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망구엘의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책이 '세종서적'이라는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인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북이십일'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두 책은 서로 내용의 유사한 점이 그다지 없고, 출판사와 역자 그리고 출판사까지 다르다. 그런데 일러스트 작가가 두 책의 표지를 맡았는지 비슷한 느낌의 뉘앙스를 풍긴다.  

 

  

  비슷한 예로 정유정의 『7년의 밤』과 『미칠 수 있겠니』의 표지를 들 수 있다. 이 두 책은 둘 다 국내소설이라는 것 외에는 장르, 저자, 출판사가 다르다. 그렇지만 표지일러스트 작가가 똑같았나 보다. 둘은 왠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만 그런가?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데, 이 책의 공통점은 '7'이 핵심 키워드라는 거다.

 

 

 P.S: 『7년의 밤』이 영화화된단다. 나오면 볼 생각.  

 오늘은 광복절이다. 우리나라의 독립과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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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2011-08-2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에 두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이호석 작가님이 그리신 표지 일러스트네요.

starover 2011-08-24 13:46   좋아요 0 | URL
답변 감사합니다^^
책에 일러스트작가를 표기한 부분은 어디 있나요?
 

  나는 보통 한 달을 세 분기로 나눈다. 1일부터 10일까지 상반기, 11일부터 20일까지 중반기, 21일부터 마지막 일까지 하반기로. 조금 비보편적인 방법인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왠지 이 날이 되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는데, 그 중 내 마음에 와닿은 것들을 골라본다. 

   

 찰스 다윈의 서간집이 두 권으로 나뉘어 출판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다윈의 편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다윈은 평생동안 편지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원』과 『진화』라는 다윈 사상의 두 가지 핵심 주제를 작품의 제목으로 삼았다. 그의 인간적 모습과 작품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굴드가 서문을 썼다. 

 

 

 

  

 이게 어떤 작품인지 전혀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또는 각종 매체를 통해 톨킨과 그의 『반지의 제왕』을 아는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작품의 아이디어가 주로 핀란드어와, 이 작품에서 비롯되었다면 믿겠는가? 약 750쪽짜리 서사시가, 3000쪽에 가까운 산문의 서사시를 탄생시킨 원천이 되었다면 믿겠는가? 『칼레발라』는 전적인 핀란드 민족의 이야기이자 핀란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책 소개에서도 써져 있듯이, '번역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좋은 번역인지는 그 다음에 살펴보고. 그림도 실려있어서 읽기 편할 것 같다. 

  

 

  

 장정일 작가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아주 즐겁고도 진지하게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의 독서 일기는 상당히 정치적이라서 위험하고, 위험해서 강하고, 강해서 힘(power)이 있고, 힘이 있어서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그나저나 장정일 작가의 그런 위험한 책들도 벌써 17년째이고, 이번 책이 아홉 번째다. 목차에는 내가 읽은 책(예컨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도 있었고, 조지 오웰의 책도 있어서, 그 책에 대해 저자가 어떤 견해를 보일지 기대된다. 과연 1권에서 맛 본 그것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처음에 제목을 보고 웃겼다. 게코스키라는 이름을 처음 봐서, 유머스러웠다. 사실 게고스키는 세계적인 희귀본 서적상이자 장서가, 독서광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사적인 책들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월든』, 『명상록』과 같은 고전부터 로알드 달의 『마틸다』 같은 동화까지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그의 과거니까 모든 게 비롯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그야말로 그의 독서 편력이 게코스키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단하다.  

  

 원래 어려운 고전에는 해설서가 많은 법이다. 또, 해설서만큼이나 번역서가 많다. 오래된 고전은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해설서와 번역서의 홍수 속에서 어떤 책을 정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신작을 골라본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는 『장자』 전체를 해설하는 게 아니다. 마치,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이 쓴 해설서를 믿고 맡긴다는 듯한 태도다. 어쨌든, 이 책은 「내편」 부분을 한 문장도 빠짐없이 모두 해설하는 놀라운 시도를 한다. 물론 해설서인 동시에,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보통 우리는 이야기를 보고, 그 다음 저자를 본다. 그래야 나중에 신작이 나올 때, 우린 저자를 본 후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서로간의 신뢰 관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이런 고전에 대한 입문, 해설서가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제발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가 죽은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독일 작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있다. 그는 갑자기 죽었다. 그래서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이 책을 비롯해서 세 권뿐이다. 『토성의 고리』는 그의 세 번째 작품으로, 1995년에 쓰여졌다. SF 소설 같은 게 아니라, (그런데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인간의 문명에 대한 통찰을 여행기처럼 풀어낸 책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첫 번째 소설을 제외한, 세 소설만이 출간되어 있다. 진한 여운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보니 『표백』이 떠오르고, '표백 세대'가 떠오른다. 고예나 작가는 '클릭 시대'를 만든다. 클릭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모두 찾을 수 있고, 사랑마저도 찾을 수 있는 사이트 '클릭 미'가 소설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현실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렇기에 이들은 현실과 가상 공간 사이의 정체성, 이중 생활 등에 괴로워 한다. 궁극적으로 '표백 세대'나 '클릭 세대'는 모두 청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애절하다. 이 기회에 고예나 작가가 누군지 알아보고 싶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책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추천사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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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over 2011-08-1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원하는 책들만 따로 모아놓을 수 없을까? 훗날 이 책들은 다시 돌아볼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올랜도』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작품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을 쓰게 해주신 이전의 문인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신 분들 등, 모두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그 이름을 다 밝힐 수 없고, 또 감사드리는 사람이 3쪽에 달한다. 사실 직접 읽다 보면 꽤 감동적이다. 

