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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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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ll we... 로 시작하는 제목을 보는 순간 갑자기 Shall we dance? 라는 문장이 생각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워낙에 몸치인지라 춤추자고 하면 질색을 하지만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호흡을 맞춰가며 추는 탱고는 넋을 잃고 보게 되더라. 그러고보면 댄스와 대화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혼자하든 여럿이 하든 상광은 없지만 두 사람이 할 때 가장 보기가 좋고,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뜻을 강요하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에 앞서 상대를 존중하고 마음 여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겠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은 표현이 '소통의 부재' 혹은 '소통의 단절' 이라고 한다. 어릴 때 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아 놓으면 아무리 '대화'라는 걸 시도해도 의견이 좁혀지기는 커녕 더욱 반감만 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은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변화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가 라는 것이 반나절 만에 쌓을 수 있는 블럭도 아니고 엄청난 인내심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셸 위 토크>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것이다. 김미화, 김어준, 김영희, 김혜남, 우석훈, 장하준, 조한혜정, 진중권 이상 여덟 명의 이름을 늘어 놓으니 일단은 '각계 각층' 이라는 말처럼 참으로 다양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그우먼에서 시사프로 진행자가 된 김미화 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고 김영희 PD는 쌀집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 님도 은근히 반갑고 그 뒤로는 시사 문제를 다룬 책에서 자주 뵈던 분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똑같은 사회를 경험하면서도 인터뷰이들 각자가 자신의 전문 문야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듣다보니 우선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2년전 촛불 집회를 떠올리면서 촛불 정신을 이어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이면서도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오늘날의 사회 현상을 현대인들의 심리에 비추어 설명하는 사람, 우리 방송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걱정하는 사람, 현 정부에 대해 침 튀기며 비판하는 사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폭로하며 경제문제를 짚어준 사람 등 주제가 넓은 듯 하면서도 핵심만 짚어주고 있어 대부분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요즘들어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일이 있다. 예전부터 참 좋아하던 연기자였는데 이분이 정치에 입문하고나서는 네티즌들로부터 자주 공격을 받더니, 실제로도 뭔가 새로운 것을 추진하거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 솔직담백한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전문 인터뷰어의 노하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순수하고 곧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 할 말이 더 있긴 한데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 어쨌거나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본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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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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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도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단연코 '촛불'이다. 출범당시 높은 지지율로 기대를 모았던 MB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밀어붙이기식으로 수입소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받기를 원했던 국민들은 필사적으로 '국민의 뜻'을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의 뜻...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지난 세월동안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뿌렸던가! 하지만 불도저 같은 정권에 맞서 국민들이 선택한 방법은 평화적인 촛불 집회였다.

 

 <캔들 플라워> 이 책은 촛불 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그 해 5월부터 가을까지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소년소녀들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생긴 일과 한 단계 성숙하기위한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중심인물인 지오는 히피스타일의 엄마, 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애인과 함께 살던 아이인데 15세가 되면 자유롭게 여행해도 좋다는 약속에 선듯 한국행을 택한,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10대 소녀다. 지오와 인터넷으로 인연을 맺게된 희영은 학습지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4년차 직장인으로 매일 코코돌코나기펭! 이라는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며 떠날 날을 꿈꾸는 이십대다. 

 

