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ing Vincen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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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개봉: 2017. 11. 9

장르: 애니메이션

상연시간: 95분 

 

친구들이 아니었던들 soley for SKY를 위한 수감생활과 다름 없었을 고등학교 시절, 아침 등교시각은 6시 40분. 고3의 하교 시각(정확히는 자율학습에서 해방되는 시각)은 밤 11시 10분. 말만 "자율"학습이지 그 파릇한 아이들을 하루 15시간 이상 교실에 묶어 놓다니.....그것도 20세기 말에.......

교장 선생님의 감시 때문에 담임 선생님들도 아이들 자율학습 조퇴 못 시켜주던 그 엄한 학교. 소위 FM학생 특권을 활용하여 3시에 조퇴한 적이 있다. 찾았던 곳은 시립도서관. 절실하게 빈센트 반 고흐의 화집을 보고 싶었다. 그의 평전을 읽고 받은 그 뜨거운 울컥을 달래려면 파리의 미술관은 아니어도 직접 화보집이라도 보아야했기에, 평일 밝은 대낮 학교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떤 그림을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서 받았던 뜨거운 기운 때문에 학교의 규율"따위"를 잠시나마 무시하고, 나의 세계에 다녀왔다는 뿌듯한 기억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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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화가 아버지를 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2017년에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못 봤다. 같이 가지 않겠느냐? 빈센트 반 고흐 영화라 하기에 대뜸 OK!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갔다. 그래서 더욱 <Loving Vincent>가 한땀한땀 장인이 곱게 수놓은 탁상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CG처리 없이는 에니메이션 못 만드는 양 비주얼 과잉 시대에 <Loving Vincent>는 뭐야...이런 사골곰국 우려낸 듯 시간과 정성을 들여 선배 예술가이자 고독한 천재에 대한 찬사를 담아내다니. 고등학교 때 읽었던 그의 평전 내용이 새록새록 살아나면서 95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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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내가 책으로 만났던 빈센트 반 고흐가, 약자와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끌리고 존중하는 된 사람이지만 광기의 열정에 스스로를 태운 인물이었다면 영화 <Loving Vincent>의 렌즈로 다시 보는 그는 자기 관리가 투철한 사람이었다. 독학으로 그림을 30대에 처음 그리기 시작하여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 동안 무려 800점을 그렸다니. 극 중, 여관주인 딸의 눈을 통해 본 빈센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림 작업을 하던 자기 관리에 투철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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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에 더해진 것은 바로 그런 투철한 반복성. 10대의 내겐 오로지 남과 차별되는 뜨거운 열정이 중요했다면, 이제 빈센트 반고흐 편지에 등장하는 단어를 빌어 'nobody'의 선반에서 뛰쳐나오지 못하는 내겐 '투철한 반복성'과 자기관리가 성취에 절대적 자질로 보인다. 이 또한 소잃고 외양간 고친 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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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 내지 "접속"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많던데, 난 그 뜻은 잘 모르겠으나 <Loving Vincent>를 완성하기까지 100여명의 화가들이 보여준 헌신이야 말로 "집단 지성"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간의 힘, 표현된 무언가의 힘. 이에 다시금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충동을 더 미루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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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리뷰에 쓴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정보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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