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신간을 일일이 다 돌아보는 건 나에게 힘들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만 가지고 7월의 신간을 돌아보겠다. 

   

 『세 얼간이』는 먼저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은 인도의 젊은 작가 체탄 바갓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우선 이 소설은 매우 유쾌하다.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부르는 IIT 대학의 세 천재들이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이 작품이 우리 기억에 남는 까닭은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인도의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인도인이지만, 성공이라는 목표 때문에, 현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점수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세 얼간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대학 사건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속 항설백물어』와 같은 작품은 독특한 위치에 선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전해져 고전 요괴 설화가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과거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더해진다. 나쓰히코의 장대한 이야기는 우리를 즐겁게 할 것이다. 한편, 『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안드레아 히라타의 자전적인 소설로, 2008년에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도네시아의 벨리퉁 섬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작은 학교를 지키기 위한 여교사의 고군분투와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의 수가 부족하여 학교문을 닫을 위기와 학교 아래에 묻혀 있는 주석 때문에 건물 자체가 붕괴될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궁금해 진다. 소설의 결말은 아름답겠지. 그 과정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달린 것이다.  

  

 『홀로 서기』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여성이 남자 없이,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홀로 서기』의 주인공 여성은 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을 받지만, 곧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똑같은 여성인 그녀이기에,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심리를 솔직하게 털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오스트리아 작가를 보는 것 같다. 동유럽 작가는 서유럽 작가들에 비해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오스트리아의 스티븐 킹'이라고 불리는 파울루스 호흐가터러의 심리스릴러인 이 책은 실제로 의사인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정신과 의사답게, 자신만의 시점으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문체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내면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 다른 유럽 작가(벨기에 작가) 베르휠스트의 작품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유년기의 자신을 모델로 삼은 주인공 디미트리가 아버지와 삼촌들과 보낸 이야기, 그리고 그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가난, 죽음, 이별 등 소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일들을 자각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미래의 자신이 돌아보는 유년 시절의 과정을 유쾌함과 풍자를 담아 서술한다. 배수아 작가가 옮겼다.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다양한 장르와 기독교를 한 권의 소설에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동시에, 기독교 신앙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이다. 『라스트 크리스천』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의문의 병에서 살아남은 선교사의 딸 애비게일 콜드웰은 미국의 기독교를 어떻게든 알리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미국에서 기독교는 사라져 버렸다. 애비게일은 그야말로 '라스트 크리스천(마지막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기독교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힌트는 도련님』은 백가흠 작가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힌트는 도련님'은 소설 쓰기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친 소설가가 소설 쓰기의 방법에 대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이외에도 자전적인 소설을 비롯하여 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유혹, 이 소설, 무척 길다. 권지예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정말 '장편'소설 느낌이 팍 든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한국 문학사에 전례없는 '강한 여성'을 창조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에게 억눌림 받아야 하며 성적으로 억제받아야 하는 여성상이 아니라, 욕망에 솔직하고 경제적 기반이 충실한 여성상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외설적인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소설은 더 많은 인물을 나타냄으로써 21세기 사회의 욕망을 다양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유혹의 기술로 자신의 독립적인 길을 나아간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년에 이 책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겨례문학상도 벌써 16회째다.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등록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걸출한 책이 뽑히기 마련이다. 상과 추천사만으로 그 책의 가치를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표백』에서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역시나 '청년'들이다. 사회의 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표백되는 '표백 세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자살하는 청년들의 비극을 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 현실은 표백되어야 한다. 결코 있어선 안 된다.  

『고의는 아니지만』은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와 『아가미』로 유명해진 구병모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편은 등단 이후 곳곳에 올린 단편소설이고, 나머지 두 편은 새로운 단편소설이다. 모든 연재글이 그렇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재된 글이 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그 전에 구병모 작가의 단편 소설을 본 사람이라도 이 단편집을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이언 뱅크스는 영국 문학계를 이끄는 저명한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공범』은 그의 스릴러로, 1인칭과 2인칭이 교차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캐머런과 '너', 그리고 도시 사이에 숨겨진 진실이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를 묵인하는 우리 역시 공범이 아니냐는 묵언의 질타를 주는 책이다. 오래 전의 작품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르 클레지오의 『홍수』가 그렇듯이, 과거의 방식도 돌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체코 작가들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렇지만 체코라는 나라 안에서는 유명한 작가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19세기부터 20세기를 이끈 체코의 19명의 소설가들의 걸작들이 모여 있다. 특히 얀 네루다나 카렐 차페크 같은 우리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두 개가 수록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매우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서 코난 도일이다. 제목 『셜록 홈스의 라이벌』의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가 바로 도일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정확히 700쪽짜리의 이 양장본은 코난 도일 시대의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의 단편소설까지 담고 있다. 그들은 '셜록 홈스의 라이벌'이라고 불렸다. 한 시대에 이야기꾼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불멸의 이야기꾼은 그 중에서도 걸출한 법이다. 또한, 여기에는 아서 코난 도일의 미발표 작품과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70점의 삽화가 담겨 있어서 '셜록키언'을 위한 또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ㅡㄴ 다. 이 책의 의의 중 하나는 한국의 셜록키언이신 정태원님께서 번역하신 데에 있다. 그리고 기억하라. 코난 도일 이외의 작가들 역시 위대하다는 사실을. 사람의 가치는 다 고귀한 법이다.  

 

 오, 난 정말 일본 소설이 취향이 아닌가 보다..... 그렇지만 『까마귀의 엄지』는 왠지 읽고 싶어진다. 『도둑괭이 공주』나 『자산 정약전』 같은 국내 소설도. 소설만으로 신간을 돌아보는 방식도 그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달은 유난히 맘에 드는 소설이 많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