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산에 올랐다. 안내판에는 왕복 2시간 코스라는데 어째 모든 이들이 다 나를 지나쳐 올라간다. 전문 산악인 복장을 하신 분들이야 그렇다해도 나보다 한 세대는 족히 더 어르신인 분들도 가뿐한 발걸음으로 저 멀리 앞 서 가신다. 계속 길을 비켜드리면서도 '오늘따라 이상한 걸' 싶다. 


이유를 알았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만지고 들여다보다가 못 걸었구나. 

산책로 소나무마다 비슷한 높이에 흉터가 깊이 패여 있다. 일제말기 자원수탈로써 일본군이 한국인을 동원해서 송진을 채취시켰다고 한다. 한 그루, 한 그루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애도한다. 이 깊은 흉터를 지닌 나무들을...분노를 삭이느라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왕복 2시간 코스라는 데 올라가는 데만 80분이 걸렸다. 못 본척 하고 지나치기에는, 깊이 패인 나무의 상처들이 딱 내 눈 높이에 있다. 어쩌자고 나는 별 데 다 마음이 아플까. 













이 곳의 나무들은 비범한 생김에 고귀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경주 "오릉"의 나무들이다. 나무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대나무 속에서 작은 사슴이 폴폴 날듯이 뛰어 나온다. 저 사슴은 뭘 먹고 살지? 걱정스러워서 매표소에 문의하니 이 곳에서 잘 지낸다고 한다. 우아한 소나무들 속에서 우아하게 뛰노는 사슴. 












석가탑의 사자는 한 마리만 남았다 한다. 나머지 세 마리는 일제 시대에 사라졌다고 안내판에 써있다. 허리를 도끼로 베인 나무들을 보고 욱했는데, 한 마리 뿐인 사자상을 보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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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18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을 나무 사랑꾼이자 파수꾼으로 임명하겠슴다. 지맘대루^^ 사진 보고 깜놀했어요.😱😱😱 욕 했어요. 👹👹👹민족의 정기 같은 소나무들을.

행복한책읽기 2021-01-1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사진 넣고 사진 위아래 글 배치하는거, 어떻게 해요? 혹 북플에선 안되고 서재서만 가능한 기능인가요? 저는 도통 몰라서^^;;

붕붕툐툐 2021-01-18 09:15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이거 궁금했어욤!! 북플 어플만 쓰는데 도통 방법을 알 수 없어서~ㅎㅎ

scott 2021-01-18 10:09   좋아요 3 | URL
북플어플에서는 이렇게 사진이 위아래 배치가 안되고 위아래가 뒤바껴서 올라갑니다.
서재 블로그 pc에서나 이렇게 사진이 주르륵 배치가 되여 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1-18 10:08   좋아요 2 | URL
scott 님 감사합니다. 북플은 안되는군요. ㅡㅡ

붕붕툐툐 2021-01-18 12:39   좋아요 1 | URL
저도 감사합니다. 스콧님, 똘똘이!!

얄라알라 2021-01-18 14:27   좋아요 1 | URL
아^^;;;저는 늘 서재 블로그에서 글 쓰는데, 제가 뭘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처음 알았어요 이런 기능이 북풀서 안 된다는 걸^^ scott님 답변 감사드립니다.

붕붕툐툐 2021-01-18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 상처는 마음 아프지만, 파란하늘과 나무, 석탑 사진 보니 넘 좋네요~😍 감사합니다앙~~

scott 2021-01-18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석가탑에 사자가 원래 세마리였어요 두마리 ㅠ.ㅠ 한반도 호랑이 멸종 시켜버린 놈들이 석탑 사자상까지 부숴벼렸다니

blanca 2021-01-18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 송진 채취에 저런 고된 사연이 있었군요... 사슴을 보셨다니... 부럽네요.

얄라알라 2021-01-18 14:27   좋아요 1 | URL
정작 매표소 계시는 분은 오래 계셨어도 사슴을 못보셨다고 웃으며 답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