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끊다 - 단식, 자신을 찾는 여행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준식 옮김 / 따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음식을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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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끊다>는 제목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낄 미식가들이 많을 것이다. '음식을 끊느니 차라리 SNS수다를 끊겠다'고 할만큼 먹방,쿡방 전성시대의 사람들은 음식 의존도가 크다. 이 책의 번역자 최준식은 "단식에 관련해서도 국내에서는 건강, 다이어트의 측면에서 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 단식의 영적* 감정적 측면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책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쪽)고 말한다.

그렇다. 보통 '단식'이라 하면 '날씬함의 성취,' '의지력의 과시,' 혹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정치적 저항수단으로서의 단식을 떠올리기 쉬운데,<음식을 끊다>에서 이야기하는 단식은 좀 다른 차원이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1970~80년년부터 야생지 체험, 약초학 등 힐링(healing)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그 답게 구는 단식을 "신성과의 소통을 신화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본다. 즉 단식은 "비물질세계를 인간이 더 민감하게 느끼도록 하고, 자신과 우주의 신성함을 직접 경험하도록 도우며, 삶의 방향성과 목표를 다시 확립하도록 돕는 수단 (22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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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Yo-yo Syndrome) 부작용 없는 단식의 비법을 취해서 날씬해지고싶은 이라면 <음식을 끊다>를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삶에서 비물질세계, 즉 영적 세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심층적인 자아와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스티브 헤로드가 언어와 국경을 넘어 당신의 구루(guru)가 되어 줄테니까.  이 책에서 단식 (fasting)은 브래드 필론이 열풍을 일으킨 '간헐적 단식 (Irregular Fasting)'도,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1일 1식' 류의 단식과 그 목적과 방법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중적으로 보다 인기 있을 이 단식법들이 건강이나 체중감량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심층적 단식'은 "얄팍한 음식이 남긴 독소와 부작용들이 자아의 가장 깊은 속에서 솟아나서 밖으로 배출"(64쪽)시킴으로써 영적 디톡스(spiritual detox), 궁극적으로는 영혼의 활력찾기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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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단식
단식 과정에서 두려움, 화, 슬픔, 기쁨 등 감정의 파동을 거의 항상 겪는다 하니, 단식 중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응시하면 좋겠다.  단식은 인간 정신의 근원적 외로움, 즉 취약점과 대면하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
화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에너지이다. 화는 우리의 기본 본성이 침해되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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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무언가 우리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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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무언가를 놓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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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우리의 살아 있는 자아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88쪽)
단식을 통해 문화적 메세지의 폭격에서 벗어나 몸이 가진 내적 지혜를 회복, 신뢰한다. 즉 '날씬해야 한다. 오메가3며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 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등등 먹기와 음식에 관한 메세지로부터 잠시 판단을 중지하고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라는 의미이다. 이로써 우리 자신이 부족하고 혐오할 존재가 아닌, 사랑받을 소중한 존재임을 (재)자각하게 된다.
신체적 단식
 
단식 동안 일어나는 주된 신체 변화로서 케토시스를 대표적 예로 들수 있다. 이는 인슐린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때 인체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변화를 말한다. 이 때 생산되는 케톤으로 인해 단식하는 이의 정신 기능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난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의아하게 여겨지는 신체 변화는, 바로 단식 중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자연스런 신체 복구 메카니즘으로 인한 것으로서, 콜레스트롤이 손상된 혈관을 복구하며 코팅한다. 이 외에도 단식의 효과로는 피부 개선, 간질 완화, 비만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단식에는 동시에 부작용도 있는데, 현기증, 근력과 체온의 저하, 구토, 두통, 설태와 구취, 체취 증가, 통풍, 감정적 고통, 명현 현상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카페인 중독 수준으로 커피를 들이키던 이라면 극심한 두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에, 단식 시작 몇 주에 걸쳐 카페인 섭취량을 점차 줄이기 권장한다.  

단식 준비와 과정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가장 먼저 자신이 단식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단식의 종류와 기간을 결정한다. 본격적 단식에 들어가기 전 10주 동안 저지방 강화 식단을 따르는데, 이 때 유제품, 달걀, 감미료, 튀긴 음식, 소금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물 단식보다 난이도가 낮은 쥬스 단식의 경우, 유기농 재료로 해독용 혼합 쥬스, 신선한 녹즙을 확보한다. 비트나 샐러리, 당근, 사과, 케일, 시금치, 무, 생강, 레몬, 고추 등이 주로 쓰인다. 쥬스 단식은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행할 수 있지만, 단식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피정의 공간을 확보한다. 중요한 점은 만약 물 단식을 선택했다면 다소 지루해지더라도 일이나 격렬한 운동을 절대 하면 안 된다. 단식의 영적 목표도 세워야하는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의미이다.
 
 마음 먹기 
<음식을 끊다>를 읽다보면, 물질 세계에 경도되어 영혼의 가꿈에 소홀한 삶을 '딱딱함'이라는 감각에 빗댄 표현을 종종 발견한다. 예를 들어 205쪽에는 "우리에게는 사회, 가족, 경력, 젊은 날의 오해 등으로 인한 압력 떄문에, 자신의 날개 달린 부분을 딱딱함 속에 묻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우리의 날개 달린 생명은 동면에 들어가고, 우리 삶의 딱딱함 속에 가둬진다. 우리는 때때로 이를 느끼고, 삶이 '꽉 막힌' 듯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딱딱한 층이 견디기 어렵게 두터워질수록 우리는 내면에서 심층적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을 꺠우는 불길의 열기가 더 뜨거워짐을 느낀다. 지금, 그러하다면 미루지 말고 단식에 조용히 도전해보기를. 비겁하게도, 난 아직 먹고 있다. <음식을 끊다>의 첫 페이지를 읽은 그 날부터 '음식 끊어보리'라는 말을 수십 번 되뇌였으나, 아직 먹고 있다. 조만간 준비 기간을 거쳐 쥬스 단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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