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소피 골드스타인 지음, 곽세라 옮김 / 팩토리나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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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2014년 이그나츠 어워드 수상작이고 sf와 사이코 섹슈얼 드라마의 판타스틱 한 만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별다른 소개말도 없어서 책을 실제로 보기 전까진 당연히 소설이라고 짐작했는데 당황스럽게도
만화였다.
게다가 sf 물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랑 너무나 다른 내용에도 당황했지만 그림체와 배경이 섞인듯한 그림은 쉽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될 정도로 어딘가 모호하고 혼돈스러웠다.
일단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도착한 네 명의 여자들은 제국에서 이 별에 사는 원주민들의 교육을 해야 한다는 임무를 맡고 이 별에 도착한 것이었는데 그들을 맞은 사람은 당황스럽게도 눈이 네 개인 남자였고 그는 이 별에서 광물질이나 식물 같은 돈이 되는 걸 연구하는 민간기업체에 소속된 몸이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자일 딘

 

눈이 네 개라는 점을 빼면 젊은 자일은 상냥한 성격에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 줄 아는 매력적인 남자였고 일행 중 젊은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엔 충분해서 이미 비극이 예고된 부분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는 낯선 별에서의 일상이지만 어느새 자일을 맘에 둔 리브카는 자일이 친밀하게 대하는 일행 사라이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질투와 시기를 하게 되면서 평화로운 이곳은 점점 더 비밀스럽고 은밀해지기 시작하지만 이런 여자들의 분위기는 모른 체 자일은 한 여자에게 마음을 주기는커녕 닥치는 대로 원주민 여성들과 마음껏 향락을 누리고 있어 그를 지켜보며 그의 애정에 목말라하는 여자의 마음에 독을 풀어놓았다.
젊은 그는 이곳에서 제왕과 같은 지위에서 맘껏 모든 걸 누리고 살고 있는 그야말로 이 별의 지배자였고
게다가 이 별의 원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순진한 백지와 같은 상태인데다 자일의 행동을 저지할 말한 남자나 수컷은 주변에 없다.
이것 역시 비극의 시초인데 누군가 이 별에서 또 다른 수컷의 존재가 있어 자일에게로 만 향하는 애정과 관심을 나눌 수 있었다면 좀 더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을 그런 존재가 없이 오롯이 유일한 수컷으로 남은 자일이 이런 자신의 지위를 맘껏 이용하려고 했다는 게 결국 파멸의 이유가 된다.
그야말로 온통 여자들에 둘러싸인 상태
이 별에 있는 식물이나 모든 걸 채집하고 이를 연구하는 리브카는 점점 더 질투와 광기에 시달리고 자일과의 애정을 목말라하지만 일행들은 그녀의 상태를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일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원주민의 아이를 돌보던 일행은 그 원주민 아이가 상태가 이상할 뿐 아니라 수컷은 절대로 접근하게 하면 안 된다는 자일의 경고조차 무시하고 자신이 양육하던 아이가 변하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진실을 보지 못하고 뻔한 사실을 외면해 비극에 도움을 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사명과 달리 점점 각자의 생각대로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 하면서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하는 네 사람 그리고 그들의 분쟁의 핵심이 된 자일로 인해 평화롭던 별은 악몽처럼 변해가는 과정이 섬세하진 않지만 묘하게 그림과 어울려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별이 점점 성적 긴장감이 넘치고 질투로 눈이 먼 여자의 광기와 별 전체에 흐르는 기괴함이 그림체와 뒤섞여 이상한 긴박감마저 느끼게 하고 그래서일까 처음엔 이상하게까지 느껴지던 그림과 묘하게 어울리는 걸 알 수 있다.
친절하지않은 설명과 쉽지않은 그림체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않았지만 그림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은 이상할 정도로 와닿은...독특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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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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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라는 사람은 잘 모른다.
그저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등장해서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비틀기식 유머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조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의 대표이자 루저로서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당당함을 보여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농담집이라는 게 붙은 것처럼 내용 역시 지나치게 무겁거나 냉소적이기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술자리에서 사회를 비판하고 갑질 하는 상사를 욕하고 잘난체하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 것처럼 유쾌하거나 실실 동조의 웃음이 나오거나 맞장구를 치게 만든다.
특히 배설에 대한 소재가 많은데 사람이란 동물은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최고인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우등한 그 무엇이라는 생각에 매일매일 하는 배설 행위를 입에 올리는 걸 비매너에다 심지어는 자신은 그런 행위를 안 하는 것처럼 그런 소재에 대해 질색하고 터부시한 다.
먹은 게 있으면 배설하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처음 읽을 때 배설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에 질색했는데 이게 또 자주 나오니 그러려니 하게 되고 나중엔 실실 웃으며 동조하게 되고 글 끝에 마치 후렴구처럼 쓰인 욕에는 은근히 유쾌함마저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은근 변태 성향인 걸까?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배설에 대한 글만 있거나 욕설이 난무하거나 하진 않다.