 연우는 희영이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치료하기위해 발을 구를 때 도움을 주면서 친구가 되었고, 연우의 친구 수아는 된장녀이자 잘나가는 강남녀처럼 보이지만 폭력적인 아버지때문에 상처가 가득한 소녀다. 그리고 민기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듬직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사실을 왜곡하고 선량한 시민을 간첩인 것 처럼 몰아가는 기사를 쓴 아버지로 인해 괴로워한다. 이처럼 나이도 성별도 태어나 자란 환경도 다른 주인공들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정치꾼들의 정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정치는 변화하고 있는걸. 한쪽이 변하면 다른 쪽도 언젠가는 변하게 될 거야. 우린 자연이니까. 촛불을 경험한 연둣빛 소녀소년들이 푸르른 이십 대가 되는 때가 곧 오는걸. (p.365)"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촛불을 켜게 하고,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게 했던 그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해 진다. 물론 여전히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맨 앞줄에서 촛불을 밝혔던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동생들인 소녀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당시 언론은 386세대를 잇는,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쓴 세대라고 평하기도 했었는데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형들 보다, 부모들 보다도 더 성숙했다는 점이다. 촛불은 소녀소년들에게 정치적인 시위나 비폭력을 상징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촛불은 문화이며, '시들지 않는 꽃'이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날의 따스했던 온기에 비해 이따금씩 아득한 옛일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뿌듯함의 이면에는 언제 또 다시 그토록 뜨거울 수 있을까? 하는 서글픔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산 소고기는 잘만 팔리고 있는데 촛불 집회와 관련된 형사건은 어떻게 처리가 되고 있는지. 당시 부상을 당했던 시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교육감 선거 결과 처럼 때론 '대다수 국민들의 뜻' 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표현된다는 점도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려는 시도는 가급적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복잡하고 민감하고 골치아픈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건강한 소녀소년들의 성장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특히 순수하면서도 4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지오의 독특한 정신세계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주제를 보완해주는 역할도 한다. 중요한 것은 독자의 마음 가짐이 어떠하든지 이 책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미 - 시인 김선우의  두 번재 소설, 촛불 집회를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이라는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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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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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있어서 화려했던 한 시절, '풀밭 위의 식사'가 가장 큰 소망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땐 날마다 그런 상상을 했다. 피크닉 가방에 샌드위치 몇 조각과 음료를 챙겨넣고 푸른 잔디가 깔린 공원에 돗자리 깔고 앉아 책 읽는 상상을... 내 옆에는 영혼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한 남자가 있고 저만치 앞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내가 꿈꾸던 상황을 현실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상은 단조로우면서도 분주했다. 여유로움이 없는 단순함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결과다.

    

 <풀밭 위의 식사> 이 책은 마네의 명화 '풀밭 위의 식사'와 제목이 같다. 19세기 중반 살롱에 출품된 그림은 당시 비평가들의 표적이 되었다고 한다. 대낮에 점잖은 신사들과 벌거벗은 여인이 풀밭에 동석한다는 설정도 파격적이었지만 여인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 작품이나 음악, 미술 같은 예술 작품의 경우 당대에는 비난받았지만 후대에 그 가치는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작품들의 특징은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거나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치'라는 것은 결코 고정된 개념이 아닌 것이다.  

 

