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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불가사의 하다' 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너무나 많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어도 속 시원히 밝힐 수 없는 것들 말이다. 그러고보면 고대 문명이나 자연 현상 등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인체만 하더라도 아직 미스테리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움직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신경 체계도 신비스러움 그 자체지만 '인간의 마음' 특히 '사랑' 이라는 감정은 그 무엇으로도 정의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을 속이고, 뒤이어 타인을 속인다.  -오스카 와일드- "

 

 사랑을 믿으시나요?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믿는다' 라고 말할 것이다. 정말로 사랑을 믿으시나요? 라고 재차 묻는다면 그래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묻는다면... 글쎄 믿는다기 보다는 그냥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다고 한 발 물러설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고,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해본 적도 있고,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가끔씩 사랑이 무엇일까, 라며 스스로에게 되묻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어떤 학자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불과 몇 개월 혹은 몇 년이다, 라는 식으로 평균적인 기간까지 제시하더라만은 그렇게까지 해버리면 편차가 심한 개개인의 성향을 억지로 '평균'이라는 틀에 묶어두려는 시도가 무의미할 뿐더러 숫자가 주는 딱딱함까지 더해져서 사랑을 대하는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하지만 연애를 하든 결혼 생활을 하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권태기라든지 배우자의 외도같은 상황을 떠올리면 역시나 사랑이란 감정 자체에 회의감이 느껴진다.       

 

 <사랑은 없다> 이 책에서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문화적, 관념적인 영역으로 접근하기보다 인류학적인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다시말해 우리가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단지 허황된 눈속임이며 자연적이고 동물적인 생식 욕구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를 낳은 산모가 냄새로 아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부분, 여성들이 동물의 암컷처럼 드러내놓고 번식기임을 알리지 않는 것은 일종의 배란은폐로 자신의 남자를 계속적으로 붙잡아두기 위한 것이란다. 그리고 평생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볼 것을 맹세하는 결혼 서약은 자연적이지도 못하고 인간 본성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다보니 솔직히 기분이 그렇게 유쾌하진 않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하고, 그렇다고 다 읽은 후에 내 생각, 내 주장을 바꾸고 싶지도 않아 결국은 찝찝함만 남는 경우가 이번 경우다. 사랑은 애초에 의미없는 환상일 뿐이고, 인간 본성에도 위배된다고 해서 마음대로 배우자를 바꾸고, 사생아를 낳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까지 생각해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그래서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녀가 독립하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길며 재산에 대한 상속 문제등 동물들의 세계와는 다른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 수 없음에도 간통죄가 성립하고, 단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인데도 성범죄가 인정되고, 부부가 서로에게 충실해야 할 의무나 부모가 자녀를 양육해야 의무를 법과 규범으로 정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정'이나 '익숙함'으로 바뀐다고 해서 '사랑이 없다' 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설사 사랑이 인간의 자연적인 욕망을 억누르기위해 만들어낸 '아무것도 아닌 것' 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가치는 있다.  

 

 

덧붙임...  

"콜롬비아대학의 마이클 리보비츠 교수는 1983년 자신의 저서 <사랑의 화학 작용>에서 사랑이라는 상태나 사랑에 빠진 상태는 '마약 칵테일'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상태가 특정 약물이나 마약으로 인한 뇌 상태처럼 도취와 공사에 빠지고, 그 상태는 마치 발륨(신경 안정제)이나 아편, 헤로인 등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을 복용한 상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p.155)"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린다든지, 눈에 뭐가 씌였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어찌보면 사랑도 꽤나 강력한 중독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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