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방 일곱 동무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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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바느질을 좋아하는 부인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부인을 '빨강 두건 아씨'라고 불렀지요. 아씨에게는 일곱 동무가 있었는데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 랍니다. 어느날 아씨가 낮잠 든 사이 일곱 동무들은 서로의 재주를 뽐내기 시작했어요. 자 부인은 옷감을 넓고 좁음, 길이를 재는 자신의 재주가 으뜸이라고 주장했고, 가위 색시는 재기만 하고 자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말을 받았죠.  

 



 

그러자 바늘 각시는 잘라 놓은 옷감을 꿰메야 하니 자기가 으뜸이라고 나섰고, 홍실 각시는 실 없는 바늘을 비웃었어요. 이들을 지켜보던 골무 할미도 나서서 아씨를 보호해 주는 이가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인두 낭자와 다리미 소저까지 나서서 마무리는 누가 하며 맵시는 어쩔 것이냐며 다투었어요. 일곱 동무들이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깬 아씨는 화를 내며 "내 손 없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 몸이 제일이지." 라고 하며 돌아누워 다시 잠이 들었어요.  

 





 아씨의 반응에 일곱 동무들은 어쩔줄을 몰라했어요. 지금까지 아씨를 위해 일했던 자신들의 공을 몰라주니 너무나도 섭섭했던 것이지요. 한편 아씨는 꿈 속에서 바느질을 하려는데 일곱 동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일곱 동무들은 아씨를 깨워 눈물을 닦아 주면서 서로 사과하고 화해를 한답니다. 아씨와 일곱 동무들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바느질을 시작했어요. ^^   

 




글 읽는 선비들에게 문방사우(붓, 먹, 종이, 벼루)가 있었다면 여인네들에겐 규중칠우라 하여 일곱 동무(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있었어요. 요즘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 같은 곳에서 구입하지만 예전에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해서 해결했어요. 옷도 직접 만들어 입었는데 옷감을 사다가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고 다리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여인들의 손을 거쳐서 완성했답니다. 

 



 이처럼 여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바느질 도구를 의인화해서 지은 <규중칠우쟁론기> 라는 고문이 있어요. 그 내용을 현대에 맞게 동화로 완성시킨 책이 <아씨방 일곱 동무> 랍니다. 일곱 동무들이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주장을 펼치는 장면이 우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해요. 마치 다섯 손가락이 서로 자기가 제일이라고 다투는 이야기나 눈, 코, 입, 귀가 입씨름을 하는 내용과도 흡사하지요.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소중한데 누가 제일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대답을 못할 거에요. ^^

 

 <아씨방 일곱 동무>는 우선 우리 옛이야기라서 정감이 가요. 우리 조상님들은 이렇게 사셨구나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캐릭터들이 표정이 다양하고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좋아요. 아씨의 잠든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고 특히 일곱 동무들의 캐릭터를 잘 살린 그림이 맘에 드네요. 아씨한테 섭섭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내용상 심각한 부분인데도 그림을 볼 때마다 자꾸만 웃음이 나요.

 

 유아기의 시기를 넘긴 아이들이 스토리있는 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전래, 명작에 빠지게 되지요. 전래동화도 재밌지만 이 책처럼 고문을 잘 다듬어 현대에 맞게 만들어내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서 보니까 역사는 과거로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조상님들께서 남기신 것들 중 어느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요. 어떻게 다듬고 무엇을 선택해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그림책으로 만난 '규중칠우쟁론기'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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