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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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가 고향인 요노스케는 대학을 위해 도쿄로 오게된다. 대도시에서 처음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와닿는 한편 요노스케의 행동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여자 친구도 사귀고 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책의 내용은 요토스케가 대학을 입학한 직후 부터 1년간의 생활이 주된 줄거리가 되고, 간간히 20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성인이 된 주변인물들의 변화된 모습과 요노스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겹치는등 시공간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개된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초반에는 이렇게 평범한 캐릭터가 어떻게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지방에서 살다가 공부하기 위해 대도시로 옮겨간 것도 그렇고 대학 새내기의 일상이란 것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범위안에 속한다고 여겨질 만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노스케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이 그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씩 밝혀질때마다 나즈막한 감탄사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 작가이면서도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가는 글을 쓰는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오기와라 히로시와 비슷한 선상에 놓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작가이기도 한데,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혹자는 일본 소설의 특징과 장점을 꼽을 때, 한국소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파격적인 소재를 쓴다든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의 선과 악을 파헤침으로써 금기시 되어왔던 것들을 과감하게 끌어낸다는 점 등을 꼽곤 하던데, 그런 부분에 대해 인정은 하지만 여전히 서정적이면서 잔잔한 문체를 선보이는 작가들에게 더 공감이 가고 끌린다. 현실과의 거리감이 좁혀질수록 소설에 감정이입이 된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평범하다' 라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했다. 앞서 요노스케의 일상을 '평범하다'라고 말했을 때는 그저 튀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묻어가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요노스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이었다. 
 

 가령 빌딩에서 거리를 내려다 본다고 가정해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유독 튀는 외모를 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특별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평범한 사람일까? 학창시절 반에서 줄곧 1등을 다툰 친구는 특별하고 나머지는 모두 평범한 학생인 것일까? 대답은 '모든 사람은 평범하지 않다.' 라는 것이다. 요노스케를 몰랐다면 그렇다고 대답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사람을 지칭할땐 절대 '평범한' 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할 것 같다. 요노스케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겐 적어도 '잠재된 비범함'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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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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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더 버벅거리게 된다. 솔직히 인정하자. 결코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지금 누군가 내게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말해보라고 하면 이렇다. 조금은 외롭고 소외된 듯한 느낌, 인생무상까지는 아닌데 왠지 쓸쓸하다. 또한 무엇인가로부터 내면의 나 자신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면서 조금은 무기력해 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여름 바닷가에 갔을 때 고무 보트 하나 띄워놓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는 나를 남편이 이리저리 끌어 주었는데 그때 올려다 본 맑디 맑은 하늘과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부조화 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 중 한명이자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를 꼽으라면 김연수 작가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두 권인데 이상하게도 두 번다 앞의 몇장을 읽고는 덮어 두었다. 처음 몇장을 읽는 동안 문체가 단조롭게 느껴지면서 좀처럼 몰입하지 못하고 겉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언젠가 다시 끄집어 낼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 이유다. 

 이번에는 단편이라서 확실히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것에 용기를 얻은 것 같다. 그런데 앞의 경우처럼 소재나 내용이 흥미롭다든지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는지,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든지 하는 말은 못하겠다. 단편인데도 어려웠다. 각각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묻어가는 느낌이라든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감은 오는데 제대로 잡히지는 않는다. 더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 맞는지도 두렵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저마다 아픔이 있고 그 아픔으로 인한 흉터가 있다. 상처를 떠올릴 수 있는 일체의 단어나 상황을 외면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것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증거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 라고한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아픔은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끄집어 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처, 상실, 아픔을 되짚어 보는 과정이 그렇게 유쾌하거나 재미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겐 각각의 단편들이 가벼움으로 포장된 묵직함으로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그토록 불편했던 마음이 그 누군가의 상처가 바로 나의 상처이기 때문은 아닐까, 어쩜 나는 이토록 고독하고 슬픈 자아를 되돌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산다. 육체적으는 수명을 다한 세포들이 죽고 새로운 것이 생성될 것이고, 정신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쌓여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는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 가사처럼 일상에서 겪는 상실은 우리의 사고를 더욱 깊게 만들고 더 멀리 성큼성큼 걸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라고 했던 작가의 말처럼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사랑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마음 속에 무언가 지킬 것을 품을 때, 가장 빛나는 열정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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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귀 토끼 모두가 친구 1
다원시 지음, 심윤섭 옮김, 탕탕 그림 / 고래이야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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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이는 꼬마 토끼입니다. 토끼처럼 생기지 않았다구요? 동동이는 평범한 토끼와는 조금 달라요. 귀가 짧고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답니다.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아요. 동동이는 친구 미미와 함께 신나게 뛰어 다니면서 놀았죠.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짧은 귀가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시무룩해지곤 했어요.   


