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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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우리 엄마의 딸인데도 불구하고 딸과 엄마라는 관계만큼 멀면서도 가까운 관계가 있을까 싶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도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서로를 못 견뎌 했던 것도 잠시, 내가 내 딸을 낳고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엄마의 삶은 안타깝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일찍부터 철이 들어서 엄마의 노고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나미가 그렇다.

아직 열세 살의 초등학생이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히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려 일하시는 엄마를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고 그런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착한 소녀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것도 적고 무엇보다 남들은 당연히 있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엄마가 말하기를 꺼린다는 이유로 궁금한 것도 참을 줄 아는 속이 깊은 아이다.

사춘기의 소녀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가난이 드러나는 일에 이토록 신경 쓰지 않고 부끄러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하나미가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엄마의 영향도 큰 듯하다.

비쩍 마른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이 대부분인 노동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힘을 써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딸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어떤 말보다 아이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다.

땀을 흘려 노력한 대가는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떳떳하다는걸...

하지만 여기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런 거창한 말 따윈 나오지 않는다.

삼시 세끼 자식과 함께 맛있게 먹고 같은 집에서 편안히 잠드는 것... 작지만 소소한 이런 일상에 고마워할 줄 알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하나미는 많은 걸 느꼈을 듯하다.

친구 중에 사립 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 아이들의 처지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기는 쉽지 않은데 하나미는 말한다.

너무 차이 나는 환경은 질투하는 마음조차 나지 않는다고...

질투나 시기라는 감정은 서로 비슷한 처지나 위치에서만 하는 거라는 걸 이미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하나미의 말은 아마도 글 쓴 작가의 통찰에서 나온 말이리라.

어려운 환경에도 비뚤어지지 않고 사람의 말을 말 그대로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하나미를 보면서 참으로 밝고 맑은 아이구나 싶은 게 왜 그 아이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그런 하나미를 좋아하는 미카미의 시선을 통해 두 모녀의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안녕, 다나카는 많은 걸 가졌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걸 원하면서 충족되지 못한 욕심에 힘겨워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미카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 더 그 아이의 아픔과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엄마와 둘이서 세일하는 음식을 사와 맛있게 먹고 철마다 은행을 주우러 다니며 월동준비라고 하는 것 같은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홀로 사는 엄마에게 들어온 맞선이 자신 때문에 깨진 거라 생각해서 혼자 고민하다 스스로 보육원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보는 장면 같은 데에선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감수성이 있는 글을 십 대의 어린 소녀가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글 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깔려 있는 게 느껴져 읽는 사람에게도 그 기운이 와닿는다.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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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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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마스다 미리가 이번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인 나조차도 일본 내에서 특히 오사카 사람은 다른 분류로 취급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글들을 제법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오래전부터 상업이 발달한 특성상 오사카 사람들이 영리하게 사람들의 기분을 빨리 캐치하고 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친근감을 드러내고 특유의 넉살이나 유머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탓인듯하다.

원래 자신이 그곳에 같이 섞여 있으면 잘 모를 수 있는 이런 특징들을 그 지역 사람이면서 타지에 나와 한쪽 발을 뺀 상태라 휠씬 더 객관적으로 잘 보이는 법인데 마스다 미리가 그런 마음으로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좋은 점만 쓴 건 아니지만 기본 저변에는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자칫하면 나쁘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또 책을 읽는 사람들도 좋게 받아들이도록 애쓴 흔적이 여럿 보인다.

이를테면 오사카 사람들 중에 개그맨이 많은데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오사카 출신이라면 유머감각이 있는 재미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단다.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자신에게 없는 유머감각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스스로가 으쓱해하는 게 조금 웃긴 달지... 그런 건 일반화 시키면 곤란한데 ...

사실 어디 사람이라도 재미없는 사람은 그냥 재미없을 뿐인데도 말이다.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숙해지고 그걸로도 모자라 남의 이야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오지랖도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라고 보는 걸 보면 어쩌면 내로남불인지도 모르겠다.

또 우리는 일본 사람들의 사투리나 억양에 대해 모르지만 같은 일본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다른 지역과 오사카 사람들의 차이는 억양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가 보다.

이런저런 단어의 억양과 발음의 차이나 높낮이의 다름 같은 걸 표현해놓은 걸 보면...

