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노정기 김홍도의 화첩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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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공연기간: 2018.3.10 ~ 3.11 (일) 오후 3시 


"환상노정기"

공연 제목이 다소 어려워서, 입에 착착 붙지는 않네요. '환상....'하면서 어물쩍거렸더니 꼬마가 대뜸, "환상노정기"라고 알려줍니다. 꼬마도 너무 재미있었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인 "동아시아의 호랑이전"과 연계해 단 이틀만 하는 공연이라는 정도의 사전정보만 가지고 '극장 용'을 찾았습니다. 벌써 여러번 찾았지만 이 건물 계단에 오를 때면 '참, 이름 멋지다!' 이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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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오후 3시 공연에는 유난히 관객이 많습니다. 얼핏 봐도 60~80대의 노년층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환상노정기>를 위한 최적화된 관객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흥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신지 실제 공연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으시려하거나 큰 소리로 무대와 소통(?)을 꾀하시려는 분들이 노년층 분들이셨어요. 사실, <환상노정기>는 연령 성별에 무관하게 모두다 박수치고 웃으며 볼 수 있는 멋진 공연입니다. 공연 포스터만 보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활기와 흥과 감동이 가득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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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노정기>를 보면서, 내내 흐뭇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리꾼 김봉영과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끼"를 보니 제아무리 4차산업시대 인공지능의 역습을 두려워한다지만,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이런 상상력과 창의성임을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리꾼 김봉영은 능청스럽다고까지 느껴질만큼 일인 다역을 목소리로만 해내더군요. 몸짓, 목소리, 큰 무대를 확 휘어잡는 카리스마까지. 참 대단했어요. 공연 시작하기 전 강연 20분을 제외하면 100분 공연 중 80분을 거의 김봉영이 주도했는데 끝까지 대단한 에너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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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삼국 호랑이 중, 조선의 호랑이가 으뜸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겠죠? 그 중 최고는, 김홍도의 그림이라고 꼽을 수 있겠는데, <환상노정기>는 금강산 화첩기행을 갔다가 호랑이와 마주친 김홍도를 상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참 놀랍게도 무대장치는 별 변화 없이 심플한데 소리꾼 김봉영과 창작국악그룹 '그림' 덕분에 금강산, 김홍도, 그리고 어린 소년의 모습이 머리 속에 쉽게 그림 그려지더군요. 소리를 통해 상상하는 즐거움, 스마트폰이 주는 일차원적인 자극에 길들여져 잊어가던 인간 고유의 능력이었습니다. <환상노정기>관람하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힘이지요.


단 이틀만 무대에 올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던 <환상노정기>입니다. 이렇게 좋은 공연은 국가에서도 많이 지원해줘서 많은 이들이, 현대화된 우리 국악창작공연물을 접하고 김홍도뿐 아니라 조선의 예술세계에 대해서도 알 기회를 얻었으면 합니다. 저는 아직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전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는데 박물관을 다시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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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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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감독:  리 언크리치

개봉: 2018. 1.11

장르: 에니메이션

상연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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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ok of Life>(2014).  소재며 분위기가 독특해서 기억하는 에니메이션인데 2017년 Pixar가 야심차게 내 놓은 <Coco>(2017) 역시 '산자와 죽은자의 세계'를 오가고, 노래의 힘을 칭송하며 노래하는 멕시칸 정서의 작품이어서 공통점이 꽤 많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Coco>는 훨씬 더 코즈모폴리탄하다는 점! Pixar의 기술력과 섬세함은 압도적이라는 점!

*

사실 <울라프의 겨울 왕국>이 "Coco"상영 전 상영됨을 모르고 극장을 찾았기에, 처음엔 상영관 잘못 찾았나 잠시 어리둥절. 그도그럴 것이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꽤 긴 시간 계속 되었다. 멋진 작품이지만, 이어질 <Coco>에 비하면 금방 잊혀지고 말았다. 그 정도로 <Coco>만의 독창적 느낌, 노래와 색감이 압도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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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가 사람 이름이리라고 상상을 했는데, 스포일러가 되기에 누구의 이름인지는 생략하도록 한다. <Coco>를 보는 내내, 멕시칸의 가족주의 (핵가족 지상주의와 대비되는)와 노래의 힘, 삶과 죽음이란 이원론이 아니라 순환으로 인식하는 유연한 우주관, 기억의 힘에 대한 강조 등 <Coco>는 생각할 거리를 참 많이 던져주는 멋진 작품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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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프리다 칼로! 멕시칸 의례! 올라! 그라시아스!
추억 돋는다. 오래 전 자주 들었던 인사를 <coco>를 통해 다시 들으니, 친구들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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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2017)


