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우리 엄마의 딸인데도 불구하고 딸과 엄마라는 관계만큼 멀면서도 가까운 관계가 있을까 싶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도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서로를 못 견뎌 했던 것도 잠시, 내가 내 딸을 낳고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엄마의 삶은 안타깝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일찍부터 철이 들어서 엄마의 노고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나미가 그렇다.

아직 열세 살의 초등학생이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히 공사현장에서 땀을 흘려 일하시는 엄마를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고 그런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착한 소녀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것도 적고 무엇보다 남들은 당연히 있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엄마가 말하기를 꺼린다는 이유로 궁금한 것도 참을 줄 아는 속이 깊은 아이다.

사춘기의 소녀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가난이 드러나는 일에 이토록 신경 쓰지 않고 부끄러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하나미가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엄마의 영향도 큰 듯하다.

비쩍 마른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이 대부분인 노동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힘을 써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딸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어떤 말보다 아이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다.

땀을 흘려 노력한 대가는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떳떳하다는걸...

하지만 여기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런 거창한 말 따윈 나오지 않는다.

삼시 세끼 자식과 함께 맛있게 먹고 같은 집에서 편안히 잠드는 것... 작지만 소소한 이런 일상에 고마워할 줄 알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하나미는 많은 걸 느꼈을 듯하다.

친구 중에 사립 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 아이들의 처지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기는 쉽지 않은데 하나미는 말한다.

너무 차이 나는 환경은 질투하는 마음조차 나지 않는다고...

질투나 시기라는 감정은 서로 비슷한 처지나 위치에서만 하는 거라는 걸 이미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하나미의 말은 아마도 글 쓴 작가의 통찰에서 나온 말이리라.

어려운 환경에도 비뚤어지지 않고 사람의 말을 말 그대로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하나미를 보면서 참으로 밝고 맑은 아이구나 싶은 게 왜 그 아이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그런 하나미를 좋아하는 미카미의 시선을 통해 두 모녀의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안녕, 다나카는 많은 걸 가졌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걸 원하면서 충족되지 못한 욕심에 힘겨워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미카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 더 그 아이의 아픔과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엄마와 둘이서 세일하는 음식을 사와 맛있게 먹고 철마다 은행을 주우러 다니며 월동준비라고 하는 것 같은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홀로 사는 엄마에게 들어온 맞선이 자신 때문에 깨진 거라 생각해서 혼자 고민하다 스스로 보육원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보는 장면 같은 데에선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감수성이 있는 글을 십 대의 어린 소녀가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글 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깔려 있는 게 느껴져 읽는 사람에게도 그 기운이 와닿는다.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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