나 역시 지방에 살지만 드라마에서 우리 지역 사투리라고 나오는 걸 보면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분명 경상도에서도 남북 간 차이가 분명하고 대구와 부산의 억양 차는 천지 차인데 서울 사람들에게는 그 차이가 미묘해서 잘 모르는 듯 마구 뒤섞어 이도 저도 아닌 사투리를 구사하는 걸 볼 때면 차라리 사투리를 쓰지 말지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짜증 날 때가 있는데... 책 속에서 마스다 미리가 얼굴이 예쁜 여배우가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드러내기 위해 억지로 오사카 사투리를 되지도 않게 쓰는 걸 싫어하는 감정이 절대적으로 공감 간다.

게다가 그런 걸 보고 남자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할 때의 그 어처구니없음이란 ... 이건 여자들만이 절대 공감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도 많고 더불어 정도 많은 오사카에는 우리에게는 먹거리 천지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다코야키는 같은 일본에 살면서도 오사카 출신이라는 말을 하면 집집마다 다코야키 기계가 한 대씩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그 정도로 많이들 해먹는 다는 뜻이리라

마스다 미리가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만난 타 지역 사람들과 자신의 고향 사람들과의 미묘한 차이나 도쿄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혀 상관없는 제 삼자로써 지역들 간의 차이를 비교한 걸 보는 것도 재밌었다.

어쩌면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거나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세심하게 묘사해놓은 걸 보면 평소의 그녀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그것을 어렵지 않은 말로 일상을 아주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글을 쓰는 마스다 미리 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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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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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딸을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자가 있다.

이렇게만 보면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둘 중 한 사람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 엄마는 유명한 심리 치료사로 부자이며 멋지고 자상한 남편과 그 사이에서 열세 살 난 아들까지 두고 있는 완벽해 보이는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오래전 딸아이를 잃어버린 아픈 과거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진료실로 들어온 그녀 이사벨을 보자마자 바로 오래전 자신의 잃어버린 딸아이가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은 물론 없는 상태다.

다른 한 사람의 엄마는 얼마 전 사랑하는 남편을 급작스럽게 떠나보내고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지만 누구보다 더 딸을 사랑하고 딸이 자신의 전부라 믿는 다소 극성스러운 엄마이기도 한데 딸아이가 심리치료 상담을 받은 뒤부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사뭇 불안하기만 하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최근 남편을 잃고 집에 틀어박혀 청소도 안 하고 대는 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 세르스틴에 비해 커리어 우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스텔라 쪽이 더 인간적으로 신뢰가 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사벨은 정말 갓난아기 때 잃어버린 스텔라의 딸일까?

여기에 작가는 스텔라에게 일종의 핸디캡을 둔다. 두 엄마의 주장에 무게 추가 비슷해지도록...

스텔라는 아주 어릴 적 출산을 하고 불과 얼마 되지 않은 후 아이를 잃은 건 맞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는 그 아이 즉 알리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무덤까지 있는 상태다.

오직 스텔라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주장을 불과 몇 년 전에도 했고 그 결과로 정신병원에 잠시나마 입원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스텔라의 신경과민인 걸까?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게 이사벨을 만난 후부터 그녀가 보이는 반응과 행동, 즉 이사벨을 따라다니고 몰래 그녀의 집 주변을 맴도는 모습은 도저히 전문가로 보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누가 봐도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 비해 세르스틴이 정상적으로 보이는가 하면 그녀 역시 딸아이의 일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이사벨 주위에 남자가 있는 걸 절대로 용납하지도 두고 보지도 못한다.

그런 엄마의 극성 때문에 아름다운 외모의 이사벨은 스물두 살이 된 지금까지 변변한 이성교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세르스틴의 무의식 속에는 남자들은 잠재적으로 성폭행범이자 오로지 그것만이 목적인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달까?

아무래도 그녀가 말하기 싫어하는 이사벨의 친부와의 관계가 서로 사랑해서가 아닌 강압적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두 엄마 모두 조금씩 나사가 틀어져 있는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엄마라는 게 진짜 엄마를 찾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두 엄마 모두 모성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서로에게서 자신의 딸을 뺏길 수 없다 생각하는 여자들의 강한 집착과 극한 대립은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안정적이었던 가정마저 흔들리게 하는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중간까지 서로의 마음속에 깃든 불안과 의심을 그리고 있어 다소 느슨하다가 중간 이후부터 의외의 사실들이 밝혀지고 사건이 벌어지면서 몰아치기 시작해 단숨에 몰입감을 높여주는 게 심리 스릴러다웠다.

