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렸던 1월 6일, Corona가 꽁꽁 감춰 두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22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파트 단지가 축제 분위기더군요. '이렇게 많은 꼬마들과 같이 살고 있었구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꼬마들이 많이 나와 작은 손을 꼬물락거렸습니다. 눈사람 만들겠다고요.
다음 날 뉴스에서는 "눈오리군단" 소식이 등장합니다. 플라스틱 집게를 오므리면 10초도 안 되서 뚝딱하고, 눈오리 한 마리가 "제조"될 듯 합니다. 불티나게 팔린다더군요. 토실토실 배 내민 눈오리가 귀엽기도 했지만, 누가 만든지 알수도 없이 똑같은 오리 형상은 똑같이 네모랗게 찍어낸 아파트, 평균수명 20여년으로 단명하는 한국 아파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폐기물은 또 어쩌지? 제가 어지간히 비딱한가봅니다. 눈오리 고놈들, 귀엽구나!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눈뭉침 성취감"을 주니 기특하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을, 혼자 씁쓸해하니까요.
1월 12일, 눈이 또 내렸네요. 우산 쓰고 종종 걷는데 음식점 앞 눈사람에 시선이 머뭅니다.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해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비웃듯, 작업용 장갑(손?)이 한 짝 뿐이네요. "부수지 마세요."가 아닌 "해치지 마세요."란 단어는 만든 사람의 정성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을까? 상상하며, 다음 번엔 이 음식점 들어가서 주문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