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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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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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기를 10달간 아기집에 품는다는데, 박재규 카피라이터는 무려 10년간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네요. 2004년 시작된 이야기를 2014년 늦봄에 다시 깨워내고,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과 협업해서 2015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제목에 120개의 위로를 담아서.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챕터 아래 수수께끼같은 단어 120개가 나열됩니다. 모두 박재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지요.

 

 

 

 

 

도미노 / 착각 / 꿈Ⅰ / 이유Ⅰ / 지속 / 걸음 / 판단 / 산책Ⅰ / 빛Ⅰ / 집착Ⅰ / 평수 / 사랑 / 산책Ⅱ / 천대 / 비결 / 유턴 / 결별 / 건축물 / 천국 / 중력 / 산수 / 장점 / 순간 / 사람 / 발견 / 경계선 / 반경 / 단정Ⅰ / 색Ⅰ / 빛Ⅱ / 수단 / 소유 / 진실 / 몸값 / key / 아이러니 / 자연 / 갑질 / 가치 / 우선순위 / 직감 / 알람 / 탐욕 / 패션 / 약점 / 색Ⅱ / 도전 / 신중 / 차이 / 풍경부자 / 라인 / 악순환 / 퍼즐 / 업 / 익숙 / 길 / 향기 / 삼각형 / 미로 / 자존 / 대비 / 보답 / 모드 / 관문 / 다람쥐 / 시소 / 성장 / 데미지 / 감사 / 얼룩 / 태도 / 소진 / 욕구 / 약속 / 23.5° / 라벨 / 잔고 / 가족 / 욕 / 궁지 / 집착Ⅱ / 키핑 / 비상구 / 인연 / 상생 / 광 / 창조 / 프로 / 단정Ⅱ / 현실 / 행동Ⅰ / 꿈Ⅱ / 극복 / 집중 / 달걀 / 자아 / 발전 / 자격 / 직선 / 뉴스 / 분노 / 일희일비 / 커트 / 척 / 역사 / 행동Ⅱ / 이유Ⅱ / 독재 / 악플 / 속박 / 구분 / 자력 / 터닝포인트 / 해결 / 경청 / 지옥 / 기억 / 질주 / 취급주의 / 인연Ⅱ

 

 

 

책장을 빨리 넘기기엔 박재규, 조성민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위로의 그림책>, 음미할수록 새록새록 의미가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느림의 미학’은 이 아름다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박재규 작가의 문장을 무중력 상태로 걷는 우주인으로 표현(표지 일러스트레이션)해낸 조성민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두 작가의 협업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조성민 그림작가는 박재규 작가가 10년동안 <위로의 그림책>으로 가는 반석 다듬기부터, 생각의 탑 쌓기까지의 궤적을 지켜본 유일한 이랍니다. 그는 박재규 작가의 위로에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맛을 음미해냈나봅니다. "느긋하고 희망적인 위로의 맛, 씁쓸하지만 제가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라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재규 작가가 때론 돌직구 던지듯 독자의 속내가 뜨끔하도록 우리 마음을 들춰주고, 동시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써 달콤쌉싸름한 맛 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OECD 국가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타이틀, 대다수 국민들 내려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왠지 이 문구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 (give birth to)"란 표현을 쓰고, 아기가 언제 세상에 태어날지 점 봐서 '받은 날짜'에 인의적으로 맞춰 낳기도 하지만, 기다려 주면 뱃 속의 아기는 스스로 나올 때를 알고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결국 아기 스스로도 노력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한 우리들.

 

*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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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은 참고서처럼 A-Z의 순서로 읽기보다는 마치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글귀를 만나듯,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우연하게 주어진 메시지가 인생의 큰 울림이 될지도 모르지요. 지금 방금 제가 편 페이지에는 “패션의 완성은 // 손에 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네요. 피식 웃습니다.

 

물론 박재규 작가의 인품이나 120개의 위로를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탐색하며 읽는 재미도 좋겠지만요. 전 앞으로도 <위로의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포춘 쿠키 쪼개 먹듯 의외성의 메시지에 행복해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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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2015-04-1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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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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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마음에 괴롭게 담아둔 풍경이 있었다. 서너 명의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종종 이동중이던 차에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와 마주쳤다. 사교언어의 폭풍이 지나고 "어디 가?"하는 의례적 질문을 받자, 유모차 끌던 엄마가 급 제안을 하더라. "저 아래 야채 가게 가는데......같이 안 갈래?"

