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루비 빨간 구두 루비
케이트 냅 글.그림, 이승숙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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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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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창조한 피터 래빗을 능가할만큼 사랑스러운 토끼는 찾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빨간 구두> 루비를 만나고서는 바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루비에게, 아니 루비를 창조하고 루비의 세계를 그린 케이트 냅(Kate Knapp)에 한 번에 반해버렸으니까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냅은 현재에도 오스트레일리아를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다음의 웹사이트에 놀러가보면 알겠지만 (http://www.rubyredshoes.com.au/ruby-red-shoes-goes-to-paris.html),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냅은 수채화 물감, 구아슈, 잉크와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작품을 만든다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토끼, 빨간 구두 루비는 그림책뿐 아니라 연하장, 문구, 헝겊 인형과 침대보 등의 형태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대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케이트 냅이 창조한 세계는 아날로그의 아름다운 온기가 가득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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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이미지와 기승전결의 줄거리를 기대하며 조바심 내는 독자에게 <빨간 구두 루비>는 다소 밋밋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부비의 별명이 "빨간 구두"인지부터 시작해서 루비 할머니가 어떤 분이시며 루비가 평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담담'이라는 밋밋한 형용사가 미안해질만큼, 루비의 삶은 고요함 속에 반짝임 그 자체입니다. 어떻게도 흉내낼 수 없을만큼 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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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신발장을 살짝 열어볼까요? 다양한 디자인의 신발이 가득한데 모두 빨간 색입니다. 그것도 빨간 무 색깔이지요. 루비가 아기일때 강가의 조약돌처럼 차가운 발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루비 할머니께서 빨간 털실로 구두를 떠 신겨주셨대요. 이후로도 루비는 빨간 신발만을 즐겨 신었고요. 루비에게 빨간 색, 빨간 신발은 외부의 냉기로부터 손녀를 보호하려는 할머니의 사랑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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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시카 할머니의 따뜻한 인품이 루비의 몸짓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스며 듭니다. 할머니는 루비에게 늘 다른 토끼의 마음을 잘 헤아리라고 충고하셨대요. "마음이란 꺠지기 쉬운 새알과 같으니, 새알처럼 조심히 다뤄야 한단다."

아, 새알과 같은 마음이라니! 다른 토끼, 다른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나의 마음부터 조심조심 어루어만져야 겠다는 생각에 드는군요.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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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삶은 지극히 평범해보이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없어요. 요즘 어린 꼬마들 중 스마트폰 없이도, 욕조 안에서 상상만으로 뱃멀미를 하며 모험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누가 직접 정원에서 키운 당근의 와삭거림에 감사를 하는지요? 누가 보라색 오디 꽃잎으로 손톱을 예쁘게 물들이며 놀 수 있을까요? 루비는 또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닭들에게도 열성적으로 공부를 가르쳐줍니다. 자급자족에다 나눔의 삶까지 살고 있어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흉내내기 어려운 아날로그의 삶.

빨간 구두 루비의 세계에 강렬히 끌리는 이유는, 그런 아날로그의 삶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그림책으로나마 희망을 키우고 상상해봅니다. 루비네 정원 그네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풀밭에서 까무룩 잠든 루비 곁에서 낮잠을 자는 상상을..... 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순간의 소중함, 이어있음의 진리를 무심히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루비처럼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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