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옛날 어른들이 결혼을 해야만 어른 대우를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남녀를 따질 것 없이 부모의 그늘 아래 있다가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사회적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지기 시작했을 때라사 진정한 어른이라는 뜻이 포함되었을 터이니 말이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내리사랑이고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말, 요즘들어서야 절실히 깨닫는 것을 보니 나도 드디어 철이 들려나 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리고 5월 8일은 '어버이날' 이다. 우리는 부모님을 의미하는 어버이 날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다. 며칠전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니 어머니날에는 행사도 많고 선물이나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날은 거의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하더라. 나라와 문화는 달라도 어머니에 대한 각별함, 아버지에 대한 서먹함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가 싶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갓 태어난 어린 시절부터 각인되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다시말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길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머니를 가까이 느끼면서 자란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해서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낳을 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친정 엄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시간이 흐른뒤에, 정정하시던 아버지가 점차 기력을 잃어가시고 아버지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일 때쯤 혹은 너무 늦어 버린 후에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고향사진관> 이 책에는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고향사진관'을 물려받아 가족의 생계를 꾸리면서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주인공의 삶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 시대에는 누이들이 살림밑천 역할을 하던 때였는데 책의 주인공은 애끓는 효심으로 17년간이나 식물인간 상태인 아버지를 돌보고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동생들을 키웠다. 결국 자신의 복이겠지만 마음씨 착한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살면서도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이 결코 달라지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꿈' 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평생, 단 한 순간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을 보면서 무뚝뚝한 내 아버지가 생각나고 내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렇게 세상의 아버지들이 걸어온 길을 똑같이 걸었던 것이다. 요즘처럼 아버지들의 어깨가 무거운 때에 그 짐을 대신 짊어 질수만 있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최소한 삶의 무게 때문에 주저앉는 일은 없도록 아버지의 존재를 마음 속에 새기고 이해하려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든 아비 된 자, 부모 된 자의 심정이 그러할 것이었다. 나를 이은 핏줄은 그저 한 생명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우주의 뜻과 기운을 받아 태어난 또 다른 한 세상이다. 그러니 그 생명이 된 자는 경이로운 새 세상에 대하여 경외의 마음으로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코 두렵거나 고단한 것이 아니라 터전 된 자로서의 가장 큰 기쁨이며 소중함이 날로 더해 갈 것이었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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