*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 듯 통증이 왔다. 오래가는 통증이다. 지금도 그 광경이 생각나니까.  다들 시간을 자본화(capitalize your time!)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사는데, 일견 소위 '유모차 부대'는 노동의무에서 면제된 듯 하다. '야채 가게 같이 가줄래?' 의 암묵의 메세지가 무례로 통하지 않을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듯 보인다. 사람들은 이들을 '유모차 부대'라고 부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사회의 촘촘한 격자 그물 아래로 숨어 버린 인재들이다. 도대체 한국 사회처럼 대학 진학률 높은 사회에서 그 많던 고학력 여성들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그저 '아줌마 브런치 부대'니 '유모차 부대'라는 동질적인 집단 취급 받으며 사회적 삶의 수면 아래로 다 가라앉아버린 것일까? 통증이 다시 몰려 온다. 안타깝고 억울하고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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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대학 강단에서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마음껏 읽고 쓰기 위해 개인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김경집은 그런 '엄마'들에 주목했다. '주눅들고 움츠러 있지 말라고, 엄마들이 연대하면 그 파급력은 기막힐 거라고, 세상을 바꾸는 파도는 거대 담론이나 양복 부대의 정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그가 엄마들을 주 대상으로 펴낸 <엄마 인문학>을 읽었다. 엄밀히 이 책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아마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활자한 것이다. 그래서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봐야 (p.214)"한다는 등,  입말의 정겨움이 살아 있는 강연집같다. 출판사 측에서 함께 보내준 미술관 전시 초대권과 볼펜 한 자루 역시 정감미 묻어난다. 이렇게 믿어주고 도닥여주는데 정말 불끈 주먹쥐고 일어나야할 것 같은 사명감마저 들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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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대한민국이 1997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2015년 현재 임계점을 한참 넘은 우리 사회, 특히 교육은 "망가질 대로 망가(p.6)"져 있다고 본다. "어느 시대던 임계점에 가면 리카도와 같은 인물이 나타납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내서 격려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p.224)"인데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다가는 감당하지 못할 부담으로 터지게 (p. 197)" 된다는 것이 저자의 위기의식이다. 나아가 그는 임계점을 넘은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최적기인데, 바로 그변화가 엄마들에서 시작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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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는 다른 엄마들의 조용한 혁명을 요청하며 그는 꽤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요약을 하건데, 그 동안 "엄마는 '읽히는' 존재를 넘어서 '읽는' 존재가 되어 (p. 292)"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김경집의 구체적 조언을 조금 더 소개해보자. 엄마들은 "골다공증만 걱정하지 말고, 내 삶의 뻥뻥 뚤린 구멍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p. 271)" 생각하고, "'과학동아' 같은 아이들 잡지만 정기구독하지 말고 엄마들부터 문학잡지 정기구독해서 읽고 토론하라고 충고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집단을 동질화하여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인문학자가 이토록 '대한민국 엄마들'의 잠재적 혁명력을 인정해주고 각성시키고 구체적 혁명법까지 인도하는가 싶어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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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때문에 꼭 엄마만 독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던진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엄마 인문학>을 인문학 입문서로 음미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인문학이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학문 (p. 28)"이자, "인간의 문제를 되집어 보고 성찰하는 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학문 (p.37)"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한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6회 강좌 주제에 따라 "역사, 철학, 예술, 정치, 경제, 문학"의 렌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세상 읽기의 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엄마 인문학>. '내 아이, 내 자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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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비밀 -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의 기술
이재연 지음 / 책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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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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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을 코 앞에 두고 백화점 앞을 오가는 행인들의 손마다 쇼핑백이 들려 있다. 우연히 누군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선물? 선물은 무슨.... 이렇게 네가 전화해주고 고마운 말 해준 게 선물이지?" 나도 모르게 통화 중인 노인의 표정을 살펴보게 된다.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역력하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레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마침 가방 속에는 따끈한 신간, <말의 비밀>이 들어 있었다. <말의 비밀>은 '말의 신비한 힘'으로서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몸소 경험한 저자 이재연이 '너 대화'이론의 실제와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박사과정 수학 중 말의 힘을 배우고 실제 생활 경험을 통해 이를 확신하였다고 한다. 