는 찾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빨간 구두> 루비를 만나고서는 바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루비에게, 아니 루비를 창조하고 루비의 세계를 그린 케이트 냅(Kate Knapp)에 한 번에 반해버렸으니까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냅은 현재에도 오스트레일리아를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다음의 웹사이트에 놀러가보면 알겠지만 (http://www.rubyredshoes.com.au/ruby-red-shoes-goes-to-paris.html),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냅은 수채화 물감, 구아슈, 잉크와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작품을 만든다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토끼, 빨간 구두 루비는 그림책뿐 아니라 연하장, 문구, 헝겊 인형과 침대보 등의 형태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대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케이트 냅이 창조한 세계는 아날로그의 아름다운 온기가 가득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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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이미지와 기승전결의 줄거리를 기대하며 조바심 내는 독자에게 <빨간 구두 루비>는 다소 밋밋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부비의 별명이 "빨간 구두"인지부터 시작해서 루비 할머니가 어떤 분이시며 루비가 평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담담'이라는 밋밋한 형용사가 미안해질만큼, 루비의 삶은 고요함 속에 반짝임 그 자체입니다. 어떻게도 흉내낼 수 없을만큼 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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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신발장을 살짝 열어볼까요?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이 가득한데 모두 빨간 색입니다. 그것도 빨간 무 색깔이지요. 루비가 아기일때 강가의 조약돌처럼 차가운 발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루비 할머니께서 빨간 털실로 구두를 떠 신겨주셨대요. 이후로도 루비는 빨간 신발만을 즐겨 신었고요. 루비에게 빨간 색, 빨간 신발은 외부의 냉기로부터 손녀를 보호하려는 할머니의 사랑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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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시카 할머니의 따뜻한 인품이 루비의 몸짓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스며 듭니다. 할머니는 루비에게 늘 다른 토끼의 마음을 잘 헤아리라고 충고하셨대요. "마음이란 꺠지기 쉬운 새알과 같으니, 새알처럼 조심히 다뤄야 한단다."

아, 새알과 같은 마음이라니! 다른 토끼, 다른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나의 마음부터 조심조심 어루어만져야 겠다는 생각에 드는군요.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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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삶은 지극히 평범해보이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없어요. 요즘 어린 꼬마들 중 스마트폰 없이도, 욕조 안에서 상상만으로 뱃멀미를 하며 모험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누가 직접 정원에서 키운 당근의 와삭거림에 감사를 하는지요? 누가 보라색 오디 꽃잎으로 손톱을 예쁘게 물들이며 놀 수 있을까요? 루비는 또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닭들에게도 열성적으로 공부를 가르쳐줍니다. 자급자족에다 나눔의 삶까지 살고 있어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흉내내기 어려운 아날로그의 삶.

빨간 구두 루비의 세계에 강렬히 끌리는 이유는, 그런 아날로그의 삶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그림책으로나마 희망을 키우고 상상해봅니다. 루비네 정원 그네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풀밭에서 까무룩 잠든 루비 곁에서 낮잠을 자는 상상을..... 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순간의 소중함, 이어있음의 진리를 무심히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루비처럼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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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 논어 편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박수밀 지음, 김태형 그림 / 길벗스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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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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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용 약어와 이모티콘이 완결된 문장을 대신하는 시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두드려대기 여념이 없습니다. 키보드건, 스마트폰 액정이건 두드려대다 보니 직접 연필을 깎고 손에 힘을 주어 글씨 쓸 필요도 기회도 적어집니다. 심지어는 책 읽어주는 TV며 특수펜이 유행하는 와중에 아날로그의 우아함이 들어설 자리가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사실 직접 손으로 쓰면서 책 읽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독서방법인데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의 출간 소식에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문학 박사로서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한문학 강의를 하는 박수밀 저자가 어른이들에게 동양 최고의 고전이라는 ‘논어’를 필사할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길벗스쿨의 신경아 편집자와 협업하여, ‘논어’라지만 어렵지 않고 따라 쓰고 싶어지게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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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라고는 ‘마법 천자문’ 독파하고 학교에서 한자 인증제를 위해서 낱글자 외우는 수준으로만 공부해온 아이가 웬일로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에 반색을 합니다. 자기발로 걸어가서 문방구에서 새 연필을 사오지 않나, ‘잘 써보고 싶다’는 의욕에 눈이 반짝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거두절미, 글자부터 따라 쓰려는 아이에게 ‘머리말’을 읽어주었습니다. 저자 박수밀은 조선시대 최고의 독서광 이덕무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책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이 손으로 써보는 것만 못하다. 대체로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반드시 따라가기 마련이다. 스무 번을 보고 외운다 해도 한 차례 베껴 써 보는 효과만 같지 못하다”라며 필사의 유용성과 효과를 강조합니다.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은 50일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50개의 문장을 5개의 장으로 묶어서 배치했습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배움: 사람은 평생 배어야 한다.

