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
이요셉.김채송화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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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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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전 '웃음 명상'을 경험했다. 흙 내음 나는 시골의 움막같은 공간에서 수십 명의 참여자가 갑자기 하하호호 깔깔껄껄 웃어제꼈다. 심지어 땅바닥을 구르며 웃는 이도 있었으니, 집단 환각 상태같은 부자연스러움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몇 년이 흘러, '웃음 치료' 수업을 받는다는 지인이 함께 웃기 훈련을 권유했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마치 발성 연습하듯 의식적으로 소리내어 웃다보면 절로 웃음이 몸에 익숙해진다는 논리였다. 그 때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마치 작년에 인기몰이를 한 만화영화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한국 웃음연구소의 공동 소장이자 부부인 이요셉과 김채송화가 지었다. 저자들의 목소리가 직접 묻어난다기보다는 그들이 운영하는 2박 3일 '행복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가 저자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기술한 형식이다. '행복여행'프로그램은 '웃음치료'를 목적으로 지난 십 수년간 많은 수료자를 배출하였다. 암 환자 등 몸이 불편한 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마음이 불편한 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많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웃음과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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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그들만의 이야기'로 공허하게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참여자의 시점을 빌어와 지독할만큼의 솔직함으로 내면의 변화를 기술하고 있기에 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웃음치료'를 주도하는 전도사가 애초부터 웃을 조건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요셉은 160cm되지 않는 단신인지라, 어려서부터 땅꼬마 놀림을 받았고 키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구타하는 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암 병동에서 암 환자들을 상담해주다가, 인도의 웃음 치료 프로그램을 접했고, 이후 웃음 전파를 사명으로 삼아 한국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 서울시청 등 정부기관과 국내 여러 기업과에 출강하고 심지어 말 통하지 않는 LA까지 진출해서 웃음전파를 하였다고 한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2박 3일 여정 동안 구체적으로 웃음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여자들의 내면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웃음과 긍정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쉽게 소개한다. 절절한 사연이 많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자칫 '그들만의 이야기'나 '웃으며 삽시다'의 구호로 공허하게 끝날 소재를  참여자의 시점을 빌어와 부담스러울만큼의 솔직함으로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기에 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웃음치료'를 주도하는 전도사가 애초부터 웃을 조건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요셉은 160cm되지 않는 단신인지라, 어려서부터 땅꼬마 놀림을 받았고 키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구타하는 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암 병동에서 암 환자들을 상담해주다가, 인도의 웃음 치료 프로그램을 접했고, 이후 웃음 전파를 사명으로 삼아 한국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 서울시청 등 정부기관과 국내 여러 기업과에 출강하고 심지어 말 통하지 않는 LA까지 진출해서 웃음전파를 하였다고 한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2박 3일 여정 동안 구체적으로 웃음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여자들의 내면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웃음과 긍정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쉽게 소개한다. 절절한 사연이 많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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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이어트 before & after의 논리처럼 웃음 치료 이전과 이후의 삶과 자기 정체성이 확 달라지는 듯 묘사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웃음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한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얼굴이 펴야 인생이 편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를 읽고 난 후에 자꾸 굽은 허리와, 경직된 얼굴을 펴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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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끊다 - 단식, 자신을 찾는 여행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준식 옮김 / 따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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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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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끊다>는 제목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낄 미식가들이 많을 것이다. '음식을 끊느니 차라리 SNS수다를 끊겠다'고 할만큼 먹방,쿡방 전성시대의 사람들은 음식 의존도가 크다. 이 책의 번역자 최준식은 "단식에 관련해서도 국내에서는 건강, 다이어트의 측면에서 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 단식의 영적* 감정적 측면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책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쪽)고 말한다.