그 꺠달음에서 전하고자 현재 기업체 등에서 '너 대화법'을 주창하며 강연 다닌다. <말의 비밀>은 활자화된 이재연의 강의록이라고나 할까? 상황과 대상자가 다채로운 사례들이 마치 생동감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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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정의하는 '너 대화'는 거칠게 말하자면 '나 대화'법의 대립항에 위치한다. 화자인 '나'를 주어삼아 화자의 생각, 신념, 감정 등을 표현하며 화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나 대화'의 특징이라면, '너 대화'는 상대(청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너 대화는 다시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와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너 대화'로 크게 나뉜다. 전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더라도 상대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후자의 경우 상대와의 긍정적 소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무조건 '나 대화'가 나쁘니 '너 대화' 일변도로 가야한다는 비현실적이고 융통성 없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나 대화'가 오히려 더 유용하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할 떄 상대뿐 아니라 스스로를 잘 살피고 관찰하는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과 의도를 들여다보는 훈련이 평소 잘 된 사람은 너 대화의 맥락에서도 상대를 잘 이해하고 이야기를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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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비밀> 중 9장 "너 대화 응용"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콜드 리딩(cold reading)"의 힘을 역설한다. 꼭 역술가가 아니더라도 콜드 리딩의 대화법을 잘 숙지하고 활용한다면, 상대와 라포(rapport)를 맺으며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단다. 콜드 리딩은 마치 우리 말의 '아 다르고 어 다르다'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대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단지 '날씬하시네요'라고 칭찬하는 대신, "날씬하신 거 보니 운동 좋아하시죠? 분명히 관리하는 몸인데."라고 미끼를 던짐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대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게 한다.  긍정적 칭찬의 말들을 '그리고'를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연결하는 것도 또 다른 콜드 리딩의 전략이다. 그 외에도 9장에는 '이중 구속(double bind)' 대화 프레임 등 구체적이고 유용한 대화의 팁이 많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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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비밀>의 최대 강점은 저자가 강조하는 '너 대화법'의 사례가 구체적이고 다양한 맥락에서 많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자는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직장 상사 혹은 직장 동료, 자녀와 부모, 이웃 사촌,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 고객상담실 직원 등 여러 대상과의 다양한 맥락에서의 대화를 가상 연습해보게 된다. 그 가상의 훈련을 통해, 독자는 보다 '말의 힘'에 힘입어, 내실있고 신뢰 깊은 인간관계를 이끌어갈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사실 <말의 비밀>은 기계적으로 말 자체의 전략적 사용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배려와 소통이라는 대화의 태도를 일깨워주는 인성개발서이기도 하다. 인성과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야, "말만 잘 할 수"는 있어도 "말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과 통하는 마법'은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말의 비밀이란 결국, 인성으로 통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진정 타인과 소통하려는 마음의 결, 그것이야말로 말의 비밀로 가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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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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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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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탐색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일생을 바친 숱한 아들레리안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가 프로이트니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기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컸던 학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살가운 관계를 중요시하는 육아서에, 아들러는 실패한 사례의 단골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재 '둘째'로 태어난 아들러는, 엄마의 관심이 큰 형와 막내에게 쏠리는 데에 소외감과 반발심이 컸다고 한다.  훗날 아들러는 형제관계에서의 서열이라든지 양육과 학습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트라우마 이론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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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러는 어린 시절 동생을 디프테리아로 잃었고, 자기 스스로가 구루병을 앓고 지독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도 보았기 때문에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 역시, 뇌경색을 앓았던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삶과 행복의 의미를 고민한다. 늘 자식들 다 키워놓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어머니께서 막상 그 나이에, 식물인간처럼 반신불구로 침대 위에서 생을 보내시게 되다니......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청년 기시미 이치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행복이 아니라, 내 안의 행복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평범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무섭게 빠져들었다. 