[영화정보]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개봉: 2017. 12.27

장르: 드라마

상연시간: 113분 

이런 SNS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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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영화표 한장은 공짜라는데, 게다가 평이 좋다던데 놓치기 아까워 부랴부랴 예매 검색을 하니, 최근 핫한 영화에 밀려서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보려고 마음 먹었는데! 기어이 오후 4시 상영관을 찾았다.


 

 

아하! 이래서 초등학생에게 강추했구나. 사람들이 따뜻한 영화라고 하는구나! 거의 2시간에 이르는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배우들의 연기와 배우들간 호흡이 최상이었고 영화 전반에 줄기차게 흐르는 가족 사랑의 큰 줄기라니! 관객들은 안면기형인 10살 소년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와 잘 적응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영화관람하겠지만, 이에만 집중하는 자체가 어쩌면 차별적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졸업식에서 영광스러운 상을 받는 어기가, '난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녔을 뿐인데......'왜 이 상을 주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처럼, 어기의 외형에만 관심을 두고 보는 자체가 어쩌면 관음적 대상으로 소년을 소비하는지도. 그래서였으리라. 감독은 어기 밖, 그러면서 어기의 우주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처럼 엮었다. 어기의 누나. 누나의 첫 사랑. 누나의 단짝 친구. 아이 둘을 키우면서고 급기야 박사학위논문을 다 쓰고마는 멋진 엄마. 항상 쿨한 농담을 하는 아빠. 27번 성형수술을 받고 집에 올 때마다 어기를 반겨주었던 강아지까지. 아참! 어기의 멋진 친구들과, 월가에서 돈 버는 일 하다가 뜻한바가 있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어기 담임선생님도 놓치면 안되겠다.

 

*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의 힘으로"와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의 두 문장으로 요약되는 멋진 드라마!

자극적 비주얼의 CG입힌 영화 말고, 이런 영화도 봐야 초등학생 정서 순화되는 것은 아닌지!

어기 멋지다. 미국 초등학교 시스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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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Vincen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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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개봉: 2017. 11. 9

장르: 애니메이션

상연시간: 95분 

 

친구들이 아니었던들 soley for SKY를 위한 수감생활과 다름 없었을 고등학교 시절, 아침 등교시각은 6시 40분. 고3의 하교 시각(정확히는 자율학습에서 해방되는 시각)은 밤 11시 10분. 말만 "자율"학습이지 그 파릇한 아이들을 하루 15시간 이상 교실에 묶어 놓다니.....그것도 20세기 말에.......

교장 선생님의 감시 때문에 담임 선생님들도 아이들 자율학습 조퇴 못 시켜주던 그 엄한 학교. 소위 FM학생 특권을 활용하여 3시에 조퇴한 적이 있다. 찾았던 곳은 시립도서관. 절실하게 빈센트 반 고흐의 화집을 보고 싶었다. 그의 평전을 읽고 받은 그 뜨거운 울컥을 달래려면 파리의 미술관은 아니어도 직접 화보집이라도 보아야했기에, 평일 밝은 대낮 학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떤 그림을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서 받았던 뜨거운 기운 때문에 학교의 규율"따위"를 잠시나마 무시하고, 나의 세계에 다녀왔다는 뿌듯한 기억은 남았다.