 전경린 작가의 책은 <엄마의 집> 이후에 오랜만에 읽었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여인과 이제 스무살의 된 딸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엄마의 집'은 가족의 이야기였고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거의 180도 다른 이야기다. 20대 중반이면서 아직도 미성숙한 여인과 중년의 사랑이다. 누경과 서강주,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랑은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자의 나이와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먼 친적이라는 점도 익숙치 않은데다 대학교수에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이라니... 누경은 자신이 빚어내는 유리공예처럼 위태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며칠 전에 중국소설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들어 부쩍 금지된 사랑, 운명적인 사랑, 엇갈린 운명, 치명적인 사랑 이런 주제의 소설을 대하기가 참 힘들다. 사랑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 있을 때는 가슴시린 사랑조차 낭만이요 동경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주인공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고 감정이입이 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아내와 이혼할 생각이 없는, 투병중인 부인 옆을 지키면서도 누경을 지우지 못하는 서강주를 보면 오히려 격한 감정이 생기기까지 한다. 난 이미 누경의 입장보다는 한 남자의 아내로 이 소설을 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인가?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요즘 화재가 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밀림 깊숙한 곳에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주거 개념과는 다른 생활을 한다. 특히 성인 남녀가 함께 혼숙을 하고 자녀를 낳아 공동으로 키운다는 것은 핏줄에 대한 집착 자체가 무의미함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경악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근거는 없다. 어쩜 미래인의 시각에서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억제해가면서 1부 1처제를 고집했던 현대인들이야말로 이해받지 못할 인류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일컫는 것들은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의식적인 면에 있어서는 수세기동안 '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결과가 초라할 만큼 오히려 많은 제약속에 살아간다. 타인으로 인해 속박 당하기도 하고 개개인이 스스로를 옳아매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고, 뻔히 보이는 불행한 결과를 떠올리면서도 멈추지 못했던 누경의 모습은 사회적 규범에 의한 속박이자 동시에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일 수도 있다. 문득 누경을 통해 풀밭 위의 그녀를 본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앞을 쳐다보던 그녀... "더 많이,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다치지 않아. "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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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정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기만의 정권 - 탈세와 부정으로 얼룩진 오바마 정권의 이면
미셸 말킨 지음, 김태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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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 11월, 세계인들의 눈은 미국 대선을 향해 있었다. 평소 '정치'하면 인상부터 찡그려지는 독자인지라 남의 나라 대사에까지 신경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국내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미국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도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연일 관련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정치, 자기계발 분야등 출판 시장에도 오바마의 리더쉽과 개인사를 다룬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오바마의 지지도가 올라갈 수록 미셸 오바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음은 물론이다. 똑똑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경력을 내던지고 퍼스트 레이디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오바마에게 있어서 최고의 참모나 다름 없었다. 이들 부부는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와 비교되면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까지도 기사화 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역사를 새로 쓰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세계 경제를 회생시킬 위대한 지도자 콤비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오바마 정권이 탈세와 부패로 얼룩진 '기만의 정권' 이라니, 미셸 말킨 이라는 당찬 언론인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출범 초기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바마 정권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치와 관련해서 로비스트들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던 공언과 그들에게 정치 자금을 받지 않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정권을 만들겠다던 공약도 보은 인사와 코드 인사에 묻혀 버렸다. 

 

 특히, 최고의 브레인이라 추켜세우던 측근들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탈세와 횡령같은 도덕적 헤이함은 기본이고 횡령, 무능, 전과기록은 옵션에다 배우자나 가족이 이해관계에 얽힌 기업의 임원으로 몸담고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들은 오바마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이들도 엄청난 정치자금을 모아주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바마는 그들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내치지 못했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필요없는 '차르'라는 직책을 악용하여 대통령의 그림자로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기엔... 책 읽는 내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쩜 MB정권 초기와 이렇게도 같을 수가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MB정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과 요직의 인사가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였나?  '인사청문회' 라는 것이 생기고 국민들이 그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된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답답해 했었던가 말이다. 탈세 문제는 도무지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고, 거기에다 부동산 투기, 부당 전입, 병역문제, 국적문제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무리 힘없는 작은 나라이지만 그렇게도 인물이 없단 말인가?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비리가 온 천하에 까발리는데(?) 남부끄러워서 어떻게 청문회에 나올 생각을 하는건지 이해도 안되고 말이다. 그런데 땅 넓고 인재 많을 것 같은 미국도 마찬가지더라. '사고한 문제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을 놓칠 수 없다.' 는 것이 지명자의 변명이었고, '이정도 비리 없는 정치인은 없다'면서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피지명자의 입장이다. 전세계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기대에 부풀게 했던 오바마 정권은 그렇게 모두를 기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에서, 오바마를 깍아내리기 위해 작정하고 덤벼든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은 대립된 양측의 한 쪽 끝에서 오바마를 판단한 것이고, 엄밀하게 말하면 오바마에 한 사람 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당선 초기의 기대감을 걷어내고 냉철한 시선으로 마주대한 오바마 정권의 모습, 솔직히 그 모든 것이 의혹일 뿐이라 할지라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정치란 그런것인가 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던 오바마조차도 진흙 구덩이에 뛰어드니 결국 더렵혀 질 수 밖에 없는가 보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명한 정치'를 앞세웠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의 뜻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4,5천억 비자금을 챙겼던 사람도 지금까지 잘 먹고 잘만 사는데... 그 때는 당도, 언론도 국민도 등을 돌리지 않았던가. 저자의 주장대로 오바마가 그렇게 부패한 정권이라면 그 이전의 정권은 떳떳하다는 말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많이 받으나 적게 받으나 똑같은 부정인 것은 맞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날 지구상에 투명하고 떳떳한 정권은 어디에도 없으며 아마 인류가 새로운 종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도의 차이일 뿐 정치판의 기본 행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장래에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할 때 허황된 꿈이라고 일깨워 주었어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무엇을 꿈꾸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오바마의 당선 소식과 함께 한 흑인 유권자가 인터뷰했던 내용이다.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와 평등이 국가를 이끄는 힘이라고 내세웠던 미국이지만 사회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차별과 멸시가 존재해 왔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염원을 담은 결과였을 뿐만 아니라 유색 인종을 비롯한 사회 하층민들에게는 꿈이 현실화 되는 승리감을 안겨주었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리라. 하지만 오바마의 정권의 출범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정권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잠시만 더 미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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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즐거움
하성란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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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왜 나만 혼내? 진짜 내 엄마 맞어?" 어릴 때 엄마한테 혼이 난 뒤면 다락방 구석에 쳐박혀서 한동안 식구들의 눈을 피하곤 했다.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섭섭함부터 셋째 딸이라는 이유로 늘 허름한 옷을 입어야 하고 낡은 가방에 학용품을 물려 써야 했던 서러움 등 그동안 쌓여왔던 억울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럴때면 달콤한 사탕의 유혹처럼 나를 낳아주신 진짜 부모님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같은 날 태어난 두 아기가 간호사의 실수로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다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진짜 부모님이 엄청난 부자라는 설정은 당연한듯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품는다는 유년의 허황된 상상... 그 땐 왜그렇게 철이 없었을까?  