 

 

 동동이는 귀가 길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했어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거나 귀에 물을 주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빨래줄에 매달아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동동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귀는 조금도 길어지지 않았어요. "아가, 네 귀는 귀엽고 특별하단다." 엄마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죠. 미미도 언젠가는 귀가 길어질 거라며 동동이를 위로해 주었어요. 하지만 동동이는 자신의 귀를 볼때마다 화가 났어요. 심지어는 모자로 귀를 가리고 다녔답니다.  

 




 '두고 봐! 세상에서 가장 길고 멋있는 귀를 만들고 말 거야.' 어느날 동동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귀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엄마가 빵을 굽던 장면을 떠올리며 밀가루와 크림, 달걀, 설탕의 재료를 가지고 '토끼 귀' 빵을 만들어 물엿으로 머리에 붙였어요. 친구들은 동동이의 귀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동동이도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동동이가 움직일 때마다 맛있는 빵냄새가 솔솔 풍기자 친구들은 침을 삼켜야 했어요. 게다가 부근의 독수리가 냄새를 맡고 나타났어요. 동동이는 '토끼 귀' 빵을 잘 지킬 수 있을지. 동동이와 친구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토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커다란 귀, 빨간 눈, 하얀 털 등이겠죠. 이처럼 토끼에게 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동동이는 그 귀가 다른 친구들보다 작고 통통하기만 해서 고민이었던 거에요. 귀를 커지게 하려도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하는 동동이의 노력이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결국 '토끼 귀' 빵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지만 맛있는 빵냄새를 풍기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네요.

 

 준민이는 태어날 때부터 손바닥에 밥알 만한 점이 있었어요. 아가들의 손발이 워낙에 작다보니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커질텐데 혹시라도 아이가 그 부분에 신경을 쓸까봐 은근히 걱정되더군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신체의 어느 부위든지 점이 생길수가 있고, 몸에 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었어요. 그리고 그 점 때문에 준민이가 더 특별하다고 말해주었는데 지금은 완두콩 만한데도 오히려 자신의 점을 자랑스러워 하더라구요. ^^;;

 

 사람은 저마다 특별한 장점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조차도 말이에요.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남과 다른 점을 가졌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다르다는 것이 장점이 되면서 남들보다 특별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동동이도 짧은 귀 때문에 의기소침했었지만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결국은 자신의 길을 찾게되었어요. 짧은 귀 토끼 동동이를 만나서 참 기분좋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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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교양강의>를 리뷰해주세요.
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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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팩션을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는 제가 오르기엔 너무 높은 산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지금까지 제대로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사기 교양 강의>를 통해서 접하게 된 <사기>는 생각보다 참 친근하고 쉽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으면서 낯익은 장면들이 참 많았어요. 진시황의 이야기, 유방과 항우, 여태후 이야기 등 <사기>에 나오는 많은 내용들이 이미 다른 책에서 한번 이상은 접했던 내용들이었네요. 그런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너무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죠.

 

 사마천은 대대로 역사를 정리하던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평생을 <사기>를 집필하는데 바쳤지요. 심지어는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자청하여 궁형을 받을만큼 역사 편찬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중국이란 나라, 예나 지금이나 땅도 넓고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다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서양사에서도 '전쟁'을 빼고는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중국의 경우도 제후국간에 끊임없는 전쟁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후계자 다툼을 비롯하여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 다툼으로 얼룩져 있었지요. 

 

