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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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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공상하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신데렐라도 되었다가 유서깊은 가문의 숨겨진 핏줄도 되었다가 하는, 그러다가 조금씩 철이 들면서는 괴로워도 슬퍼도 씩씩한 캔디나 빨강머리 앤 처럼 '현재의 나'를 인정하되 현실을 극복해가는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대부분 동화를 바탕으로 한 허황된 생각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성장기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기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서 나 자신, 주변 인물, 사물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세상을 살았으면 얼마나 살았다고 그 땐 왜 그렇게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근심 걱정이 많았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색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이라고 되어 있는데 범위를 규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굉장히 넓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 인생에 있어서 공상도, 상상도, 고민도 아닌 제대로 사색에 빠져 본 적이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 진다.
<사색의 즐거움> 이 책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문학자로 손꼽히는 위치우위가 쓴 '사색의 글'을 모아 펴낸 것이다. 기존에 출간된 50여권의 책 중에서 주옥같은 글만 모아 편집한 것이니 내용상의 검증이야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저자는 인류와 문화, 문명, 폐허, 여행, 예술, 삶, 우정, 감정...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삶과 인생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해준다.
'사색'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는지라 내용과 서술에 있어서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철학과 사상에 관한 인문학 책을 읽는 것 처럼 어려운 문장도 있다. 길가에 핀 꽃을 보고도 평범한 아낙과 건장한 청년과 아이들... 사람들이 저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진데,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 선배로서 글을 쓰는 작가로서 인문학자로서의 깊이가 묻어나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전체적으로는 주제가 분명하게 나뉘고 한 가지 주제 안에서도 짧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가 편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예전의 글을 다시 모아 출간하는 책에 대해 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적지 않은 분량의 내용을 담음에 있어서 저자가 영감을 받았던 장소나 예술작품 등 이미지를 함께 편집해 주었더라면 무게있는 글귀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마음이 보다 가볍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지치고 바쁜 일상에서 책 한 권을 통해 잠시나마 삶과 인생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밑줄 긋다
"문명은 일종의 겉치레가 될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 그 마지막 지향점은 인류를 보호하는 길이다. (p.14)"
"비극이 없으면 비장함도 없고, 비장함이 없다면 숭고함도 없다. 설봉이 위대한 까닭은 산등성이에 등산가의 시신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대해가 위대한 까닭은 곳곳에 선체의 잔해가 떠돌기 때문이다. (중략) 인생이 위대한 까닭은 백발, 이별, 어찌할 수 없는 실패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p.63)"
"젊었을 때는 자신이 어리다고 원망하고, 나이가 들면 늙었다고 푸념을 한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p.202)"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인간 세상에서 가장 큰 재난의 핵심은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다.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