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방귀쟁이
송경민 글, 이수진 그림 / 생각자라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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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방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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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주말을 평정한 인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그 줄거리보다도, "대발이 아빠(이순재 분)"이라는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가 많겠죠? 무뚝뚝하면서 까칠한 대발이 아빠는 한국식 가부장제의 전형으로 묘사되었지요. 오죽하면 당시 중국여성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한국인 남자를 결혼 상대자로서 꺼려했다는 풍문이 돌았을까요. 그래도 90년대 대발이 아빠는 나름 현실적인 캐릭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에 온다면, 비호감 아버지상의 전형으로 꺼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한국 사회의 이상적인 아버지상은 '프레디(friedy)'이니까요. 직접 기저귀도 갈아줄 만큼 자상하고, 아이들 앞에서 애교도 떨며 함께 놀아주는  '딸바보,' '아들바보'로서의 프레디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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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민 작가의 <아빠는 방귀쟁이>에는 모범적 프레디가 등장합니다. '아빠 바보' 딸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려지는 '딸 바보'아빠의 모습은 익살맞으면서도 친근감을 줍니다. 지윤이가 소개하는 아빠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습니다. 바로 '방귀뀌기'입니다. 남들은 언제 가스 새어 나가는지 모르고 불규칙하게 뀌는 방귀를, 지윤이네 아빠는 자유자재 의지대로 다룹니다. 한 마디로, 뀌고 싶을 때 마음껏 방귀가스를 뿜어댈 수 있답니다.  지윤이를 웃게하고, 즐겁게 하고, 지윤이가 긴장 풀게 하고 싶을 때마다 방귀를 뽕뽕 뿡뿡 거릴 수 있으니 아빠 재주 참 대단하지요? 자랑할만합니다. 비록 지윤이 친구들이 놀린다지만 말이예요. 지윤이는 알거든요. 아빠에게 방귀란 가족 사랑의 한 유쾌한 표현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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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아빠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방귀 관현악으로 지윤이의 오감을 만족시켜줍니다. '뽕,' '뿡,' '피시식,''뿌앙,' '뾰봉,' '부르부륵,' 다양한 소리와 다양한 냄새를 가진 아빠 방귀는 퇴근하여 현관 문에 들어서면서도 터져나오고, 지윤이가 발표회 무대에서 엄청 긴장했을 때도 새어 나오고, 지윤이랑 동생이 싸워서 엄마가 화나셨을 때도 화해의 팡파레인양 터져나옵니다. 이 방귀는 복덩이, 웃음덩이 방귀입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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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귀쟁이 딸 아니랄까봐, 지윤이도 방귀로 아빠 사랑에 화답합니다. 고구마 먹다 뀐 방귀라 구린내는 지독하지만, 그만큼 푹 삭힌 아빠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아빠는 방귀쟁이>를 읽다보면, 언어를 초월해 전해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표현에 서툰 아빠들이라면, 퇴근 길에 <아빠는 방귀쟁이>를 선물로 들고 가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방귀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지윤이 아빠처럼 방귀의 달인이기는 어렵겠지만, 아빠가 동화책 읽어주시는 자체로 아이들은 행복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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