나아가 유대인이자 아들레리안이었던 오펜하임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듯 자신도 용감하게 아들레리안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평소 단지 소수의 현학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심리학을 역설했던 아들러의 가르침을 따라서, 기시미 이치로 역시 쉬운 언어로 아들러의 철학을 전한다. 게다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나 자신의 생애사를 가식없이 드러내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기에 독자에게 더 뜨겁게 와닿는 듯 하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1999년 일본에서 초판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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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시사하듯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은 학술지에나 실릴법한 어려운 이론소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신 잠들기 전 밤에 명상하듯, 일기쓰듯 차근히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의 생을 반추하고 앞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변화시켜볼지 생의지를 다지며 읽기 좋다. 동시에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주옥같은 지혜가 담긴 육아서로 기능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일본 내 아들러 심리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아들러의 육아철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육아는 상을 주어서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당근의 육아도, 부적절한 행동을 허용하는 방임의 육아도 아니다. 채찍의 육아도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온화하고 단호하게 아이를 대하라고 권한다 (p. 132)" 이러한 철학의 기저에는 수직적 인관관계를 부정하고 수평의 호혜적 관계를 지향하는 아들러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체벌이나 훈육 이상으로 칭찬 역시 수직적 인간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아들러는 수직적 인간관계의 폐해를 누차지적하면서 진정한 행복의 요건으로, 수평관계, 자기 수용, 타자 신뢰와 타자 공헌 등을 꼽는다. 수직적 인관관계가 잘 발달되어 있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한국사회와 일본 사회 저자들에게 특히나 와닿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이 한국의 대중에게도 조용히 그러나 파급력있게 아들러 심리학을 전파하는데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예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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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방귀쟁이
송경민 글, 이수진 그림 / 생각자라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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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방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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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주말을 평정한 인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그 줄거리보다도, "대발이 아빠(이순재 분)"이라는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가 많겠죠? 무뚝뚝하면서 까칠한 대발이 아빠는 한국식 가부장제의 전형으로 묘사되었지요. 오죽하면 당시 중국여성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한국인 남자를 결혼 상대자로서 꺼려했다는 풍문이 돌았을까요. 그래도 90년대 대발이 아빠는 나름 현실적인 캐릭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에 온다면, 비호감 아버지상의 전형으로 꺼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의 이상적인 아버지상은 '프레디(friedy)'이니까요. 직접 기저귀도 갈아줄 만큼 자상하고, 아이들 앞에서 애교도 떨며 함께 놀아주는  '딸바보,' '아들바보'로서의 프레디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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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민 작가의 <아빠는 방귀쟁이>에는 모범적 프레디가 등장합니다. '아빠 바보' 딸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려지는 '딸 바보'아빠의 모습은 익살맞으면서도 친근감을 줍니다. 지윤이가 소개하는 아빠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습니다. 바로 '방귀뀌기'입니다. 남들은 언제 가스 새어 나가는지 모르고 불규칙하게 뀌는 방귀를, 지윤이네 아빠는 자유자재 의지대로 다룹니다. 한 마디로, 뀌고 싶을 때 마음껏 방귀가스를 뿜어댈 수 있답니다.  지윤이를 웃게하고, 즐겁게 하고, 지윤이가 긴장 풀게 하고 싶을 때마다 방귀를 뽕뽕 뿡뿡 거릴 수 있으니 아빠 재주 참 대단하지요? 자랑할만합니다. 비록 지윤이 친구들이 놀린다지만 말이예요. 지윤이는 알거든요. 아빠에게 방귀란 가족 사랑의 한 유쾌한 표현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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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아빠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방귀 관현악으로 지윤이의 오감을 만족시켜줍니다. '뽕,' '뿡,' '피시식,''뿌앙,' '뾰봉,' '부르부륵,' 다양한 소리와 다양한 냄새를 가진 아빠 방귀는 퇴근하여 현관 문에 들어서면서도 터져나오고, 지윤이가 발표회 무대에서 엄청 긴장했을 때도 새어 나오고, 지윤이랑 동생이 싸워서 엄마가 화나셨을 때도 화해의 팡파레인양 터져나옵니다. 이 방귀는 복덩이, 웃음덩이 방귀입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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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귀쟁이 딸 아니랄까봐, 지윤이도 방귀로 아빠 사랑에 화답합니다. 고구마 먹다 뀐 방귀라 구린내는 지독하지만, 그만큼 푹 삭힌 아빠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아빠는 방귀쟁이>를 읽다보면, 언어를 초월해 전해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표현에 서툰 아빠들이라면, 퇴근 길에 <아빠는 방귀쟁이>를 선물로 들고 가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방귀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지윤이 아빠처럼 방귀의 달인이기는 어렵겠지만, 아빠가 동화책 읽어주시는 자체로 아이들은 행복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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