그저 살아가면서 보는 온갖 부조리함에 대한 비꼼이나 우리가 왜 하는지도 모르고 당연하게 행해왔던 일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신선함도 보이고 현재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가 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일갈하는 부분도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 대한 유병재식의 왜? 어째서?라는 의문 제기도 재밌고 나보다 잘난 것들을 향한
비틀기도 유쾌했다. 긴 글로 그의 생각이나 사상을 전하기보다 짧은 몇 줄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그는 아마도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거나 모든 걸 바라볼 때 남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생활화되어있는 천상 코미디언의 자질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긴 글을 싫어하는 요즘 젊은 층에게 짧은 글로 어필하는 것도 영리하고 지나친 심각함으로 흐르지 않는 것도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그는 요즘 사람들의 원하는 광대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다.
원래 광대의 역할이 웃음과 해학 속에 현실에 대한 비꼬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처럼...
그래서 이 책은 무겁게 정색하고 읽기보다 잠자리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배변의 시간에 함께 하면 왠지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비우거나 생각이 복잡할 때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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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 당신의 부를 늘려줄 가상화폐
이시즈미 간지 지음, 이해란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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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비트코인 광풍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었지만 비트코인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누군가의 말처럼 투기라고만 생각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제 대세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일단 비트코인이 뭘까 하고 보니 가상화폐의 일종이고 이런 가상화폐엔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그 양이 처음부터 한정적이었고 전문용어로 코인을 채굴하는 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만 가능해 마치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비싼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로 현물 화폐의 대체재로 인정받는 이유다.
워낙 엄청난 돈이 오가고 수익률이 높다는 소릴 들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처음에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보다 어떻게 하면 투자할 수 있을까 투자 가이드로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좀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투자 가이드라기보다는 왜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 왜 비트코인이 앞으로를 대체할 통화가 될지를 설명해주는 입문서에 가깝다.
오늘도 환율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특히 달러와 엔화의 약세가 눈에 띈다.
약 달러 약 엔화 이야기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지표로서 보여주는 달러와 엔화의 가치 하락은 충격적이었다.
어느새 이렇게까지 통화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지폐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당연히 부정적인 의견이다.
통화의 가치 하락은 당연하게도 물가의 상승을 불러오고 그래서 같은 월급을 받고도 점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되는데 경제지표를 위해서 통화량을 늘리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게 통계적으론 경제가 호황처럼 보이고 수치가 플러스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건 결국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다.
게다가 더 무섭게도 정부나 통치자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화폐는 휴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통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얼마든지 지금 통용되는 화폐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하루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될 수도 있게 하는 게 종이 화폐의 한계라고 본다면 왜 사람들이 오랜 세월 금을 결제수단으로 이용해왔는지 알 수 있다.
금은 언제든지 화폐를 대신해 결제수단으로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정권의 뜻에 따라 언제든지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는 종이화폐와 달리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그 가치는 위기 상황에 따라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좋은 투자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오랜 세월 금은 화폐를 대신해 결제수단으로 이용되어왔는데 이제 그 자리에 가상화폐 역시 끼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가상화폐의 양이 금이나 기타 값비싼 광물처럼 제한되어있고 누군가의 뜻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 변조가 불가능하며 언제 어디서든 개인과의 교환이 가능한... 그야말로 완벽한 화폐 대체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핵심은 블록체인인데 저자는 이 블록체인은 기록을 분산하여 전 세계 흩어져있는 수십만 수백만의 컴퓨터에 보존되기 때문에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위 변조되어서도 안되는 개인의 의료기록이나 연금 정보, 사망 기록 같은 걸 보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으로 블록체인 같은 분산 정부 시스템을 이용할 부분은 무궁무진한데 이런 기술을 이용하다면 위 변조가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생활의 편리성에서도 본다면 가히 혁명이라 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말도 있고 읽으면서도 그 개념이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론은 가상화폐의 붐이 단기간에 그칠 것 같지 않고 앞으로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흐름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세계 최대의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건 좀 속상한 부분이다.
나라의 크기나 자원의 양, 혹은 부에 관계없는 인터넷상에서조차 이렇게 밀린다면 우리가 세계 강대국이 되는 길은 요원하지 않을까?
투자의 한 부분에서 이제 가상화폐를 모른다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건 아닐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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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 낭비 없고 세련된 프랑스식 미니멀라이프
미카 포사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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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니멀 라이프가 조용히 유행하고 있지만 그 취지엔 공감해도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왠지 이 가방이나 명품옷을 나도 안 가지면 이 나이에 이 정도 아파트 평수에 살지 않고 차를 가지지 않으면... 남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가지거나 소유하지 않으면 왠지 실패한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이나 방송 같은 데서 이런 심플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 뒤에 나도 한번 하고 실천해보겠다 작정하고 집안을 뒤지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꼭 필요하다고... 누가 뭐란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변명하며 오늘도 난 버리지 못하고 오래된 것들을 꼭 붙들어 매고 있다.