 그런데..... 각주에 이렇게 써 있다. (강조는 필자)

 "이 책이 참된 의미의 전기가 아니듯이, 이 서문도 '장난삼아' 쓴 것이다.) 

 What? 지금 장난 합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그게 장난이라니. 이 주석을 보는 순간, 엄청난 실망이 나를 덮쳤다. 버지니아 울프, 작품의 시작을 기대를 품고 시작할 수 있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사람 가지고 장난을 쳐버리다니.... 독자를 상대로 말이다...  

 이런 실망을 겪긴 해도, 아직 작품을 다 읽지 않았으니(사실 서문을 빼고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 기대를 해 본다.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출간해준 솔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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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7월의 주목 신간 '소설'을 고르라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7월은 가장 소설로 풍성한 달이었기 때문이다. 5개를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러나 기쁨을 가지고 해 본다. 

 

  

 이제야 국내에 번역된 소설이다.『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상 수상작은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부류 안에 들어간다. 나아가,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은 보통 소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서서히 표백되는 이들에게 다시 색깔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과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 기대된다. 

 

  

 철수. 민수. 영희. 어느새 이 사회에서 너무나 흔한 이름이 되어버린 이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철수는 이 사회의 약자이자 소외된 패배자, 즉 루저이다. 학벌, 키, 재산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철수는 문득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고장났다'고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철수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루저라고 취급되는 까닭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한다. 오늘의 작가상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철수 사용 설명서』는 루저들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좋은 소설은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할 때 나온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작품이다.  

 

   

 『천 명의 백인신부』는 인디언에 대한 소설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개발을 목적으로 인디언에게 저지른 만행이 많은 미국의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천 명의 백인 신부』는 그런 부류의 소설이다. '천 명의 백인 신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도모하자!'는 인디언들의 담대하고 황당한 주장으로 500쪽짜리 소설은 시작한다. 인디언들의 생각은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으니 자식들이라도 백인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음모가 있다고 여기고 은밀하게 백인 신부들을 인디언 캠프로 보낸다. 이 애잔한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인디언에 대해 다루는 소설은 대부분 '억울한 역사의 피해자'인 인디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개발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인들의 만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 소설은 그 두 마리 토끼를 탁월하게 잡아낸 책이다. 

  

  이재익 작가의 신작이 돌아왔다. 제목은 『싱크 홀』이다. '싱크홀(sinkhole)'이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세계 각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현상이다. 싱크 홀이 일어난 땅 위에서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 깊이 또한 수백 미터가 넘는다. (영화 <2012>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재익 작가는 만약 이 '싱크홀' 현상이 서울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소설로 꾸몄다. 『싱크 홀』에 등장하는 123층의 초고층 타워인 '시저스 타워'는 환경론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어진 '한국의 바벨탑(신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그리고 개장식 자정, 카운트다운 'O'를 외치는 순간,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여 건물은 그대로 땅 속으로 가라앉게 되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소설의 주제는 싱크홀을 통해 깨닫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순수한 사랑의 열망과 믿음, 그리고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심리 묘사다. 무척 재미있는 명작 소설이 될 것 같다. 328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어떻게 이 커다란 재난을 농축할 수 있는지, 내심 기대해 본다. 비록 이 소설은 재난 소설이지만 '시저스 타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으로 작품성을 인정하겠다.

 

 책은 상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새로운 영화에 의해 곧 잊혀지고 만다. 물론 그 중에서도 매우 훌륭한 영화는 '고전 영화' 또는 '명작 영화'라는 호칭을 얻고 계속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한 번 보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가치가 있는 책은 꾸준히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취향에 입각해서 고른 것만이 아니다. 그 작품의 주제 의식도 고려해서 골라보았다. '현실 비판'을 가지고 있는 책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런 책들에 주목한다. 책은 계속 보면서 씹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어떤 의미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나는 신작 중에서 이번에 평가할 수 있는 책이 하나 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비판적 요소를 주의깊게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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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신간을 일일이 다 돌아보는 건 나에게 힘들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만 가지고 7월의 신간을 돌아보겠다. 