나름대로 짐작한 반전은 그야말로 내 짐작에 머물렀다는 게 다소 아쉽게 느껴졌을 뿐...

이 책이 데뷔작이라니...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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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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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신문사의 기자가 느닷없이 탈 도시를 외치며 하루 1시간 농사만으로 자신이 먹을 쌀을 자급자족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렇게 보면 마치 그가 농부의 길을 가는 듯 하지만 그건 또 아닌 것이 단지 자신이 먹을 쌀농사만 하고 남은 시간은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글을 쓰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고 외치는, 요즘 시대의 간 큰 이 사람은 아사히 신문사에서 30년 넘게 기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느닷없는 선언을 한다.

사실 이 선언에도 사연이 있는 게 오랫동안 결심을 해서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닌... 막연하고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는데 이를 윗선에서 받아들여 도시 토박이인 그를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은 나가사키현의 촌 이사하야지국으로 발령 내버린다.

후회해도 이미 모든 것이 결정 나 버린 뒤... 그는 까짓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사하야로 향한다.

중고 포르쉐를 몰고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당당하게 입성한 그의 좌충우돌 농촌에서의 생활을 그리고 있는 최소한의 밥벌이는 일단 심각하지 않다.

요즘같이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기 보다 힘든 현실에서 이처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터

하지만 그는 늘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의 이런 선택이 아주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조금은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듯하다.

일단 이사하야로 내려온 그가 맨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논 구하기

아무런 정보나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온 그지만 의외로 그의 목적을 듣고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이 있어 쉽게 원하던 논을 빌렸을 뿐 아니라 농사의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쳐주는 스승을 만난 게 가장 큰 운이었다.

물론 지방 도시 곳곳에는 더 이상 젊은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놀고 있는 논과 밭이 많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그렇다고 외지에서 온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자신의 땅을 내주기가 쉽지는 않을 터...

여기에서 그의 현실적인 조언이 빛을 발한다.

농촌으로 가려면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걸 그의 경험을 통해서 쉽게 이해시켜준다.

도시와 달리 농촌은 대대로 농사를 짓다 보니 알게 모르게 서로 간 깊은 암묵적인 이해와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이런 걸 모른 채 도시에서 내려와 터를 잡으면 도시와는 많이 다른 문화 차이나 혹은 관습의 차이, 사고의 차이로 인해 서로 갈등이 생기고 오해가 쌓여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치달을 수 있다.

논에다 물 대기 같은 걸 예를 들어주는데 자신이 쓰고 남으면 서로 나눠 쓰면 되고 무엇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에 임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물을 독점해서 필요한 물을 보내주지 않는 걸 저자뿐 아니라 보통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건 오랜 세월 암묵적으로 어떤 순서로 물을 대고 어떻게 한다는 걸 결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이 비록 경우 없는 짓을 해도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 조금씩 그 사람과의 관계를 좁혀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 결국은 논에 물 대기에 성공하는 부분을 보면 모든 문제에 원칙이 우선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 저자의 글 중 인상적인 건 유기농 농사에 관한 부분이다.

비료도 농약도 없이 지은 농작물만이 인간의 건강에 유익할까 하는 의문부터 도시에서 귀농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을 고집하며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그 지역의 사람들과 대립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은가 하는 이유까지... 알고 보면 유기농 농사를 짓는 논과 밭 주위에는 온갖 벌레와 해충이 결국 이웃한 논에 해를 끼친다는 글을 보고 왜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를 주위에서 환영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놀고 있던 땅에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하고 서툴게 벼농사를 짓는 모습이 힘든 것 같으면서도 대대적인 농사는 힘들겠지만 저자처럼 우리 식구만 먹을만한 농사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게 한다.

모두가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요즘, 이렇게 농촌에서 한갓지게 하루 1시간 농사를 지어 식량을 해결하고 원하는 글을 맘껏 쓰겠다는 생각은 언뜻 생각해도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저자 역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거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한 번쯤 발상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혹사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는 살 수 없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농촌 생활은 그에게 원하는 시간 맘껏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 여유를 주게 했다.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것에 대한 부담은 이렇게 자급자족의 형태로 짧은 시간의 투자로 해결하고...

물론 그에게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란 게 있어 안전장치가 있다.

