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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꿀
렌조 미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렌조 미키히코의 책은 아름다운듯한 문체에 평온한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깨는 파열음과 같은 사람들의 내면의 악의를 잘 묘사하는 작가인것 같다.겉으로 보이기엔 정숙하고 얌전해 보이는 얼굴에 숨은 이글이글 타는듯한 질투와 악의적인 마음 그리고 미움을 한순간에 벗겨내어 그 사람 내면의 일부를 보여주는 글을 주로 쓰는 작가는 특히 여자들의 심리묘사에 뛰어남을 보여준다.전작 백광에서도 자매간의 치열한 질투와 시샘 그리고 광기어린 심리를 치열하게 잘 묘사하더니 이책 `조화의 꿀`에서도 아이를 잃고 당황하는..그러면서도 나름의 계산을 하는 엄마의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유치원에 간 아이가 벌에 쏘였다는 전화를 받은 엄마 카나코는 당황해서 유치원으로 가지만 오히려 할머니가 벌에 쏘였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가 귀가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더 당황스러운건 유치원교사는 엄마가 직접 오셔서 데려가지 않았냐고 반문하고 이상한 상황에 모두가 허둥댄다.결국 그 아이를 데려간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고 자신은 절대로 유괴를 한것이 아니라는 이상한 말만 하면서 돈조차 요구하지않는데 그런 그가 아이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마지못한듯이 돈을 받기로 하고 아이를 시부야의 네거리 한복판에서 조우할것을 요구한다.그리고 그날 벌어진 시부야네거리의 꿀벌대소동..더 이상한건 그들이 요구한 돈조차 다시돌려줬다는점..과연 그들은 뭘 노리고 이런 번거로운 범행을 모의한것일까? 그리고 그 범인과 동조한 인쇄소의 젊은 청년은 왜 그들의 범행에 가담한것인지..점차 알수없는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유괴사건인듯하던 사건이 점차로 새로운 양상을 띄고 다른 사건을 발생하는 복합구조의 범죄를 계획한것이 여자라는 점..일단 사건의 주모자가 여자라는점이 놀랍다.그리고 그녀 `란`이 벌이는 짓은 자신의 말마따나 피를 흘리지도 피해자가 나오지도 않는 결백한 범죄
그녀가 노리는 돈은 부정한 짓으로 축적해서 어디다 떳떳하게 신고할수도 없는 돈인데다 또 하나의 조건은 가정내 불화가 있어 서로를 믿지않고 의심하거나 사랑하지않는 무늬만 가족인경우이다.그리고 그들의 그 미묘한 틈새로 끼어들어가 단숨에 찌르는 란..자신이 남긴 편지에서처럼 누구도 피해가 가지않도록 터무니없이 세심하게 신경쓰면서 자기가 원하는 돈은 가져가는 그녀는 마치 대도 뤼팡을 닮은듯도 하다.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에 탁월한 감을 자랑하는 란...유괴됐던 아이도 자신이 유괴당한거라 생각지못할정도로 편안하게 아이를 돌보고 어른들의 불안한 심리를 마치 놀이하듯 조롱하듯 눈앞에서 단숨에 거금을 채가는 그녀는 사람을 조정하는데도 명수인것 같다.꿀을 보고 달려드는 일벌들처럼 그녀에게 매혹당하는 남자조력자들..트릭에 트릭 그리고 반전을 가미한 책이지만...초반넘어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않아 그녀가 부리는 일벌같은 남자들만 조정하는 그녀가 주인공이란걸 몰랐을 정도다.갑자기 벌어진 유괴사건과 그 전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또다시 벌어진 똑같은 범죄..뒷이야기는 오히려 사족같이 느껴진다.차라리 하나의 이야기로 끝맺었더라면 더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그리고 그녀가 쓰는 범행방법인 닮은 사람도 조금 어색한 부분이다.가족을 헷갈릴수 있을까?어쨋든 탁월한 트릭과 거듭된 반전,기발한 발상으로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닌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