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경제학 - 경제인이 되기 위한 깊고 맥락 있는 지식
이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거꾸로 보는 경제학

 


 

20150703_184059.jpg

 

"경제학?" 고놈, 왠지 전문가 집단에서나 통할 비밀 공식과 숫자로 치장한 도도한 놈 같아 모른 척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왠지 나만 손해 보게 될까 싶은 조바심에 손 놓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까막눈 주제에 경제학 교과서를 뒤져보자니 '억!' 소리만 나오는데……. 이럴 때 경제 전문가가 속 시원히 농축액 몇 숟가락 떠 먹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얇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아달라는 의미가 물고기 잡는 감각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각종 경제 뉴스와 경제 정책을 접할 때 '호갱'이 돼서 휘둘리지 않고, 어떤 프레임에서 해석할지 방향이라도 누가 제시해주었으면 싶다. 그런 욕심에서 만난 저자가 바로 이진우이다.

 한국기자협회 경제보도부분 기자상을 받은 경제전문기자이자,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로서 그에게는 '경제탐정'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인용해보자면, 이진우는 "경제 사안을 살필 때 원인과 과정을 중요시하고, 관계자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는 습관" 때문에 탐정으로 불리며 동시에 여기저기서 모셔가고 싶어하는 탁월한 경제해설가라 한다.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읽고 나니, 그가 '일상의 경제학'에 주목하여 대중의 눈높이를 친절하게 맞춰준 경제해설자라는 평에 공감한다.


*
경제 전문가 이진우 기자가 90%를 위한 경제학, 일상과 접점을 이루는 경제학을 지향함은 <거꾸로 보는 경제학>의 목차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총 4장 구성의 각 제목은 다음과 같다. 1장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데 왜 우리는 점점 가난해지는가,’ 2장 ‘소비자가 될 것인가, 호구가 될 것인가,’ 3장 ‘국가는 성적으로 말하고, 국민은 피부로 말한다,’ 4장 ‘경제 이론으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 비전문가들도 한번쯤 궁금해봤을 질문들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주 접하는 소식들과 엮은후 해석을 해준다. 그의 최대 강점은 '진단'하고 '답'내리는 판결자 역할이 아닌, 독자가 경제 현상 이면의 그물망을 들쳐볼 수 있도록 맥락을 제시하고 해석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 스스로 미디어매크로(Mediamacro)라는 용어를 빌어 말하길, 자신의 글 역시 "필자만의 좁은 생각에서 나온 글들이므로 넓게보면 '미디어매크로'의 범주에 속한 편협한 스토리일 가능성이 크다. 독자들도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의심해주면 좋겠다.(7쪽)"라며 해석의 다양성을 자극한다.
 

 

총 22개의 소챕터 모두 흥미롭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이슈들은 "밤에는 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까? (32쪽)", "세금에 붙는 이자는 누구의 것인가?"(106쪽) 등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역발상의 혁신성'에 게슴츠레 떴던 눈을 크게 뜨게 된다. 제목 <거꾸로 보는 경제학>처럼, 기존 나의 상식을 뒤흔드는 해석이 많았다. 경제 현상의 일면이 아닌 다면을 중층적으로 파악하는 훈련이 체화된 기자와 범인의 차이가 아닌가도 싶다.

*

 

 

 

 

예를 들어, 평소 나는 제왕절개 출산비율의 증가를 '과잉의료화'라는 부정적인 코드로만 해석해왔는데 이진우 기자는 이를 정부의 인구조절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산부인과의사들의 기대수입이 낮아지자 그 영향으로 제왕절개시술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저자는 공무원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내 고정관념과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공무원 연금 문제를 연금 사슬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단순히 '많으니 줄이자'의 답을 도출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의 연금 수준이 높아야 하고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를 대할 때 저울의 다른 한족에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도 함께 올려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54쪽)". 공기업 퇴직자의 낙하산 인사 역시 무조건적으로 막았을 때, 재직 중 뇌물 수수가 횡행하게되지 않을까 저울질하라는 것이다.

*

지금 이 글을 카페에서 2잔째 라테를 마시며 쓰고 있는데, 나 같은 '까페애호가'를 카페 사장들은 '계륵'으로 본다고 한다. 계륵을 몰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에어컨 쌩쌩하게 가동시키기가 있다는데, 지금 손끝이 저릴 정도로 오한이 든다. 까페 에어컨 찬바람이 엄청나게 잘 돈다. 저자는 이 아이디어를 본인의 아이들에게 적용해봤다 한다.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몇 시간 째 노는 아이들 친구들더러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에어컨을 꺼버렸더니 15분도 안 돼서 밖으로 나가더란다. 핵심은 '자연스럽게'이다. 중앙은행이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계륵 퇴치법으로서 에어컨 가동전략을 소개한 이진우 기자의 필력에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20150713_102539.jpg


20150713_105956.jpg


20150713_103601.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