그렇지만 살면서 주위 사람들과 모든 걸 비교하면서 필요도 없는 걸 산 적은 없는지? 주위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혹은 누군가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듯...

딱딱하지 않은 글에다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겪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나 좌충우돌을 재밌게 표현하지만 마냥 가볍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누군가에게 발상의 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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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태어나다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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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리고 그렇다고 청소년은 아닌... 갓 스물이 된 아이들이 각자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떤 틀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사이 료의 다시 한번 태어나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누구 에서처럼 청춘의 그 미묘한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 감탄하게 한다.

단편으로 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 등장인물이 각각의 챕터에서 교차되어 등장하고 그 챕터에선 몰랐던 사실을 다른 챕터에서 다른 사람의 입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게 한다.

친구와 셋이 있던 방에서 잠깐 조는 사이 누군가가 시오리에게 키스를 했다.

그 사람은 누굴까? 잠깐 고민하지만 그 방에 남녀 비율은 여자 둘에 남자 한 명... 그렇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잠시의 틈으로 누구였을까를 고민하는 부분에서 시오리는 무의식적으로나마 어떤 걸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화려한 외모로 단숨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히짱이지만 그녀는 무리 짓는 여자들 틈으로 들어가길 거부한 뒤로 반에서 약간 아웃사이더이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를 동경하는 시오리와 그녀를 바라보는 히짱 그리고 그런 히짱을 짝사랑하는 동기생... 물론 이 동기생을 좋아하는 여학생도 있다.

사랑이 청춘만의 특권은 아니지만 역시 청춘 하면 떠오르는 게 이런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조금씩 알게 모르게 성장해간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조금 다른 사랑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챕터에 등장하는 하루와 나츠 남매 이야기는 좀 더 울림이 크게 와닿는다.

고교 때부터 댄스로 각종 상을 타고 이름을 날렸던 하루는 역시 고교 때부터 각종 미술상을 휩쓸었던 오빠인 나츠와 온갖 걸 이야기하며 의논하는 여느 남매 완 달리 좀 더 각별한 관계였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좀 더 체계적인 댄스를 배우기 위해 댄스 전문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오빠와 대화는커녕 제대로 얼굴조차 보지 않는 관계가 된다.

댄스학교에서 제대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서 이 자리에 온 여느 아이들과 달리 그저 춤이 좋아서 느낌대로 자유롭게 춤을 췄던 자신은 무대 위에서 고교 때처럼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 방황하면서 스스로 위축되고 자격지심이 생긴 탓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신은 좋아하는 춤을 제대로 추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자신 주위의 사람들은 그저 태어나면서 얻은 재능이나 외모 하나만으로 별다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안주하고 있다 생각해서 마음속으로 그들을 경멸하고 비웃으며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이 있었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된 지금 자신이 비웃었던 그들은 각자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지만 자신만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비웃었던 그들도 자신이 몰랐을 뿐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으면서 더욱 위축된다.

사실은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으리라. 자신이 빛날 수 있었던 건 딱 고등학교 때의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기뿐이라는 걸... 세상에 나와보면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보다 더 재능을 가지고서도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자신이 위치를 정확이 깨닫는 순간이 바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너무나 찬란하고 빛나게 그렸던 오빠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챕터에서는 늘 이쁘고 뭐든 쉽게 해나가던 쌍둥이 동생을 질투하던 자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원래 자매지간에는 미묘한 경쟁심과 질투가 있는데 하물며 나랑 같은 날 태어난 나와 똑같이 닮은 얼굴의 자매가 있다면... 게다가 커갈수록 그 애는 점점 더 빛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심과 인기를 끈다면 나라면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을 것 같다.

뭘 해도 비교되고 심지어 외모마저도 어느샌가 차이가 나게 된 쌍둥이 동생을 부러워하다 결국은 그녀에게 온 연락을 차단하고 스스로 동생 쓰바키가 되어 그녀인 척하지만 스스로 그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고즈에는 괴롭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위험해 보이지만 그냥 한번 뛰어 내려보라는 말을 하는 영화감독 지망생.... 무섭고 두렵지만 하고 보면 별것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고즈에는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각각의 챕터에서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놔서 많은 공감을 하게 한다.

게다가 자신이 보는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어떤 사실은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틀을 깨지않으면 앞으로 나아갈수 없다는 걸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은듯 하다.

더 이상 어리다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무섭다고 달아날 수도 없는... 어른인 척 걸어가야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짧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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