 

2장 말과 행동 : 말과 행동이 마음가짐의 시작이다.

 

3장 자아성찰 :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하루

 

4장 군자의 인품 : 사람의 됨됨이란?

 

5장 관계: 나, 너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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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팔이 부러져서 학교며 학원을 쉬고 있는 아이는 배움의 소중함을 느끼나봅니다. 마침 따라쓰기 첫 번째 문장이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였습니다. "배우고 때마다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따라 쓰면서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가 한 번, 아이도 한 번, 한글로 한 번, 한자로도 한 번, 여러 번 따라 쓰면서 큰 소리로 읽어봅니다.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행히, "생각 다지기"와 "생각 넓히기"에서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해줍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례로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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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것은 나눠야 더 커지겠지요? 의미있는 논어의 명문장을 가족과 함께 써보고 그 뜻을 의미해보면 어떠할까요?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논어편>의 독특한점 중 하나가, 엄마 아빠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열심히 연필 눌러 논어 문장을 필사해왔는데 엄마 아빠가 나몰라라 할 수 없겠지요? 악필이 부끄럽지만 정성껏 문장을 함께 써보고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귀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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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책 부록으로 논어원문 카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톰하게 코팅된 종이에 잘라내기도 편해서 이동하면서나 외출해서 휴대하기 편하겠네요. 스마트폰으로 연애가 기사 검색하는 시간에 논어 한 문장 외우라면 너무 고리타분하게 들릴까요?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렵니다. 계속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50일간 채워나가며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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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스팩 - 영화번역작가 이미도의 창조력 상상력 복근
이미도 지음, 헌즈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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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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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해보겠다고 읽을 거리 잔뜩 들고 도서관에 갔다가 왠걸....서가에 꽂힌 책 제목만 구경하자는 것이, 팔이 묵직근해질만큼 책 뽑아들었다가, 결국 폭식하듯 먹어치우게 되었다.

3시간 만에 <디지털 치매>, <편의점 사회학>, <똑똑한 식스팩>을 속독으로 정리하고 왔다.

*

영화 좀 봤다는 사람이야 이미 다 알겠지만 <똑똑한 식스팩>의 저자이자 외화번역가, 강연자인 이미도씨는 남성이다. 일부에게는 커밍아웃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화번역가인 그는 번역으로만 20000시간을 작업했단다. 본인이 이야기하는 AAA(amusement + ability + accmulation)을 실제 실천한 셈인데, 정녕 좋아하는 영화를 맘껏 보며 잘 하는 외국어(영어) 실력을 활용하여 일하기를 꾸준히 했더니 절로 다른 길이 열리더라는 말이다. 신문기사 청탁에 책 써보라는 의뢰가 들어와 책을 펴냈더니, 이번에는 강연 요청도 간간히 들어오나보다. 읽고 보고 쓰는 것이 업인지라, "많이 보고 많이 읽는 만큼" 숙명처럼 작가가 된 이미도.   <똑똑한 식스팩>은 인터넷 서점의 평들이 좋아서 호기심에 집어든 그의 최신간이다.


그는 근육만큼이나 뇌에도 식스팩을 만들 수 있는데, 바로 창조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한다.  <똑똑한 식스팩>의 여러 메세지 중 내가 꼽은 핵심은, 디지털 중독에 대한 경고!  '백설공주'를 끌어와 이미도가 하는 이야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검색으로 얕은 지식을 핥고 다니는 것은 마녀의 독사과 먹는 것과 같은 자살행위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쪼가리 지식"은 결국 뇌의 식스팩을 셀룰라이트로 바꾸는 독이다. 깊은 사고는 독서와 창의적 놀이와 몰입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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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하우스의 편집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독특한 편집이 인상적이어서 책읽다 말고 여러 컷 찍어두었다. 이미도는 언어를 다루는 직업인인만큼 언어에 대한 감각, 특히 언어를 가공하고 새로 조합해 창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똑똑한 식스팩>에서 이미도의 비장의 무기, 식스팩을 살짝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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