 개인적으로 <사기> 읽으면서 가장 관심깊게 읽었던 부분이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 입니다. 중국의 경극 소재로로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영화 '패왕별희' 로도 제작되었던 내용이죠. 항우가 영웅호걸임에는 틀림없었으나 정치적인 면에서는 유방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주장에 참 공감이 가는것이 항우는 호방한 장수의 기질만 앞세워 사람 볼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유방은 대업에 힘이 되어줄 장수와 책략가가 있었지요. 어찌보면 그 또한 운명이고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중국 최초의 황제로 등극했던 진시황의 경우는 엄청난 유물과 유적지로 유명하지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돌아보지 않은 결과로 진시황 사후에 곧바로 혼란에 빠져버린 진나라를 떠올리면, 그토록 화려한 생활을 누리면서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의 꿈이 일장춘몽처럼 느껴집니다. 유방이 죽은 후에도 후계자 문제로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권력을 장악한 여후의 횡포가 참으로 무섭게 그려집니다. 유방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척부인에게 잔인하게 복수하는 것도 그렇고 평범한 시골 아낙이었던 여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찌보면 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권력'이 무서운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권력의 중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를 보호한 장량이야말로 사기를 통틀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기 교양 강의>를 읽으면서 <사기>가 이렇게 쉬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흐뭇했습니다. 지금까지 단편으로만 알고 있던 사기를 한 권으로 제대로 읽으니 중국의 2천년 역사가 한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사기는 형식면에서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앞의 이야기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복습도 되고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또한 객관적으로 서술되어야 마땅한 역사가 사마천이라는 사람의 생각을 거쳐 기록되면서 약간은 과장되기도 하고 상상이 가미되거나 특정인물에 대한 편애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사기를 읽을 때는 사마천을 읽는다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에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얼마나 귀한 자료가 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순간 중국이란 나라를 떠올릴 때, 거대한 땅덩이 보다 더 탐이 나는 것이 사마천과 <사기>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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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 동무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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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바느질을 좋아하는 부인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부인을 '빨강 두건 아씨'라고 불렀지요. 아씨에게는 일곱 동무가 있었는데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 랍니다. 어느날 아씨가 낮잠 든 사이 일곱 동무들은 서로의 재주를 뽐내기 시작했어요. 자 부인은 옷감을 넓고 좁음, 길이를 재는 자신의 재주가 으뜸이라고 주장했고, 가위 색시는 재기만 하고 자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말을 받았죠.  

 



 

그러자 바늘 각시는 잘라 놓은 옷감을 꿰메야 하니 자기가 으뜸이라고 나섰고, 홍실 각시는 실 없는 바늘을 비웃었어요. 이들을 지켜보던 골무 할미도 나서서 아씨를 보호해 주는 이가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인두 낭자와 다리미 소저까지 나서서 마무리는 누가 하며 맵시는 어쩔 것이냐며 다투었어요. 일곱 동무들이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깬 아씨는 화를 내며 "내 손 없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 몸이 제일이지." 라고 하며 돌아누워 다시 잠이 들었어요.  

 





 아씨의 반응에 일곱 동무들은 어쩔줄을 몰라했어요. 지금까지 아씨를 위해 일했던 자신들의 공을 몰라주니 너무나도 섭섭했던 것이지요. 한편 아씨는 꿈 속에서 바느질을 하려는데 일곱 동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일곱 동무들은 아씨를 깨워 눈물을 닦아 주면서 서로 사과하고 화해를 한답니다. 아씨와 일곱 동무들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바느질을 시작했어요. ^^   

 




글 읽는 선비들에게 문방사우(붓, 먹, 종이, 벼루)가 있었다면 여인네들에겐 규중칠우라 하여 일곱 동무(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있었어요. 요즘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 같은 곳에서 구입하지만 예전에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해서 해결했어요. 옷도 직접 만들어 입었는데 옷감을 사다가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고 다리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여인들의 손을 거쳐서 완성했답니다. 

 



 이처럼 여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바느질 도구를 의인화해서 지은 <규중칠우쟁론기> 라는 고문이 있어요. 그 내용을 현대에 맞게 동화로 완성시킨 책이 <아씨방 일곱 동무> 랍니다. 일곱 동무들이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주장을 펼치는 장면이 우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해요. 마치 다섯 손가락이 서로 자기가 제일이라고 다투는 이야기나 눈, 코, 입, 귀가 입씨름을 하는 내용과도 흡사하지요.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소중한데 누가 제일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대답을 못할 거에요. ^^

 

 <아씨방 일곱 동무>는 우선 우리 옛이야기라서 정감이 가요. 우리 조상님들은 이렇게 사셨구나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캐릭터들이 표정이 다양하고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좋아요. 아씨의 잠든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고 특히 일곱 동무들의 캐릭터를 잘 살린 그림이 맘에 드네요. 아씨한테 섭섭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내용상 심각한 부분인데도 그림을 볼 때마다 자꾸만 웃음이 나요.

 

 유아기의 시기를 넘긴 아이들이 스토리있는 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전래, 명작에 빠지게 되지요. 전래동화도 재밌지만 이 책처럼 고문을 잘 다듬어 현대에 맞게 만들어내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서 보니까 역사는 과거로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조상님들께서 남기신 것들 중 어느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요. 어떻게 다듬고 무엇을 선택해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그림책으로 만난 '규중칠우쟁론기'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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