   

 『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속 항설백물어』와 같은 작품은 독특한 위치에 선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전해져 고전 요괴 설화가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과거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더해진다. 나쓰히코의 장대한 이야기는 우리를 즐겁게 할 것이다. 한편, 『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안드레아 히라타의 자전적인 소설로, 2008년에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도네시아의 벨리퉁 섬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작은 학교를 지키기 위한 여교사의 고군분투와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의 수가 부족하여 학교문을 닫을 위기와 학교 아래에 묻혀 있는 주석 때문에 건물 자체가 붕괴될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궁금해 진다. 소설의 결말은 아름답겠지. 그 과정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달린 것이다.  

  

 『홀로 서기』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여성이 남자 없이,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홀로 서기』의 주인공 여성은 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을 받지만, 곧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똑같은 여성인 그녀이기에,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심리를 솔직하게 털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오스트리아 작가를 보는 것 같다. 동유럽 작가는 서유럽 작가들에 비해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오스트리아의 스티븐 킹'이라고 불리는 파울루스 호흐가터러의 심리스릴러인 이 책은 실제로 의사인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정신과 의사답게, 자신만의 시점으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문체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내면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 다른 유럽 작가(벨기에 작가) 베르휠스트의 작품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유년기의 자신을 모델로 삼은 주인공 디미트리가 아버지와 삼촌들과 보낸 이야기, 그리고 그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가난, 죽음, 이별 등 소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일들을 자각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미래의 자신이 돌아보는 유년 시절의 과정을 유쾌함과 풍자를 담아 서술한다. 배수아 작가가 옮겼다.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다양한 장르와 기독교를 한 권의 소설에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동시에, 기독교 신앙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이다. 『라스트 크리스천』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의문의 병에서 살아남은 선교사의 딸 애비게일 콜드웰은 미국의 기독교를 어떻게든 알리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미국에서 기독교는 사라져 버렸다. 애비게일은 그야말로 '라스트 크리스천(마지막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기독교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힌트는 도련님』은 백가흠 작가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힌트는 도련님'은 소설 쓰기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친 소설가가 소설 쓰기의 방법에 대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이외에도 자전적인 소설을 비롯하여 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유혹, 이 소설, 무척 길다. 권지예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정말 '장편'소설 느낌이 팍 든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한국 문학사에 전례없는 '강한 여성'을 창조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에게 억눌림 받아야 하며 성적으로 억제받아야 하는 여성상이 아니라, 욕망에 솔직하고 경제적 기반이 충실한 여성상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외설적인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소설은 더 많은 인물을 나타냄으로써 21세기 사회의 욕망을 다양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유혹의 기술로 자신의 독립적인 길을 나아간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년에 이 책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등록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현실은 표백되어야 한다.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와 『아가미』로 유명해진 구병모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편은 등단 이후 곳곳에 올린 단편소설이고, 나머지 두 편은 새로운 단편소설이다. 모든 연재글이 그렇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재된 글이 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그 전에 구병모 작가의 단편 소설을 본 사람이라도 이 단편집을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이언 뱅크스는 영국 문학계를 이끄는 저명한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공범』은 그의 스릴러로, 1인칭과 2인칭이 교차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캐머런과 '너', 그리고 도시 사이에 숨겨진 진실이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를 묵인하는 우리 역시 공범이 아니냐는 묵언의 질타를 주는 책이다. 오래 전의 작품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르 클레지오의 『홍수』가 그렇듯이, 과거의 방식도 돌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체코 작가들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렇지만 체코라는 나라 안에서는 유명한 작가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19세기부터 20세기를 이끈 체코의 19명의 소설가들의 걸작들이 모여 있다. 특히 얀 네루다나 카렐 차페크 같은 우리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두 개가 수록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매우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서 코난 도일이다. 제목 『셜록 홈스의 라이벌』의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가 바로 도일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정확히 700쪽짜리의 이 양장본은 코난 도일 시대의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의 단편소설까지 담고 있다. 그들은 '셜록 홈스의 라이벌'이라고 불렸다. 한 시대에 이야기꾼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불멸의 이야기꾼은 그 중에서도 걸출한 법이다. 또한, 여기에는 아서 코난 도일의 미발표 작품과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70점의 삽화가 담겨 있어서 '셜록키언'을 위한 또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ㅡㄴ 다. 이 책의 의의 중 하나는 한국의 셜록키언이신 정태원님께서 번역하신 데에 있다. 그리고 기억하라. 코난 도일 이외의 작가들 역시 위대하다는 사실을. 사람의 가치는 다 고귀한 법이다.  

 

 오, 난 정말 일본 소설이 취향이 아닌가 보다..... 그렇지만 『까마귀의 엄지』는 왠지 읽고 싶어진다. 『도둑괭이 공주』나 『자산 정약전』 같은 국내 소설도. 소설만으로 신간을 돌아보는 방식도 그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달은 유난히 맘에 드는 소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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