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아빠가 탈옥했다.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총기로 무장한 아빠는 분명 모두를 따돌리고 나를 찾을 것이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감옥에 갇히게 한 것 역시 딸인 나였으니까...
남편에게까지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던 헬레나는 라디오에서 들리는 탈옥수의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공포에 떨게 된다.
탈옥한 사람은 오래전 자신의 엄마를 납치해 늪에서 숨어살면서 딸인 자신을 낳게 한 납치범이자 강간범이고 살인범인 자신의 아버지... 늪의 왕이라 불렸던 제이콥이었다.
그와 오랜 세월같이 늪에서 살아왔던 헬레나는 오로지 자신만이 아버지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찾아 직접 늪으로... 그와 엄마와 자신이 한 가족으로서 생활했던 늪으로 찾아가 그와의 대결을 한다.
이렇게 소설은 딸이 아버지를 사냥해야한다는 카피처럼 소재자체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어린 소녀를 납치해 가둬두고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한 남자와 그런 아빠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야 하는 딸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충분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데 내용은 이상하게도 자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늪이라는 자연환경에서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전원적이고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남들의 눈으로 볼 때 납치범에 강간범이고 살인자이기도 한 남자가 아빠로 가족으로 볼 때는 자신에게 늪에서나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고 나름대로 정성스레 자신을 양육한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헬레나 본인이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은 아버지로서 그를 사랑했고 그와 살았던 그때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어서 그를 잡는다는 이유로 숲과 늪을 헤매며 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지만 헬레나의 내면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고 그에 대한 그리움과 이성의 혼돈으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사람들을 죽이고 엄마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내겐 그렇게 나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까지 아버지를 변호하던 헬레나가 결국 아버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딸을 노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결국 아버지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잔혹한 살인자일 뿐 아니라 딸인 자신을 사랑했다기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뒤를 쫓으면서 결국 스스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싶었다는 걸 깨달은 헬레나
자신에겐 사랑하는 가족이자 아버지였지만 엄마에겐 남편도 가족도 아닌 범죄자이고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악마였다는 진실을 서서히 깨달아가면서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서야 자신의 눈을 덮었던 아버지의 본모습을 확실히 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가 시작된다.
충격적으로 시작해서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질 땐 숨죽이면서 읽다가 모든 거짓이 사라지고 내 가족이 직면한 위험을 깨달은 순간 마치 먹잇감을 향해 소리 없이 다가가 단숨에 목숨을 낚아채듯 스릴 있는 묘사가 빛난다.
강약 조절이 빛나는 스릴러... 늪의 환경 묘사가 마치 그림 같이 평화로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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