그렇다. 보통 '단식'이라 하면 '날씬함의 성취,' '의지력의 과시,' 혹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정치적 저항수단으로서의 단식을 떠올리기 쉬운데,<음식을 끊다>에서 이야기하는 단식은 좀 다른 차원이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1970~80년년부터 야생지 체험, 약초학 등 힐링(healing)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그 답게 구는 단식을 "신성과의 소통을 신화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본다. 즉 단식은 "비물질세계를 인간이 더 민감하게 느끼도록 하고, 자신과 우주의 신성함을 직접 경험하도록 도우며, 삶의 방향성과 목표를 다시 확립하도록 돕는 수단 (22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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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Yo-yo Syndrome) 부작용 없는 단식의 비법을 취해서 날씬해지고싶은 이라면 <음식을 끊다>를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삶에서 비물질세계, 즉 영적 세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심층적인 자아와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스티브 헤로드가 언어와 국경을 넘어 당신의 구루(guru)가 되어 줄테니까.  이 책에서 단식 (fasting)은 브래드 필론이 열풍을 일으킨 '간헐적 단식 (Irregular Fasting)'도,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1일 1식' 류의 단식과 그 목적과 방법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중적으로 보다 인기 있을 이 단식법들이 건강이나 체중감량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심층적 단식'은 "얄팍한 음식이 남긴 독소와 부작용들이 자아의 가장 깊은 속에서 솟아나서 밖으로 배출"(64쪽)시킴으로써 영적 디톡스(spiritual detox), 궁극적으로는 영혼의 활력찾기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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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단식
단식 과정에서 두려움, 화, 슬픔, 기쁨 등 감정의 파동을 거의 항상 겪는다 하니, 단식 중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응시하면 좋겠다.  단식은 인간 정신의 근원적 외로움, 즉 취약점과 대면하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
화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에너지이다. 화는 우리의 기본 본성이 침해되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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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무언가 우리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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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무언가를 놓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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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우리의 살아 있는 자아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88쪽)
단식을 통해 문화적 메세지의 폭격에서 벗어나 몸이 가진 내적 지혜를 회복, 신뢰한다. 즉 '날씬해야 한다. 오메가3며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 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등등 먹기와 음식에 관한 메세지로부터 잠시 판단을 중지하고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라는 의미이다. 이로써 우리 자신이 부족하고 혐오할 존재가 아닌, 사랑받을 소중한 존재임을 (재)자각하게 된다.
신체적 단식
 
단식 동안 일어나는 주된 신체 변화로서 케토시스를 대표적 예로 들수 있다. 이는 인슐린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때 인체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변화를 말한다. 이 때 생산되는 케톤으로 인해 단식하는 이의 정신 기능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난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의아하게 여겨지는 신체 변화는, 바로 단식 중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자연스런 신체 복구 메카니즘으로 인한 것으로서, 콜레스트롤이 손상된 혈관을 복구하며 코팅한다. 이 외에도 단식의 효과로는 피부 개선, 간질 완화, 비만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단식에는 동시에 부작용도 있는데, 현기증, 근력과 체온의 저하, 구토, 두통, 설태와 구취, 체취 증가, 통풍, 감정적 고통, 명현 현상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카페인 중독 수준으로 커피를 들이키던 이라면 극심한 두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에, 단식 시작 몇 주에 걸쳐 카페인 섭취량을 점차 줄이기 권장한다.  

단식 준비와 과정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가장 먼저 자신이 단식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단식의 종류와 기간을 결정한다. 본격적 단식에 들어가기 전 10주 동안 저지방 강화 식단을 따르는데, 이 때 유제품, 달걀, 감미료, 튀긴 음식, 소금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물 단식보다 난이도가 낮은 쥬스 단식의 경우, 유기농 재료로 해독용 혼합 쥬스, 신선한 녹즙을 확보한다. 비트나 샐러리, 당근, 사과, 케일, 시금치, 무, 생강, 레몬, 고추 등이 주로 쓰인다. 쥬스 단식은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행할 수 있지만, 단식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피정의 공간을 확보한다. 중요한 점은 만약 물 단식을 선택했다면 다소 지루해지더라도 일이나 격렬한 운동을 절대 하면 안 된다. 단식의 영적 목표도 세워야하는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의미이다.
 
 마음 먹기 
<음식을 끊다>를 읽다보면, 물질 세계에 경도되어 영혼의 가꿈에 소홀한 삶을 '딱딱함'이라는 감각에 빗댄 표현을 종종 발견한다. 예를 들어 205쪽에는 "우리에게는 사회, 가족, 경력, 젊은 날의 오해 등으로 인한 압력 떄문에, 자신의 날개 달린 부분을 딱딱함 속에 묻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우리의 날개 달린 생명은 동면에 들어가고, 우리 삶의 딱딱함 속에 가둬진다. 우리는 때때로 이를 느끼고, 삶이 '꽉 막힌' 듯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딱딱한 층이 견디기 어렵게 두터워질수록 우리는 내면에서 심층적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을 꺠우는 불길의 열기가 더 뜨거워짐을 느낀다. 지금, 그러하다면 미루지 말고 단식에 조용히 도전해보기를. 비겁하게도, 난 아직 먹고 있다. <음식을 끊다>의 첫 페이지를 읽은 그 날부터 '음식 끊어보리'라는 말을 수십 번 되뇌였으나, 아직 먹고 있다. 조만간 준비 기간을 거쳐 쥬스 단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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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노릇 아이 노릇 - 세계적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의 교육 이야기
고미 타로 글.그림, 김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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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노릇, 아이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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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아끼다 보면, '고미 타로' 작가의 작품 한두 권은 집 서가에 꽂아 두게 마련이다. 단순하지만 흉내낼 수 없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을 1945년생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에 더욱 감탄한다. 단순명쾌함이 매력인 그의 그림책만큼이나 명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어른노릇 아이노릇>은 2001년 첫 출간되었다. 2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은 이 책이 15년이 지난 요즘에도 일본의 교육 현장에서 필독서로 대접받는다 한다. 일본어 문외한이라 안타까웠는데, 2016년 한국의 미래인 출판에서 "문제아는 없다! 문제 어른이 있을 뿐! 그림책계의 장난꾸러기 고미 타로가 작정하고 던지는 죽비소리"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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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멋 모르고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육아서, 교육 에세이'라는 장르로 한정짓고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이상'의 보았다. 한 마디로 육아서를 표방한 사회비판 에세이라 하겠다. 고미 타로가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쓰고 세간의 따듯한 평가만 받았을 것 같지 않은데, 이 책이 일본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이야 일본 사회의 몰랐던 모습을 덕분에 상상하며 얻어 가는 것이 많아지지만, 고미 타로가 혹시 일본 독자에게서 쓴 소리도 많이 듣지 않았나 싶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일본식 '타인 지향의 문화,'와 '이지메 문화' '획일주의 혹은 전체주의의 압력' '죽은 교육'등에 대한 고미 타로의 반감을 누군가는 껄끄러워할 것이 틀림 없기 떄문에.  