 

 <식사의 즐거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자'도 '업둥이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다. 누군가와 뒤바뀐 인생을 산다고 믿는, 어디엔가 자신을 낳아준 생물학적 친부모님이 계실거라고 철썩같이 믿는 남자다. 하지만 남자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스물 여덟의 건장한 청년이다. 때문에 남자의 믿음은 유년에 잠시 겪는 상상의 차원을 넘어 '확신'이자 '진실'로 인식되었다. 남자에게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삶의 힘겨움을 술에 의지하다 알콜중독자가 된 어머니가 있다. 그런 요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번호를 잘못 보고 탄 버스는 남자를 낯선 동네로 데려다 주고,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힌 남자는 그곳에 자신의 친부모가 산다고 생각한다.

 

 평범해 보이지 않는 가족과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것 처럼 보이는 남자...  설정이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책장을 넘겨봤자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남자는 학창시절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여학생이 자살했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자신과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그늘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소설에 대한 편애가 있는 나로서도 최근들어 우울한 소설들을 연거푸 접하다 보니 그 여파가 유쾌하지 않던 차라 결과를 읽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초반의 기대와는 다르게 책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뿌듯해지는 작품이 있다. '식사의 즐거움'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남자의 '친부모 찾기'는 엉뚱하고 무모할 뿐 아니라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한 인간의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에게 드리워진 패배자라는 낙인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한 것은 우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남자의 행동' 이었으며, 그에 앞서 '확고한 의지' 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식사의 즐거움'은 남자가 그토록 원하던 '가족의 사랑'에 대한 반어법이자 '다가올 희망',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진다. 

 

 <식사의 즐거움> 사심을 담아 말하자면 개인적인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었다. 한국소설 특유의 세심한 묘사를 기본으로 주인공 외에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가 양념 역할을 잘 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에서 약간 일본 소설 느낌이 나기도 했는데 첫 출간이 12년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의 이름 한번 다정하게 불러주지 않고 끝까지 '남자'라고 칭했던 자유로운 시점부터, 슬프지만 울 필요가 없고 아프지만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전개가 맘에 든다. 덧붙여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현실에서의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 짚으로 엮어놓은 굴비처럼 맛난 냄새를 풍긴다. 요즘은 할 말이 많으면 입이 아픈게 아니라 손가락이 아프다고 하던데... 됐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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