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7월의 주목 신간 '소설'을 고르라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7월은 가장 소설로 풍성한 달이었기 때문이다. 5개를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러나 기쁨을 가지고 해 본다. 

 

  

 이제야 국내에 번역된 소설이다.『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상 수상작은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부류 안에 들어간다. 나아가,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은 보통 소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서서히 표백되는 이들에게 다시 색깔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과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 기대된다. 

 

  

 철수. 민수. 영희. 어느새 이 사회에서 너무나 흔한 이름이 되어버린 이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철수는 이 사회의 약자이자 소외된 패배자, 즉 루저이다. 학벌, 키, 재산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철수는 문득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고장났다'고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철수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루저라고 취급되는 까닭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한다. 오늘의 작가상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철수 사용 설명서』는 루저들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좋은 소설은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할 때 나온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작품이다.  

 

   

 『천 명의 백인신부』는 인디언에 대한 소설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개발을 목적으로 인디언에게 저지른 만행이 많은 미국의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천 명의 백인 신부』는 그런 부류의 소설이다. '천 명의 백인 신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도모하자!'는 인디언들의 담대하고 황당한 주장으로 500쪽짜리 소설은 시작한다. 인디언들의 생각은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으니 자식들이라도 백인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음모가 있다고 여기고 은밀하게 백인 신부들을 인디언 캠프로 보낸다. 이 애잔한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인디언에 대해 다루는 소설은 대부분 '억울한 역사의 피해자'인 인디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개발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인들의 만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 소설은 그 두 마리 토끼를 탁월하게 잡아낸 책이다. 

  

  이재익 작가의 신작이 돌아왔다. 제목은 『싱크 홀』이다. '싱크홀(sinkhole)'이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다. 세계 각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현상이다. 싱크 홀이 일어난 땅 위에서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 깊이 또한 수백 미터가 넘는다. (영화 <2012>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재익 작가는 만약 이 '싱크홀' 현상이 서울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소설로 꾸몄다. 『싱크 홀』에 등장하는 123층의 초고층 타워인 '시저스 타워'는 환경론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어진 '한국의 바벨탑(신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그리고 개장식 자정, 카운트다운 'O'를 외치는 순간,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여 건물은 그대로 땅 속으로 가라앉게 되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소설의 주제는 싱크홀을 통해 깨닫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순수한 사랑의 열망과 믿음, 그리고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심리 묘사다. 무척 재미있는 명작 소설이 될 것 같다. 328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어떻게 이 커다란 재난을 농축할 수 있는지, 내심 기대해 본다. 비록 이 소설은 재난 소설이지만 '시저스 타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으로 작품성을 인정하겠다.

 

 책은 상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새로운 영화에 의해 곧 잊혀지고 만다. 물론 그 중에서도 매우 훌륭한 영화는 '고전 영화' 또는 '명작 영화'라는 호칭을 얻고 계속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한 번 보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가치가 있는 책은 꾸준히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취향에 입각해서 고른 것만이 아니다. 그 작품의 주제 의식도 고려해서 골라보았다. '현실 비판'을 가지고 있는 책이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런 책들에 주목한다. 책은 계속 보면서 씹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어떤 의미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나는 신작 중에서 이번에 평가할 수 있는 책이 하나 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비판적 요소를 주의깊게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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