그리고서는 집이 좁다고 투덜거리고 사고 싶은 걸 못 산다고 뭐라 하고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린다.
그래서 확실히 우리보다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럽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인들의 평소 생활 철학과 삶의 방식에 대해 프랑스인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인의 시각에서 쓴 `프랑스인의 방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심플 라이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들의 심플 라이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쓰레기통이 없는 방이라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도 책상 밑이나 아이 방 안방 등에 자연스럽게 쓰레기통이 있고 또 그걸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쓰레기가 나오거나 휴지 같은 게 나오면 그냥 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게 지정해놓고 모으면 버리기가 훨씬 더 편리할 텐데 왜 방방마다 쓰레기통을 놓았을까 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보다 버릴 때 그냥 눈에 띄는 곳에다 버리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편리함에다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건 사소한 사고방식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청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프랑스식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편리할 수 있겠다.
요즘 우리도 원 플레이트를 사용해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먹는 사람이 제법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은 국그릇이며 밥그릇에다 각각의 반찬 그릇까지... 차리는 것도 힘들지만 설거지할 때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집이 많다. 
게다가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들은 집에서 커피며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놀라웠다. 커피, 와인과 프랑스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는 카페에서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그렇다니 얼마나 실용적인 생각인가
맞벌이를 하는 가족이 많은 만큼 이런 시간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보다 합리적인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하고 남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하는 데 보낸다니... 왠지 그들의 여유로움을 보면서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걸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24시간을 쓰는데...
짧은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는 남보다 더 빨리 많은 걸 가져야 이길수 있고 지는 건 곧 도태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내려서 오늘도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기 위해 내 시간을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아닐지... 이렇게 생각하니 더 슬프다.
그들의 여유로움이나 삶의 철학도 부럽지만 무엇보다 배워야 할 점은 아직 어린 3~4살의 어린아이에게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부모는 그들을 지켜보고 참견하지 않는 태도인 것 같다.
우리는 내 아이가 늘 친구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도록 채찍질하고 어떤 걸 공부하고 어떤 대학을 가라고 부모가 결정하고 자식이 따르도록 그냥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자식이 실패하지 않고 잘 되길 바라서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배울 기회를  뺏어 버리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해 책임지는 삶을 배우지 못해 작은 좌절과 실패에도 큰 상처를 입고 일어설 수 없어 고꾸라지고 마는 나약한 아이들을 양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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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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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탈옥했다.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총기로 무장한 아빠는 분명 모두를 따돌리고 나를 찾을 것이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감옥에 갇히게 한 것 역시 딸인 나였으니까...
남편에게까지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던 헬레나는 라디오에서 들리는 탈옥수의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공포에 떨게 된다.
탈옥한 사람은 오래전 자신의 엄마를 납치해 늪에서 숨어살면서 딸인 자신을 낳게 한 납치범이자 강간범이고 살인범인 자신의 아버지... 늪의 왕이라 불렸던 제이콥이었다.
그와 오랜 세월같이 늪에서 살아왔던 헬레나는 오로지 자신만이 아버지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찾아 직접 늪으로... 그와 엄마와 자신이 한 가족으로서 생활했던 늪으로 찾아가 그와의 대결을 한다.
이렇게 소설은 딸이 아버지를 사냥해야한다는 카피처럼 소재자체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어린 소녀를 납치해 가둬두고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한 남자와 그런 아빠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야 하는 딸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충분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데 내용은 이상하게도 자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늪이라는 자연환경에서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전원적이고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남들의 눈으로 볼 때 납치범에 강간범이고 살인자이기도 한 남자가 아빠로 가족으로 볼 때는 자신에게 늪에서나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고 나름대로 정성스레 자신을 양육한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헬레나 본인이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은 아버지로서 그를 사랑했고 그와 살았던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어서 그를 잡는다는 이유로 숲과 늪을 헤매며 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지만 헬레나의 내면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고 그에 대한 그리움과 이성의 혼돈으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사람들을 죽이고 엄마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내겐 그렇게 나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까지 아버지를 변호하던 헬레나가 결국 아버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딸을 노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결국 아버지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잔혹한 살인자일 뿐 아니라 딸인 자신을 사랑했다기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뒤를 쫓으면서 결국 스스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싶었다는 걸 깨달은 헬레나
자신에겐 사랑하는 가족이자 아버지였지만 엄마에겐 남편도 가족도 아닌 범죄자이고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악마였다는 진실을 서서히 깨달아가면서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서야 자신의 눈을 덮었던 아버지의 본모습을 확실히 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가 시작된다.
충격적으로 시작해서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질 땐 숨죽이면서 읽다가 모든 거짓이 사라지고 내 가족이 직면한 위험을 깨달은 순간 마치 먹잇감을 향해 소리 없이 다가가 단숨에 목숨을 낚아채듯 스릴 있는 묘사가 빛난다.
강약 조절이 빛나는 스릴러... 늪의 환경 묘사가 마치 그림 같이 평화로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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