*

고미 타로는 독자로서의 어른에게 적당히 아부하지 않는다. 듣기 싫은 쓴 소리 과감히 던지는데,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가 던지는 말은 상당부분 현실의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미 타로는 어른들의 위선과 자기중심성을 꼬집고, 극단적으로 말해 어른은 아이에게 해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잘 읽어보면, 그가 단지 '어른 대 아이'라는 대립구도에서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라는 맥락에서 아이를 옭죄이는 문화를 비꼬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해보자.  

*

 

 

"개인적인 개인이 너무도 적은 우리 사회(일본)입니다 (12쪽)."


이 나라의 키워드는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다'입니다. 학부모회의를 할 떄도, 예방접종을 할 떄도, 동네 반상회를 할 떄도 '좀 이상한데? '왜 그렇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질문하면 담당자 대부분이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38쪽)


실험정신이 참으로 부족한 (일본) 사회입니다. 조금 시험해보는 일, 조금만 바꿔보는 정도의 시도에도 왠지 불안해하는 사회, 그리고 개인들입니다. (48쪽)


전쟁 때도 매국노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모두가 꾹 참고 견뎠습니다. 전쟁 때처럼 명령만 내리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을 만들려는 망령 같은 문화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니, 정말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용감하게 혼자 반론을 제기하기 무거운 문화 속에서 '개인'은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57쪽)


장기든 야구든, 전체적인 배치를 내려다보는 '눈'이 있습니다. 바로 '남의 눈'이라는 것입니다. 즉, 남들이 지켜본다는 말입니다. 남들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고미 타로가 일본 사회에서 나고 자라 나이 들면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고미 타로가 일본 교육을, 아니 그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은 스스로 아이들과 '다른 존재,' 혹은 더 '성장한 존재'처럼 스스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세계관을 강요하고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길들이려한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독이 되는 존개이기도 하다는 것이 고미 타로의 관점인 것 같다. 뼈 속 깊이 반골 기질의 권위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의 두 딸 역시 아빠를 닮아 자유롭게 키운 듯 하니, 그는 실로 말뿐 아닌 행동으로 신념을 사는 사람인가보다.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교육현장의 교육전문가나 육아에 헌신하는 이들만 읽을 육아서라고 한정지으면 아깝다. 일본 사회 이야기라고 대강 읽으면 더욱 아깝다. 15년 전에 고미 타로가 던진 쓴 소리는 2016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꿰뚫어 지적하는 듯 당신과 나에게도 틀림 없이 쓴 소리일 테니까 말이다. 귀한 말은 입에 쓴 법이다. 새겨듣는 몫은 당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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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 하는 영혼의 식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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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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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재미있다'

거의 일 년 넘게 서가에 꽂아만 두다가 다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와 새벽까지 읽었다.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재작년에도 1/3은 족히 읽었지만, 마음 급한 일이 있었는지 활자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한밤중 몰래 읽는 맛이 참맛이다. 리뷰도 '한밤중 몰래 일기' 스타일로 편하게 쓰련다.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의 구체적인 내용 소개는 젖혀두고 우선 감동의 지점 두 가지부터 짚어야겠다. 먼저 무려 18인의 문인과 직접 만나 대화 나누고 '요리, 음식'을 화두로 그들의 문학 세계를 꿰뚫어 엮은 저자 유승준의 혜안과 사람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국 문학계 당대 최고의 문인, 마흔을 바라보지만 소녀적 감성을 간직한 작가, 대학 강단에서 강의도 하고 작품활동도 하는 작가, 연령대와 성별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뷰 대응력과 문학의 철학이 다른 18인에게서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유승준 저자의 노련함은 인격에서 나왔으리라.

