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렸던 1월 6일, Corona가 꽁꽁 감춰 두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22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파트 단지가 축제 분위기더군요. '이렇게 많은 꼬마들과 같이 살고 있었구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꼬마들이 많이 나와 작은 손을 꼬물락거렸습니다. 눈사람 만들겠다고요. 




다음 날 뉴스에서는 "눈오리군단" 소식이 등장합니다. 플라스틱 집게를 오므리면 10초도 안 되서 뚝딱하고, 눈오리 한 마리가 "제조"될 듯 합니다. 불티나게 팔린다더군요. 토실토실 배 내민 눈오리가 귀엽기도 했지만, 누가 만든지 알수도 없이 똑같은 오리 형상은 똑같이 네모랗게 찍어낸 아파트, 평균수명 20여년으로 단명하는 한국 아파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폐기물은 또 어쩌지? 제가 어지간히 비딱한가봅니다. 눈오리 고놈들, 귀엽구나!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눈뭉침 성취감"을 주니 기특하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을, 혼자 씁쓸해하니까요. 


1월 12일, 눈이 또 내렸네요. 우산 쓰고 종종 걷는데 음식점 앞 눈사람에 시선이 머뭅니다.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해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비웃듯, 작업용 장갑(손?)이 한 짝 뿐이네요. "부수지 마세요."가 아닌 "해치지 마세요."란 단어는 만든 사람의 정성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을까? 상상하며, 다음 번엔 이 음식점 들어가서 주문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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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13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수 이적의 SNS에서 본건데요, 이적이 남이 만든 눈사람을 웃으면서 함부로 부수는 사람을 봤대요. 그 사람은 여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눈사람을 막 부쉈대요. 이적이 그 장면을 보면서 눈사람을 부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더군요. 이적의 견해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정성들여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은 별로에요. ^^;;

얄라알라 2021-01-13 15:53   좋아요 2 | URL
이적이 어떤 의미로 그 이야기 했는지 알 것도 같아요. 그런데 눈사람 부수는 사람, 지금까지 제가 본 사람은 주로 꼬마들이었어요. 꼬마들은 부수고 또 새로 창조하는 걸 좋아하는 존재들일까요?^^ 눈 덕분에 아이들 많이 보니, 저출산 대한민국 사회의 음울함이 조금이나마 가셔지는 듯 했어요. 아이들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장**,안** 사건 때문에 계속 응어리가 있네요

cyrus 2021-01-14 09:23   좋아요 0 | URL
아이든 어른이든 본인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건 인정합니다. 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1-13 0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눈이 내려 정말 오랜간만에
우리 가족이 나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눈사람도 만들고
딸아이가 친구에게 빌려온 저 위의
사진에 있는 노란 플라스틱 오리형상으로
오리군단도 만들고~~
똑같은 눈오리들로 피라미드도 쌓아보고^^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막 웃으며 즐거웠는데
북사랑님의
글을 읽으니 그런 문제점도 있을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어제 만들고 온
눈사람은 잘있는지 궁금하네요^^

얄라알라 2021-01-13 15:54   좋아요 2 | URL
가족분들 같이 만드셨다면 더욱 훈훈한데요^^ 눈이 오면 소음이 흡수되는지, 목소리가 더 깊고 또렷하게 들려요. 가족분들과 행복하셨겠어요^^

scott 2021-01-13 0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눈송이는 걱정이 앞서지만 어제처럼 눈송이 날리는 날에 눈사람 만들어본 1人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한테 헷코지 않했으면 ㅋㅋㅋ

붕붕툐툐 2021-01-13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치지 마세요인데 이미 해침을 당한 거 같은 눈사람이 짠해 보이네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매력쟁이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