*

며칠 전, 화가 아버지를 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2017년에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못 봤다. 같이 가지 않겠느냐? 빈센트 반 고흐 영화라 하기에 대뜸 OK!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갔다. 그래서 더욱 <Loving Vincent>가 한땀한땀 장인이 곱게 수놓은 탁상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CG처리 없이는 에니메이션 못 만드는 양 비주얼 과잉 시대에 <Loving Vincent>는 뭐야...이런 사골곰국 우려낸 듯 시간과 정성을 들여 선배 예술가이자 고독한 천재에 대한 찬사를 담아내다니. 고등학교 때 읽었던 그의 평전 내용이 새록새록 살아나면서 95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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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내가 책으로 만났던 빈센트 반 고흐가, 약자와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끌리고 존중하는 된 사람이지만 광기의 열정에 스스로를 태운 인물이었다면 영화 <Loving Vincent>의 렌즈로 다시 보는 그는 자기 관리가 투철한 사람이었다. 독학으로 그림을 30대에 처음 그리기 시작하여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 동안 무려 800점을 그렸다니. 극 중, 여관주인 딸의 눈을 통해 본 빈센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림 작업을 하던 자기 관리에 투철한 인물이었다.

*

천재성에 더해진 것은 바로 그런 투철한 반복성. 10대의 내겐 오로지 남과 차별되는 뜨거운 열정이 중요했다면, 이제 빈센트 반고흐 편지에 등장하는 단어를 빌어 'nobody'의 선반에서 뛰쳐나오지 못하는 내겐 '투철한 반복성'과 자기관리가 성취에 절대적 자질로 보인다. 이 또한 소잃고 외양간 고친 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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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 내지 "접속"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많던데, 난 그 뜻은 잘 모르겠으나 <Loving Vincent>를 완성하기까지 100여명의 화가들이 보여준 헌신이야 말로 "집단 지성"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간의 힘, 표현된 무언가의 힘. 이에 다시금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충동을 더 미루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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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리뷰에 쓴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정보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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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잡으면, 새벽 별을 보던 집요함은 간 데 없고 앉는 자리, 가는 자리마다 새로운 책이 넘실거린다. 보는 족족 읽고 싶은 욕심에 벌여 놓은 판만 커지고, 아직 완독은 한 권도 없다니...... 2018년 1월 동시에 읽는 책들, 완독을 스스로 격려하고자 리스트를 뽑아본다.

 

1.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와 비슷한 컨셉, 기획취지. 역사지식과 관심도 면에서 말랑말한한 독자를 타겟으로 전문적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버무려 낸 교양서. 1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2권을 읽는 중인데 '카트린 드 메디치'부터 시작이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팔려다 말았던 책과 동일 제목. 

 

2. <영국인 발견> - 사회과학자가 쓴 본격 문화분석서인데도 대중적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였다는데 어찌 나만 몰랐을까. 반성하며 도입부까지 읽음. 

 

3. <전문가와 강적들> - 출판사 마케팅에 '이 책은 꼭 읽어야 해!'로 세뇌당한 독자였던지라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 전문가적 지식이 조롱받는 시대에 전문가로서의 엄한 호통. 엘리티시즘을 저자의 문장에서 읽는다.  

 

 

1. <잠의 사생활>  - 몇년 전 읽은 <타임푸어>의 저자 역시 저널리스트였는데, 왠만한 학자 저리가라의 깊이로 한 주제를 파고든다. <잠의 사생활> 역시 몸유병(?) 증상으로 고생하는 저자가 수면 클리닉에서 별다른 처방을 받지 못하자 실망하여 스스로 잠의 세계를 탐색한 흥미진진한 책. 이상하게도 이 책은 낮에 읽기 좀 아깝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자기 직전 조금씩 읽는 중.

 

2.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 가볍고 작아서 외출할 때마다 들고 나가는 책. 강상중 교수가 어려운 일을 겪었음을 들었는데, 이후 집필한 책인가? 다시 찾아봐야 겠다. 음울하다.

 

1.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겁니다!>였나? 폴 파머 박사가 대학 졸업 연설에서 했던 멋진 말들을 모아 펴냈듯, 커트 보니것 역시 졸업축사 등을 엮었다. 원어로 읽으면 그 특유의 유모감각을 더 잘 음미하려나. 아직 앞부분만 읽어서 그런지, 커트 보니것의 매력이라는 비트는 유머감각을 잘 못 찾았다.

2. <9*12>와 함께 읽으려고 구매한 <가치있는아파트 만들기>. 당일배송으로 구입해서는 아직 제대로 손을 못댔다.

1월 해야할 일이 뚜렷해지는 듯. 차근차근 읽고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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