두 번째. 나는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을 읽고 부끄러워졌다. 소수의 소위 '성공한' 문학인이 아니고서는 오로지 창작활동만으로는 넉넉한 삶을 꾸리기 어려웠을 작가들이 왕성하고도 집요하게 계속 작품 활동하는 모습 앞에 부끄러웠다. 반성하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습관의 굳은살, 자꾸 미래형을 살려고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한데, 정작 그 강박이 굉장한 자아도취에서 나왔다.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니,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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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의 인터뷰, 작가마다의 말솜씨, 문학입문계기와 문학계 입지, 문학에 대한 사명감 등에 변이가 큰대, 읽고 나서 가장 오래 기억나는 이가 바로 (혹은 역시나) 김훈 작가였다. '경기창작센터'에서 홀로 기거중인 그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주워왔다는 철가방은 이제 그의 서류가바방으로 쓰인다. 작가의 파일과 메모지가 들어 있는 철가방이라니, 혹시라도 경매에 내놓는다면 김훈 작가의 팬들이 날름 집어갈 것만 같다.

*

이 대목이 하도 인상 깊어 좀 옮겨본다. 김훈 작가가 쓴 <칼의 노래>를 읽었다는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가 "자기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나라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단다. 그런 정치가가 갸륵하기는커녕 김훈 작가는 "저 사람 참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이순신이니까 되는 거예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제 놈들이 나가면 백전백패예요. 그리고 일단 나라의 지도자라면 적들이 배 330척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우리한테는 배 열세 척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적어도 2백 척은 가지고 있어야죠. 적들이 배 330척을 가지고 쳐들어오는데 겨울 열세 척만 가지고 국민더러 나를 따르라 한다면 누가 따르겠어요? 너 혼자 가서 죽으라고 하겠지."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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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에 소개된 18인의 작가 중 가장 현학적인 어휘를 구사하며 대학 강의스러운 인터뷰를 진행한 이는 바로 김재명 작가. 자크 아탈리며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를 인용하고 고고학적 발견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따온 그녀는 아름답게 지적이며, 물리적으로도 아름답다. 매혹당한다.
*
결국 이 책은 '문학의 맛깔스러움'을 잊은 독자를 자연스레 문학의 식탁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읽고 나니 더 읽고 싶어지고 소개된 작가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그 전에 쓰기도 해야겠다. 끝을 보아야, 도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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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별 걸 다 궁금해하는 엉뚱 독자가 질문 드립니다. 왜 소개된 18인의 작가분 중에 김재영 님의 포토제닉한 사진이 유독 많이 등장할까요? 심지어는 같은 사진을 흑백으로 한장, 컬러로 한장 꽉 채워 도합 책의 두 면을 채워 편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아함이 종이를 뚫고 독자를 매혹시키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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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해도 좋아
가타노 토모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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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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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해도 좋아>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결혼한 자의 여유일까? 결혼하지 못 한(안 한) 자의 호기일까? 이 경우 저자 가타노 도모코는 결혼 못한 자에 속한다. 스물일곱 살에 남자 친구가 생겨 동거 생활에 들어가면서 친구들보다 인생주기에서 결혼이 빨라지나 싶었는데 동거 단계에서 오래 머무른다. 친구들은 둘째까지 낳고 집도 장만하고 학부모 대열에 들어서려 하는데, <결혼, 안 해도 좋아>의 주인공이자 저자 가타노는 서른 살이 되어도 결혼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가 청혼하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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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대변화를 주고 싶었던 다카노는 정들었던 오사카를 떠나 도쿄로 이사한다. 친구들, 정든 동네, 정든 물건과의 결별은 시원섭섭한 경험이었을 테다. 물론 용기가 필요했겠고. 새로운 도쿄 생활에 씩씩하게 적응하던 다카노는 만취한 날 스마트폰을 분실한다. SNS를 이용할 수 없어 지자, 갑자기 단절감이 물 밀듯 밀려온다. 서른 살, 도쿄에서 혼자 사는 삶의 고립감과 불안감에 눈물까지 흘린다. 하지만 다카노는 씩씩하게 만화가로서의 꿈을 계속 키우고, 애인 없이 혼자 사는 삶에서 오히려 여유를 찾으며 성장해 나간다. 귀엽고도 소심한 저자의 성격이 지면을 가득 메워주는, 사랑스러운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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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본 스타일 핸디 사이즈에 조밀하게 압축해서 정보를 담는 편집. 가장 인상적인 페이지를 한 장만 고르라면 바로 아래 이미지. 인생 진도표에서 자신의 말이 정체된 사이 친구들의 말이 unmarried에서 married로, 거기서 아기 낳고 집 사는 등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그나마 남친과 헤어져서 한 칸 뒤로 물러나게 된 작가의 '끄아아악' 비명이 귀엽기만 하다. 서른 살의 아름다운 독립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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